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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003
스파르타의 틴타레오스는 오디세우스에게 교섭 역할로 세웠고, 테살리아와 정전 협정으로 전쟁을 멈추고자 하였다.
물론 테살리아의 주력군과 스파르타군과 직접적으로 싸운 적은 없다. 그저 스파르타 병력은 메넬라오스의 지휘 아래에 아테네를 공격하고 있을 뿐이다. 틴타레오스는 당연히 자신의 나라에 적군을 들이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활약하고 있는 적군과 싸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제우스의 길잡이인 헤르메스까지도 개입한다는 것을 알게된 뒤부터는 결코 테살리아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리스 중부의 수십 개에 달하는 폴리스를 점령해버린 테살리아의 위험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틴타레오스로서는 전쟁을 더 이상 지속시킬 이유가 없었고, 아테네를 속국으로 두고 싶다는 고집까지도 던져버렸다. 아테네는커녕 스파르타 본국이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는데 억지를 부리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다, 틴타레오스 왕."
라에가르는 공격을 중단하고서 스파르타의 왕과 협약을 보았다.
스파르타는 정전 협정은 물론, 앞으로 그리스 중북부의 패권국인 테살리아와의 동맹을 요청하였다. 수백 명에 달하는 구혼자들이 그토록 탐내었던 그리스 제일의 미녀인 왕녀 헬레네를 테살리아에 넘기는 대신에, 그녀를 테살리아의 왕비로 삼을 것. 다시 말해서 본처로 삼으라는 의미였다.
라에가르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스파르타와 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그와 인접하고 있는 그리스의 남부 폴리스들을 견제하기 위함이었고, 이미 아테네를 점령하였으니 스파르타와 동맹을 맺는 것은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적어도 미케네의 아가멤논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는 매우 훌륭했다.
아가멤논은 동생 메넬라오스를 스파르타에 보내어 차기 왕으로 삼으려고 하였겠지만, 그 의도를 철저히 깨부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적어도 메넬라오스가 스파르타의 왕이 될 일은 없겠지. 헬레네 왕녀와 혼약을 나눈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스파르타의 왕위 계승권이 테살리아에 넘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살리아의 왕비는 저인데요!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는 몰라도 제 자리를 위협할 수는 없어요!"
키르케가 외쳤다.
대마녀께서는 아무래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도둑 고양이가 나타나자 심통이 난 듯하다. 그녀의 반응을 보던 라에가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왕비로 삼아준다는 말도 없었는데,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저러한 말을 하는 걸까. 물론 키르케가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동생 같은 아이에게 두근거리라는 것은 무리였다. 적어도 자신은 친부처럼 발정난 놈팽이는 아니었다.
"뭐, 진정하도록 하거라. 헬리오스의 마녀. 그저 혼약 협정이니 앞날은 모르지 않겠느냐."
산들거리는 은발을 길게 기른 아테나가 키르케의 머리를 짓누르며 말했다.
볼을 부풀리며 부당함을 주장하는 키르케를 달래주고 있었지만, 아테나 또한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키우고 가르친 하계의 왕이 인생의 반려를 맞이한다는데 섭섭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같은 아버지를 두고 있는 사이였으니 끈적한 관계로 단번에 발전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라에가르는 헬레네를 만나는 것도 잊고서는 곧바로 병력을 이끌고 철군 준비를 서둘렀다. 새신부를 소박놓는 모습은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일이 바쁜 와중에 개인적인 일로 시간을 허비시킬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적어도 라에가르는 국가적인 전쟁사업에 관해서는 게으름을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성실했다. 그만큼 국가에 있어서 전쟁이라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요소를 차지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테네로 회군한다. 지금부터 육지로 기어나온 대장 물고기를 다시 바닷물로 쳐넣어버리지 않으면 안 되니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지칭하면서 그를 다시 바다 속으로 밀어넣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신이라고는 하나, 인간의 몸으로 하계에 강림하여 제한된 힘 밖에 낼 수 없는 포세이돈은 그리 위협적인 적은 아니다. 신에게 규모 이상의 데미지를 입혀서 신계로 역소환시킨다. 신이 인간에 의해 패배하여 신계로 쫓겨난 일화는 드물지만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사악한 신을 토벌한 영웅의 일대기는 얼마든지 있다.
포세이돈은 분명 제우스, 하데스에 필적하는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신계에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하계에 강림한 신은 연약하고 나약하다. 적어도 인간보다는 강하겠지만, 그저 초인 급에 해당되는 존재일 뿐 절대만능의 강자는 아니다. 바다의 신이라 할지라도 테살리아의 속국이 된 아테네를 위협한다면 그 악의를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왕비 자리를 확실하게 해주세요!"
키르케가 찾아와서는 곧바로 다리에 매달렸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왕비 자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키르케의 모습에 라에가르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면 잔뜩 가지고 놀다가 잔혹하게 아내를 내다버린 남편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억울하다. 여자 관계가 난잡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키르케에게는 허튼 수작을 부린 적은 없었다. 적어도 나는 제우스가 아니다, 라에가르는 그렇게 생각하며 키르케를 달래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곧바로 풀어져버린다.
"흐응.... 뭐, 아직 왕비로 들인 것은 아니니까요."
"헬레네라. 그리스 최고의 미녀라고는 들었는데.... 고작 여자 한 명으로 전쟁이 일어나다니, 대체 어떻게 되먹은 나라인 거냐?"
"이상한가요?"
"당연하지! 전쟁이 일어나면 수천, 아니 수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는다고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 그런게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전쟁을 일으켜? 대체 어떻게 되어쳐먹은 경우냐?!"
테살리아의 왕은 필요 이상으로 격정적인 마음을 드러내면서 이번 전쟁의 문제성에 대해서 제기했다. 물음을 던진 키르케가 화들짝 놀랄 정도로 라에가르의 반응은 거칠었다.
그는 분노하고 있었다.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미쳐서는 가볍게 군사를 일으킨 폴리스의 왕들부터 시작해서 그 부하들에 이르기까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명분이 고작해야 여자 한 명. 그리스 최고의 미녀라고 할지라도 고작 그것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은 인류사에 길이 남을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될 것이다.
헬레네라는 여성이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지는 모르겠지만, 머저리 같은 구혼자들 때문에 전쟁에 참전해버린 병사와 그들 가족들이 지고 있을 고통과 부담을 생각하면 바보스러운 일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군주는 언제나 차분하고 침착하게, 그리고 냉정한 마음으로 국정을 다스려야 한다. 개인적인 감정과 사정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결코 용서받아서는 안 될 우행愚行일 것이다.
키르케는 아직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헬레네라는 여성에게 오히려 안쓰럽다는 생각을 가졌다.
혼약 협정을 통해서 라에가르와 혼인을 하게 되겠지만, 정작 테살리아의 왕은 헬레네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악감정, 까지는 아니다. 헬레네가 전쟁을 직접적으로 벌인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그에 개입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아름다움은 인간들을 현혹시키고 거대한 전쟁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결코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될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그것은 저주를 넘어서 재앙에 가깝다. 차라리 어느 냉탑에 평생 유폐를 시켜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한 탓일까.
키르케는 헬레네를 변호하고 나섰다.
"그, 그래도 혼인을 하게 될 테니까 얼굴이라도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얼굴을 보자마자 파밧! 하고 꽂히게 될 지도 모르잖아요?"
"만약에 내가 여자에 미쳐서 국정조차 보지 않게 된다면? 나는 여자에 미쳐서 나라를 망친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아. 그런 놈팽이는 내가 최악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류의 얼간이야. 헬레네라는 여자는 재앙이다.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될 존재라고."
라에가르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리가 아파졌다.
찬바람이라도 쐬면서 머리를 정리해야겠다.
아테네로 서둘러 귀환하여 포세이돈을 토벌한다.
지금 쯤이면 테베와 아르고스는 당연히 그리스 연합군의 수중에 떨어졌을 것이고, 아테네 또한 강대한 공격을 받고 있을 것이다. 아테네에는 5천 명의 시민 보병대가 상주하고 있었지만, 그리스 연합군에는 포세이돈이 있었기 때문에 계획에 어긋난 변수가 벌어질 가능성이 지극히 높았다. 아테네에 『지원군』이 도착하겠지만, 그저 그들의 지원을 기다릴 수도 없는 형국이다.
"저기, 테살리아의 전하.... 이신가요?"
잿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테살리아의 왕에게 다가섰다.
머리 위에 베일을 둘러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청초한 소녀였다. 그 체구가 키르케보다도 작다. 팔다리도 가늘고 피부도 창백해보일 정도로 새하얗다. 어느 남정네가 보아도 자연스럽게 보호욕구를 품을 정도로 귀여우면서도 아름다웠다. 아테나라던지 헤라와 헤스티아 등의 아름다운 여신과 자주 만나는 라에가르였지만, 베일 속으로 언뜻 비치는 소녀의 용모는 두 눈가가 크게 커질 정도로 눈부셨다.
잠시 시간이 정지했다.
정상적인 사고회로가 작동하질 않는다.
대체 어디서 이러한 미녀가 나타났단 말인가.
만약 지금이 해가 중천에 떠있는 대낮이 아니었다면 무심코 새하얀 달로 오해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누구?"
이런 미녀가 내 아내였으면 좋겠다.
라에가르는 처음 보는 이 미녀를 테살리아의 왕비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다.
처음 보는 소녀에게 대뜸 왕비로 맞이하고 싶다고 발언해버린다면 주변 사람들에게서 "점잔 떨더니 역시 이 새끼도 제우스의 아들 새끼였구만!" 이라는 말을 듣겠지만, 지금은 모든 자존심을 벗어던지고 이 소녀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품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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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겜이자, 희대의 고인물겜이라는 롤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배치고사를 봐야하는디.
이 소설은 그렇다고 쳐도, 북큐브에서 연재하고 있는 소설은 비축본이 없어서 오늘까지 원고를 내야하는데.... 망했구만. 롤이 너무 재밌다. 오버워치도 하고 있고, 데바데도 해야하는데.
어째서 작가 새끼들이 원고료를 준다는데도 연재를 안 하고 띵가띵가 노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ps. 그래도 헌터x헌터 작가새끼만큼은 용서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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