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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요원 천재배우로 환생-152화 (152/295)

152화. 예술대상 (2)

자리에 돌아온 연우는 정태선에겐 매니저에게 맡겨서 없다고 했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태연하게 꺼냈다.

- 타깃 체크 완료.

- 한해운 : 이쪽에서도 전산에 등록된 것 확인했습니다. 플랜A 성공입니다.

메시지를 보면서 연우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쉬운 길로 성공했네.'

만약 정태선이 스마트폰이 없다거나, 연우에게 넘겨주는 걸 거부한다면 다른 방법을 취하려고 플랜B를 세워놨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일이 커지기에 쉬운 방법인 플랜A가 성공하는 편이 좋았는데, 다행히도 잘 풀렸다.

이걸로 정태선이 스마트폰으로 취하는 연락은 텍스트 형태라면 모두 감시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걸 나중에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형사소송법 제 308조의 2에 의하면 위법수집증거는 배제된다.

쉽게 말해서 부당한 방법으로 획득한 증거는 법정에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증거가 효력이 있다고 해도 써먹을 생각은 없었다.

'저런 피라미 잡자고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윗선까지 파고 올라가서 확실한 정체를 밝히는 게 중요하지.'

연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서 시상식이 재개됐다.

집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엄마! 진열장 그만 닦고 자리에 앉아서 보자. 이제 2부 시작해."

"작년에도 아빠가 미리 자리 닦아놔서 오빠가 상 탔잖니."

류소현이 계속 서 있는 엄마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른 시상들이 이어졌고 드디어 TV부문 남자 우수상 시상의 순간이 다가왔다.

노미네이트된 배우는 네 명.

- 제 56회 한국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수상자는···.

가족은 물론, 준수와 성식이도.

그리고 각자의 집에서 마음을 졸이고 바라보고 있는 우즈들도 TV에 귀를 기울였다.

- 축하드립니다. 「가람 너머 별」의 류연우 배우.

"예이!"

이미 서 있던 어머니는 물론이고 가족들이 저마다 소파에서 일어나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이 시각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건 한 사람 더 있었다.

"크하하핫! 그래. 그렇지!"

"회,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너무 흥분하시면 혈압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한 그룹의 서 회장이 좋지 않은 몸을 이끌고 일어서자 뒤에 서 있던 비서가 만류했다.

- 류연우 배우는 지난해 KBC1의 「가람 너머 별」에서 민족의 영웅 '서희'의 역할로 분하여 그야말로 명연기를 펼쳤는데요.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TV에서 연우가 주변 동료 배우들의 축하를 받으며 걸어 나오는 동안 흘러나오는 MC의 안내 멘트를 들으며 다시 한번 서 회장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 실장!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나. 으하핫. 최 실장도 들었지? 선조님께서는 당연히 민족의 영웅이지 암. 그렇고말고."

한편, 연우는 시상식장으로 걸어 나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감사 인사를 전할 사람은 나열하자면 끝도 없었다.

전년도 우수상 수상자는 같이 노미네이트됐던 손진욱을 제치고 수상했던 진유한이었기에 연우에게 트로피를 건네주는 이는 자연스레 진유한이 됐다.

무대에 오르자 진유한이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트로피를 연우에게 넘겨주고 가볍게 포옹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축하한다. 진심으로."

그런 진유한을 보면서 연우도 부드럽게 웃었다.

"고맙다. 친구한테 받아서 더 기분 좋네."

그리고 마이크 앞에 서자 눈앞으로 수많은 배우들과 연우를 찍는 카메라 플래시들, 2층에서 플래카드를 손에 꼭 쥐고 연우를 바라보는 팬들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단 한 사람만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 내가 있다'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생경한 느낌이었다.

무대 아래에서 바라보는 다수의 사람 중 하나일 때와 무대 위에서 시선을 받는 한 사람일 때는 분명 같은 공간임에도 마치 세상이 역전된 것처럼 전혀 낯선 세계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연우가 기분 좋게 웃으면서 한 손으로 트로피를 가슴 높이로 들어 보였다.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갑니다."

하지만 오늘은 많은 이름들을 나열할 생각이 없었다.

잠시 뜸을 들인 연우는 2층을 바라보며 외쳤다.

"늘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우즈에게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짧은 인사를 끝으로 환호성과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오늘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MC의 멘트가 들려왔다.

- 영화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수상자는 「마스터 플랜」의 류연우 배우입니다.

TV와 영화.

두 부문에서 한해 동시에 우수상을 수상한 최초의 배우가 됐다.

***

연우가 침대에서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스마트폰을 들어서 먼저 한해운에게 연락을 취했다.

- 뭐 좀 나왔어?

- 한해운 : 아, 이 녀석 생각보다 월척입니다.

- 그래?

잠시 기다리니 다시 한해운에게 메시지가 왔다.

- 한해운 : 저번에 조사해보라고 하셨던 안준호 건부터 시작해서 박경완, 그리고 전기훈까지 모두 이놈의 작품이었습니다. 자료 보내드릴게요.

곧이어 한해운이 보낸 자료들을 검토해보니 녀석이 생각보다도 더 깊게 백솔과 관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놈은 자신을 '황금'이라고 부르는 요원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주로 그걸 수행하면서 금전적 대가와 함께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물을 지급받고 있었다.

이 녀석도 황금이 속한 단체가 백솔이라는 것까지는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주고받은 대화를 보니 꽤나 뒷배가 대단한 조직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듯했다.

- 한해운 : 입수한 대화 내용이 방대해서 이걸 토대로 황금에 대해 역추적하다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가명을 특이하게 쓰는군요.

연우가 황금이라는 이름을 골똘히 쳐다보다가 불현듯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한해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황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황금이 아닐 수도 있어. 중국이 원산지인 야생화 중에 '황금'이라는 꽃이 있는데, 예전에 코드네임으로 야생화의 이름을 주로 쓴다는 요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

황금은 약용으로 쓰기도 하는 보라색 야생화다.

만약 놈이 맞다면 연우의 기억으로는 중국 북서부의 담당이었고, 중국 북서부는 지리적으로 동유럽과 닿아 있어서 마약사범들이 주로 은닉하는 곳이다.

- 한해운 : 야생화 황금이요?

- 주로 위구르 지역에서 활동했던 것 같아. 조사를 그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시작해봐.

- 한해운 : 예. 알겠습니다.

한해운과 대화를 마치고 인터넷 뉴스의 연예면에 들어가니 지난 밤의 한국연예대상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있었다.

- [주간스포츠] 류연우, 56회 한국예술대상 2관왕 영예 新역사 썼다.

- [엔스포츠뉴스] 「가람 너머 별」 이지백이 서희에게, 진유한이 류연우에게 (포토)

- [무비포인트] 안방과 극장가를 종횡무진한 류연우 신기록 세우다.

- [뉴스티엔] 영화작품상의 영예는 박찬홍 감독의 「마스터 플랜」이 거머쥐었다.

- [코리아경제] 「화이트 블러드」의 마지막을 남겨 놓고 있는 현재 K-컬처의 위상···.

댓글을 클릭하니 지난 밤의 수상에 대해 여러모로 말이 많았다.

- 근데 류연우 우수상은 너무 약한 거 아님? 최우수는 받을 줄 알았음. 그래도 천만 관객인데.

- 천만 관객을 혼자 만든 것도 아니고 우수상 정도면 됐지 대신 영화작품상 받았잖아

- 아마 TV랑 영화 동시에 받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 내년도 솔직히 맡아놓은 것 같은데여

- 그러네 올해 스케치가 있었지

- 화블도 있음!

- 화블? 넷플렉스는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데 안 주지 않을까?

- ㄴㄴ내년부턴 OTT도 무적권 줌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잘 나가면 없는 상도 만들어서 주니까

- 솔직히 요즘 외국인들 화블 리액션 영상 보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연우는 스크롤을 내리면서 기사의 댓글을 쭉 읽어보다가 칫솔을 물고 양치를 하면서 팬카페에도 들어가 봤다.

- 어제 잠 못잤으뮤ㅠㅠ 여누가 수상소감에 오로지 우즈만 언급해서 눈물줄줄

- 머글이었는데 어제부로 들어온 늦덕입니덕

- 어제 [#류연우_2관왕] 실트까지 올라갔던데 우리 카페에서 뭐 한 거 아니었죠

└ 그냥 순수하게 올라갔을 걸여! 내 배우 파괴력 무엇

연우가 올라온 글을 쭉 내리며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양치에 집중했다.

'으음, 팬분들이 내가 상 받은 걸 기뻐하시는 것 같긴 한데. 솔직히 반은 못 알아듣겠네.'

내가 아는 실트는 개인화기나 수류탄 대비용으로 쓰는 독일제 바디벙커 실트(Schild)밖에 없는데 그건 당연히 아니겠지···.

그런데, 파괴력을 논하는 걸 보면 비슷한 건가 싶기도 하고···.

연우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간단히 씻고 나왔다.

오늘은 「화이트 블러드」의 마지막 주차가 릴리즈되는 만큼 종방연은 아니지만 비슷한 의미로 출연진과 연출진이 모여서 감상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원정대들 얼굴 보겠네."

촬영이 종료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기에 몇 개월간 같이 살다시피 붙어있던 배우들이 생각났다.

지이잉─.

- 민수 형 : 배우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천천히 나오세요.

연우가 메시지를 보고 간단히 옷을 걸친 뒤 밖으로 나갔다.

민수의 차를 타고 도착한 LN엔터의 대회의실에는 이미 일찍부터 도착했는지 배우들과 연출진들이 모두 와 있었다.

"제가 꼴찌로 왔네요."

연우가 들어가면서 너스레를 떨자 다들 반갑게 맞이했다.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 어쩌다 보니 벌써 다 모였네."

"오빠! 어제 수상하신 거 축하드려요!"

오랜만에 보는 한별이가 수상을 축하해주자 연우가 반가워서 머리를 헝클었다.

"으엥."

"학교 잘 다니고 있어?"

"넵! 애들이 오빠 사인받아 달라고 부탁한 게 벌써 백 개도 넘을걸요."

한별이의 말에 연우가 피식 웃었다.

"너한테는 사인해달라고 안 해?"

"뭐, 저도 좀···."

"지금까지 사인 몇 번 해줬어."

"엄청 많이···?"

그러자 뒤에 있던 동하가 웃으면서 한별이의 볼을 콕콕 찔렀다.

"오올. 슈퍼스타."

그때 화장실에 들렀다가 늦게 들어온 정철민이 들어오면서 손을 들었다.

"나도 사인 엄청 많이 해준다 요즘."

"에이, 선생님 곧 연예인병 걸리실 거라니까요."

"마. 나도 연예인 맞지."

정철민이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만지면서 웃었다.

수다를 떨고 있으니 마지막으로 윤미연 팀장이 문을 열며 회의실에 들어왔다.

"여러분. 아직 갱신되진 않았는데, 파트너 계정으로 조회해보니 지금 우리 글로벌 순위가 3위예요. 릴리즈되면 한 단계 오를지도 몰라요."

그 말과 함께 회의실 정면에 있는 스크린에 화면을 띄웠다.

1. 얼라이언스(Alliance) [-]

2. 캘리포니아 뉴로펌(C.A New lawfirm) [-]

3. 화이트 블러드(White blood) [+7]

글로벌 3위.

넷플렉스가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에서 공급되는 수많은 컨텐츠.

그 전체 컨텐츠를 통틀어서 3위라는 소리다.

"와아···."

"솔직히 실감이 안 나요."

지난주 방영분이 끝난 뒤부터 이미 국내 컨텐츠에선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다.

연우가 얼떨떨한 표정의 황민권 감독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기분이 어떠세요, 감독님."

"허허허···."

황민권은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올해 초만 해도 방구석에서 엉덩이나 긁으면서 TV를 보는 게 다였다.

그 TV에 매일 나오면서 국위 선양을 하던 배우가 눈앞에 있는 것이었고.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게 가장 기뻤다.

결혼도 안 한 황민권이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과 비교하긴 좀 무리일지 모르지만, 기분만은 그와 비슷할 듯싶었다.

"슬슬 시간 됐네요."

매주 릴리즈되던 에피소드는 이제 세 편만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최종장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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