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정원 요원 천재배우로 환생-66화 (66/295)

66화. 팬과 안티

"류연우 배우님은 드라마로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셨지만, 이렇게 거장 박찬홍 감독님의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는데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김민아 아나운서의 말에 빙긋 웃으며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여는 류연우.

"물론 너무 영광이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제가 데뷔했던 드라마에서도 김민아 아나운서께서 제작발표회를 진행해 주셨었죠."

"어머, 기억해주셨군요."

"당연하죠. 덕분에 옆에 있는 한소현 배우님과 함께했던 지난 드라마는 흥행에 성공했었는데, 이번에도 김민아 아나운서님 덕분에 우리 영화의 흥행 성적이 아주 좋을 거라고 믿습니다."

청산유수처럼 연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멘트는 앞에 있는 아나운서만큼이나 매끄럽게 말을 이어가는 듯했다.

역시 전생에도 반쯤은 말로 먹고살았던 잠입 요원의 경험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역시, 정말 말을 잘하세요. 지난 드라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옆에 계신 한소현 씨는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드라마 때와는 이미지가 180도 다른 류연우 씨의 피에르 최 역할을 보고 어떠셨어요?"

물 흐르듯 자연스레 넘어간 한소현을 향한 질문에 넋 놓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소현이 황급히 마이크를 들었다.

"네에? 연우의 모습이요? 늘 멋있죠! 아, 바뀐 모습이요? 연우는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 인물이 되는 능력을 가졌어요. 피에르 최를 연기할 때는 정말로 발걸음, 몸짓, 목소리와 말투까지 눈앞에 피에르 최라는 인물이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요."

한소현의 대답과 함께 질문은 옆에 있는 정하균에게 넘어갔다.

연우는 다른 배우가 자신의 연기를 평가하는 걸 사실상 처음 들어서 쑥스럽게 웃었다.

그런 연우를 보면서 옆구리를 푹 찌르고 장난치는 한소현.

그 뒤로 몇 가지 질문이 이어지다가 관객 중 추첨을 해서 원하는 배우에게 소원권을 쓰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당첨된 사람이 나왔다.

김민아 아나운서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무대 위로 올라오는 여성 팬에게 다가갔다.

"우리 팬분은 어떤 배우에게 소원권을 쓰실 건가요?"

마이크를 넘기자 개미만 한 목소리로 '류연우'를 말하는 팬.

팬의 소원은 포옹이었고 마석도가 연우의 등을 두드리면서 얼른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얼른 가서 해드려. 연우야."

멋쩍게 웃으면서 일어난 연우가 다가가자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다가오는 여성 팬.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연우가 웃으면서 다가가서 번쩍 안아서 한 바퀴 돌았다.

꺄악-!

생각보다 화끈한 팬서비스에 비명을 질렀고 웃음바다가 된 제작보고회장.

한소현과 셋이 셀카도 요청하는 여성 팬에게 흔쾌히 나와서 사진을 찍어주는 연우와 소현.

아무래도 셋이 함께 찍는 걸 원하는 걸 보니 여름의 옷장의 팬인 것 같았다.

물론 언론관계자들도 눈을 빛내면서 저마다 기사의 타이틀을 생각하곤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

이진아는 류연우의 팬카페인 우즈(Woo's)의 카페매니저다.

아침에 일어나면 팬카페 회원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게 필수 일과인 그녀는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더듬거리는 손으로 침대맡에 있는 스마트폰을 잡았다.

어제 류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제작보고회가 있었고 추가 예고편도 공개가 됐으니 좀 늘지 않았을까 기대하면서 잘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뜨면서 확인을 했다.

"에엑?"

눈을 비비며 팬카페 회원 수를 다시 확인해보는 진아.

달아나지 않던 아침잠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이 크게 떠졌다.

- 회원 수 : 10,107명

어제만 해도 겨우 4천 명대를 기록했었는데, 이 정도면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팬덤 랭킹 배우 분야에서 100등 안에 들어갈 회원 수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게시글을 작성하는 진아.

어제만 해도 예쁘다고 SNS에 업로드했던 자신의 네일팁이 오늘따라 걸리적거리는 느낌이다.

- 이게 무슨 일이에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광광우럭

【작성자 : [매니저] 여누지나】

- 신입 회원 인사드립니다.

- 팬카페 가입했습니다.

- 마스터 플랜 정확한 개봉일 아시는 분.

- 등업 승인 해주세요.

진아는 기쁨의 글을 올렸지만 새로 가입하는 사람들이 작성하는 가입 인사 게시판의 화력에 밀려서 1페이지에서 금방 밀려났다.

평소 덕질을 같이 하는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려고 카페 앱을 종료하고 깨톡을 켰는데 LN엔터테인먼트에서 메시지가 와있었다.

'허업···.'

떨리는 마음으로 클릭을 해서 들어간 대화방.

- 안녕하세요. 여누지나 매니저님. 다름이 아니라, 이번 류연우 배우님의 「마스터 플랜」 VIP 시사회의 티켓을 15장 확보하여서 카페를 통해 팬분들께 제공해 드리고자 합니다.

날짜는 10월 2일이며 꼭 참여 가능하신 분으로만 선발 부탁드립니다.

"올 게 왔구나."

공식 팬카페를 운영하면서 앞으로 있을 행사의 초청권 같은 것이 온다면 무조건 아주 공정하게 추첨을 통해 선발하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내가 못가더라도 꼭 공정하게···!"

다짐을 하며 메시지를 마저 읽으니 아래엔 추신이 쓰여 있다.

- 열다섯 분의 팬분들을 인솔하기 위해서 카페 매니저님은 필수 참여하셔야 하는데 스케줄 괜찮으신지 답신 부탁드립니다.

"으아악! 당연히 괜찮고 말고요!"

불꽃 같은 속도로 답장을 입력하는 진아.

제작보고회 스케줄을 마치고 다음 날 촬영장에 합류한 연우.

주차장에서 준비를 하던 스탭들이 차에서 내리는 연우를 발견했다.

"연우 씨. 영화 예고편 봤어요. 완전 재밌겠던데요?"

"아, 보셨어요? 감사합니다."

연우에게 스탭들이 이번 영화가 기대된다며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아무래도 이 업계에서 종사하기도 하고, 주연 배우의 영화이니 흥행한다면 드라마의 흥행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오늘 촬영은 전라도 담양의 대나무숲에서 진행된다.

대나무 숲의 안쪽 촬영장으로 들어가니 진유한과 촬영 준비 중인 스탭들이 보였다.

"어, 왔어?"

진유한이 몸을 풀다가 류연우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다.

분명 연우가 촬영장에 빨리 나오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늘 먼저 도착해있는 유한이다.

"유한아 언제 온 거야? 늘 나보다 빨리 오네."

"응, 얼마 안 됐어. 맨날 5분 정도 일찍 온 거야."

오늘 촬영하는 씬은 드라마 중반부에 들어갈 액션씬이다.

미리 연습했던 동작들을 서로 맞춰가면서 몸을 푸는 연우와 유한.

그때 촬영장으로 경쾌한 인사가 들리면서 서지은이 도착했다.

"아, 누나 어서 와."

"연우야 안녕."

밝게 웃는 얼굴로 손을 크게 흔들며 다가오는 서지은.

"유한 씨도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둘 모두 연우에게는 말을 놓고 친하게 지내는 반면 특이하게 서로에게는 어색하다.

"그럼 지은 누나도 왔으니까 전체 동선 다시 잡아볼까?"

"음, 그러자. 여기 마지막 전체 동선 좀 잡아주세요."

유한의 외침에 구석에 앉아 있던 스턴트 팀이 와서 모형 검을 들고 몸을 풀었다.

"대사는 간략하게 하겠습니다."

유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스탠트맨들.

연우의 대사로 스타트를 끊었다.

모형 검을 뽑으며 소리치는 연우.

"네 녀석들이구나. 누구의 명이냐."

그런 연우의 곁으로 다가오며 함께 검을 뽑고 스턴트 팀과 대치하는 유한.

"일단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우리 뒤의 홍 낭자도 지켜야 해."

연우에게 속삭이는 유한.

그때를 기다린 듯 스턴트 팀 중 한 명이 약속된 합에 맞춰서 달려든다.

"하압!"

챙─.

짧은 기합을 지르며 달려드는 상대의 검을 비스듬이 막고 앞섬을 베어내는 연우.

그 뒤로 약속된 합에 맞춰서 다른 팀원들도 달려든다.

연우가 앞으로 나갈 때면 그 빈자리를 유한이 채워서 지은을 지키고, 둘이 교차되면서 자리를 바꿔서 스턴트맨들을 한 명씩 처리하는 둘.

그중 한 명이 연우에게 휘두르는데, 보통 합을 맞출 때는 힘을 빼고 휘두르는 게 정상인데 유독 힘이 실려있었다.

쩌엉─.

모형 검이 날아오는 속도가 심상치 않아서 힘을 줘서 받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손에서 놓칠뻔했다.

그 뒤로 순서대로 열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을 상대해야 하는 어지러운 동선이지만 둘이 성실하게 연습한 대로 착착 맞물리며 액션씬을 소화했다.

"와아. 멋있다!"

씬이 끝나자 뒤에 있던 지은이 둘을 보며 박수를 치고 엄지를 세웠다.

그 뒤로 이상훈 감독이 다가와서 말을 보탰다.

"이 정도면 완벽한데요? 배우님들 분장하시죠. 끝나면 바로 촬영 시작합시다."

"네, 감독님."

주연 배우들 뒤를 따라 분장을 하러 걸음을 옮기면서 특수촬영팀원 중 한 명이 마치 들으라는 듯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방금 진유한 씨 대박이었지. 류연우 씨가 틀리는 것까지 보조해주면서 멱살 잡고 캐리하던데."

스탭들에게는 안 들리고 앞에 걸어가는 세 명의 주연 배우들에게만 들리도록 이야기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체육관에서 류연우를 보면서 피해의식을 가졌던 박경완이다.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답하는 동료 스턴트 팀원.

"그래? 나는 그런 느낌은 못 받았는데. 틀리는 것 없이 서로 착착 잘 맞던데."

그 이야기를 듣고 동료를 괜히 째려보는 박경완.

연우는 그러려니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앞을 걷던 진유한이 제자리에 서더니 뒤를 바라보고 박경완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물끄러미 쳐다봤다.

연우는 방영을 앞두고 괜한 구설수를 만들 필요는 없어서 진유한의 등을 두드렸다.

그러자 다시 몸을 돌리고 앞으로 걸어가는 진유한.

"어서 가자 유한아. 분장해야지."

"저 사람 좀 이상하네."

유한의 말을 들으며 연우도 끄덕였다.

연습을 하러 체육관에 갈 때마다 보는 사람마다 깍듯하게 인사하고 다른 스턴트 팀원들처럼 남아서 청소도 똑같이 했었다.

'나한테 원한을 가질만한 스탭이나 스턴트 팀이 딱히 없을 텐데? 하긴, 원래 이유 없는 안티도 생기기 마련이니까.'

아까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놓고 앞으로 촬영 중에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연우.

그 뒤로 분장을 받고 촬영을 무사히 끝냈다.

「가람 너머 별」 작품 속에서 같은 스승 아래서 학문을 수학하는 사이가 된 셋이 점차 서로에게 친해지게 됐고, 그 이후에 개경 내에서 이상하게 점점 늘어가는 방화사건에 대해 고려의 귀족으로서 민초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조사하게 됐다.

오늘 촬영을 했던 장면은 그 방화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던 셋이 흉수를 발견하고 뒤쫓다가 괴인들에게 둘러싸여서 싸우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본 촬영에 들어가서는 연우가 의심을 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 스턴트 팀원이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았다.

세 배우는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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