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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요원 천재배우로 환생-263화 (263/295)

263화. 실패한 마지막 슛, 성공한 마지막 패스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스탭들은 어느새 경기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일부 스탭들만 평소 보기 힘든 배우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고, 나머지는 그저 매일 촬영하는 업무 중 하나로만 생각했지 경기에 관심은 없었다.

아무래도 양 팀 모두 아마추어끼리 붙는 경기이기에 그다지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기대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전에 들은 바로는 두 팀 사이에 수준 차이가 꽤 난다고 해서 일방적인 경기가 진행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경기의 양상이 스탭들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 긴장감 뭐냐. 이제 시간 1분도 안 남았는데 아직도 완전 팽팽한데?"

처음엔 크게 벌어지던 점수 차가 어느 순간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하더니 경기를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역전되지 않았던 스코어가 경기 종료를 겨우 몇십 초 앞두고 처음으로 역전됐다.

이제는 승부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코트로 돌아가면서 서로 손뼉을 마주치고 뛰어가는 배우들의 모습은 이미 드라마를 촬영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카메라 감독이 그 장면을 담아내면서 감탄했다.

"키야 청량감 죽이는구만. 누가 이쪽 카메라에만 하늘색 필터 씌워놓은 줄 알겠다. 이번 드라마 먹히겠는데?"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잖아요. 준성 선배가 이 드라마 촬영 맡았는데 아마 다음 달부터 들어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근데 딱 보면 뜰지 아닐지 알잖아. 방송국 짬밥이 몇 년이냐."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살다 보니 배우들 간의 비주얼 합이 어떠한지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이젠 시장에 통할 그림인지 아닌지 정도는 분간이 갔다.

스탭들이 이번 드라마의 흥행을 점치고 있는 사이 연우와 멤버들은 곧바로 수비 대형을 갖추기 위해 복귀를 서둘렀다.

상대 선수들이 공을 몰고 오는 게 보였다.

***

척─.

그물망이 흔들렸다.

안타깝게도 흔들린 건 상대편이 아니라 우리 그물망이었다.

20대 21.

리드를 한 지 겨우 몇 초 만에 다시 역전당했다.

곧바로 속공에 나갔지만 턴 오버가 나면서 공격권은 다시 상대에게 넘어갔다.

'이대로 한 번 더 먹히면 3점 차로 벌어져. 유한이의 3점 슛이 통한다면 동점으로 무승부를 낼 수 있겠지만 너무 도박이야. 그리고 남은 시간도 촉박하고.'

이 경기의 승리를 가져오려면 이길 수 있는 한 가지 수에 모든 걸 걸고 집중해야 한다.

연우가 하프라인을 넘어 우리 편 진형으로 내려오면서 정철민에게 붙어서 속삭였다.

"선생님. 만약 제가 신호를 주면 곧바로 상대 골대를 향해 뛰어주세요."

"상대 골대로? 내가 담당하는 상대 공격수는?"

"마킹하지 말고 곧바로 뛰어주세요."

경기를 진행하면서 연우의 판단이 틀린 적은 없었기에 정철민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알았다고 대답했다.

연우가 곁눈질로 골대의 위에 있는 전자시계의 초록색 숫자를 바라봤다.

'이제 남은 시간은 30초. 어떻게든 슛을 저지한 뒤에 역습을 나가야 해.'

상대가 아무리 시간을 끈다고 해도 24초 이상 버틸 수는 없다. 그 안에 적어도 한 번은 공격 시도를 해서 림이라도 맞혀야 한다.

'아마 상대편은 시간을 전부 쓰려고 하겠지. 그러면 남는 건 끽해야 6초 이내.'

연우가 우리 편 골대 밑을 바라봤다. 손진욱이 자세를 낮춘 상태로 양팔을 벌리고 골 밑 지역을 막아서고 있었다.

'리바운드는 우리가 유리해.'

상대편에서 엔보이즈의 재윤이 하프라인을 넘어서 공을 튕기며 천천히 들어오는 게 보였다.

재윤을 담당하는 동하가 곧바로 앞을 막아섰지만 1점 리드를 하고 있는 상대는 급할 게 없었다.

재윤이 느긋하게 시간을 끌면서 좌우를 한 번씩 노려보다가 빈 공간으로 패스를 했다.

패스가 날아온 곳에 있는 상대 선수는 연우가 마킹하고 있는 양윤재.

골대 위에 있는 전광판에 붉은색 숫자 3이 표기됐다.

경기장 시계의 초록색 숫자는 진행된 경기 시간을, 붉은색 숫자는 상대가 보유한 공격시간을 표시한다.

상대에게 주어진 24초 중 21초를 시간을 끄는 데 사용했고 이제 3초 남은 것이다.

양윤재가 앞으로 뛰어 들어갈 것처럼 하더니 동작을 멈추고 뒤로 뛰어오르며 공을 던졌다.

동시에 연우가 앞으로 달려가면서 점프해 손을 뻗었다.

틱─.

양윤재의 손에서 쏘아진 공이 연우의 손끝에 살짝 닿았다.

'됐다!'

곧바로 연우가 오른쪽을 바라봤다.

"철민 쌤!"

정철민이 신호를 받고 곧바로 마킹하던 상대를 두고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하프라인을 넘어 내려오면서 연우가 지시했던 내용이다.

텅─.

연우의 손끝이 살짝 닿으며 궤적이 틀어진 공이 백보드를 맞히고 아래로 떨어졌다.

골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진욱이 뛰어올라 공을 잡고 양손으로 감쌌다.

바닥에 내려온 손진욱이 앞을 바라보자 이미 하프라인을 넘어서 달려나가고 있는 정철민이 보였다.

남은 시간은 4초.

마지막 역습의 속공이다.

"흐읍!"

곧바로 손진욱이 정철민을 향해 공을 던졌다.

달려나간 정철민이 높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공을 가까스로 잡아냈다.

'시간!'

바로 정철민이 골대 위에 있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3초다.

뒤에서 전력을 다해 뛰어오는 상대 수비수들이 보였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대회에 나온 것도 아니고 뭔가를 걸고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승부의 마지막 행방이 자신의 손에 달렸다고 생각하니 긴장됐다.

정철민이 곧바로 자세를 잡고 공을 던졌다.

휙─.

정철민의 손에서 쏘아진 마지막 슛이 뜨거워진 체육관의 열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쏜 탓인지 공이 허공을 갈랐다.

이 궤적대로라면 림에 미치지 못하고 떨어질 게 분명했다.

'아아···.'

정철민의 얼굴이 안타까움으로 물드는 순간, 사이드에서 번개 같은 속도로 달려온 한 인영이 점프를 하는 게 보였다.

시계의 붉은 숫자는 2를 표시하고 있었다.

타다닷─.

탁─.

정철민에게 달리라고 신호를 보낸 후 양윤재가 던진 공이 들어갔는지, 그리고 그 튕겨 나온 공을 손진욱이 리바운드에 성공했는지 여부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전력으로 달려온 연우였다.

애초에 양윤재의 공이 들어가거나 손진욱이 리바운드를 잡지 못한다면 승산은 제로이기에 이길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만 보고 뛴 것이다.

그리고 붉은 숫자가 1을 표시하는 순간 점프한 연우가 떨어지는 공을 공중에서 잡아 그대로 오른손을 뻗어 밀어냈다.

앨리웁.

점프한 선수가 공중에서 공을 받아 그대로 연결해 다시 던지는 공중 동작이다.

척─.

삐익─!

공이 그물망을 통과함과 동시에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앨리웁 버저비터에 예능팀은 물론이고 체육관 구석에서 구경하던 정동석 코치까지 양손을 위로 들고 소리 질렀다.

그리고 이 시각 가장 신이 난 사람은 버저비터를 성공시킨 연우도, 만세를 부르며 뛰어오는 팀원들도 아니었다.

"쩌, 쩔었다. 이거 무조건 너튜브 천만 뷰다···."

아직 정식 명칭도 정해지지 않은 후속 예능의 PD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머리에 꽃밭이 펼쳐지는 듯했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건 확실해. 정말 만에 하나 드라마가 잘 안 된다 하더라도 후속 예능은 뜰 거야.'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반응이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연예인 농구팀 '패스트'는 저마다 이번 친선경기를 본인이 돋보일 발판으로 삼으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경기 종료를 가리키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22 대 21.

최종 스코어는 본인들이 돋보일 발판이 아니라 그저 남의 발판이 되었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

경기가 끝난 뒤 간단하게 회식을 하고 가자는 예능PD의 말에 배우들이 수락했다.

PD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연우의 손을 붙잡고 크게 흔드는 모습이 굉장히 신난 것 같았다.

"크하! 시원하다."

정철민이 손에 든 생맥주를 꿀꺽꿀꺽 넘기고는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기분 좋게 외쳤다.

옆에 있던 손진욱이 씨익 웃으면서 정철민에게 물었다.

"맥주요? 아니면 오늘 경기요?"

"당연히 경기지. 짜릿하게 이기니까 속이 뻥 뚫린다."

"그런데 정 선배. 어떻게 거기서 달려오는 연우를 보고 기가 막히게 패스를 하셨습니까."

"으, 으응?"

슛을 했는데 공이 백보드나 림조차 맞지 않고 떨어지는 걸 에어볼이라고 부른다.

농구인에게 굴욕의 순간이 두 개 정도 있는데, 하나는 슛을 했을 때 상대 센터가 뛰어올라 파리채로 파리 잡듯 쳐내는 블록 샷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에어볼이다.

어찌 보면 둘 중에도 비교하자면 에어볼 쪽이 더 굴욕인 상황이다.

물론 정철민이 농구인은 아니긴 하지만···.

"크흠, 그거 슛이었는데?"

"······."

그러자 반대편에서 연우가 미소 지으며 잔을 올렸다.

"슛이긴 했어도 제가 딱 잡기 좋은 위치로 왔거든요. 슛과 패스의 중간이니까 슛터링이라고 해두죠. 건배할까요?"

연우의 말에 진유한이 옆에서 곧바로 술잔을 올리자 다들 본인의 잔을 잡았다.

"어어, 우리도 낍시다. 다들 잔 채워요."

다른 테이블에 있는 PD가 그 모습을 보고 외치자 다른 스탭들도 모두 잔에 술을 따랐다.

"오늘 결승골을 넣은 류연우 배우가 한마디 하시죠."

PD의 말에 연우가 주위를 둘러봤다.

경기가 끝난 후 배우들은 체육관에서 샤워를 하고 챙겨온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원래 촬영팀은 무거운 촬영 장비도 옮겨야 해서 신축성이 좋은 활동복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식당 내에 있는 인원들이 꼭 진짜 농구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좋습니다. 전국 제패를 위하여!"

소년만화도 아닌데 전국 제패라니, 연우의 엉뚱한 건배사에 스탭들이 웃었다.

경기가 끝나고 해가 중천에 떠 있던 대낮부터 시작한 회식이라 저녁 즈음이 되자 금세 끝났다.

정철민과 손진욱은 따로 더 마시러 간다는 것 같았지만 연우는 김민수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연우가 회식 중에 한해운에게 도착한 메시지를 바라봤다.

- 한해운 : 노숙자를 찾았습니다.

노숙자는 이형락을 말한다.

백솔, 그중에도 제거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이 만든 비자금의 실제 명의자다.

아마 단순히 푼돈을 받고 이용당한 사람이겠지만, 언젠가는 백솔이 이형락이라는 자를 이용해 해외로 송금하고 남은 자금의 회수를 시도할 수 있으니 주시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김민수의 차가 집에 도착했고 연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집에 들어선 뒤 곧바로 작업실로 향해 헤드셋을 썼다.

"이형락의 소재를 파악했다고?"

- 아, 오셨습니까. 지난번에 팀장님이 말한 대로 서대문역 인근에서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똑같이 안 씻고 머리를 길게 기른 채로 모자를 쓰고 있어서 신원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생했겠네. 그래서 접촉했어?"

- 아직입니다. 김수혁이 현장으로 이동 중인데 이제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연우가 2번 채널에 영상을 연결하자 김수혁의 옷에 부착된 카메라로 차에서 내려 노숙자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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