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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에는 연금술사가 산다-72화 (6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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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바캉스를 떠났다

“하아……. 하아…….”

조수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이 쓰러뜨린 연금술사를 보았다. 연금술사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손에는 아직도 연금술사를 때렸을 때의 묵직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순간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승리의 기쁨인지 끝을 맺은 허무함인지 모를 것이 속에서 왈칵 솟구쳤다.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 힘들어 양 손으로 어깨를 감쌌다. 무거운 적막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줄곧 침묵하던 잭이 다가와 조용히 조수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잘 했습니다. 이제 두려워 할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목소리는 편안한 저음이었고 겨울밤의 화롯불처럼 따뜻했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조수는 바닥에서 일어나는 후안과 조수를 보았다. 그들은 말없이 다가와 포옹했다. 세찬 심장 뛰는 소리와 고요한 침묵을 동시에 느끼며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껴앉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온기를 충분히 나눴을 때 그들은 비로서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들이 한 점으로 모였다. 조수는 성전을 이끄는 최후의 영웅처럼 엄숙히 선언했다.

“우리는 그동안 연금술사 씨에게 구박만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로써 그 악몽 같은 시간도 끝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은 움직임이 조수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었다.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으로서 존재하며 오롯이 우리의 가치를 지켜내고 영원토록 그 가치를 침벙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이 끝났을 때,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는 없었다. 환호 소리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그건 어떠한 말보다 강한 의지가 담긴 표현이었다.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끈끈한 유대가 그들에게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우리가 우리로서 존재하기 위한 필요의 일을 합시다.”

단번에 그룹의 리더로 부상한 조수가 운을 떼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우리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쁜 것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사태의 발단은 포거 나테르에게 있으며 우리는 그를 처벌함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복원시킬 겁니다.”

그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치졸한 복수극의 막이 올랐다.

9.

“와아. 담력 테스트라니 꽤 재미있는 이벤트를 생각해 냈군요.”

지금 시간은 밤 열 시. 연금술사와 포거 나테르는 어느 등산로에 서 있다. 연금술사가 배게에 얻어맞은 충격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조수는 레베카의 일행에게 담력 테스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준비는 벌써 끝내뒀으니 그들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연금술사는 산 속이라 길을 잃을 수도 있다고 반대했지만 그 나이 때의 젊은이들의 으레 그렇듯 레베카의 일행들은 호기롭게 승낙했다. 담력 테스트는 2인 1조를 이뤄서 시작됐다.

연금술사의 우려와 달리 담력 테스트는 대단히 안전하게 진행됐다. 길을 잃거나 다치는 사람은 없었고 출발점으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하나 같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연금술사는 도서관의 그 망할 놈들이 제대로 무언가를 준비했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끼며 마지막 조의 페어인 포거와 함께 출발했다. 출발한 지 오 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순조롭게 길을 걷는 중이었지만,

“위험해!”

연금술사가 다급히 외치며 포거의 몸을 밀쳤다. 포거가 비틀대며 본래의 자리에서 멀어지는 순간 간발의 차로 무언가가 날아와 바닥에 꽂혔다. 무엇이 날아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포거와 연금술사는 그것에 담긴 날카로운 살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급변하는 것을 느끼며 그들은 무언가가 날아온 쪽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주위가 갑작스레 밝아졌다. 얼른 주위를 돌아보자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색의 도깨비불 수십 개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했기에 포거와 연금술사는 절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머리 위에서 밧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위험합니다!”

먼저 위험을 감지한 포거가 연금술사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연금술사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지도 않은 채로 손을 위로 올렸다. 포거가 당황하며 연금술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순간 연금술사의 머리 위로 떨어지던 것이 손에 닿았다. 연금술사의 손에 닿자 얼음으로 이뤄진 송곳판은 급속하게 투명해 지더니 곧 형체를 잃고 쏟아졌다. 머리에 물을 뒤집어 쓴 포거가 얼떨떨한 얼굴로 연금술사를 보자 그는 씹어뱉듯 말했다.

“간단한 기술이지. ‘순간 변환’ 이라고 부르는 건데 말 그대로 물체를 변화시키는 거지. 얼음은 물로. 바위는 모래로. 불은 재로. 그다지 대단한 기술은 아니니까 그렇게 보지 말라고.”

포거는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호, 혹시 미스트 형님은 마술사이신가요?”

“아니.”

연금술사는 즉답했다.

“연금술사다.”

10.

“칫. 역시 연금술사. 이 정도 잔재주로는 안 되는 건가.”

굵은 가지 위에 올라가서 연금술사와 포거를 공격했던 후안이 망원경에서 눈을 떼며 혀를 찼다. 그의 옆에서 도깨비불을 만들어낸 잭이 초조해 하지 말라며 그를 다독였다.

“아직 기회는 많습니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마세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까요.”

“후우……. 그렇겠죠. 아직 기회는 많으니까 벌써부터 초조해 할 필요는 없겠죠.”

그 순간 주머니에 넣어뒀던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여기는 조수. 첫 번째 공격의 실패를 확인했습니다. 다음 스테이지로 이행합니다. 오버.”

“여기는 후안. 알겠다. 오버.”

무전을 끝낸 후안이 잭의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잭은 다음 스테이지로 이행한다는 말에 준비해 뒀던 비장의 무기를 등불 안에서 꺼냈다. 이쪽의 위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등불의 불은 꺼져 있었지만 수납 기능은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 안에서 얼음으로 만든 필살의 무기를 꺼내든 그들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부터 이걸 사용하게 되다니. 조수의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몸소 느끼게 되는 군요.”

“조수 씨도 벌써부터 이걸 꺼낼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너무나도 강적이라 어쩔 수 없었겠지요.”

그들이 꺼낸 무기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네오암스트롱사이클론제트암스트롱포. 묘하게 거부감이 느껴지게 생긴 그 무기의 포구는 정확히 연금술사와 포거를 노리고 있었다. 발사까지는 앞으로 15초. 후안과 잭은 카운트를 세며 그들의 끝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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