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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성군-131화 (13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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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미스 해전

프시탈레이아 섬의 소유권이 이집트로 넘어가면서 전쟁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전략상 후퇴.

테살리아와 아테네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전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프시탈레이아 섬을 넘겨주었고, 이집트를 지원하기 위해서 뒤이어 도착한 그리스 연합 함대가 프시탈레이아 섬에 정박하면서 일단락되었다.

프시탈레이아 섬에 주둔하고 있던 분대 병력들은 무사히 퇴각, 그리스는 찜찜하게 여기면서도 프시탈레이아 섬을 점령하였다.

그를 두고서 총독 카엠와세트는 테살리아가 훌륭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며 꽤나 만만치 않은 적을 상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프시탈레이아 섬을 무리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병력을 희생시켰다면 어리석은 판단이라 비웃었을 것이다.

아테네 함대가 꽤나 상당한 전력을 가졌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깨달은 이집트는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침 동쪽에서는 트로이의 함대들이 집결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우리들은 살라미스 만의 입구에 해당되는 중요한 고지를 점령했다!”

아가멤논이 소리쳤다.

살라미스 만을 거쳐서 아테네로 상륙하기 위해서는 프시탈레이아 섬의 점령이 필수적이었다. 이집트 함대가 다소 피해를 입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피해는 아니다. 겨우 선견대들 중 몇 명이 당했다고 할까. 아테네와 테살리아로서는 사력을 다한 일전이었겠지만, 이집트에 있어서는 그저 작은 패배에 불과하였을 뿐이다.

“이대로 아테네까지 밀고 갑시다!”

“하지만 아테네로 들어가는 살라미스 만은 좁은 해로입니다.”

“대규모 함선을 가진 우리들이 애써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스 함선들은 비교적 다른 국가들의 함선에 비해 무겁고 치중이 깊다.

이집트 항해사들은 그리스에 비해서 항해술에 능통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리스 연합 함대의 절반 이상을 이루고 있는 미케네 함대의 대다수는 이번 해전을 앞두고서 급하게 편제된 것들이라 많은 해군들이 바다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대의 해전은 적의 예봉을 효과적으로 꺾어낼 수 있는 충각의 존재가 가장 부각되었는데, 그리스 함대에서는 이 충각의 존재가 매우 희박했다. 서로 아무런 협력과 대응도 없이 폴리스들끼리 편제된 것이라서 치중의 균형이 엉망진창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서 이집트는 단결된 한 국가의 해군 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합지졸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전력을 자랑했다. 메렌프타는 그저 선견대에 해당되는 전함들을 보냈을 뿐이지만 본대는 충각을 비롯해서 여러 함대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집트가 본격적으로 해전을 수행한다면 트로이와 테살리아 따위는 언제든지 쓸어버릴 수 있으리라.

아테네로 상륙한 트로이 장수들은 서둘러 아테네 지휘관들과 모여서 작전 회의를 펼쳤다.

가장 먼저 아테네의 총독 말버스가 입을 열었다.

“우선 우리들은 그리스와 이집트의 연합 함대들을 모조리 이 살라미스 만으로 처넣어야 합니다! 반드시!”

그 말에 트로이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꽤나 불가능한 말이기도 했다.

그리스 함선들은 무겁고 방향 전환에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좁은 해로에서 벌이는 해전에는 불리했고, 항해술 측면에서는 이집트의 해군들이 압도적으로 월등하였으므로 항해술을 최대한적으로 살릴 수 있는 넓은 해전이 유리했다. 그렇기에 말버스는 무엇보다 좁은 해로에서 적을 모조리 밀어 처넣고서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라에가르도 그 주장에 힘을 더했다.

“이건 유인전의 결과가 어떻게 이루어지냐가 관건이겠군. 애초에 살라미스 만을 전장으로 택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지. 대규모의 함대들을 모조리 좁은 해로에 처넣고서 격파해야 한다. 그것 말고는 승산이 없어. 넓은 바다에서 싸우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 노골적인 유인책에 적이 말려들어 줄 리가…….”

트로이의 전략가 헬레노스가 발언했다. 그리고 그 왕자의 뒤에는 총사령관 헥토르가 조용히 입을 닫고서 관전하고 있었다.

살라미스 만을 전장으로 택한 것에 대해서는 트로이도 찬성했다. 트로이는 자신들의 전력이 이집트에는 미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전력의 격차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좁은 해로를 택한 것이다.

반면 이집트 해군에게는 살라미스에서의 해전은 기껏 다 만들어 놓고서 방치하기만 해도 완성되는 작품에다가 괜히 사족이나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잘해봤자 어차피 본전을 거두는 것이었고, 실패한다면 모든 준비와 선택들을 망치게 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이집트가 조용히 살라미스 만으로 올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은 그리스와 이집트는 아테네를 가장 먼저 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테네를 노리려면 좁은 해로의 살라미스를 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과연 계속해서 이어질까?”

말버스의 말에 삐딱하게 대답한 것은 아이네이아스였다.

만약 그리스와 이집트가 아테네 공략을 포기하고서 뱃머리를 꺾어 트로이로 향해 버린다면 테살리아와 트로이 병력들은 트로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전을 벌여야 할 것이고, 에게해의 넓은 해로에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넓은 해로에서 싸운다는 것은 대규모의 병력에다가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이집트에 참패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의 카엠와세트가 정상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에게해에서 일전을 벌이려고 하겠지.

“우리로서는 조국이 노려진다면 당장에 후퇴할 수밖에 없어. 우리에게 중요한 건 조국이지 아테네가 아니니까. 애초에 우리들이 아테네의 살라미스 만에 집결하는 바람에 적에게 에게해로 이어지는 해로를 차단당한 것이나 다름없어.”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이네이아스의 말에는 틀린 점이 없었다.

지금 트로이 병력들은 에게해로 이어지는 해로를 이집트에게 차단당한 것에 대해서 두려움에 휩싸인 상태였다. 테살리아와 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그 산하에 위치한 아테네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집트가 트로이를 노린다면 어쩔 수 없이 병력을 돌려야 한다.

현재로선 전장의 주도권은 적에게 있다. 적의 결정에 따라서 상황이 변한다. 그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군사 회의를 이어 나가고 있던 도중에 전령이 도착했다.

“이집트의 좌익 편제들이 에게해로 나아가는 해로를 모두 봉쇄했습니다.”

“출로가 모조리 막혔습니다.”

“이걸로 우리는 살라미스 만에 갇혔군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다.

적을 좁은 곳에 밀어넣고서 그 퇴로를 막아버린다.

테살리아와 트로이는 좁은 살라미스 만으로 적을 끌어놓을 생각이었겠지만 오히려 구속당한 것은 그들이었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집트 함선들이 서로를 쇠사슬로 연결하면서 하나의 포위망을 구성해 버렸고, 모든 출로들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우리들이, 먼저 공격… 감행한다…….”

지금까지 고요를 지키고 있었던 헥토르가 말했다.

새하얀 백발을 가진 소녀는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무인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더욱 왜소하게 보였다. 성인 남성의 가슴팍에도 도달하지 못한 왜소한 체격을 가진 소녀는 우선적으로 트로이가 이집트 해군이 아닌 그리스 해군들을 공격함으로써 적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선공을 가해버린다.

적의 포위 진형이 완성되면 트로이와 테살리아는 진짜로 퇴로가 막혀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먼저 소규모의 함선으로 다수의 적을 공격한다는 미친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도박이다.

소수의 아군으로 다수의 적을 공격한다. 그것도 해전에서.

작은 소녀가 꺼낸 말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과격하고 위험하다.

트로이 장수들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아테네 지휘관들은 말도 안 된다면서 비명을 토해냈다. 테살리아 장교들은 꽤나 위험하지만 걸어볼 만한 도박이라면서 들뜬 반응을 보였다. 전쟁을 일종의 오락으로 여기고 있는 테살리아인다운 발언이다.

“그, 그건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만… 너무 무모한 선택이지 않습니까? 적도 우리들이 공격할 것이라는 선택지는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괜히 성난 벌집을 두드리는 것은 아닐지 의문입니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시잖아?”

말버스와 아이네이아스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였다.

아테네와 트로이. 그동안 서로 손을 잡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삐걱거리기 일쑤였다.

물론 라에가르와 헥토르가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란을 일으키진 않았다. 아테네에 있어서는 잔혹한 그리스로부터 보호해 준 은인이 바로 라에가르였기 때문에 충성을 다하고 있었고, 트로이에 있어서 헥토르는 살아 있는 전설과 같았기 때문이다.

라에가르와 헥토르는 선공론에 대해서 둘 다 동의했다.

“조금이라도 이길 확률을 높이기 위한 일이라면. 적어도 좁은 해안에서 아군의 모든 함대들이 격멸당하는 것은 피해야지. 언제나 전쟁은 도박이야.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아지는 방법을 고를 수밖에.”

“…방법이 그것, 뿐. 그렇기에…….”

일단 이집트 해군은 수가 워낙 많았으므로 해군을 둘로 나눠 한 선단은 테살리아-트로이 해군을 견제하고, 다른 해군으로는 펠로폰네소스의 그리스 육군을 실어 나르며 적의 후방을 교란하는 방법도 가능했다. 애초에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할 것도 없이, 별동대를 따로 보내어 트로이 앞바다를 공격한다는 가장 심플한 방법이 있었다.

병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룰 수 있는 전략의 폭이 증가한다.

그것은 최강의 육군을 가진 테살리아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략이다.

테살리아는 십만 대군에 달하는 최강의 육군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테살리아가 가지고 있는 희대의 고질병인 해전을 치르게 되면서 그 노골적인 약점들이 드러나고 말았다.

“차라리 포세이돈을 구워삶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에가르가 말했다.

물론 그 말은 어림도 없는 말이다. 애초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테살리아를 크게 증오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전쟁은 이집트와의 전쟁이었기 때문에 신화계의 주신들이 나설 수 없는 경우였다. 그리스 신들이 나설 경우, 이집트 신화계의 신들도 잇달아 참전하면서 신들끼리의 전쟁으로 발전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우스와 태양신 라는 신들이 전쟁에 나서는 것을 금지시켰다.

“뭐, 어쩔 수 없나.”

라에가르가 중얼거렸다.

이건 인간들끼리의 전쟁이다. 신의 도움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달갑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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