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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아, 네.”
강호정은 사무실을 나서면서 이민혁 얼굴을 새삼 쳐다보았다.
그는 다른 일에 빠져서 그다지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허 참.’
이 기분.
뭐라고 해야 할까. 꼭 낙제점 맞고, 부모에게 회초리를 맞을 각오를 했는데, 오히려 그냥 가볍게 끝난 것 같았다.
‘형.......’
가슴 한 구석이 찡했다.
이민혁은 물론 보이는 것과는 생각이 좀 달랐다.
‘자식 이제 좀 정신 차렸겠지. 하여간에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냐. 하지만 이번 일은 어쩔 수가 없었겠지. 설마 이런 일까지 어떻게 예상하겠나.’
3장 벤처 투자
새정부 들어와서 특히 밀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공무원 부패 제거였다.
실제로 안명수 정권은 이 관점에서 조각을 진행한 바 있다.
결격 사유가 있는 이들은 아예 청문회에서도 이미 다 걸렀다.
걸린 이들은 전부 낙마시킨 것 역시 말한 것도 없었다.
거기에 제도적인 정비 작업 역시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민혁이 직접 도와준 터라 꽤 많은 정리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사태였다.
청와대 역시 발칵 뒤집혔다.
안명수 대통령은 이 일과 관련해서 직위여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발본색원할 것을 지시했다.
“부패에는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
결국 감사원이나, 국세청, 정부 대출 기관이 졸지에 폭탄을 맞았다.
대대적인 감사가 착수되었다.
그 대상에는 그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주로 드러난 것은 역시 공사 발주나, 물품 구매와 같은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잘 드러나지 않은 부분인데, 이번 특별 감사 덕분에 하나 둘씩 밝혀졌다.
심지어 은행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금감원에서 아예 따로 특별 팀을 꾸려서 내사에 착수했다.
이렇게 되면서 정작 그 피해를 본 것은 뜻밖에도 IT 업체였다.
최근 그나마 IT 기업 자금난이 해소되는 중이었다.
감세 정책 돌풍이 이제 서민 경제 전반적으로 스며드는 상황이었다.
벤처 신화에 후보로 이름을 오리는 기업도 계속 늘어났다.
자금이 몰리면서 유동성 위기는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정부 감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자 상황이 또 바뀌었다.
혹시라도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몸을 사렸다.
정부 기관 대출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작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바로 엔젤 투자자다.
그들 역시 구린 구석이 없을 수가 없다.
특히 세무서나, 국세청과 관련해서는 특히 더 심했다.
이들이 슬쩍 몸을 낮추자 은행 역시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기존에는 벤처 실적만 보고 어느 정도 투자하는 일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안명수 정권도 막 밀어붙이던 개혁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여론 역시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잖아. 좀 적당히 하자!”
안명수 대통령의 원칙에 입각한 행동이 맞기는 했다.
다만 이제 겨우 내수 경제가 살아 돌아가는 중이었다.
이런 차에 해머로 내수를 내리치는 형국과 비슷했다.
그 역시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민혁은 고개를 내젖고 말았다.
‘참 어렵다. 어려워.’
***
이민혁도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가 아는 바로는 IMF 이후 양극화 현상이 극도로 심해진다.
IT 벤처 몰락이 가속화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 시점이 실상 펀딩받은 돈이 고갈되면서 힘들어지는 시기였다.
은행 역시 기존과는 달리 특허 여부 심사라는 방향과는 달리 실제로 회사 매출이 있는 지부터 따지고 시작하였다.
실체가 없는 벤처 기업의 경우에는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 회사가 파산하면 그 손실을 은행이 떠 앉아야 했다.
그나마 내수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그 상황이 바뀌었다.
은행도 정부 압박에 못 이겨서 어쩔 수 없이 투자를 늘여왔다.
이 상황에서는 원칙대로 하기 힘든 구석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갑자기 부패 박멸을 주장하면서 후려치자 내수 경제는 사늘하게 식어버리기 시작했다.
강호정은 이 안건 때문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죄송해요.”
“이미 지난 일이야. 앞으로가 더 중요하잖아? 잘 좀 해 봐라.”
“네?”
“어라? 너 이 일이 끝인 줄 알았냐?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끝장을 내 봐. 최소한 빵 조각이라도 썰여서 먹든지!”
“아, 알겠습니다.”
후다닥 뛰어나가는 강호정.
이민혁은 걱정 반 우려 반이었다.
‘도저히 불안해서 안 되겠다.’
“아르야. 호정 뒤를 한 번 체크해 봐.”
“네.”
***
강호정도 바보가 아니다. 그도 한 번 데여 본 터라 이번에는 관점을 바꾸었다.
수익성이 높은 업체를 한 번 찾아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대상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일단 제조 쪽은 마진이 그다지 높지가 않았다.
더욱이 중국 업체와 경쟁에 밀리는 터라 미래도 좋지가 않았다.
아니 중국과 싸워서 수익을 내는 업체가 그 핵심이었다.
자연스럽게 보게 된 아이템 중에 하나는 역시 의료 기기다.
메디슨 성공을 그 롤모델로 삼았다.
아르 메드를 통해서 성공했으니, 그 자신 역시 그렇게 하면 된다고 보았다.
이민혁 역시 강호정 자료를 뒤에서 해킹한 터라 그 결과를 확인했다.
‘제법인 걸? 오호, 주름살 제거 장비라, 나쁘지 않겠어.’
***
주테크가 개발하는 장비는 일종의 피부 관리에 탁월한 레이저 장비다.
이 기기는 주름살 부위를 마비시켜서 피부를 팽팽하게 만드는 보톡스 주사와 용도가 비슷했다.
다만 그 방식이 330nm 파장 레이저를 이용해서 콜라겐 재생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다른 기기와는 또 다른 강점이 있다면 냉각 시스템을 이용해서 피부 표면을 우선적으로 온도를 낮추어서 통증과, 상처를 없앤 점이다.
따라서 기존에 고통 때문에 거부감을 느낀 환자 입장에서는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피부 모든 시술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임산부나, 근육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얼마든지 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민감한 피부를 가진 이들에게는 이 장비가 최적이다.
강호정 역시 합리적인 추론에 따라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도 이번에는 그냥 말만 믿지 않았다.
“저도 해보고 싶어요.”
본인 스스로가 먼저 치료를 받아 보았다.
이 장비는 멜라닌 색소에도 영향을 주지 않은 기능이 있다.
따라서 잔털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
강호정 역시 최근 스트레스 때문에 주름이 좀 생겨나 있었다.
그 주름이 완벽하게 제거가 되었다.
“이미 국내 승인은 다 끝난 상황이고, 미국 FDA 승인도 얼마 있지 않아서 나옵니다. 저희 회사는 중국의 저가 기기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실제로 이 기기와 관련된 특허만 해도 무려 50건이 넘었다.
아예 이 기기와 관련된 모든 기술에 대해서는 베끼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적지 않은 업체에서 투자 협의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그들이 굳이 엔비 소프트에 저자세로 나올 필요는 없었다.
강호정도 그런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좋습니다. 아마 좋은 소식이 갈 겁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투자자보다는 엔비 소프트가 확실히 나으니까요. 저희 회사에서 원하는 경영권 불간섭이 우선입니다.”
당당하고도 패기가 넘친 모습이다.
부패한 기업 사장이 보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강호정도 이번에는 확신했다.
‘이번에는 틀림없어.’
***
이민혁도 자신에 넘치는 강호정 모습을 봤고, 실제로 쿨하게 허락했다.
“이번에는 보고서 제대로 만들어서 올려 봐.”
다만 그 역시 걱정은 걱정이었다.
또 강호정이 사고칠까 염려했다.
그가 보기에도 주테크는 크게 염려가 될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피부와 관련된 부분은 따로 한 번 조사했다.
아니 정확히는 아르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르는 아르 메드에게 다시 서브 지시를 내렸고, 관련 자료는 곧 차곡차곡 올라왔다.
빅데이터에 쌓이는 그 정보는 생각한 것보다는 좀 많았다.
아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올라왔다.
지금도 말이다.
‘정말 끔찍하군.’
이것을 다 봐야 할까? 아니면 보지 말아야 할까?
아마 전생의 이민혁이라면 그냥 패스하고 넘겼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민혁은 좀 다르다.
그는 최소한 강호정을 위해서라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에고, 모르겠다. 아 정말 손 진짜 많이 가는 놈이라니까.’
***
피부 주름 근원은 역시 피부 노화와 관련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노화가 그 근원이다.
이 외부 인자에는 자외선과 같은 요인 역시 무시하기는 어렵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피부에 생기는 변화는 구조별로 차이가 있다. 표피와, 멜라닌 세포도 여기에 일부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피부 세포에 저주파, 고주파, 초음파를 적절하게 가해서 어느 정도 처리가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기기가 바로 초음파와, 고주파였다.
아르 메드가 보여준 빅데이트, 아니 실제 임상 결과에는 이 과정에 대한 자료도 있다.
단순히 자료만이 아니라, 레이저가 어떻게 인간의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지도 보여준다.
레이저 치료에 따라서 피부 세포가 일어나는 현상 자체는 인간이 볼 수가 없다.
아르 메드 역시 기존 임상 결과와, 그 데이터를 가지고 시뮬레이션할 뿐이다. 다만 이 결과들은 지금 현업에서 사용되는 결과가 그 기반이다.
단순한 예측과는 차원이 달랐다.
‘와우, 이런 것도 가능했나?’
이민혁조차 혀를 내둘렀다.
그 역시 아르 메드가 어떻게 변해가는 지 잘 몰랐다.
“아르야, 대단하다.”
“저도 잘 모릅니다. 이 관련 자료는 전부 아르 메드가 관리합니다. 제가 그런 일까지 관여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런가?”
“물론입니다. 각 아르봇들은 나름 독자성을 가지고 있고, 그 영역에만 집중합니다.”
당연한 일이다.
아르가 하려면 한다.
문제는 그렇게 했을 때 사용되는 로드다.
대한민국 전역에 있는 슈퍼 컴퓨터를 총 동원해도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각 의사마다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 때문이다.
그런 정보가 그냥 한 번에 서버에 다 올라오는 것이 아니었다.
아르 메드는 그런 의사들과 다이다이로 붙어서 작업을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생긴 빅데이터는 상상하는 것보다 더 엄청나다.
그 전문적인 영역만을 아르 메드가 따로 관리하기에 지금과 같은 일이 가능하다.
아르 혼자 아르 매트릭스를 포함해서 모든 빅데이터를 다 처리할 수는 없었다.
이민혁도 새삼 자신이 한 일이었지만 선뜻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건가?’
아니 그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필요한 정보만 볼 수 있는 그게 좋았다.
***
고주파나, 레이저 관리에 따른 결과는 생각한 것처럼 일괄적이지 않다.
여기에는 주파수 문제도 있지만 그 통전젤과 같은 물지도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각도나, 조명 역시 이 실험에 영향을 끼친다.
거기에 환자 특징도 관련이 있다.
피부 상태나, 주름 면적 역시 일정 부분 관여하게 된다.
실제로 아르 메드가 내놓은 자료는 피부 색소침착까지 전부 다 망라하는 복잡한 형태였다.
각각의 환자 치료 그룹군을 나누고, 거기에 따라서 그 호전 상태가 전부 다 달랐다.
단순히 고주파 장비로 실험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로 환자 상태에 따른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그게 과연 이 주테크 장비에서도 잘 적용되어 있는 지는 다른 문제였다.
다행이라면 강호정이 인증 과정에서 얻은 자료를 다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토대로 분석하면 된다.
예상한대로 몇 가지 문제가 나왔다.
그 사례가 너무 작아서 그냥 넘어간 부분이다.
‘부작용이라.’
***
이민혁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에 빠졌다.
그가 한 일이라면 그냥 일방적으로 처리해도 간단히 된다.
다만 이번 일 자체가 강호정 트레이닝 목적이 더 컸다.
과연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넘기는 지 보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한 가지가 좀 문제다.
부작용이 터져서 결국 환자에게서 소송이 걸리면 강호정 역시 그 영향을 받는다.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해도 엔비 소프트가 투자한 기업이 사고 쳤으니, 그 부분을 다시 걸고 넘어갈 인간은 많았다.
‘특히 지금 야당 애들은 안명수 대통령에게 이를 갈잖아. 아마 이 명분이라면 정치적인 반격으로 나쁘지 않겠지.’
좀 오버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
그는 때문에 이 안건을 어떻게 해야 할 고민하기 시작했다.
강호정은 당연히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사님, 어때요? 이번 기업은 나무랄 때가 없죠? 미국이나, 독일 의료 기기 업체에서도 이미 투자 협상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쪽에서 몇 가지 간섭 때문에 포기했어요. 우리 회사는 돈 따위는 필요 없다 이거잖아요. 이만한 기업이 어디 있겠어요?”
그는 슬쩍 한 마디 했다.
“부작용 같은 것은 없을까? 그런 점도 감안해야 하지 않겠냐?”
“하지만 이미 한국에서 승인이 끝났어요. 그런 것까지 우리가 신경쓸 필요는 없잖아요.”
“만약 부작용이 생기면, 그쪽 보다는 우리를 공격할 거다. 그래도 괜찮겠어?”
“에이, 형, 오버한다. 아니 그런 문제가 있다면 왜 지금까지 말이 안 나오겠어요?”
“글쎄다.”
그도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임상 부작용 건수는 작았다.
그것도 운이 좋아서 심각하지 않았다.
그 부분이 그냥 넘어간 이유다.
다만 역시 강호정에게 확실하게 해둘 필요는 있었다.
“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모든 투자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정 너가 잘 모르겠다면 자문을 구할 수도 있잖아. 차라리 그게 났지 않을까? 문제가 터져서 정작 손을 대는 것 보다는 말이다.”
“휴우,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