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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요원 천재배우로 환생-205화 (205/295)

205화. 여기 정체가 뭐예요

안준호의 명예는 회복되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연예계 복귀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다.

비중이 큰 역할을 맡았던 것도 아니고 단역과 조연만 맡았기에 안준호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는 사실 예능 프로그램 「여름의 식탁」으로 쌓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우와 손진욱이 승승장구할수록 둘이 함께 나왔던 예능프로그램은 재방에 삼방을 거쳐 JNBC에 매년 재편성이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작 드라마보다 더 인기가 많아져서 이제는 「여름의 식탁」은 봤지만 「여름의 옷장」은 안 본 사람도 많았다.

시즌제로 진행한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아직까지 JNBC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름의 식탁」 시즌2를 제작해달라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었다.

가끔 커뮤니티에도 관련 떡밥이 도는데, 대부분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류연우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예능국이 없을 거라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그리고 배우로서의 인지도 말고 안준호에게 문제는 또 있었다.

이미 경력이 단절된 배우라는 것.

사건이 터지고 나서 2년간 연예계 활동을 안 하고 쉬었다.

게다가 지금은 군복무 중이고 복무기간이 1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안준호를 영입하려는 매니지먼트는 없었다.

물론 전역한 뒤에도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안준호를 데려가려는 기획사는 여기 있다.

"이 배우 꼭 데려오죠, 대표님."

연우가 정혁 대표에게 프린트된 기사와 안준호의 프로필을 전달해주면서 입을 열었다.

"아하, 안준호 씨 말이군요. 저도 최근에 기사는 봤습니다. 그래도 이제 대표인데 업계 돌아가는 꼴은 당연히 빠삭하게 파악해야죠."

아직도 본인 입으로 대표라는 말을 하면서 살짝 부끄러워하는 눈치인 정혁을 보고 연우가 미소 지었다.

"제가 이 배우를 영입하려는 건 단순히 인연 때문은 아닙니다."

"오, 그 말씀은 류 배우가 보기에 이 배우의 포텐셜이 높다는 뜻인가요?"

정혁의 말에 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우가 본 안준호는 꽤나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였다.

"네. 그리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 더라고 하심은?"

"앞으로는 영화든 드라마든 컨텐츠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적재산권화되어서 OSMU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되리라 봅니다."

연우의 말에 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정혁이 이 업계의 첨단에 서 있으면서 변화의 흐름도 파악하지 못할 인물이라면 연우가 이 자리에 앉히지 않았을 것이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말이군요."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그 파급효과를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사실 「여름의 옷장」의 흥행에 힘입어 방영했던 예능 「여름의 식탁」도 OSMU의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었다.

"곧 한소현 배우가 우리 소속사와 계약하기로 했으니 안준호 배우까지 확보한다면 우리 소속사는 총 네 개의 IP를 모두 확보하는 셈입니다."

「여름의 옷장」의 주조연 배우가 전원 새별 엔터 소속이다.

「화이트 블러드」는 아이돌인 동하를 제외하면 모두 소속되어 있고, 「스케치」는 연우와 서지은, 거기다 곧 합류할 진유한을 포함하면 「가람 너머 별」의 주연배우가 모두 완성된다.

"사실상 「마스터 플랜」을 제외하면 류 배우의 출연작을 우리가 모두 보유하게 되는군요."

물론 출연 배우가 소속되어 있다고 원작자가 있는 해당 컨텐츠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중이 그 조합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작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

안준호는 모처럼 좋은 날이니 읍내에 나가 소고기를 사 와서 어머니와 구워 먹었다.

그다음 날 옥수수밭에 가서 파종할 준비를 돕고 흙투성이로 집에 들어왔는데 집 전화기가 울리고 있었다.

"예,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안준호 배우님 맞으신가요?

안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를 배우라고 불렀다는 건 광고 전화는 아니란 건데, 집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우선 상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대답했다.

"예. 제가 맞습니다만."

- 전화 드린 곳은 새별 엔터테인먼트입니다. 혹시 바쁘지 않으시다면 잠시만 통화 가능할까요?

"예? 엔터테인먼트요?"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았다.

류연우라는 FA 대어를 낚아채고 줄줄이 대형 배우들이 들어와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은 원래 그런 정보엔 둔감하다.

애초에 군인들의 화두는 연예계 관련해선 여자 아이돌 이외엔 일절 없었다.

-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수화기 건너에서 무언가 말소리가 들리더니 다른 전화로 연결이 넘어갔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어이, 준호.

안준호는 곧바로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챘다.

"어? 진욱이 형?"

- 그래 나야. 이 자식 축하한다.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

진심이 느껴지는 손진욱의 목소리에 순간 안준호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

- 야. 우냐?

"크, 크흠. 아니요. 누가 울어요."

헛기침을 하며 목이 멘 걸 애써 숨긴 안준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새별 엔터는 뭐예요? 형 기획사 옮기셨어요?"

- 응? 군대에 있더니 소식 하나도 모르냐. 싸지방도 안 가? 요즘은 스마트폰도 쓴다던데.

"아, 저는 그냥 훈련만 받고 조용히 지내요."

입대 후에도 다소 위축된 모습으로 생활하던 안준호다.

- 이번에 LN 엔터 계약이 만료되면서 연우랑 같이 소속사를 옮겼거든. 소현 씨도 곧 들어올 거야.

"아, 그러셨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안준호에게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

- 그리고 너도 들어와야지. 연우가 오전에 차 보냈다고 했거든? 이제 곧 도착할 거다.

"···예?"

- 뭐야. 벌써 다른 소속사에서 딜이 들어간 거야?

그럴 리 없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손진욱이 농담을 던졌다.

"아니, 진욱이 형 무슨 말씀이신지···."

허둥지둥하며 대답하는 안준호의 귀에 손진욱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제 다시 연기해야지. 휴가 복귀하기 전에 와서 계약해. 형이랑 연우 믿지?

"······."

잠시간 침묵이 흐르고 안준호가 밝게 웃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거 뭐 '오빠 믿지' 이런 건가요?"

- 짜식. 곧 죽어도 농담은.

***

연우가 보낸 차에 올라탄 안준호가 서울로 향했다.

'차도 엄청 고급이네.'

활동할 때 늘 탔던 국산 RV차량이 아니라,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브랜드의 차량이었다.

안준호를 태운 차가 서울에 도착해 목화빌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아, 예. 강원도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곤 직원을 따라 내렸다.

지하주차장에서 연결된 보안문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준호가 직원과 함께 내렸다.

'음? 카페?'

사무실이 나올 거라 생각했던 안준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들어가시죠."

"아, 넵."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카페 중앙에 바리스타가 커피머신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얼굴이 익숙한 것 같았다.

'어···?'

안준호는 순간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비볐다.

'김주성 대표···?'

일반인들이야 김주성 대표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워낙 업계에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연예계에선 그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왜 저런 분이 여기서 커피를 타고 있는···.'

그때 저 멀리서 손진욱과 연우가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아, 진욱이 형. 연우야."

반가운 얼굴에 일단 의문을 접어둔 채 발걸음을 옮겼다.

연우와 손진욱의 맞은편에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도 앉아 있었다.

안준호가 다가가서 일단 연우와 손진욱에게 인사를 했다.

"이야, 머리 짧은 것 봐."

손진욱이 짧게 자른 안준호의 머리를 장난스레 쓰다듬었다.

"형, 고생 많이 하죠? 최근에 눈도 많이 내렸는데."

"진짜 눈송이 떨어지면 한숨부터 나온다."

안준호의 엄살에 연우가 미소 지었다.

"이쪽은 새별 엔터테인먼트의 정혁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안 배우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연우의 소개에 정혁이 손을 내밀며 인사하자 안준호가 급히 악수했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일병 안준호입니다."

안준호는 순간 자신을 뭐라고 소개할까 고민하다 배우가 아니라 군인으로 소개했다.

"안준호 님 반갑습니다. 우선 앉으시죠."

정혁이 자리를 권하며 자리에 앉자 안준호가 따라 앉았다.

그리고 그 뒤는 일사천리로 매니지먼트 계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계약까지 완료했다.

자신을 받아주는 매니지먼트가 있다는 것도 고마운데 손진욱과 연우를 믿기 때문에 계약 내용에 대해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사를 표할 뿐이었다.

대충 들어도 자신의 지난 소속사인 플러스텐 엔터에서의 계약보다 훨씬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혁이 남은 군 생활 몸조리 잘하라며 다시 악수를 하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카페 테이블엔 안준호와 손진욱 그리고 연우만 남았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어깨를 숙이며 안준호가 조용히 속삭이자 손진욱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뭔데?"

"여기 정체가 뭐예요? 저기 계신 분 그 LN의 김주성 대표님 아니에요?"

안준호의 질문에 연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LN에서 은퇴하시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실 겸 여기서 카페 대표님을 맡고 계세요."

"그렇구나. 근데 오면서 보니까 차도 고급에 주차장에도 전부 고급 차들로 가득 차 있던데, 카페 인테리어도 그렇고, 여기 회사 대표님 엄청 부자신가 봐."

안준호의 말에 연우가 어색하게 볼을 긁적였다.

그러자 안준호가 신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하긴, 진욱이 형에 너까지 영입했으면 여기 자금력이 어마어마한 거지? 덕분에 엄청난 회사 들어왔네. 솔직히 난 활동할 때 한 것도 없는데."

안준호의 자조적인 말에 연우가 고개를 저었다.

"한 게 왜 없어요. 준호 형의 연기력은 제가 알고 진욱이 형이 아는걸요."

"맞아. 그리고 겁쟁이라 카메라 감독에 작가까지 다 있는데 섬에서 무섭다고 돌아온 것도 알지."

손진욱이 덧붙이는 말에 예능 촬영할 때가 떠올랐는지 안준호가 얼굴을 붉히고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손진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 회사 말이야. 두 사람이 함께 설립한 회사야. 그중 한 분은 저기 커피 만드시는 김주성 대표님이고."

손진욱의 말에 안준호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연예계에선 워낙 유명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신데, 여기서 커피머신 잡고 있는 것 보고 들어오다 깜짝 놀랐어요. 그럼 다른 한 분은 아까 만났던 정 대표님인가요?"

그러자 손진욱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 앞에 있잖아. 회사의 주인."

"예?"

손진욱이 옆자리에서 멋쩍은 표정으로 볼을 긁고 있는 연우를 가리켰다.

"연우가 세운 회사야. 새별 엔터, 새별 미디어 둘 다."

"···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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