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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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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를 감싸는 뇌막은 경막, 지주막, 연막 3종류가 있는데, 이 중에 중간 막은 거미줄과 비슷해서 지주막이라고 한다.
따라서 뇌혈관에 출혈이 생기면 바로 이 지주막에 먼저 스며든다.
이 질병이 원인은 뇌동맥률 파혈이 대부분이다.
다만 이 원인이나, 병태 생리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선천선 뇌혈관이나, 동맥경화, 고혈압과 같은 것이 원인이 되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나이든 환자의 경우에 주로 고혈압이 그 원인이 되게 된다.
여기까지가 묵묵히 대기실에 앉아서 시간을 때우는 이민혁 설명이다.
강호정은 당연히 의혹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자, 잠깐만요. 아니 그것과 저 환자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씀이세요?”
“좀 끝까지 들어봐라.”
다시 이민혁이 입을 열었다.
“병이 작은데 큰 침을 사용하면 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병이 나빠진다고 한다. 특히 풍부혈의 경우에는 이미 침끝이 수막에 접촉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 한의사의 역량이 중요하겠지. 보통은 침을 후퇴시키는 것이 기본이니까.”
이런 미묘한 부분을 아는 한의사조차 이 상황에서 이렇게 처리하는 이는 많지가 않다.
아는 것과 현실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민혁은 마치 능숙한 한의사라도 되는 양 설명을 계속했다.
“연수 혈관에 자상하여 손상이 일어나게 되면서 문제가 되지. 특히 고혈압과 지병이 있는 환자가 자칫 쇼크를 받은 경우에는 지주막하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드믄 경우이겠지만.......”
“우와!”
진짜 놀란 강호정.
경악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일단 환자를 그냥 옆에서 본 것만으로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혀, 형은 한의학도 아세요?”
“글쎄다.”
이민혁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가 이것을 아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김명수 선생이 집필하는 책 원고를 미래에 봤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것을 가지고 작업까지 했다. 책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달달 외울 정도로 기억했다.
이것 자체가 원래는 한약을 이용한 신약 개발 때문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당시 절박한 상황이라서 이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다 잊고 있었지만......
이곳에 오게 되자 옛 기억이 다시 저절로 떠올랐다.
김명수 선생 역시 급한 일을 다 처리한 후에 이민혁 앞을 지나가다가 이 대화를 들었다. 그 역시 놀라기는 매 한 가지였다.
“허어, 그러면 내가 무슨 치료를 한 것인지도 아는 건가?”
“중부는 금불가구라고 했습니다. 원칙에 맞는 처방을 통해서 자극을 일단 없앤 것이겠죠. 애초에 침을 잘못 사용한 것이 문제였으니, 그게 정답 아니겠습니까?”
“호오. 자네 혹시 한의대 다니는 건가?”
하지만 그도 말을 해놓고도 아차했다.
한의사도 저런 지식을 바로 환자를 통해서 적용가능한 경우는 흔치 않았다.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실력이 있어야 가능했다.
“아닙니다.”
이민혁도 멋쩍은 표정이다.
요즘 워낙에 잘 먹고 지내서 그런 지 나이가 앳되어 보였다.
김명수 선생도 뒤늦게 이민혁 주변에 있는 경호원을 발견하자 흠칫했다.
“재벌 2세라도 되는 건가?”
다소 실망한 눈빛이다.
대기업에 대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눈치였다.
이민혁은 물론 그 이유를 잘 알았다. 지금 이렇게 구석진 한의원을 꾸려가는 것도 실상 연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굳이 이런저런 말보다 자기 수첩에서 명함을 꺼내서 내밀었다.
“엔비 소프트 이민혁 이사?”
깜짝 놀란 김명수 선생.
그라고 해서 엔비 소프트를 모를 수가 없다.
그 막강한 기업도 기업이지만 그 기업 성장 때문이었다.
특히 이민혁은 그 역시 언론이나, 신문을 통해서 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가 많아서 다 믿지는 않지만 그 1/10만 어느 정도 맞아도 과거로 치면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였다.
“으음, 어쩐 일로 바쁜 신 분이 이곳까지 오셨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도 조금 전에 이민혁이 한 말을 떠올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앞뒤가 또 맞지 않았다. 이민혁이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뭐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한 것도 없지만 그 한의학 지식은 뭐란 말인가.
“잠깐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아 바쁘신 것 알고 있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그도 새삼스러운 눈으로 잠깐 이민혁 이모저모를 살피다가 곧 몸을 달렸다.
***
우리가 흔히 아는 바로 한의학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알고 있다.
침술 역시 마찬가지다.
고작 사람 몸에 바늘 하나를 꼽는데, 그게 무슨 리스크가 있나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침술을 통한 다양한 효과에 더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강호정이 아는 상식도 그랬다.
그는 때문에 기다리는 중에 너무 지루해서 이민혁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민혁은 오히려 단호하게 일축했다.
“좀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침술이 얼마나 위험한 건데,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네? 설마요?”
“너는 잘 몰라서 그래.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한의사라고 하지, 한약사라고 안 그러잖아. 이 분야도 나름 간단하지 않아.”
“에이, 조금 전의 그 일만 가지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그거야 재수가 없는 거죠. 지주막하출현이 생기는 그 원인도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
하지만 곧 다시 한의원으로 도착한 환자.
남자 환자였다.
추위에 부들부들 떨면서 제대로 몸을 추스르지도 못했다.
기침을 하는데, 주변에 있는 이들이 움찔할 정도로 심했다.
“콜록. 콜록.”
마치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이민혁이 슬쩍 일어나서 환자 상태를 살피다가 혀를 찼다.
“혹시 어제 침술을 받은 신 거 맞죠?”
“코, 콜록, 마, 맞습니다. 콜록, 서, 설마 이게 침술 때문이란 말입니까? 코, 콜록, 어제 출장 가서 그 근처 한의사에게 치료를, 콜록, 콜록.”
환자를 데려온 119 응급요원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아니 종합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여기에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걱정 말, 코락, 콜락.......”
생각한 것보다는 상태가 더 심해보였다.
김명수 선생이 다시 적기에 나타났다.
그는 환자 상태를 다급하게 환자 상의를 벗겨서 전중 옆 2촌에 침을 놓았다. 해수, 기역, 천급, 흉만도 해당이 되었다.
환자 기침은 곧 바로 멎고 말았다.
“!”
강호정은 경악해서 입을 딱 벌렸다.
그것은 119 응급요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당장이라도 호흡곤란으로 죽을뻔한 환자다.
아니 실제로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았다.
체온도 급격히 떨어졌고, 맥박이나, 호흡 역시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 환자가 고작 침술 몇 방 맞았는데, 정상이 호전된 것이었다.
김명수 선생은 다시 몇 번 환자를 확인하더니 나머지는 간호사에게 맡겼다.
“일단 경과를 두고 봐야 하니까. 혹시라도 이상이 있으면 다시 불러.”
“네, 선생님.”
강호정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다시 휴게실에 앉아서 신문을 느긋하게 살피는 이민혁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이민혁은 간단하게 일축했다.
“침술 부작용일 거다. 보통 신봉에 잘못 자침하면 저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마, 맙소사, 아, 아니 형이 그런 사실까지 어떻게 아세요? 설마 한의대라도 나오신 거에요?!”
“한의대라.......”
이민혁도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것은 김명수 선생 기억 역시 마찬가지였다.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그저 신문만 봤다.
강호정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
심장을 제외하고는 폐는 흉강을 가득 채우고 있다. 흉벽 자체가 얇아서 이 부분은 잘못 침을 쓰게 되면 당장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곳이다.
특히 폐가 상처를 입게 되면, 기체가 흉막강을 따라서 흐르게 된다.
피하로 흐르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피하기종이다.
여기에 최악의 경우에 감염까지 생기면 농기흉으로 발전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다.
신장, 신봉, 유부, 접근, 대포와 같은 혈에 자침할 때 주의를 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기흉의 경우에는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위치였다.
이런 환자의 경우에는 페니실린 외에는 별 다른 대안이 없다.
수술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고, 그 원인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 환자가 다른 병원에 갔다면 오히려 더 큰 곤욕을 치뤘을 수도 있다.
치료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경험하는 고통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김명수 선생이 간단히 한 처방은 간단해보이지만 깊은 한의학 때문이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환자 치료를 끝내고 나타난 김명수 선생은 간단하게라도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바로 강호정 때문이었다.
옆에서 이민혁을 못살게 구는데, 그 열정을 본 것이었다.
거기에는 이민혁에 대한 배려와, 호기심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민혁 이사님이 절 찾으신 겁니까?”
이민혁은 어깨를 으쓱한 채 커피를 홀짝이다가 힐끗 상대를 쳐다보았다.
전생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그가 새로운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 김명수 선생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김명수 선생은 냉담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도 없고, 제대로 결과가 없는 젊은 애송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한약이라고 해서 돈이 안 드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여러 가지 문제를 감안하면 들어가는 비용이 간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그랬던 것은 당시 어느 정도 인공지능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는 시점이었다. 그 기술과, 김명수 선생의 경험이라면 새로운 한약 부분을 개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할 수만 있다면 초대박을 칠 수도 있는 일이다.
지금 아르 능력을 본다면 실제로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 성능 일부를 보고 나서 김명수 선생도 태도를 바꾸었다.
하지만 그 일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때 끼어든 것이 한국 화이저였지. 당시에는 최민근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아. 데니스 그놈이 배후에 있을 수도 있겠지.’
김명수 선생도 당시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의 능력이야 명의로 유명했지만 관리 능력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반풍수가 집안 거들낸다는 말이 딱 적용되었다. 그는 결국 자기 의술을 이용해서 환자에게 많은 것을 베풀었지만 그 결과로 돌아온 것은 바로 한의원 적자였다.
이민혁을 믿고 같이 나름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한국 화이저가 중간에 다시 끼어들어서 이런 저런 압박까지 했다.
그런 중에 터진 사건이 바로 한 환자의 죽음이었다.
김명수 선생의 탓은 아니다.
다른 병원에서 부작용으로 고통 받던 환자가 이 병원을 찾았으니까.
시간적으로 김명수 선생은 잠깐 진료만 했을 뿐인데, 결국 죽고 말았다.
이게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것은 마치 김명수 선생이 오진해서 죽은 것으로 처리가 되었다.
이민혁은 지난 기억을 떠올리자 표정이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왜 그 일을 뒤늦게 떠올렸는지 스스로가 알 수 없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전생에서 경험한 일은 물론 그 자신의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최민근 패거리의 압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민혁은 그런 과거지사를 다 말할 수는 없었다.
말한다고 해서 믿지도 않는다.
김명수 선생을 이렇게 다시 만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더욱이 이민혁은 지금 김명수 선생이 처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새로운 신약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게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 일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게 저란 말입니까? 아니 전 한의사이지, 약사가 아닙니다.”
이민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신약 개념이 아닙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신약은 반드시라고 해야 할 정도로 부작용이 있습니다. 임상 실험이 오래 걸리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약이라면 다릅니다. 더욱이 어느 정도 그 본질은 아는 분이 주도한다면 또 상황이 다릅니다. 나머지 자잘한 문제들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선생님은 그 개척의 문만 열어주시면 됩니다. 물론 이 계약의 조건으로 선생님의 병원 부채와 같은 문제는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말입니다.”
“으음.”
김명수 선생도 신음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였다. 다만 그도 평소와는 달리 매몰차게 거절 못하는 이유는 상대도 상대 나름이다.
더욱이 조금 전에 보여준 그의 한의학 식견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어지간한 한의사라도 자신이 어떻게 처방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다른 의문이 더 많이 떠올랐다.
더욱이 이민혁이라는 대외적인 평판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도대체 이 친구 정체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