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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에는 연금술사가 산다-87화 (8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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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막스는 기사다

후안과 빈센트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빈센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확실히 무리들은 레브랑 게움에 마석이 묻혀 있다고 했었지. 마석이 쉽게 구하기 힘든 물건임을 감안하면 그들이 레브랑 게움에 숨어든 것도 이상하지 않아.”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군요. 그들의 목적이 마석의 채굴이라면 왜 굳이 사람이 많은 낮에 침입한 걸까요? 거기에 귀찮은 결계까지 치고서. 단순히 마석 채굴이 목적이라면 밤에 오는 편이 상식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을 텐데요.”

“확실히 그 부분은 이상하군. 생각해 보자고. 굳이 사람이 많은 낮에 레브랑 게움에 숨어들어 결계를 통해 외부의 간섭을 차단한 것은 분명 까닭이 있어서겠지. 어쩌면 그들은 마석 뿐만이 아니라 많은 수의 사람들까지도 필요한 걸지도 몰라.”

“그렇다면 대규모 마술의 제물이 필요한 걸까요?”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제물은 대규모 마술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마력을 충당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 마석을 채굴할 거면서 굳이 제물까지 준비해 두는 것은 이상하지. 혹시 마석을 이용했을 때의 실패를 대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마석이 가진 마력의 양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 마석 하나로 대규모 마술을 두세 번은 사용할 수 있으니까.”

거기까지 말했을 때 후안과 빈센트의 추리는 막다른 곳에 이르렀다.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다른 요소가 나타나서 그것을 뭉개버렸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정보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추리를 방해했다. 빈센트가 한숨을 한 번 쉬고 말했다.

“석연치 않은 점은 한 가지 더 있군. 보통의 결계는 안에서 바깥으로 또는 바깥에서 안으로의 이동을 막기 위해서 사용 되지만 이 결계는 안에서 바깥으로든 바깥에서 안으로든 그 두 가지의 이동을 모두 막고 있어. 안에서 바깥, 바깥에서 안, 이 두 가지의 이동을 모두 막는 결계를 친 건 무리들이 자신의 마술 실력을 과시하고 싶어서가 아니라면 분명 무슨 까닭이 있어서겠지. 그걸 알면 무슨 수라도 생길 것 같다만…….”

“……역시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겠지요.”

빈센트와 후안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컴컴한 동굴 속에서 탐험을 계속하다가 막다른 곳에 다다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가자니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빈센트는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투로 내뱉었다.

“그렇다면 역시 방법은 하나 뿐이군.”

“하나 뿐이라니요? 무슨 좋은 수라도 있습니까?”

“간단하고 명쾌한 수지. 우리는 무리의 계획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그들의 계획에 마석이 필수 요소라는 것만은 알고 있어. 그렇다면 우리가 무리보다 먼저 마석을 찾아내기만 해도 그들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지 않겠나?”

그건 너무나도 명쾌한 해답이라 후안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빈센트는 이상하게 그와 잘 어울리는 구식 스마트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한 후 후안을 보았다. 후안이 존경하는 상관과 마주한 신병처럼 각 잡힌 자세로 바로 섰다. 그가 물었다.

“그런데 마석은 어떻게 찾을 건가요?”

“으음?”

후안의 물음에 대한 빈센트의 반응은 상당히 신선했다. 한 쪽 눈썹을 씰룩이는 것 외에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조금도 없었지만 후안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자네는 대체 무슨 그런 걸 묻는가?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이상한 걸 묻는군. 당연히 자네가 찾아야지. 자네 마술사라며?”

“……아니, 제가 마술사라고 이상한 기대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아무리 마술사라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고요! 제가 마석을 찾아낼 수 있었다면 레브랑 게움에서 가드 일 하는 동안 진작에 찾아냈을 겁니다!”

상당히 일리 있는 반박이라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쉽게 수긍해 버리는 그를 보며 후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결국 마지막 방법조차도 실행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제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후안은 신경질적으로 발에 채이는 돌 하나를 걷어찼다. 그런 그를 보며 빈센트는 구식 스마트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럼 요전에 설치했던 마석 찾기 어플 ‘마석만 찾으면 당신도 벼락 부자!’ 를 써보도록 하지.”

“아니, 잠깐만! 이 인간아! 그런 걸로 찾아질 리가 없잖아! 어플 이르만 봐도 재미 삼아 만들어진 티가 팍팍 나는데?! 그리고 당신은 그걸 왜 깔았어?! 실은 속으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던 겁니까!”

“음? 이 어플을 무시하지 말지 그래. 이래뵈도 다운로드 수가 백만이 넘는다고. 그것보다 여기서 북동쪽으로 이백 삼십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마석이 있다고 하는데.”

“아니,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그런 거 믿지 말고 차라리 가드 중에 있는 마술사에게 부탁하는 편이……. 그러니까 목덜미 붙자고 끌고 가지 말라고, 이 인간아!”

질질질질질질질질. 후안은 글자로 표현하자면 그런 느낌으로 빈센트에게 끌려갔다. 끌려가는 도중에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저항했지만 빈센트의 힘이 생각 외로 쎄서 결국 쓸데없이 힘만 뺀 채로 사기 어플이 이끄는 곳까지 끌려가고 말았다. 중등부 남자 기숙사 건물 앞까지 끌려다닌 후안은 빈센트가 목덜미를 놓아주자 말자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빈센트 특유의 무신경함에 의해 죄다 무시 당했다. 그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 여기서 마석을 캐보도록 하자고.”

“여기서 나올 리가 없다니까! 마석이 무슨 고구마인 줄 압니까?! 캔다고 나오게?”

“웃차. 멸각.”

빈센트는 가볍게 무시했다.

“우와와와왓?! 땅바닥에 대고 그런 거 날리지 말라고요!”

“으음……. 회도.”

또 다시 가볍게 무시했다.

“하지 말라고요! 쓸데없이 구덩이만 만들고!”

“분소.”

결국 마지막까지 무시했다. 후안은 기사의 상징인 칠무를 가지고 땅바닥을 파내다 못해 떠내고 있는 빈센트를 보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는 그냥 이 생긴 거랑 다르게 벼락 부자가 되고 싶은 바보 기사를 내버려두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석을 찾기로 했다. 그런 그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던 중 미처 보지 못한 돌무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성대하게 엉덩방아를 찧은 그가 얼굴을 찌푸리며 바닥을 짚는 순간, 뭔가 엄청나 보이는 푸른빛이 바닥에서 올라왔다.

“어어? 어어어어어? 어어어어어어?!”

후안의 얼빠진 목소리를 들은 빈센트가 얼른 달려오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찾았구만, 마석. 오오. 역시 백만 다운로드의 어플. 오오. ”

“사기다! 이건 사기입니다! 이건 마석이 아니에요!”

“그럼 뭔가?”

“이, 이건…….”

후안은 땅바닥에 박힌 의문의 돌―본인의 말로는 마석 아님―을 보며 외쳤다.

“사파이어입니다! 네! 사파이어라구요!”

“오오. 그렇구만. 의외의 수확이구만.”

“그래요. 의외의 수확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오오. 사파이어. 오오.”

바보 기사 둘은 거대한 사파이어(마석 의혹 있음)를 밟고 서서 바보처럼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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