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화 반란의 끝은 죽음과 시베리아
총검으로 무장한 친위대 병력이 반란의 주동자들이 모여 있는 대갓집 솟을대문을 박차고 안으로 쇄도했다.
“역도들은 모두 나와 오라를 받으라!”
갓을 쓴 선비가 맨발로 뛰쳐나와 큰 소리로 친위대 장교에게 호통쳤다.
“이놈들! 이 집이 뉘 댁인 줄 알고 이리 무례한 짓거리를 하느냐? 당장 물러가지 못할까?”
“그래, 이 집이 누구의 집이냐?”
“이 댁은 대사헌을 지내신 홍재철 대감의 댁이니라!”
“그래, 옛 검찰의 수장을 지낸 자의 집이라는 것이로구나?”
“이제야 알았느냐. 이놈! 어서 군사를 물리지 못하겠느냐!”
“이곳이 바로 역적들의 소굴이로구나! 네놈도 역적이로군!”
장교를 나무라는 선비의 호기에 친위대 장교가 들고 있던 검을 뽑고 앞으로 나서며 선비의 목을 칼로 베었다.
“집 안의 역적들을 모두 체포하라. 만약 도망치려는 자가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지 가차 없이 그 자리에서 참하라는 어명이시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모여 있던 반역의 주모자들이 속속 체포되었다. 도성 한양의 여기저기서 친위대에 의해 반역에 가담한 자들이 밧줄에 묶인 채로 집 밖으로 줄줄이 끌려 나오고 있었다.
백성들이 양반들의 집 대문 밖에서 이를 지켜보았다. 백성들 일부가 끌려가는 양반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처죽일 것들! 우리 임금님을 죽이려고 하다니. 이 역적 놈들아!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
재판소 검사국으로 달려간 친위대 병력은 곧바로 문을 걷어차고 들어가서 국장실 책상 아래에 숨어 있던 검사국장 윤백열을 마당으로 끌어냈다.
“살려 주시오!”
무릎이 꿇려진 윤백열은 비대한 몸을 덜덜 떨며 손바닥을 비비고 장교에게 애걸했다.
장교가 문서를 꺼내 임금이 내린 어명을 읽었다.
“역적 윤백열을 참수한다!”
다른 장교가 검을 뽑고는 앞으로 나서서 두려움에 넋이 나간 윤백열의 목을 검으로 베어 죽였다. 피가 튀고 목이 떨어졌다.
윤백열의 심복이자 오른팔인 검사국 부장 김상훈이 친위대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 나오고 있었다.
장교가 어명이 적힌 다른 문서를 읽었다.
“역적 김상훈을 참수한다!”
김상훈을 비롯해 검사국 안에서 윤백열과 행동을 같이했던 고위 검사들이 검사국 마당에서 목이 잘려 나가고 있었다.
임금은 지엄한 어명으로 반역에 가담한 검사들을 한 명도 살려 두지 않았다.
저들이 백성을 속이고 하늘까지 가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정보국이 작성한 반역자 명단에 올라 체포된 검사들은 신분이 확인되자마자 그 자리에서 참수되었다.
도성 한양의 검사국에서 검사들 열댓이 죽었다. 집으로 숨은 검사들은 집에서 목이 잘려 죽었다. 고위 검사이건 평검사이건 반역에 가담한 자는 가차 없이 목이 잘려 나갔다.
장교가 시신을 찾으러 온 검사들의 가족에게 말했다.
“사흘의 말미를 줄 것이니 시신을 묻어라. 다만 장례는 치르지 마라.”
살아남은 검사국 소속의 검사와 관리들이 친위대 병사들에게 체포되어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경기 인근에 위치한 친위대의 임시 병영이었다. 이곳에는 이미 반란에 가담한 유생들과 양반 수천여 명이 잡혀 와서 조사와 신문을 받고 있었다.
이후에도 보름이 넘도록 계속해서 사람들이 잡혀 와 임시 감옥에 투옥되었다.
이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심사와 신문이 매일같이 계속되고 있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요? 대체 이유가 뭐요?”
“너희는 반역에 가담하고 또한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았다. 그것이 죄다.”
“부정한 재물이라니요? 우리는 그저 가져다주는 것을 받았을 뿐이오.”
“이놈! 뇌물 받은 것이 죄가 아니라는 말이냐! 네놈들은 죄를 지은 자가 네놈들 편이면 죄를 묻지 않고, 재물을 가져오면 죄를 덮었다. 또한, 전하의 신하에게 죄 없는 무고함을 알면서도 죄를 만들어 씌우지 않았느냐?”
“그것은 모두 오해이오이다. 우리는 다만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수고를 했을 뿐이오이다.”
“나라? 무슨 백성? 네놈들의 나라와 백성은 대체 어디며 누구더냐? 이것이 너희가 말하는 나라와 백성을 위한 수고이더냐!”
신문하던 관리는 눈앞의 문서들을 집어 던졌다. 문서는 이들이 축재한 재산 목록이 기재된 서류로 내용은 토지 문서와 집문서였다.
“한양에 기와집이 세 채, 경기에 두 채. 게다가 이 넓은 땅들은 또 무엇이냐?”
“그건 모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과 집이오이다.”
“그렇소이다. 그것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토지입니다.”
“이놈들! 무슨 거짓말을 하느냐. 너희에게 집과 땅을 바치거나 빼앗긴 증인들이 있는데 어디서 거짓을 주장하느냐?”
죄인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반역에 가담한 자 수천여 명이 색출되어 잡혀 왔다.
“너희는 너희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며 일하는 전하의 신하들에게 없는 죄를 만들어 씌우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들을 죽이려고까지 했다. 너희는 이렇듯이 중죄를 짓고, 그것도 모자라서 주상 전하를 시해하려는 반역에까지 가담했다. 이 죄는 천 번 만 번 죽어야 하는 대죄 중의 대죄다!”
“아니오, 아니오이다. 주상 전하를 시해하려고 했다니, 나는 모르오이다. 모르는 일이오이다.”
“이자를 처형해!”
병사들이 죄인들을 끌고 나가서 다른 죄인들이 미리 파 놓은 깊은 구덩이 앞에서 소총으로 쏘아 죽였다.
총을 맞은 죄인들이 구덩이 속으로 처박혔다. 다른 죄인들이 시체들 위에 흙을 덮었다.
도망을 치려던 유생 하나가 총격을 받고 피를 뿌리며 죽었다.
반역의 주모자들을 심문해서 밝혀 낸 범죄 혐의는 내란과 외환이었다.
*
유림과 사법기관인 재판소의 검사국이 손을 잡고 이에 동조한 판사국이 합세한 반역에 대한 보고가 대신들이 모두 참석한 내각 회의에 보고 되었다.
총리대신 박규수가 정보국장인 정수동에게 보고를 하도록 지시했다.
“정보국장이 반역에 대한 조사 보고를 하기 전에, 전하께서 내각에 내리신 뜻을 전하겠소.”
모두가 자세를 바로 하고 들었다.
“전하께서 이르시기를, ‘반란을 일으킨 유림은 조선의 적이며 조선 백성의 적이니, 유림의 종자 하나까지 박멸하지 않으면 이 나라와 이 나라 백성은 이 땅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셨소. 대신들은 모두 전하의 성지를 명심하고 앞으로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진력하도록 하시오.”
“이번 반역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자들과 조금이라도 협조를 한 자는 가차 없이 처단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자 이제, 정보국장, 보고를 해 주시겠소?”
정보국장 정수동이 총리실 탁자 앞에 앉아 있는 대신들 앞에 서서 반역에 대한 전모와 그 처분 결과에 대해 보고를 했다.
“역모의 주동자들은 유림과 재판소의 검사국이며 재판소의 판사국이 이에 가담하였습니다. 유림의 무리 중에서 양반과 사대부가에 영향력이 있는 유생들은 적극적으로 언로를 허위로 왜곡하며 백성들까지 선동했으며, 이에 한양의 양반가와 인근 경기와 황해도의 양반 대부분이 역모에 동조하고 백성들까지 대궐인 창덕궁 앞에서 연좌시위에 합세하였습니다.”
학부대신 남종삼이 손을 들고는 물었다.
“정보국장, 반역에 가담한 역도의 수가 얼마나 됩니까?”
정수동이 총리대신 박규수를 쳐다보았다. 박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반역에 가담한 자의 수가 무려 일만여 명을 상회합니다.”
“이, 일만여 명이 넘는다고요?”
크게 놀란 대신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총리대신 박규수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러면 저들이 모두 죽는 것입니까?”
“설마 그렇겠소이까?”
“지난번 역모 때, 전하께서는 역모에 가담한 유생과 선비들을 모두 사형에 처했습니다.”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저 역도들은 전하를 시해하려고 했어요. 이번처럼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은 겁니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같은 참사가 반복되겠군요?”
“이 사태는 저 역도들이 자초한 것입니다.”
“총리 각하, 이번에도 지난 역모 때와 같이 역모에 가담한 자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목숨을 잃을 자들이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아니지요. 지난번보다 더 가혹해야 합니다. 저들은 이번에는 지난번 역모 때보다도 더한 짓을 했어요. 성상 전하를 총으로 쏘았다는 말입니다. 그것도 우리 조선인이 아닌 왜인을 살수로 고용해서 말입니다!”
“이것은 반란입니다. 그것도 일본까지 끌어들인 반역이에요!”
“고용이 아니라, 저 역도들이 일본과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맞지요, 정보국장?”
“그렇습니다.”
“하늘이 노하고 있어요! 도성의 백성들도 모두 나와서 법무부 관부 앞에서 매일같이 저 반역 도당들을 사형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육조 거리의 법무부 관부 앞에서 백성들 수백, 수천여 명이 모여서 역적들을 사형에 처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역적들을 모두 죽이시오!”
-죽이시오!
“왜인과 결탁한 반역자들을 죽이시오!”
-죽이시오!
“죽여라!”
-죽여라!
“저들 역도들이 전하를 시해하려던 것이 알려지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어요.”
“백성들이 대궐 앞에서 역도들이 하늘에 행한 악업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백성들이 전하의 안위를 걱정하는 진정한 민심입니다.”
“이제 어찌합니까? 반역에 조금이라도 가담한 자들의 수가 일만 명, 아니 수만 명이 될지도 모릅니다.”
“반란에 가담한 자의 수가 그리 많다면 큰일이 아닙니까? 그래도 이 나라 조선에서 조금 배웠다는 식자들이 양반인데, 이렇게 많이 죽이면 이거 앞으로 인재는 어디서 뽑아 쓴다는 말입니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팔아먹는 자들을 어디에다가 쓰게요? 그저 저들은 반역 도당들일 뿐입니다!”
“인재가 어디 한 줌 양반들 속에서만 나온답니까?”
“맞습니다. 인재는 이 나라 조선 백성들 속에서 새로운 교육을 통해서 배출하면 됩니다.”
“인재 배출이 어디 하루아침에 되나요?”
“그러니 전하께서 소학교에 이어 중등학교와 대학교를 서둘러 세우고 서양의 학자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게 조금 걱정되기는 합니다.”
“무엇이 말입니까?”
“대학의 교수라는 자들이 대부분 서양의 선교사들입니다.”
“서양 선교사요? 그러면 신부나 목사라는 말입니까?”
“저 서양 선교사들 대부분이 의학이나 과학기술에 대해 능통한 자들이라고 합니다.”
“선교사들이 아니면 다른 서양 교수들을 데려오는 길은 없는 것입니까?”
“선교사가 아니고서야 학식 높은 서양의 교수들이 이 먼 동양의 조선까지 올 이유가 없지요.”
“이러다가 이거 우리 조선이 서양 귀신에게 넘어가는 것 아닙니까?”
“이래서는 안 됩니다. 조선 안에도 대학의 교수를 할 만한 선비는 얼마든지 있소이다.”
“평생 공자 왈 맹자 왈이나 중얼거리고 사서삼경에 시조나 짓는 유학 귀신들을 데려다가 어디에 쓰게요?”
“맞소이다. 서양에서 유학 중인 우리 조선 학생들이 돌아와서 학계를 맡아 줄 때까지는 이대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하루라도 더 빨리 나라의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서 반역 도당들에 대한 조사와 심문이 모두 끝났다. 반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중죄인으로 분류된 자들에게는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 수가 수백을 넘었다.
찬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수천여 명의 남은 자들에게 막사별로 신변에 대한 통보가 있었다.
“들으라! 너희는 나라와 백성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죄인이다. 하지만 전하께서는 너희에게 하해(河海)와 같은 성은을 베풀어 너희가 마지막으로 나라에 지은 죄를 씻을 기회를 주셨다.”
혹시나 다음 차례에 사형당할지도 모른다는 죽음의 공포에 벌벌 떨고 있던 죄인들은 그제야 안도했다. 살아날 길이 보인 듯했다.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소!”
“들으라. 이제 너희는 내일 이곳을 떠날 것이다.”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너희는 유배지로 간다.”
“유배지라니요? 어디로 말입니까?”
“남쪽의 섬으로 가는 걸까요? 아니면 함경도?”
“그러겠지요? 아무튼, 이제 우리는 살았습니다.”
다음 날에 소총으로 무장한 친위대 병력의 엄중한 경계 속에 이들 모두의 허리에 오라가 지워졌다.
눈발이 흩날리는 칼바람 속에서 수십여 명 단위로 묶인 죄인 수천여 명이 굴비 엮이듯이 양손이 밧줄에 묶여 북으로 북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들이 가는 유배지는 함경북도의 두만강을 넘어, 연해주를 지나 흑룡강 너머에 있는 조선군의 새로운 전초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시베리아였다.
조선 정치 권력의 상징인 유림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조선의 임금에게 반역을 일으킨 최대의 반란 사건은, 일천여 명의 주동자들을 모두 사형하고 가담한 자들 일만여 명 이상을 모두 시베리아에 유배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로써 조선 건국 이후 400여 년이 넘도록 조선 사회를 지배하던 유림은 토대가 완전히 붕괴되며 종말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