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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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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사회자가 나서서 곧 토론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로 북한 핵 문제, 새정부 인선, 대북 비밀 송금, 재벌 개혁, 검찰 개혁, 감세 정책과 같은 국가 전반적인 부분이다.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바로 토토빌테크 자회사의 면모였다.
그들 중에는 로한 고무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해가던 기업이 다시 일어서게 된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었다.
그 중심에는 토토빌테크가 있었다.
그 배후에는 물론 엔비 소프트가 나와 있었다.
이런 중소기업들은 기존의 엔비 밸리의 사각에 있던 기업이다.
정부에서는 미처 간과한 기업.
하지만 엔비 소프트는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서 그들을 관리했다.
처음에는 막대한 손해를 봤지만 이번 아이보 III 초도 판매를 통해서 이미 그 손실은 완전히 전부 다 메꾼 셈이었다.
아니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중소기업이라고 볼 수 없는 이 놀라운 매출 변화는 사회자 역시 설명을 하면서도 흥분을 쉽게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대통령님과의 대화 이전에 우리가 현실적으로 경험한 문제에 대해서 직접 살펴보았습니다. 이 장면은 결코 저희 방송국에서 편집한 것도, 꾸민 것도 아닙니다. 정 궁금하신 시청자분은 직접 로한 고무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서 확인해도 됩니다.”
시작부터 토론회는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심지어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이 토론회 이전 몇 달 전에 이미 로한 고무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한 다큐멘트리가 있었다.
그 내용에 나와 있는 과거 로한 고문의 처참한 현실, 그 실제적인 중소기업 현실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아이보 III 출시 후에 로한 고무 모습은 정말 환골탈태 그 자체였다.
“이게 아마 안명수 대통령님이 구상하는 경제 개혁의 방안이겠지요.”
안명수 대통령도 지금까지는 참고 있었다. 그는 참모의 조언도 있어서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실제로 미리 준비된 대본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양심상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말은 바로 합시다. 우리 정부쪽에서 한 것은 아닙니다. 엔비 밸리는 아르 공단과 같은 부서에서 손을 썼지만 저쪽은 아닙니다.”
“네?”
그도 씁쓸한 표정이었다.
“미처 간과한 겁니다. 우리 역시 너무 미래만 보고 앞만 생각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산업의 기반이니까요. 그 기본을 잊고 있었습니다. 첨단 사업도 보면, 그 근간은 결국 굴뚝 산업이니까. 이 두 가지가 서로 융합할 때 그 부가가치가 더 급증합니다. 토토빌테크는 그런 점을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 그게.......”
당황한 사회자.
대본에도 없는 내용이었다.
안명수 대통령은 아예 손에 들고 있던 수첩을 내려놓았다.
“휴우, 뭐 솔직하게 이야기 합시다. 어차피 이제 와서 우리 정부도 남의 덕을 볼 생각이 없으니까. 기반 산업에 대한 정부 조치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잠깐 목이 잠기는 지 힐끗 주변을 한 번 돌아보았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 중에 중소기업이 있는 자리였다.
다행히 한 기업이 나섰다.
“저희 정화 금속에서 한 마디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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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하다보면 싫던 좋던 갑질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게 대기업이 아니라, 심지어 공공기관, 정부 기관 역시 포함된다.
오히려 이쪽이 더 심하다.
소형 나사만을 전문으로 하는 정화 금속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그들은 기존의 기업 경영 이념이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업을 할 때 어음은 아예 처리하지 않았다.
당연히 갑 입장에서는 이 정화 금속과 거래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들이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역시 채산성 과급제다.
기본적인 목표를 정하고 나서, 시간, 물량, 불량률에 따라서 임금은 차등 책정했다.
실적에 따라서 급여 자체가 정해진다.
얼핏 봐서는 임금이 줄어들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직원들 역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심히 일했다.
이런 기업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시간 관리 역시 각자가 알아서 한다.
정화 금속은 이런 임직원의 의사를 존중해서 필요한 보상을 철저하게 해주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면 내수, 수출에 대한 명확한 선이다.
명확하게 그 매출을 분명히 해서 매출 변화에 유동적으로 처리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IMF 역시 큰 리스크 없이도 잘 넘어갔다.
당신 환차익 손실 덕분에 손실이 컸지만 내수 매출으로 그것을 메꾸면서 위험을 보다 쉽게 벗어났다.
이런 정화 금속에게 위험이 닥친 것은 불과 몇 개월이 되지 않았다.
그들 나름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지만 한 가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매출 둔화입니다. 수요가 없으니, 뾰쪽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 위기를 벗어난 것은 뜻밖에도 토토빌테크였다.
그들이 아이보 III를 개발하는 중에 다양한 나사를 요구했다.
그 나사는 단순히 그냥 나사가 아니라, 열팽창이나, 변형, 심지어 안정성 면을 특히 중점적으로 요구한 것이었다.
이런 요구.
정화 금속도 솔직히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다. 토토빌테크에서는 의외로 자신들과 합작을 통해서 새로운 기술 개발을 도와주었다.
“합금입니다.”
금속 합금 비율에 따라서 생기는 변형 변화가 있는데, 이를 통해서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결과를 도출한 것이었다.
“특히, 온도나, 압력에 따라서 큰 변화가 생겨납니다. 그런 부분을 디자인이나, 합금을 통해서 해결한 것입니다.”
회사가 어려지기 시작하자 결국 어음으로 거래를 해야 했다.
어음거래가 늘어나면서 불어나는 이자는 이미 정화 금속 숨통을 조이는 상황이었다.
그 때 토토빌테크 덕분에 얻은 이 기술은 정화 금속에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을 떠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어음입니다. 토토빌테크에서는 전부 현금, 심지어 선결제까지 해주었습니다. 그 든든한 동반자 덕분에 겨우 살아났습니다. 특히 이들과 같이 협업해서 만든 원천기술 덕분에 해외 매출이 무려 1,000%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요즘 우리 회사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원은 없습니다. 7시면 다 퇴근합니다. 저녁 있는 삶을 얻게 된 셈입니다.”
카메라 화면이 비춘 것은 바로 한 쪽에 앉아 있는 정화 금속 임직원이었다. 그들 눈은 어느 센가 충혈되어 있었다.
그들이 경험한 그 악몽은 굳이 채 몇 달이 되지 않으니까.
안명수 대통령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음 문제도 개선해야 할 큰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 이것 외에는 많습니다. 앞으로는 그 부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사후 대책이 따를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토론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격화되어갔다.
안명수 정권에 대한 평가 토론회나 마찬가지였다.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이 프로그램 시청률이 무려 25.6%나온 것도 다 그런 맥락이었다.
***
“이사님, 정말 대단합니다.”
“.......”
이민혁도 요즘 누적되는 부담때문에 두통약부터 먼저 먹었다. 점심 먹는 중에 나온 TV 토론회 장면은 보면 볼수록 골치가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정지민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사님은 정말 너무 훌륭하신 분 같아요. 저도 들어보니, 저 업체도 아이보 III 생산량이 딱 정해진 덕분에 오히려 다른 해외 쪽 시장에 더 도전했다고 해요. 그 덕분에 정말 대박쳤데요. 만약 토토빌테크 입장만 생각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에요.”
강호정도 고개를 갸웃했다.
“가만 그러면 민혁 형이 한 생산 제한 때문에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말이에요?”
“그러게 말하더라고요. 이사님이 다 그런 것을 배려했겠죠. 굳이 아이보 III 생산을 무리하게 늘여서 문제를 만드는 것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욕심 버리고, 오히려 완성도를 추구한 거죠. 저도 듣고 나서 너무 감동했습니다.”
“크흠.”
당연히 이민혁이 그런 것까지 생각했을 리는 만무했다.
그는 모든 것이 적당한 것이 좋다고만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급 효과를 최대한 제약하기 위해서 한 일이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오히려 그런 일을 오히려 찬양하는 분위기였다.
“밥이나 먹죠.”
“형.”
“고마해!”
“이상해요. 아니 지금 사실을 말하는데, 왜 그렇게 난감해하세요. 이번 일은 저 역시 정말 느낀 것이 많다니까요.”
“칭찬도 자꾸 들으면 피곤하다. 나 그런 것 더 듣고 싶지 않아.”
“역시 민혁 형.”
“.......”
이민혁도 한 번 강호정을 째려봐 준 후에 힐끗 부드러운 정지민 시선을 다시 보자 그냥 먹던 돈까스나 집중했다.
다만 그 역시 식당에 있던 다른 이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듣자 머리가 지끈했다.
그들 역시 강호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보면서 안명수 정권에 대한 칭찬으로 바뀌었다.
그 정점은 역시 엔비 소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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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은 어떻게 보면 안명수 정권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그 중심이었다.
안명수 정권 역시 실제 여론에 대한 결과를 알고 싶었고, 중소 기업의 현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이제까지 진행한 내수 진작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첫날 토론은 역시 기존 중소기업의 현 상황이 집중 되었다.
당연히 이 결과는 좋았다.
아니 최고였다.
토론회 분위기는 후끈 열기가 더해갔다.
하지만 역시 지속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이 굴뚝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간간히 북핵 문제나, 아니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제 이야기도 나오기는 했다.
이 부분은 안명수 대통령도 답변을 피했다.
“잘 아시겠지만 록히드 마틴은 미국 방산업체입니다. 미국 정부의 입김이 꽤 작용합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지분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좀 양해가 필요해요.”
“아니 그러면 그 아르 돔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미국 상원에서는 아르 돔을 전략 자원으로 지정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그것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꼭 우리나라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다른 정부 역시 난리니까. 이스라엘만해도 지금 계속 불협화음이 나오는 중이니까.”
이스라엘 경우에는 기존의 아이런 돔이 문제였다. 록히드 마틴에서 보여준 아르 돔은 이 기존 돔보다 더욱 완벽했다.
당연히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하지만 미국 상원에서 아직까지 방침을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
록히드 마틴 지분과, 엔비 소프트의 원천 기술 때문이었다.
최근 와서는 어느 정도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다.
영업은 미국 정부에서는 하는데, 정작 이익은 엔비 소프트가 다 먹었다.
더 심각한 것은 바로 핵심 기술이다.
정작 그 내부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것은 결국 엔비 소프트 도움을 얻어야 했다.
이것은 이것대로 또 문제였다. 미국 정부에서는 아직까지도 아르 돔이 어떻게 동작하는 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만약 이 시스템을 설치하는 경우에 그 시스템을 운영하게 되면 나오는 중요한 데이터나, 기밀 자료가 전부 엔비 소프트에 다 넘어갔다.
미군 병력은 사막에서 죽으라고 생고생하는데, 엔비 소프트는 날로 그것을 그냥 다 먹는다.
세상에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안명수 대통령도 이것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 계속 일주일 한 번 꼴로 시달리는 터라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말았다.
‘이런 이야기까지 할 수는 없겠지.’
사회자는 계속 갑갑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냥 손 놓고 두고 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북핵 문제에 대한 대안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역시 미국에서 스토킹당하는 입장인데, 북한 애들 입장을 모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