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김대리의 비밀영지-48화 (48/250)

<48화>

“펠릭스 2세의 술상이 부러울소냐~.”

“엘프의 천년 묵은 과실주가 부러울소냐~.”

“천만금을 가져다줘도~.”

“이슬 한 잔과는 절대로 못 바꾼다아~.”

거나하게 취한 이든 백작과 마론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괴상한 노래를 함께했다.

그들을 보며 슬쩍 론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그나마 이중에서 덜 그지 같은 이 그지새끼가 이든 백작이라고?”

“예…. 조금 많이 변하시긴 했지만, 맞습니다.”

“이거 참, 어이가 없네.”

누가 봐도 서울역에나 어울릴 법한 행색이었다.

언제 씻은 건지 모를 얼굴에, 미라같이 깡마른 모습.

귀족의 품위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영지 바깥의 생활이 그렇게나 고달팠던 건가.’

확실히 집 떠나면 고생인 건 여기도 똑같나보다.

내가 백작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자….

“죄, 죄송합니다. 섭정 나리.”

“초면에 이런 모습을 보여 드려서.”

“백작님이… 오랜만에 술을 드시는 바람에….”

눈치를 보던 백작의 더 그지 같은 부하들은 멋쩍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다들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사실 이들이 처음부터 고분고분 했던 건 아니었다.

“하, 한 입만! 제발! 딱 한 입만! 아니! 딱 한 방울만!”

느닷없이 등장한 백작은 술을 구걸했고.

“배, 백작님! 체통을 지키십시오!”

“네, 네 놈들! 영지에서 온 거냐!”

“크윽! 백작님을 홀리다니!”

뒤늦게 달려온 백작의 부하들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무기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사방을 가득 채운 진한 고기 냄새는 이길 수가 없었다.

“허억! 이 냄새!”

“고기다! 진짜 고기다!”

“크흐흑! 냄새만 맡아도 행복해!”

곧바로 무장해제 당한 이들은 무릎을 꿇은 채로 론이 구워주는 고기를 받아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하들의 배가 반쯤 찰 무렵, 고기를 굽던 론이 집게를 멈추고는 말했다.

“알죠? 섭정 나리께 조금이라도 불경한 모습을 보이신다면….”

“그, 그럴 리가 있겠냐?”

“섭정 나리는 여신께서 선택하신 사도라고 하지 않았더냐? 그런 분께 어떻게 감히 그러겠느냐.”

고기 맛에 사로잡힌 부하들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확실히 론을 데리고 오기를 잘 했다. 체면 때문에 내가 못할 말도 대신 해주는 걸 보면.

“…게다가 우리 백작께서 벌써부터 저런 모습이신 걸 보면, 아마도 다시 영지로 돌아가실 생각이 있….”

그 순간, 백작이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벌떡 일어나 갈지(之 ) 자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자, 잠깐! 나는 아직 투항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자네가 아무리 영주의 책봉을 받은 섭정이라 해도! 변혁의 여신께서 간택하신 여신의 사도라 해도! 나는 아직 인정을…!”

“에헤이.”

잘 쳐먹어 놓고서는 이제 와서 그러면 섭섭하지.

백작을 부축하는 척 어깨동무를 한 나는 가방에서 슬쩍 소주 한 병을 꺼냈다.

그리고는 백작에게 은밀히 내밀었다.

“백작님.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마시고, 그냥 합의 보시죠.”

“하, 합의?”

“석 달에 한 병씩 드릴게요. 이슬을.”

“응? 서, 석 달에 한 병?”

제안을 들은 백작은 눈을 번쩍 떴다. 꽤나 솔깃한 모양.

그러나 아직 표정에는 머뭇거림이 남아 있었다.

“아, 좋습니다. 두 달에 한 병.”

순간 백작의 눈동자는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 한 달에 한 병!”

오오, 그 와중에 나한테 딜을 걸어?

대단하긴 대단한 인물이다. 이 정도로 배짱이 있으니 이탈자들의 구심점이 되었겠지.

내가 대답 없이 입을 다물고 있자 백작이 슬그머니 물었다.

“그, 그건 안 되겠나?”

“좋습니다. 대신 제가 하는 일에 절대 토 달기 없기. 나서기 없기. 그리고 시키는 대로 다 하기. 괜찮습니까?”

끄덕끄덕. 백작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병을 바라보았다.

이야, 소주 한 병에 이루어진 야합이라니.

혼자서 만족해하고 있던 그때.

“천사의 얼굴이 보이는구만….”

백작은 소주병에 붙은 모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신인 배우 주한나네. 요새 잘 나간다더니 소주 모델도 했었구나.

그런데 백작 이 인간, 너무 뚫어지게 보는 거 아냐?

나는 슬쩍 소주병을 밀어 백작의 몸에 밀착시켰다.

“넣어두세요. 사람들이 봅니다.”

“응?”

“좋은 건데, 혼자 드셔야죠. 혹시라도 버크 공 같은 인간한테 들키면… 아시죠?”

그러자 백작은 어금니를 앙다물며 옷자락에 병을 숨겼다.

“그, 그런 무지막지한 먹깨비한테 빼앗길 수는 없지! 이 귀중한 이슬을!”

“네네. 고기라도 더 드시면서 술 좀 깨세요.”

나는 백작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는 걸신들린 듯 고기를 주워 먹는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영지에서 이탈하신 분들, 그러니까 이탈자 분들은 얼마나 되죠?”

“그게….”

“저희는 지금 79명 정도 됩니다.”

바로 그때.

“나까지 딱 80일세.”

고기를 우물거리던 백작이 끼어들었다.

“처음에는 200에 가까웠지만 굶주림과 계속된 고블린들의 습격 때문에 많이 줄었네.”

백작 일행도 고블린의 습격을 겪었던 건가?

그제야 나는 백작 일행의 행색을 이해할 수 있었다. 놈들의 침입을 겪었으니 그럴 수밖에.

80명이라…. 엄청나게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럼, 전부 다 데려오시죠. 다 같이 영지로 돌아갑시다.”

하지만 그래도 당장에 닥친 영지의 인력난을 해결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

“흥. 섭정, 자네는 영지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겐가?”

백작의 말에는 약간의 가시가 돋아있었다.

야합을 하긴 했으나, 완전히 마음이 돌아서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터가 좋지 않은 곳이네. 오죽했으면 우리가 따로 떨어져 나왔겠나.”

“에이. 터가 좋지 않다뇨.”

그 죽음의 늪이라는 원유 때문인지, 아니면 염해를 입었던 땅 때문인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말하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가보면 180도로 변한 영지 때문에 깜짝 놀랄 거라는 걸.

“일단은 같이 가보시죠.”

* * *

나는 곧 80인의 거지, 아니 이탈자들을 데리고 복귀했다.

이윽고, 영지의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자….

“이, 이게 진짜 그 영지의 성벽이란 말입니까?”

“아니, 그 폐허를 이렇게 말끔하게…? 제대로 남아 있던 게 없었는데…!”

성벽을 본 이탈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기저기 허물어져 있던 성벽은 드워프들이 이미 말끔하게 보수해 놓은 상태였다.

그들의 감탄에 수레에 타고 있던 이든 백작은 콧방귀를 뀌었다.

“허, 보고대로 낡은 성벽을 보수했군.”

“보고요? 알고 계셨어요?”

“…으흠. 영지에 대한 건, 가끔씩 정찰병을 보내 듣고는 있었네만.”

살짝 얼굴을 붉힌 백작은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성벽을 보수하는 건 잘못된 선택이네.”

“응? 왜죠?”

“남아있는 자원을 전부 사용했을 게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자원이 모자랄 텐데 이제는 전부 다 써버렸겠군. 남은 게 없겠어.”

영지로 복귀하는 걸 후회한다는 듯한 말투에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게…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고블린들 때문에.”

“고, 고블린? 서, 설마 그 놈들을 마주했었나? 겨, 결국 이 곳에도 놈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난 백작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당장이라도 놈들이 튀어 나올까봐 두렵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네, 그랬었죠. 대충 700마리 정도 되었었나? 아마 그럴 거예요.”

“치, 칠백! 그, 그런데 살아남았다고? 그게 사실인가?”

예. 살아 있으니까 고기도 구워주고 술도 먹여줬죠.

“어휴. 힘들어 죽는 줄 알았잖아요. 그 놈들을 전부 처리하느라.”

“전부… 처, 처리를 했다고? 그, 그 말뜻은…?”

“아주 그냥 싸그리 씨를 말려 버렸죠.”

털썩-!

백작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래도 내 말이 믿기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자, 자세히… 자세히 좀 들려주게….”

“허허, 그 무용담은 제가 말씀 드리겠소.”

백작의 물음에 반응한 건, 다름 아닌 마론.

그는 한참 동안을 고블린들과의 공성전에 대해 장황한 썰을 풀어놓았다.

“마지막 남은 놈은 섭정께서 창으로, 팍! 하고 끝장을 내지 않았겠소?”

“사실, 저희 섭정 나리께서 활만 잘 쏘시는 게 아니라서요.”

론까지 합세하자 나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 거 참, 쑥스럽게.

“…더 해도 되는데 여기서 멈추시네요. 후후.”

내가 손짓으로 은근히 마론을 부추기던 그때.

“그, 그럼 몇 달 전쯤에 환하게 솟구치던 불길이…?”

백작은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네. 보셨나봐요. 그게 제가 썼던 계략입니다.”

일명 꽃병이라고 불리던 화염병 작전.

백작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허… 세상에… 그 지독한 놈들한테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놈들을 몰살시켰다니….”

말투에 가득했던 퉁명스러움은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던 차, 어느새 영지에 도달한 수레는 천천히 성문을 통과했다.

뒤를 따르던 이탈자들은 영지의 모습이 보이자 화들짝 놀라며 소리를 쳤다.

“이, 이게! 이게 영지라고?”

“자, 잘못 온 것 같은데?”

“마법이다! 영주가 마법을 부려서 환상을 만들어 낸 거야!”

아니 무슨 호들갑들을 이렇게 떨어.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예전의 거지 소굴 같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을 테니까.

“저, 저 뿌연 집은 뭡니까? 집 안이 살짝 보이는 것 같은데요?”

“집 안에 녹색의 저건… 풀인 겁니까?”

막 정갈하게 정돈된 수로와 비닐하우스가 눈에 들어왔을 때였다.

이탈자들 사이에서는 질문이 마구 터져 나왔다.

론은 나대신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 저건 비닐하우스라고, 저 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노, 농사라고? 이 추운 겨울에?”

“마, 말도 안 돼….”

“지금은 감자라는 걸 재배하고 있는데요, 잠시만요.”

론은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금세 타조알만 한 감자를 들고 돌아왔다.

“이게 감자라는 거예요.”

“이, 이 커다란 걸 전부 먹는다는 말이냐?”

“네. 구워 먹기도 하고, 스프처럼 끓여 먹기도 해요. 맛있어요. 드셔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걸요?”

이탈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두 눈만 동그랗게 뜬 채 끔뻑일 뿐이었다.

그 순간.

꼬끼오-!

닭 울음소리가 들리자, 이탈자들 모두는 흠칫하며 놀랐다.

수레에 앉아있던 백작 또한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닭? 닭 울음소리 아닌가? 영지에 닭이 있다는 말인가? 분명 기근 때 전부….”

“예? 지금 수레를 끄는 것도 닭인데요?”

“뭣?”

왜 저렇게 놀라지? 설마, 덩치가 커져서 못 알아본 건가?

아니면 갑주를 씌워 놔서 몰랐나?

“이, 이건 영주의 기행이 만들어 낸 키메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영주님이 만들어 내신 건 맞는데요, 원래는 제가 가져온 닭이었거든요.”

“가, 가져와? 어디서?”

“그… 이슬을 가져온 곳에서요.”

내가 슬쩍 백작의 품을 바라보자, 백작은 동공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 섭정… 자네…?”

순간, 나를 바라보는 백작의 시선에서는 경외감 같은 게 느껴졌다.

“그, 그렇군! 영지의 이 모든 변화가… 섭정 자네 때문이었군 그래!”

이걸 알아봐 주다니, 솔직히 감탄했다.

예! 맞습니다! 제가 이 영지민들을 사람으로 만들었죠!

진짜 개같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알아봐주시니 엄청 뿌듯합니다!

이런 속마음과는 달리 나는 겸손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그렇다면, 변혁의 여신께서 간택하셨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백작은 몸을 부르르 떨며 전율했다.

이탈자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들 살이 오른 이유가 있었어….”

“우리처럼 지렁이나 파먹고 사는 줄 알았더니….”

이탈자들의 놀람은 영주의 성을 향하면서도 계속되었다.

“세상에… 그 거지 움막이… 완전한 집이 되어 있네?”

“집 안에서 김이 나다니… 저 안이 뜨겁기라도 한 건가?”

“허억! 드워프! 영지에 드워프들이 있다!”

“설마, 저 고집불통들을 영지로 데리고 온 건가?”

“어, 어쩐지 병사들의 갑주가 드워프제 같더라니!”

수레의 뒤편에서 이탈자들이 웅성대던 그때.

“에헴. 이게 다, 이 섭정 덕분에 얻게 된 삶이오! 보이시오? 예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탈바꿈한 영지가?”

마론이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또, 또 확성기.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확성기를 틀어댄다.

“영지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이! 전부 섭정 덕분이오! 당신들도 모두 진심으로 섭정을 섬기게 되면,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소!”

“오오!”

“정말로 섭정 나리 덕분인 건가?”

순간 이탈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기 시작했다.

“그, 그렇다면 나는 섭정 나리를 지지하겠소!”

“나도, 나도 마찬가지요!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영혼까지 바치겠소!”

“엉엉! 절 가지세요, 섭정나리!”

…웅성거림은 이내 광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기는 곧 이탈자들에게서 영지민들에게로 퍼지고 말았다.

“감사합니다, 섭정 나리!”

“덕분에 행복합니다!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 원흉인 마론은 한껏 달아오르기라도 한 건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패딩을 자랑했다.

“으하하하! 자, 보시오! 이게 바로 섭정께서 내리신 은혜를 몸에 두른 모습이오!”

거기까지만 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그는 갑자기 상의를 훌렁 훌렁 벗어 젖혔다.

곧바로 드러난 건 새빨간 내복.

“아악! 내 눈!”

“마, 마론 나리! 대체 왜 이러십니까!”

내복 위로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꼭지들에, 나와 론은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대, 대체 이 옷감은…? 이런 천이 세상에 있었단 말인가…!”

백작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마론의 멱살을 잡고서는 내복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촘촘하면서도 이렇게 짱짱하다니! 허어! 내 생전 이런 화려한 옷감은 처음 보는군!”

“케헥! 그, 그 뿐만이 아니요! 이 한겨울에도… 켁! 온몸이 후끈할 지경으로 열이 나는!”

“몸에서 열이? 그게 사실인가?”

“켁! 그래서 이 옷이 정열의… 제발 이것 좀 놓고….”

목이 졸린 마론이 여전히 확성기를 놓지 못하던 그때.

“오오! 붉게 피어오른 정열의 꽃!”

“우리도 질 수 없지!”

“다들 보여주자고!”

광기에 휩싸인 영지민들 모두가 상의를 훌렁 벗어 던졌다.

눈 때문에 새하얗게 변한 영지에, 갑자기 피어오른 붉은 내복의 꽃밭.

순간, 백작을 비롯한 이탈자들의 두 눈은 또 한 번 휘둥그레 변했다.

“헛!”

“저, 저 화려한 옷은 대체 뭐지?”

“다들… 귀족도 아닌데 이런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니!”

겨우 멱살잡이에서 풀려난 마론은 그 광경에 껄껄 웃었다.

“이게 바로 섭정의 은혜요! 자, 보시오! 아랫도리도…!”

“그, 그만! 이제 그만해요!”

나는 하의까지 벗으려는 마론을 끌어다 앉혔다.

이런저런 소란들과 함께 어느덧 성 앞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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