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안동 김씨를 잡다 (8)
다음 날에 나는 미행을 가기로 했다. 내관 김호중이 물었다.
“호위를 어떻게 하올까요?”
“이번에는 호위를 배로 늘리되 지난번처럼 그림자로 하라.”
만약에 있을 내 신변의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이제부터 안동 김씨와의 진검 승부에 들어가려면 신변의 안전부터 챙겨야 했다.
오후에 바로 김호중을 데리고 대궐을 나섰다.
나는 우선 곧바로 모자에 대한 소문부터 확인하기 위해 모자가 살던 초가를 찾았다.
“이게 무어냐?”
소문처럼 초가 안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세간이 깨지고 흩어져 마구잡이로 팽개쳐져 있었다. 내 명령에 호위 무사들이 초가 주변을 수색했다. 혹시나 모를 모자의 생사를 판가름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전하, 주변에는 아무도 없사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이게…….”
“전하, 소인에게 벌을 내려 주소서,”
모자를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해 김호중이 사죄하며 엎드렸다.
“이런 기막힌 세상에 내가 임금이구나…….”
나는 막막한 생각에 허연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
“호중아, 나는 누구란 말이냐. 내 백성 하나도 못 지키는 임금이 무슨 임금이란 말이냐.”
“전하……!”
도성 한양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늘하늘 내리던 눈이 함박눈으로 변했다. 기와지붕 위에도, 초가집 위에도 눈이 차별 없이 소복하게 쌓이기 시작했다.
“전하, 환궁하소서. 발이 시렵사옵니다.”
“아니다. 내 발이 시려운 게 어디 문제이더냐. 지금 어디엔가에서 모자는 맨발에 짚신에 언 발로 어디를 걷고 있을지도 모를 터인데?”
“전하…….”
김호중과 호위 무관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과인이 부덕하여 모자의 생사마저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했구나.”
“전하…….”
무관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운데 김호중이 소리 없이 울먹거렸다.
“전하, 사람을 시켜 모자를 반드시 찾겠나이다.”
“반드시 그리할 것이다.”
나는 한동안 비어 있는 초가집 앞에서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눈을 맞고 서 있었다.
“전하, 눈이 그쳤나이다.”
“가자꾸나.”
“대궐로 길을 잡으오리까?”
“아니다. 저잣거리로 가보자꾸나. 내 오늘도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봐야 힘이 날 것 같구나.”
나는 시전들이 늘어선 운종가로 방향을 틀었다. 함박눈은 그쳤지만 눈발이 아직은 흩날리고 있었다. 매운바람이 내 얼굴을 얼게 만들었다. 내관 김호중과 나를 앞뒤에서 호위하는 무사들의 얼굴도 차갑게 얼고 있었다.
조선의 겨울은 내 생각보다 훨씬 이르게 오고 빠르게 얼었다. 날씨 탓인지 지난번에 보았던 저잣거리의 활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상인들은 그대로였지만 행인의 수는 줄어 있었다.
“시장하다.”
“전하, 환궁하시오소서.”
추운 표정에 배가 고프다는 말에 김호중이 환궁을 강권했지만 나는 이전에 들렀던 주막을 다시 찾았다. 용하게도 나를 알아본 주모가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아들였다. 나와 김호중은 주막의 따뜻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주모! 여기 국밥.”
“전하, 어찌 이런 걸 드시려 하시나이까?”
“내게는 익숙하다.”
임금이 추운 날에 바깥에서 수라가 아닌 백성들의 음식을 스스럼없이 먹자 김호중이 울상을 지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국밥이 속에 들어가자 얼어붙은 몸이 한결 녹는 것 같았다.
항송해하는 김호중과 겸상으로 나는 국밥 한 그릇을 국물까지 뚝딱 다 비웠다.
밖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었다. 주모가 거지꼴을 하고 있는 모자에게 찬밥을 베풀 양으로 바가지에 든 밥을 내가고 있었다.
“그 무엇이냐?”
“걸인입니다, 선달님.”
겨울이면 식량이 떨어진 자들이 한양까지 올라와서 유리걸식을 하고 다닌다 하더니 그게 소문만은 아니었구나. 가슴 한편이 아팠다. 주모를 불러서 모자에게 따끈한 국밥을 제공할 것을 일렀다.
김호중에게 내가 일렀다. 모자가 밥을 다 먹은 후에 그들을 우선 궁으로 데려가라고 지시를 했다. 이후에는 어떻게든 살길을 열어 줄 참이었다.
국밥을 먹고 잠시 구들장의 온기를 느끼는 동안에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밖을 내다보는 순간, 그때였다.
“에구머니나!”
주모의 놀라는 소리와 함께 방문을 박차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 울음소리가 터졌다. 이어서 잘못했다고 비는 여자의 애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소리가 혹시 아까 그 모자 소리 아니냐?”
“그런 것 같사옵니다.”
“호중아, 알아보거라.”
밖에서 큰 소란이 일고 있었다. 방에서 추위에 언, 때 찌든 손으로 허겁지겁 국밥을 먹고 있던 모자를 한 무리의 장한(壯漢)이 들이닥쳐 마당으로 끌어냈다. 다짜고짜 사람을 끌어낸 장한들은 말리는 주모를 밀쳐 내고 모자를 주막 바깥으로 끌었다.
모자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람 살려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주모가 꾀를 내어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주막에 있던 몇 사람과 저잣거리의 행인들이 모여들었다.
힘 꽤나 쓰게 보이는 거대한 몸집의 남자들이 연약한 여자, 그것도 배가 불룩 나온 임산부에 어린아이를 함부로 끌고 가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앞을 막았다. 장한들이 험상궂은 인상을 쓰며 눈을 부라렸다.
“이놈들!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감히 나서느냐?”
“너희가 누구인데?”
“우리는 장동 대감 댁의 사람들이다!”
“장동?”
장동이라는 말이 나오자 사람들이 주춤했다. 장동이라면 안동 김씨 세도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었다.
“이놈들! 알았으면 얼른 앞을 비키렷다!”
위축된 사람들이 주춤거리며 앞을 비켰다. 그러다가 마침 그중 모자와 한 동네에 살아 얼굴을 알아본 사람이 소리쳤다.
“이 아낙 그 사람 아니야? 김좌근 대감 댁에서 매 맞고 죽은 천하의 그 효자댁?”
“뭐라고? 이 모자가 그 죽은 효자의 자식과 아낙이라고?”
“아이고. 맞네. 배 나온 것 보니 맞아. 그 모자가 맞네.”
“유리걸식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소문이 아니었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맞네, 맞아!”
천하의 효자가 대갓집에서 억울하게 매를 맞고 죽었다. 그리고 남은 부인과 그 자식은 갈 곳도 없이 쫓겨나서 빌어먹고 다닌다는 소문이었다.
그런데 그 소문이 사실로 사람들의 눈앞에서 확인이 되었다.
게다가 그 같은 장동의 안동 김씨의 수하들이 강제로 모자를 끌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장한들이 얼른 모자를 끌고 가려고 했다.
사람들의 눈빛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모자를 동정하던 눈빛이 장한들을 향한 분노로 변했다.
“야 이놈들아! 네놈들이 뭔데 사람을 함부로 끌고 가!”
“그래, 이놈들아! 뭔데 이 모자를 끌고 가려고 해! 문은 또 왜 박살 내! 얼른 돈 내!”
돈 이야기에 사람들이 일순간 웃었다.
주모까지 합세하자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이것들이……!”
백여 명으로 불어난 사람들에게 포위되다시피 둘러싸인 장한들이 사태가 점점 더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강하게 나왔다. 장한들 중에서 한 명이 칼까지 뽑아 들었다.
사람들이 어어! 하면서 뒤로 주춤거리다가는 이내 앞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네 이놈들! 썩 물러서지 못하겠느냐!”
칼로 겁박을 하면 풀릴 줄 알았던 길이 열리지 않자 장한들을 인솔하던 갓 쓴 사람이 앞으로 나서 호통을 쳤다.
“이놈들! 물러서지 않으면 큰 경을 치렷다!”
“경인지 종인지 뭐를 치는지는 모르지만, 거기들이 먼저 물러서는 게 낫겠소!”
사람들 가운데에 낡고 허름한 도포 자락에 삿갓을 쓴 사람 하나가 뒤에서 소리쳤다.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삿갓이 모자를 보호하려는 백성들을 보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
삿갓은 방랑 시인 김삿갓이라고 불리는 김병연이었다. 김병연의 옆에서 그의 양반 친구가 김병연을 말렸다.
“이 사람 난고, 나서지 말게.”
난고(蘭皐)는 김병연의 호다.
“왜 나서지 말라는 건가?”
“저들이 누군지 아는가?”
“누구인데?”
“바로 자네의 일가인 유관 대감 사람들일세.”
“저들이 금수들도 피해 간다는 고랑내 나는 김흥근의 개들이란 말인가!”
김병연이 일부러 모두 들으라는 듯이 크게 소리쳤다.
“어허! 이 사람 그래도?”
김흥근의 이름이 나오자 사람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장한들 중에서 우두머리가 소리쳤다.
“다들 알았으면 썩 물러서렷다!”
사람들은 김흥근이 두려운 나머지 길을 조금씩 텄다.
곧바로 들어온 김호중에게 내가 물었다.
“누군데 이 소란이냐? 그리고 방금 들은 음성이 모자가 맞느냐?”
“그렇사옵니다, 전하.”
“그런데 무슨 일이기에 네 얼굴 표정이 그러하냐?”
김호중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찬바람 때문만이 아니었다.
“전하, 유관 대감의 사람들이 방금 그 모자를 끌어가려고 하고 있나이다. 게다가 전하께서 찾는 그 죽은 효자의 처와 아들이 저 모자인 것 같습니다.”
“뭐라!”
나는 미간을 좁히고 급히 물었다.
“유관이 누구냐?”
“김흥근입니다.”
나는 다시 확인을 했다.
“김흥근? 그 김좌근의 사촌인지 육촌인지 하는 그 김흥근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저들이 김흥근의 사람들이란 말이지? 확실하냐?”
“그렇사옵니다, 전하. 저 중 우두머리는 소인의 눈에도 익숙하옵니다.”
“전에 직접 본 일이 있다 그거구나?”
“그렇사옵니다.”
순간, 뇌리에 사자성어 하나가 번득였다.
육참골단(肉斬骨斷).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뜻이었다.
내 몸이 떨리고 있었다.
“천우신조구나.”
“무슨 말씀이시온지……?”
“그 말 그대로다.”
나는 신발도 신지 않고 버선발로 마당으로 내처 뛰었다.
“저, 전하!”
당황한 김호중이 나를 불렀을 때는 이미 나는 주막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단의 한가운데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모자를 거칠게 끌고 가려는 장한들 사이로 번개같이 몸을 날렸다.
“네 이놈들! 이 무슨 고약한 짓들이냐!”
내 호통에 김흥근의 장한들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보아하니 어느 대갓집 젊은 나리 같은데, 상관하지 말고 가시오.”
나는 금방이라도 김호중과 호위 무사들이 뛰어들까 봐 다급했다. 그래서 바로 심한 욕설부터 내질렀다.
“이 천하의 죽일 놈들아! 너희가 바로 못된 후레자식 김흥근의 개로구나!”
내 모습이 양반 차림이라 주춤하는 듯하던 장한들이 심한 욕설을 참지 못하고 바로 험악한 짓을 내게 해 댔다. 사람들에게 당한 수모를 내게 발길질로 풀었다.
“후레자식?”
“이 죽일 놈이……!”
장한 둘이 나를 발로 걸어 넘어뜨리고 나서 발길질을 했다.
나는 더 욕설을 퍼부으려다가 그러면 아예 맞아 죽을 것 같아서 머리만 두 손으로 가리고 몸을 최대한으로 웅크렸다.
발길질을 당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프다. 아프다.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면서도 나는 속으로 웃었다.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으하하하!
발길질을 당하는 순간, 김삿갓 김병연이 나서려는 것을 그의 친구가 손으로 막았다.
“자네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네.”
호위 무사들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나를 넘어뜨린 자와 발길질을 한 자들을 모두 제압했다.
장한의 우두머리까지 모두 꼼짝 못 하게 바닥에 머리를 박게 만든 다음, 호위 무사들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소리쳤다.
“전하, 죽여 주시옵소서!”
무관들의 행동에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 전하라니?”
“전하가 뭐야?”
“전하면 그 상감마마, 대궐의 그 상감마마를 부르는 이름 아닌가?”
“아이고야!”
이해가 빠른 자들이 먼저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렸다.
달려 나온 김호중이 한 번 넘어졌다가 무릎으로 기어 와서 내 앞에서 엎드려 다시 복창을 했다.
“전하! 소인을 죽여 주소서!”
임금이 도성 한양의 상점가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세도가의 대갓집 수하들에게 봉변을 당하다 못해 발길질까지 당했다.
원칙을 따지자면 그 호위 무관은 물론이려니와 모시던 내관도 죽을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오냐, 오늘 나와 함께한 너희에게 내 반드시 모두 큰 상을 내릴 것이다.
호위무사와 김호중의 행동에 당황한 사람들이 크게 놀라서 흙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김삿갓 김병연과 양반 친구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엎드렸다.
나는 옆구리가 결렸지만 아픔을 참고 천천히 일어났다. 장한들에게 끌려 갈 뻔했던 영문을 모르는 아이의 조막만 한 손을 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언제 더 불었는지 사람의 수가 수백은 족히 넘어 보였다. 나는 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최대한으로 표정을 감추고 말했다.
“모두 일어나거라.”
도성 한양의 운종가 긴 저잣거리 골목골목에 뒤이어 달려와서 엎드린 수많은 사람이 내 말에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호중아, 모두 일어나라고 해라. 너희도.”
내 말에 김호중이 일어나고 호위 무사들도 일어나 내 옆에서 삼엄한 경계를 폈다.
김호중이 운종가 상점 거리 구석까지 들리도록 크게 소리쳤다.
“상감마마의 명이시오! 모두 고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오!”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 김삿갓 김병연도 바닥을 털고 일어났다.
일어난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모자의 손을 꼭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감마마께서 아이의 손을 잡고 있어.”
“상감마마께서 직접 구한 아이야.”
사람들의 뒷줄 여기저기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해 탄복하는 양반들의 모습도 보였다.
“전하께서 매를 맞으며 몸소 백성의 아이를 구하다니…….”
“어허, 우리 전하께서 이리도 자비로운 분이었다는 말인가?”
나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수많은 얼굴과 눈을 향해 내가 힘주어 말했다.
“오늘 나는 백성이 사는 모습을 보러 나왔다가 이리 백성의 고단한 모습을 보았다. 백성이 무엇이냐. 나 임금의 자식이요, 나 임금의 어미다. 내 오늘 너희가 천하의 효자로 억울하게 매를 맞고 죽은 그의 어린 자식과 그의 아내를 구하려 한 것을 보았다. 내 대궐에 돌아가서도 오늘을 기억하리라. 내 너희의 수고와 선행을 주야 침식 중에 잊지 않겠다!”
군중 사이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양인 여럿이 눈가의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한 번 더 나아갔다.
유리걸식으로 때에 찌든 헌 옷에 손과 얼굴마저 더러운 아이를 덥석 품에 안았다.
“상감마마!”
내 앞의 사람들이 저절로 무릎을 꿇고 다시 엎드렸다.
김병연이 친구에게 속닥였다.
“새 임금이 이리 보여 주기를 잘하니 장김의 세도도 어쩌면 조만간 석양처럼 질지도 모르겠네.”
“설마 그러겠는가. 그동안의 장김 세도가 얼마인데?”
김병연이 귓속말을 했다.
“오늘 일은 마음만 먹으면 역모로도 엮을 수 있는 사안일세.”
친구가 놀라서 물었다.
“누구를 역모로 몬다는 말인가?”
“누구기는 누구인가? 저 꿇려진 저치들의 주인이지.”
“장김의 김흥근 대감 말인가?”
“그 이름이 어디 우리 일문에 둘이던가?”
“어허! 이거, 그렇게 되면 천지가 개벽하는 게 아닌가?”
“지켜보세나. 새 임금이 그리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조만간 두고 보면 알겠지.”
“어허! 어허!”
백성들 사이에서 나를 향해 선창이 나왔다.
“천세!”
“상감마마! 천세!”
상감마마 천천세!
상감마마 천세! 천세! 천천세!
도성 한양의 최대 번화가인 운종가 상점 거리에서 임금인 나를 향해 백성들의 천세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백성들 사이에서 입이 떨어지지 않던 김병연도 천세를 읊조리고는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