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도서관에는 연금술사가 산다-208화 (20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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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사랑의 쟁탈전을 벌인다

2.

연금술사는 솔직히 자신이 인기 있는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에게 고백을 받아 본 적도 없고 딱히 친하게 지내는 여자도 없다. 키도 보통이고 외모도 보통이며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번듯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자친구를 한 번도 못 사겨 본 것은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여자친구를 바꿀 정도로 인기 있는 남자는 아니었다.

연금술사는 그 모든 사실을 겸허히 인정한다. 자신은 그다지 인기 있는 남자가 아니라고. 그렇기에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이 소설 같은 일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

그러니까 건장한 남자 네 명이 자신에게 고백하는 상황 말이다.

“연금술사 씨, 오셨어요? 식사부터 하시겠어요, 목욕부터 하시겠어요, 아니면 저부터?”

“연금술사, 부엌에 식사를 준비해 뒀어! 따, 딱히 널 위해서 준비한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음식을 하다보니 너무 많이 남은 것 뿐이라고!”

“어머, 연금술사 씨! 저 여자는 대체 누구예요? 저 말고도 다른 여자가 있었던 건가요?!”

“흥! 그라는 니는 누군데? 우리 연금술사한테 친근하게 말 걸지 마라!”

연금술사는 일단 가지고 있던 봉지에서 감기약을 꺼냈다. 이게 다 감기 때문이다. 감기 때문에 헛것이 보이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황폐화되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 미친 놈들이 성정체성을 깨닫고 만 것이다.

연금술사는 얼른 포장지를 뜯고 알약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물도 없이 알약을 꿀꺽 삼킨 그는 목에 걸렸는지 가슴을 두드리며 컥컥 소리를 냈다. 그러자 조수가 얼른 부엌으로 뛰어가더니 물 한 컵을 들고 왔다. 그는 바닥에 주저 앉은 연금술사에게 무릎을 조금 구부리고 물을 건넸다. 연금술사가 기침을 하며 그것을 받아들려 하자,

“어머, 이 응큼한 남자! 어딜 보는 거예요!”

커억! 조수의 주먹에 연금술사가 바닥을 굴렀다. 덕분에 목에 걸린 약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연금술사는 얼얼한 볼을 부여잡고 외쳤다.

“미친 놈아, 보기는 뭘 봐! 내가 미쳤다고 네 가슴을 보냐?!”

“어머머머! 가슴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가슴이라고 말하는 것 좀 봐! 아주 응큼하다니까!”

이번에는 갑자기 후안이 뛰어나와 연금술사의 볼을 할짝 하고 핥았다.

“끄아아아아악! 내 볼이! 내 볼이!”

“이 맛은 거짓말을 하는 맛이로구나!”

“꺼져, 미친 놈아!”

연금술사는 후안의 두 발을 붙잡고 자이언트 스윙으로 그를 조수에게 날려버렸다. 후안의 단단한 머리가 조수의 명치를 때렸고 둘은 한 덩이로 엉켜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러다가 벽에 부딪혀 멈춰 선 그들은 커억 하고 숨을 토해냈다. 연금술사는 뚜벅뚜벅 그들에게 다가갔다. 잭과 좀비는 굳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조수가 후후 웃으며 씁쓸하게 말했다.

“여기까지인가…….

후안은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나는 살고싶어! 너와 함께!”

“조수!”

“후안!”

“아주 지랄났네, 지랄났어! 그렇게 서로가 좋으면 너희끼리 사귀라고, 이 미친 놈들아!”

연금술사가 내지른 주먹에 맞은 조수와 후안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등 뒤에 서 있던 좀비가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갑자기 연금술사에게 덤벼들었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어!”

“이 놈은 또 왜 이래?!”

좀비가 죽었습니다.

“어째 좀비 씨는 매번 나올 때마다 죽는 것 같은데요…….”

잭은 좀비의 명복을 빌었다. 벌써 세 명이나 당했지만 그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주먹을 꽉 쥐고 복수를 다짐했다.

“연금술사 씨!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을 가지고 논 당신에게 복수하겠어요!”

“오해할 만한 소리 좀 하지 마라! 내가 언제 너희들 몸과 마음을 가지고 놀았냐?! 물론 몸을 두들겨 패기는 했지만!”

“취향은 S였나!”

“그런 뜻이 아니야, 미친 놈아!”

어쨌거나 금방이라도 서로 맞붙을 것 같은 긴장감 속에 갑자기 방 문이 벌컥 열렸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레와 헬레나였다. 레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외쳤다.

“싸우면 안 돼요, 연금술사 씨! 그 사람들은 모두 연금술사 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런 거란 말이에요!”

연금술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패는 거다. 내가 미쳤다고 재네 중에 한 명이랑 사귀냐?!”

이번에는 헬레나가,

“저 바보들의 마음을 비웃지 마! 저 바보들은 진심이라고! 사랑에 빠진 남자의 진심을 비웃는다면 내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물론 남자랑 사겨도 용서 안 해!”

“그러면 뭐 어쩌라는 거야! 이 놈도 도서관에 들어오더니 정신 이상해졌구만!”

“하아?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

“설마 나 때문이라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 네가 멋대로 따라와 놓고 왜 나한테 소리치냐?!”

“그런 말이 어딨어! 자기가 꼬셔 놓고!”

“꼬시기는 뭘 꼬셔?!”

사랑 싸움이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 같은 분위기가 되자 도서관의 모두가 두 주먹을 꽉 쥐고 둘을 지켜보았다. 심지어는 2층의 왕마저 1층으로 내려와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허허, 젊음이구나.”

“젊음이 아니라 개판이지.”

모니카가 왕에게 핀잔을 날렸다. 그러나 얼굴은 씩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런 개판이 마음에 드는걸?”

모니카는 두 손을 들더니 머리 위에서 박수를 한 번 짝 쳤다. 가볍게 쳤을 뿐인데 그 소리는 풍선을 터트린 것처럼 엄청나게 컸다. 모두의 시선이 모니카에게 집중되었다. 그녀가 말했다.

“자자, 그만 싸우고 집중해 봐. 우리끼리 싸울 게 뭐가 있어? 그거 하면 되잖아.”

“그거? 그거라니 뭐?”

“주인님 그거 하자 낑낑 말인가요?!”

잭이 눈을 빛냈지만 모니카는 무시했다. 그녀는 찡긋 윙크하며 말했다.

“히로인 쟁탈전 말이야.”

“히, 히로인 쟁탈전?!”

“천하제일무술대회 같은 건가?”

“자신의 매력을 연금술사에게 보여주는 거야. 그리고 연금술사는 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한 사람을 뽑는 거지.”

연금술사는 물론 격렬히 반대했다.

“내가 왜! 내가 왜 미친 놈들 중 하나를 뽑아야 하는데!”

“자자, 첫 번째 대결 종목은 요리야! 다들 힘내?”

“안 한다니까! 내가 안 한다니까!”

연금술사가 격렬히 반대했지만 그는 살금살금 뒤로 돌아온 여랑과 흡혈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했다. 히로인 쟁탈전이 시작된 것에 기뻐하는 네 명의 바보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모니카는 가만히 서 있는 레와 헬레나에게 윙크하며 말했다.

“어때, 너희도 할 생각 없어?”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망할 것 같은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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