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이민혁-950화 (950/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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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이민혁도 눈살을 찌푸렸다.

“너 스스로도 이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거야.......”

이민혁이 슬쩍 보여준 것은 이전에 강호정이 한 말과, 행동을 녹화한 동영상이다. 지금 말도 같이 포함되어 있었다.

“으음.”

강호정 표정이 이상야릇하게 변했다. 그 역시 말도 안 된다는 소리가 혀끝에 멤 돌았지만 문제는 과거의 그 결과였다.

“하아, 좋아요. 그렇다고 하죠. 이게 왜 문제가 된다는 말씀이세요?”

“주가가 폭락하겠지.”

“네?! 서, 설마요?”

이민혁은 굳이 더 자세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지금부터 주식을 대량 정리하는 것이 좋겠구나. 문제는 타이밍인데, 그게 시점이 좀 묘하잖아. 골치네.’

***

대우증권 김성인 이사는 요즘 들어서 정말 세상 살맛났다.

단순히 엔비 소프트 투자 대행 때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명성이다.

그것을 통해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했다.

그들 중에는 단순히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심지어 미국 투자자도 있었다.

그들이 한 투자 금액은 기존의 내수 고객과는 차원이 달랐다.

수 백 억이 오가는 것은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고, 심지어 요즘은 수억 달러 돈도 투자를 맡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고객을 만나서 적당히 대접하고, 타협하는 일이 늘 즐거웠다.

최근 대우 증권 신입 공채에 살인적인 경쟁률이 몰린 것도 다 연장선이다.

‘5,000대 1일이라니.’

불과 30명을 뽑는 공채에 무려 15만명이상이 지원한 결과였다.

이제 이사 그 위에 직급도 꿈은 아니었다.

회사 매출에 큰 영향을 준 덕분에 그 역시 그 혜택을 볼 것 같았다.

하지만 김성인 이사도 다른 고객과는 달리 한 고객은 따로 특별히 처리했다.

그에게 전화가 오면 하던 일은 올 스톱이었다.

오늘 미팅을 잡은 한 고객에게 곧 바로 사과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죄송합니다.”

그냥 휑하니 사라지는 김성인 이사.

고객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다행이라면 그 대행이 한 가지 사정을 말해주었다.

“저희 고객인 엔비 소프트 측에서 미팅을 요청한 겁니다. 이해를 좀 부탁드립니다.”

“아, 여기가 엔비 쪽 투자 대행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저게 그것 때문입니까?”

“물론입니다. 한 번 투자할 때 규모가 보통 조 단위를 넘어가서요.”

“헉?!”

화를 내려던 고객도 입을 딱 벌렸다.

도저히 자존심을 세울 상대가 아니었다.

다만 옆에서 지켜보는 많은 대우 증권 담당자는 눈빛을 반짝였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저럴까?’

***

“으음.”

김성인 이사의 안색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아직도 쇼크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강호정도 같이 참석했다. 그 역시 충격 받기는 매 한 가지였다.

“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주식을 정리해야겠어요.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김 이사님이 그 목록을 한 번 파악해보세요.”

“어, 얼마 정도를 매각하시려고요?”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전량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네?!!!”

김성인 이사는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엄청난 규모가 상상이 잘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성 전자만 해도 이미 수십 조 단위였다. 전 세계 엔비 계열사 지분을 다 합치면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조차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매각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저, 저기, 이, 이사님, 그, 그렇게 일방적으로 다 팔면 세금이 엄청날 겁니다. 올해 낸 세금은 비교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이민혁도 ‘세금’ 이야기가 나오자 눈살을 잔뜩 구기고 말았다.

그 역시 정확한 세금 규모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양도소득세 기준만 잡아도 수 십 조는 가볍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다시 주식을 재매입하게 되면, 또 그 사이에 세금이 나온다.

그런 점도 감안해야 했다.

더욱이 문제는 지금 엔비 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기간이다.

그 기간이 짧아서 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러니까요. 일단 취사 선별을 해야 하니, 그쪽에서 한 번 전체적으로 다시 검토를 해보세요. 그 보고서를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강호정이 결국 끼어들었다.

“혀, 형, 저, 정말 그 주식을 다 팔 거에요?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요? 주식은 아예 접는 거에요?”

이민혁은 쓴 웃음을 지었다.

“주식하다보면, 살수도 있고, 팔수도 있잖아. 너 말은 주식 사면 괜찮고, 팔면 이상한 놈이 되는 것 같아.”

“하지만 물량이 너무 많잖아요!”

그는 단호했다.

“한 주던, 일 억주던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거야 투자자 마음인 거야.”

“휴우.”

강호정도 뒷골을 잡은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김성인 이사도 더 설득이 먹혀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꼈다. 강호정에게 하는 이민혁 이야기는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는 도저히 한 가지 의혹을 그냥 떨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주식 전량을 매각하시려는 겁니까? 무슨 합당한 이유라도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 경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 경기는 나름 상승세를 타는 중입니다.”

“그것은 말해줄 수 없습니다. 아니 앞으로 불경기가 닥칠 거라고 생각하세요. 뭐 그 정도면 적당히 설명이 되죠?”

“하, 하지만......”

그는 다시 이민혁에게 질문하려다가 그의 냉정한 눈빛을 보자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뭔가 있구나.’

***

사실 대주주가 되면 늘 주식을 그냥 홀딩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단기에 따라서 주가 변동은 늘 있다.

주식 대리하는 입장에서는 그 주식을 관리하는 것이 일이다.

샀다 팔았다면 하면서 시세 차액을 챙긴다.

오성 전자만 해도 그렇다.

엔비 소프트 기술이 하나씩 터질 때 마다 요동을 치면서 계속 오르락내리락한다.

60만원, 70만원, 다시 60만원을 반복하다가 간혹 대형 악재가 터지면 주가 수급 때문에 다시 밑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워낙에 엔비 소프트 영향력을 최근 받는 터라 곧 바로 반등해버린다.

그게 80만원을 돌파해서, 심지어 90만원까지 간 적이 있었다.

이민혁 회귀 전의 오성 주가가 고작 35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변화폭이 아닐 수가 없었다.

엔비 소프트에서 매입한 오성 주가는 현재 대략 30만원 정도 안 팍이었다.

무려 300%가까이 오른 셈이다. 아니 지금은 다시 주가 변동이 있어서 이 이하로 떨어지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기간에 일어난 일이니, 실로 엄청난 결과였다.

총 보유한 주식수는 무려 오천 만주다.

최근 조정 국면을 거친 주가는 대략 80만원이다.

무려 40조였다.

대우 증권 내부에서 오성 전자를 담당한 직원 표정이 경악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저, 정말 40조를 전량 다 매각합니까? 노, 농담이시겠죠. 그 물량을 다 파는 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몰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니까.”

“아니 그렇게 결정되면 정말 다 매각한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렇겠지.”

“하,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코스피 전체가 요동칠 겁니다. 금감원이나, 다른 정부 기관에서 그냥 방치할까요?”

“그거야.......”

김성인 이사의 안색이 정말 좋지가 않았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지끈했다.

더욱이 엔비 소프트는 아남 반도체를 비롯해서 몇 종목을 더 보유 중이었다.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었다.

“저, 저기 이, 이사님. 아무리 다우지수라고 해도 엔비 계열사 주식을 다 매각하면 거기도 엄청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다우지수가 대폭락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는 않을 거야.”

“아니 그걸 어떻게 장담하십니까? 다들 엔비 소프트 때문에 최근 주식 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잖아요. 갑자기 그 많은 물량이 빠지면 다들 불안해하지 않을까요? 같이 투매할 수도 있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그냥 방치만 할까요? 당장에 저희들도 주가조작 협의로 미국 FBI 수사 대상이 될지 모르잖아요?”

“휴우.”

그 역시 더 이상은 답변하지 않았다.

충분히 가능한 스토리였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다우지수가 폭락하는데, 백악관이 그냥 방치할 리가 없었다.

따라서 매각도 일정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시장이 어느 정도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말이다.

따라서 이 내부 일정 관리도 중요했다.

“다들 입조심해야 하는 것 알지? 자칫하다가는 우리 역시 박살 나. 회사가 절단나면 자네들 역시 퇴출은 당연한 거야.”

“아, 알고 있습니다.”

그는 곧 바로 그들을 다독여주었다.

“너무 걱정 마. 이민혁 이사님이 무슨 이상한 경제 테러리스트는 아니잖아. 매각을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과정을 거칠 거야. 그것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따로 조사를 하는 거잖아?”

“휴우,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 일이 결코 그냥 대충 끝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설사 시장에 타격을 주지 않아도 한 가지는 정말 문제였다.

한 직원이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무슨 대공황이나 이런 거 오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야 말이 안 되잖아요.”

“입 조심 해!”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김성인 이사의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무시할 수 있는 주장은 아니었다.

만약 대공황에 준하는 사태가 온다면 이민혁 행동은 앞뒤가 맞다.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다시 검토해 봐. 그것을 통해서 결론을 내리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른 사업부 쪽에 연락해서 미국 증시나, 경제 상황을 다시 한 번 원점에서 체크해보라고 해. 사장님에게는 내가 따로 말할 테니까.”

“네.”

다들 서로 눈치를 보면서 곧 바로 자료를 들고 일어났다.

***

이민혁도 주식 매각 검토 관련 지시를 내려놓고는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역시 뒤늦게 오성 전자 주가를 비롯해서 코스피 지수나, 다우지수를 감안해야 했다.

지금까지 매입만하고 팔지를 않은 터라, 주식 물량이 너무도 많았다.

그 많은 물량을 일시에 매각하게 되면, 아무래도 눈에 띄게 마련이다.

‘조금씩 소량 매각해야 하나? 아니면 한방에 그냥 다 던져야 하나? 이거 골치네.’

어떤 형태로던지 다 문제였다.

다들 수상한 시선으로 이민혁을 바라볼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강호정 행동만 봐도 알 수가 있다.

평소와는 달리 늘 옆에 와서 계속 이민혁을 주시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역시 딱 한 가지.

“형, 그러면 제가 가진 주식도 다 팔아야 하는 거에요?”

이민혁도 쓴 웃음을 지었다.

“그거야 너가 결정해야지.”

“아니 지금 형 하는 행동을 봐서는 뭔가 있잖아요. 그렇지 않고야 그런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할 이유가 없어요.”

“그렇게 보이니? 너는 안 믿었잖아?”

“저도 안 믿죠. 하지만 돈 문제는 좀 다르죠. 그것은 의견 대립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요. 더욱이 형 판단이 이제까지 틀린 적은 없으니까.”

“자식 모르겠다. 그것은 너가 알아서 해라.”

“저기 정말 그 모기지론 말인데요. 미국 경제가 그렇게 안 좋아요?”

“당연하지. 쌍둥이 적자도 문제지만 실상 가장 심각한 것은 중국이야.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경쟁력에 밀린 미국 중소기업은 다 망가지는 중이니까.”

“아니 그러면 우리 한국은요?”

“당연히 문제가 되지. IMF 때문에 실직한 이들이 타격이 크잖아. 그들 불만이 극에 달해서 지금도 사회 문제가 되니까. 안명수 정권의 정책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럴 뿐이야.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안 좋은 변화가 생겨났을 거다.”

“정확히 어떤 거 말씀이세요?”

이민혁도 굳이 이 부분은 숨길 이유가 없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탄생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표야. 이들을 상대로 무조건 퍼주기 정책 선심안을 내놓겠지. 이미 절망적인 사람들에게는 손해볼 일이 아니잖아.”

“에이, 일반인이 바보도 아닌데, 그런 애들에게 표를 줄까요?”

“일반인은 표가 갈리잖아. 하지만 절박한 저소득층에게는 생존의 문제잖아. 표가 한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 그런 포퓰 정치인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될 거다. 그게 자연스럽게 정치 트렌드가 되겠지. 쉽게 표를 얻을 방법이 생겼는데, 너 같으면 내 돈이 아닌 돈을 펑펑 써는 공약을 안 내걸겠냐? 그것도 자식에게도 나눠주지 않는 권력이 걸린 일인데?”

“으음.”

강호정 표정도 심각하게 변해갔다. 그 역시 이민혁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 아직은 선뜻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그렇게 될까?’

그도 힐끗 이민혁을 다시 쳐다보았다.

이민혁은 아예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강호정도 고민을 심각하게 했는데, 역시 지난 아픈 경험이 문제였다. 무려 100억 가까이를 그냥 훅하고 날렸는데, 그게 그냥 머릿속에서 사라질 리가 없었다.

‘역시 안 되겠다. 주식을 정리해야겠어. 애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줘야지.’

============================ 작품 후기 ============================

좋죠? 1년전에는 대종사 식견이 떨어져서 이렇게 쓰지 못했죠.

0. 지금 생각해보면 미국 모기지론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트럼프 말이 마냥 잘못된 것은 아닌 듯.....

1. 쓰지 못했다.

2. 썼다.

3. 확실히 많이 발전했다.

4. 아몰라.

5. 기타.

6. 쿠폰 대박.

오늘 회차는 이전 회차보다 좋다?

1. 그렇다.

2. 이전 회차는 비축분, 오늘회차는 새로 쓴 것임.

3. 오 그런 의미가.

4. 늘어지지 않으니, 반응이 확 다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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