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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명가 만렙 신입사원-15화 (15/219)

# 15 회: 집안 단속? ㄴㄴ 단열부터 (5)

“젊은 친구 둘이 할머니 방 단열을 한다고 해서 말야. 요즘 애들답지 않게 마음이 얼마나 이뻐? 동생이 좀 도와줘.”

“형님. 오늘 이거 한 대가리로 그때 신세 진 거 전부 퉁 치는 겁니다?”

“사람이 야박하게······.”

“내 일당이 얼만데?”

“그래! 퉁 쳐! 그렇게 해!”

협상을 마친 김 반장은 현장부터 둘러봤다. 일단 팀 구성은 일반 잡부 하나와 화산 다닌다는 잡부 하나. 그렇게 총 잡부 둘이서 단열을 하겠다고 벽지부터 뜯어 놓았다.

“무슨 작업 하고 있었나?”

현장 파악을 마친 김 목수가 물었다.

“일단 사춤부터 하려고요.”

설건우가 창틀 샤시와 구조체 사이 얇은 미장면을 깨부수자, 창호와 구조체 사이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레탄으로 사춤 해 놓긴 했는데 띄엄띄엄 날림으로 시공이 되어 있었다. 이 사이 공간으로 냉기가 흘러들어 온 것이다.

“여기 우레탄 사춤하려고?”

“예.”

“후후. 이 친구 화산 직원이라더니, 역시 세세한 부분을 모르는구만!”

“예?”

“우레탄이 부푸는 건 알고 있지?”

“예.”

“잘 보라구. 지금 상태에서 우레탄을 쏘면 우레탄이 부풀 거 아닌가? 저 비좁은 틈에서 우레탄이 부풀면 과연 이 샤시가 버티겠나?”

‘난 또 무슨 말이라고.’

설건우가 싱긋 웃었다.

얼핏 들으면 김 반장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당장 눈에 띄지도 않는 웃풍 잡겠다고 설치다가, 바로 눈에 띄는 샤시를 망가트릴 수 있으니까.

“속을 안 채우면 냉기가 들어오지 않습니까?”

“어허, 이 친구 에프엠도 좋지만. 마구잡이로 채웠다가 샤시가 틀어질 수가 있어. 오래된 샤시는 더더욱 그렇지. 단열도 좋지만, 이 겨울에 창문까지 안 닫히면 어쩌려고 그러나?”

“하하. 샤시 망가지지 않도록만 채우면 되죠. 샤시 하자가 겁나서 단열 하자를 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 반장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흐음······ 말은 맞는 말인데, 딱 맞게 채우는 게 그게 쉽지가 않아서 하는 말이지.”

“보시죠.”

설건우가 우레탄 건을 연결한 다음, 앞서 뜯어낸 우레탄 틈 사이로 폼을 쏘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칙. 칙.

“형! 샤시 안 움직이는데?”

설명우는 아직 형에게 감정이 있는 상태라는 것도 잊고 방정을 떨다가 금새 머쓱해했다.

“아직 부풀어서 굳으려면 멀었으니까 지켜보지.”

김 반장이 말했다.

―치이이익. 치이이익. 칙. 칙.

설건우의 작업을 유심히 지켜보는 김 반장. 우레탄이 부풀어 굳는 데는 10분 남짓. 김 반장이 새시 위를 손톱으로 두드렸다.

―탁탁

둔탁한 소리. 이 소리는 내부가 꽉 찼을 때 나는 소리다. 설건우를 다시 보는 김 반장.

“자네, 진짜 계산하고 쏘는 건가?”

“예. 대충요.”

너무 고급 기술을 선보였나? 김 반장의 시선이 살짝 부담스러운 설건우.

“대단하군! 화산에서는 우레탄 시공을 이렇게 관리하나?”

“그야, 예. 뭐.”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전생 최 반장만큼 기술을 가진 기술자가 흔하지도 않고, 시공사로서는 당연히 꼼꼼히 작업하라 지시한다. 하지만 앞서 김 반장이 말한 이유로 현장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관리도 관리지만 사실 눈에 안 보이는 작업은 실제 작업하는 사람의 기술과 양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산을 어떻게 하지?”

“따로 공식이 있는 건 아니고요. 공간이 어느 정도 되겠다, 감이죠. 그런 다음에 부풀 거 생각해서 빈 공간 절반 정도 쏜다 생각하고 쏘는 거지요.”

김 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박의 여지가 없다.

“내가 화산 직원한테 우레탄 쏘는 법을 배울 줄이야. 허허······ 좋아. 오늘 현장 오야지(십장)는 자네로 하지. 난 뭐 하면 되나?”

“시켜도 되겠습니까? 저희가 뭐 해 드리는 것도 없는데, 맨입으로 일 시키기가 좀 죄송해서 말이죠.”

“해 준 게 없다니? 내 오늘 젊은 사람한테 크게 하나 배웠네. 뭐든 시켜 줘.”

“그럼······.”

“천장부터 뜯어내야 하지 않겠나? 천장 단열재 붙이려면 지금 있는 목상도 바라시(제거)하고 다시 짜야지?”

“예!”

“알았네.”

“명우 너는 벽지 제거 끝나면 폐기물 나오는 거 마대에 담아 버려.”

“알았어.”

―투닥! 투닥! 퍽! 퍽! 퍽!

천장을 가리고 있던 합판을 걷어내자 헐거운 바둑판 모양의 목상이 나타났다.

“일단 나가들 있게. 위험하니까.”

“쉬고 계세요. 제가 할게요.”

“이런 건 오야지가 하는 게 아니야.”

“예!”

―툭툭! 툭툭!

김 목수의 노련한 지렛대 스킬로 20년 넘게 천장에서 썩어 가던 합판과 목상이 쏟아져 내렸다.

―후두두둑!

“명우 넌 저 나무 조각들부터 치워.”

“이거부터 좀 하고!”

동생은 아직도 벽에 달라붙은 잔해와 씨름 중이었다.

“그래라.”

일단 폐기물들을 발로 밀어 구석으로 치웠다. 장판이 망가졌지만 상관없다. 다시 깔 거니까.

목상을 걷어내자 거푸집 자국이 선명한 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한 사람은 본드 마를 때까지 아이소 핑크를 밑에서 받히고 있어야 되는데······.”

“바닥에서 본드를 살짝 말린 다음 붙이면 되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이야. 떨어지진 않겠지만 벌어지는 건 감안해야 할 텐데? 내가 금방 받침 하나 만들면 되네!”

김 반장의 말이 옳다. 아무리 본드를 말린 다음 붙인다고 해도, 중력에 의해 천장 표면과 아이소 핑크는 벌어지기 마련이다. 단열재는 구조체와 바짝 붙일수록 단열 성능이 올라간다. 즉 받침을 대는 게 단열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이롭다.

남의 집도 아니고, 할머니 집이다. 설건우는 김 반장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어쩐 일인지, 설건우보다 김 목수가 품질에 더 열을 올리는 것 같았다.

조금 전 사춤 요령 때문에 자존심이 조금 상했던 모양이지?

“그렇게 하시죠! 저는 프라어머랑 본드 칠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하지!”

설건우와 김 반장 콤비가 순식간에 천장 단열 작업을 마침과 동시에 동생 놈의 벽지 잔해 제거 작업이 끝났다! 곧바로 새로운 목상 작업에 들어갔다.

“레벨기가 없는데. 어떡하나?”

천장에 석고 보드를 붙여야 하는데 기울어선 안 된다. 천장이 벽과 접하는 4면 모두 높이가 같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레벨기가 필요한 데 지금 없다. 그때 설건우가 기다란 호스를 가져왔다.

“물 레벨로 하시죠?”

“자네 이런 거 어디서 배웠나?”

“화산에서 배웠습니다.”

“허허······.”

물을 받아 놓은 대야의 수면이 일정하듯, 호스에 넘치지 않을 정도로 물을 채우면 양쪽 호스 입구에서 찰랑거리는 물은 언제나 같은 높이를 유지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서 네 군데 벽 모두에 같은 높이가 어디인지 표시를 할 수 있다!

“반장님이 기준 잡으시죠. 나머지 벽에 히로시(표시)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천장에서 얼마나 내릴까?”

“대충 300 정도 내리시죠?”

“알았네.”

“명우 너는 창고에 있는 다루끼 가져와.”

마침 창고에 각재가 있었기에 따로 사지는 않았다.

“다루끼? 아니! 왜 자꾸 일본 말을 쓰고 그래? 나 못 알아듣게 하려고 일부러 그래?”

“미안 미안. 각재 가져와. 저기 창고에 있는 각진 나무 작대기 말이야.”

“진작 그렇게 말하면 두 번 안 해도 되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동생이 가져온 각재를 둥근톱으로 잘랐다.

―위이이이이잉!

“420.”

“오라이!”

설건우가 치수를 불러 주면 김 반장이 각재를 자르고,

―타카! 타카!

김 반장에게 받은 각재를 타카 건을 이용해 벽체에 고정시킨다.

목상 작업 완료.

“후우! 이제 벽체 단열인가?”

“예.”

시계를 보는 김 반장.

“허허······ 순식간이구만. 자네, 정말 화산 직원 맞나?”

화산건설 직원이 아니라, 내장 목수가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하하.”

“알겠네! 30밀리 두 겹으로 붙일 건가?”

“예.”

“화산 다니는 친구라 그런지, 일을 제대로 하는구만.”

30밀리 두 장을 겹쳐 붙이면 그만큼 방 면적이 줄어들지만, 할머니가 방 안에서 뛰어놀 것도 아니고, 면적 확보보다는 단열에 초점을 맞춘 설건우 자체 설계였다.

“예. 할머니 방이니까요.”

“아이소 핑크는 내가 머리털 한 가닥 통과할 틈도 없이 붙여 주지.”

단열의 핵심은 밀폐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벽면이 매끄럽지 않다. 벽면에 아이소 핑크를 붙이기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다. 어설픈 실력으로는 아이소 핑크 사이에 틈이 크게 벌어지거나, 그 틈을 잡으려다가 벽과 아이소 핑크 사이 공간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단열 품질을 저하하는 요인이다.

* * *

조금 전 젊은 놈의 실력을 의식해서인지 김 반장은 오랜만에 자신의 스킬에 마나를 갈아 넣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전생 최 반장의 스킬을 고대로 이어받은 설건우에 비하면 반 갑자 정도 모자라지만, 김 반장도 틀림없는 A급 기공임엔 틀림없다.

“김 반장님 실력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캬! 에프엠으로 붙이셨네.”

“자네 같은 빠꿈이하고 같이 일하는데, 내가 대충 할 수 있나!”

단열재 즉 아이소 핑크를 겹쳐 붙일 때는 먼저 붙인 단열재의 틈과 나중에 붙이는 단열재의 틈이 겹쳐서는 안 된다. 그 틈으로 냉기가 침투하기 때문이다.

“건우야.”

아까 김 목수를 소개하고 갔던 철물점 사장이 다시 돌아왔다.

“예? 사장님? 어쩐 일이세요?”

“기왕 하는 김에 저 등도 바꾸는 게 낫지 않겠어? 내가 물건 팔아먹으려는 게 아니고.”

“하하! 제가 그 생각을 못 했네요!”

김 반장이라는 천군만마도 합류했겠다, 설건우는 일을 좀 더 벌려도 될 것 같았다. 전등 하나 가는 걸 일이라고 하기에 민망하지만.

“그래서 아예 들고 왔다. 자. 이놈으로 하면 될 거야.”

“예. 고맙습니다!”

“대신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예. 예.”

아이고, 철물점 최 사장님 참 집요하시네.

예상치 못했던 에이스의 등장으로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스피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설건우도 천장과 벽면 콘센트 연장 작업을 마치고 아이소 핑크를 붙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설건우가 벽 치수를 잰 다음 커터칼로 단열재 아이소 핑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보기엔 단순히 칼로 스티로폼을 자르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교한 손끝 스킬이 필요한 작업이다.

“자네 기술도 보통이 아닌데?”

“천천히 조심조심하는 거죠. 제가 반장님 실력만큼 할까요.”

“아까 사춤도 그렇고 아이소 핑크 자르는 건 또 어디서 배웠나?”

“현장에서 반장님들 어깨너머로······.”

“허허, 이 친구가 나를 바보로 아나? 내가 어깨너머 배운 기술이랑 제대로 배운 기술을 구분 못 할까!”

김 반장이 설건우가 방금 자른 아이소 핑크를 가져다 벽에 붙였다. 이음부에 틈새 하나 없음은 물론이고 더더욱 놀라운 건,

“허허! 이거 보라구! 이거!! 콘센트 자리 구멍을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맞췄어? 자네 사람이야? 기계야? 눈에 줄자라도 달렸어?”

“오늘 희한하게 일이 잘되네요. 왜 작업하다 보면 그런 날 있잖습니까?”

“노가다 신이 내려오는 날이 있긴 한데······.”

김 반장은 오늘 잡부 둘 데리고 대충 시간이나 때워야겠다는 마음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그저 설건우의 스킬에 놀라고만 있을 뿐.

‘저 아저씨 너무 놀라는데, 이거 서툰 척이라도 해야 하나······.’

“자네 화산만 안 다녔으면 바로 내 밑에서 일 시키고 싶구만. 아니지. 내가 자네 밑으로 가는 게 맞겠군.”

“당, 여어니, 당연히 제가 반장님 밑으로 가야죠.”

칭찬에 취해 하마터면 ‘당연하지’라고 대답할 뻔한 설건우.

방금 폐기물을 한 짐 버리고 온 동생이 설건우가 작업하는 모습을 힐끗 보며 나불거렸다.

“커터칼로 스티로폼 자르는 게 무슨 기술이라고······.”

원래 기공들이 작업하는 거 보고 있으면 한 번씩 해 보고 싶은 게 잡부 마음이다. 동생 놈도 잡부이니 응당 해 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을 터.

‘쉽지 않을 텐데······.’

슬그머니 커터칼을 내미는 설건우. 동생 놈 골려 줄 생각에 벌써부터 광대가 부풀기 시작했다.

“그럼, 니가 직접 잘라 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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