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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존강림-33화 (33/250)

33화

퍼억!

유한백이 날린 짱돌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와 정확하게 무사의 머리통에 작렬했다.

“꽤액!”

무사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이를 본 다른 무사가 당황하며 재빨리 호각을 불려고 했다.

하지만 유한백의 손이 더 빨랐다.

휘이이이익!

단단한 짱돌이 날아들어 그대로 호각을 불려고 하는 무사의 입을 뭉개 버렸다.

콰드득!

짱돌에 맞아 이빨이 죄다 나가 버린 무사가 바닥을 뒹굴었다.

“으어어억!”

이를 본 유한백은 유유히 적성문의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 새끼들이 감히 청성의 속가 문파의 뒤통수를 갈기고 겁대가리 없이 말이야.”

유한백은 아직 꿈틀거리는 무사들의 손등을 꼼꼼하게 차근차근 밟아 줬다.

뿌드드득!

손의 뼈가 으스러지고 신경이 끊어지면서 이제 평생 무기는 쥐지 못할 터였다.

유한백이 정문을 모두 정리했을 때쯤 급하게 조명환과 백무흔이 달려왔다.

“헉!”

피거품을 물며 쓰러져 있는 적성문 무사를 보고 조명환은 기겁을 했다.

“한백이 너 다짜고짜 이렇게 깽판을 치면 어쩌려고 그러냐!”

그 말에 유한백이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사형, 우리 쪽 애들 건드린 자식들을 그냥 둬요? 그럼 다른 놈들이 청성을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유한백의 말에 백무흔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유 사제와 같습니다. 조 사형. 밟을 때는 철저히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에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백무흔이었지만 가끔은 유한백보다 더 막 나갈 때가 있었다.

“어휴…….”

조명환은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하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나도 이젠 모르겠다. 그래서 한백아.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유한백은 조명환의 말에 씨익 웃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요. 가서 대가리가 나올 때까지 조지는 거죠.”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정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를 본 조명환이 황당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 한백아! 한백아!”

두 사람이 급하게 유한백을 쫓아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이미 적성문의 무사들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실전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조명환과 백무흔은 긴장한 얼굴로 검을 뽑아 들고 기수식을 취했다.

하지만 유한백은 달랐다.

“드루와 봐라 새끼들아!”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차게 퍼덕이더니 들고 있던 짱돌을 무사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퍼억! 퍼억! 퍼억!

장문인에게 직접 전수받은 청성파의 암기술인 운저비성(雲底飛星)이 유감없이 펼쳐졌다.

“크아악!”

운저비성은 보통의 암기술과 달리 낮은 각도로 날아왔다가 위로 솟구쳐 궤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유한백의 암기술에 꼼짝없이 당한 적성문의 무사들이 선뜻 앞으로 나서지를 못했다.

들고 있던 짱돌을 모두 쓴 유한백이 허리춤에 찬 검이 아닌 옥피리를 치켜들었다.

이를 본 적성문의 무사들이 놀라며 소리쳤다.

“으, 음공이다! 모두 귀를 막아!”

옥피리를 들었으니 당연히 음공으로 공격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무사들이 음공을 막기 위해 귀를 막았지만 유한백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공격을 가했다.

퍼억!

무사들을 향해 달려들더니 쥐고 있던 옥피리로 가장 가까운 놈부터 대가리를 깨부순 것이었다.

“카아악!”

단단한 옥피리에 맞은 무사들은 게거품을 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음공이라 생각하고 몸을 움츠렸던 무사들은 허를 찔린 셈이었다.

“마, 막아!”

십수 명의 무사들이 유한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장정들이 달려드니 압박을 받을 만도 한데 유한백의 움직임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와봐 이 새끼들아!”

난전이 벌어지자 오히려 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옥피리뿐만 아니라 발차기와 주먹으로 무사들의 급소만을 골라서 때렸다.

퍼억!

유한백의 주먹에 맞은 무사들은 마치 쇳덩이에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끄르르륵!”

뼛속까지 울리는 아픔에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뒤에서 그런 유한백을 바라본 조명환과 백무흔은 감탄을 하면서도 한 가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대단하긴 한데 싸움이 굉장히 지저분하다.’

‘효율적이긴 한데 정말 지저분하게 싸우는구나.’

다가오는 무사를 향해 침을 뱉어서 시야를 가리거나, 다리를 걸고 넘어뜨린 뒤에 급소를 밟아 터뜨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조명환과 백무흔은 자신들이 유한백의 적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감사하게 여겼다.

삐이이이익-

동시에 사방에서 거대한 호각 소리가 들리더니 측면에서 붉은 두건을 쓴 무사들이 더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중앙에서 무사들을 상대하는 유한백을 보며 조명환과 백무흔은 각각 측면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놈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촤아악!

조명환은 유한백에게서 전수받은 청풍검법을 펼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휘이익!

바람결을 따라 표표히 나아가는 조명환의 움직임은 전혀 강호 신출내기로 보이지 않았다.

사나운 기세를 내뿜으며 달려드는 적성문의 무사들을 보며 조명환은 오히려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한백이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다.’

저들을 수백 명 모아 놔도 유한백 한 명을 상대하는 것보다 수월할 것 같았다.

“죽어어어어!”

적성문 무사들의 살기 가득한 공격을 조명환은 가볍게 받아넘기며 반격을 가했다.

촤악!

조명환의 검초가 무사들의 팔,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크윽!”

“크아악!”

팔, 다리가 베인 무사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조명환은 다가오는 무사들을 향해 검을 내밀며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쿠구구구!

유순해 보이던 조명환은 사라지고 어느새 날카로운 검 한 자루가 나타났다.

포효하며 달려들던 적성문의 무사들은 그런 조명환의 기세에 짓눌려 자신들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크윽! 뭣들 하고 있어 빨리 조져!”

뒤에 있던 대주의 호통에 무사들이 어쩔 수 없이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조명환의 검이 번쩍이는 순간 무사들이 거짓말처럼 팔, 다리가 베이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반대편에서 무사들을 상대하는 백무흔은 조명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촤아아악-

백무흔은 놀랍게도 검이 아닌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청성파의 도법인 벽운도(劈雲刀)를 펼치는 것이었다.

벽풍자 장로가 급사한 뒤로 청성은 검만을 강조했던 기조에서 자신에게 맞는 무기와 무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본래 청성에서 검법을 배웠던 백무흔에게 유한백은 도법을 익히도록 권했다.

[백 사형은 검법보다 도법이 맞아. 잔말 말고 이거 익혀.]

백무흔은 유한백에게서 벽운도 비급을 건네받았다.

처음에는 왜 유한백이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도를 쥐고 이를 휘두르고 나서야 자신에게 맞는 것이 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후우우우웅!

외모는 곱상한 귀공자 같았는데, 환도를 거칠게 휘두르는 모습이 마치 야차 같았다.

숨겨진 야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백무흔은 달려드는 적성문의 무사들을 몰아붙였다.

“크으윽! 뭣들 하는 게냐! 어서 놈을 붙잡아라!”

십수 명의 무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지만 백무흔의 단단하면서도 야성적인 도격을 뚫고 나가지를 못했다.

도를 치켜든 백무흔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적성문의 무사들을 향해 한 발을 내디디며 도를 크게 휘둘렀다.

콰콰콰콰!

도격이 호쾌한 호선을 그리며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백무흔이 휘두른 강력한 도격에 휩쓸린 적성문의 무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쿠구구구구!

유한백은 정면의 무사들을 상대하면서도, 양쪽 측면에서 밀려드는 적성문의 무사들을 막아 내는 조명환과 백무흔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크으, 역시 내가 제대로 잘 가르쳤군.’

괴존 시절, 제자가 되겠다며 찾아왔던 이들이 모두 도망갔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정성껏 사형들을 키우다시피 가르친 보람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유한백의 마음을 조명환과 백무흔이 알았다면 당장이라도 입에서 불을 뿜으며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

일 년 동안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청성의 제자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일 년간의 지옥을 견디고 조명환과 백무흔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유한백은 고개를 돌리고 정면에서 계속 몰려오는 적성문의 무사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좋아, 그럼 나도 제대로 놀아 볼까?”

그는 피가 흥건히 묻은 옥피리를 허리춤에 꽂아 놓고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츠츠츠츠-

과거 벽풍자가 모아 두었던 검들 중 제일 화려해 보이고 비싼 검을 강탈한 유한백이었다.

비싼 만큼 검날에서 솟구치는 예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유한백이 검을 치켜들고서 소리쳤다.

“내 이름은 유한백, 협객이다! 죄 없는 황엽문을 공격한 적성문! 네 놈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한다! 그리고, 또 뭐 있더라? 아, 그래 일단은 청성파다! 기명제자지만.”

전생에서는 협객 짓을 해본 적이 없어서 대충 풍문으로 들었던 것을 어색하게 내뱉어 봤다.

보통 이렇게 외치면 적들이 술렁이며 놀라야 하는데 적성문 무사들은 오히려 더 거친 욕설을 하며 달려들 뿐이었다.

이를 본 유한백이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하, 새끼들이 장단을 못 맞추네.”

그의 눈빛에서 아까와 달리 살기가 흘렀다.

“눈치도 없고, 장단도 못 맞추는 자식들아! 그냥 뒤져!”

* * *

쩌엉!

단단한 술잔이 벽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붉은 장포를 입은 거한이 얼굴을 벌겋게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에게 소리쳤다.

“아직도 꼬마 하나를 못 찾았다니! 쓸모없는 놈들!”

거한은 다름 아닌 적성문의 문주인 강만홍이었다.

적성문의 총관은 수염을 파르르 떨며 대답했다.

“그, 그것이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고, 황엽문과 연관된 곳을 파봐도 도통 흔적을 발견할 수가…….”

“멍청한 놈! 그럼 관청 쪽에 얘기해서 황엽문주 놈을 더 쥐어짜라고 하면 될 것 아니냐!”

현재 황엽문주는 누명을 쓰고 관청에 붙잡힌 채 투옥된 상태였다.

황엽문의 알짜 사업들을 노리고 적성문이 부패한 관리들을 동원해 일부러 그에게 누명을 씌운 뒤 문파를 초토화시킨 것이었다.

덕분에 황엽문의 문주는 관청에, 다른 식솔들은 적성문에 붙잡혀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황엽문의 사업체들을 빼앗기 위해서는 문파의 인장이 필요한데 늙은 황엽문주가 손자와 함께 이를 감쪽같이 빼돌렸다는 것이었다.

황엽문을 초토화시키기는 했지만 애초에 누명을 씌운 것이기에 언제까지고 관청에 잡아 둘 수는 없었기에 적성문주는 한시라도 빨리 인장을 찾아 사업체들을 집어삼키려 했다.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된 황엽문으로서는 대문파로 성장한 적성문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적성문주는 총관을 향해 다시 인상을 쓰며 윽박을 질렀다.

“당장 그 늙은이를 쥐어짜서 꼬마를 찾아내라고 전달해! 그러라고 놈들 입에 돈을 집어넣은 것 아니냐!”

“그, 그러고 있긴 한데, 워낙 황엽문주가 끈질겨서…… 죽더라도 입을 열 위인이 아닙니다.”

총관의 말에 적성문주의 이마에 힘줄이 더 돋아났다.

그러더니 그가 음습한 표정을 지으며 총관에게 말했다.

“그 늙은이의 자식과 손녀들을 데려가서 눈앞에서 고문해라. 자기 핏줄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놈이니 그것까지는 견디지 못할 거다.”

적성문주의 말에 총관이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무, 문주님 그렇게까지 했다가 잘못해서 흉한 소문이 돌면 큰일 납니다. 무림맹 쪽 귀에라도 들어가게 되면…….”

정파의 얼굴로 사파보다 더한 악행을 저질렀다며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러자 적성문주가 오히려 총관의 말에 역정을 냈다.

“멍청한 놈! 지금 여기서 인장을 못 찾으면 더 문제가 커진다고!”

그가 미간을 그러모으며 말했다.

“일단 황엽문을 집어삼킨 뒤에 수습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

콰아아앙!

그때 문이 박살 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뭐, 뭐냐!”

적성문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서진 문을 밟고 푸른 도복을 입은 도사 하나가 검집을 어깨에 걸친 채 껄렁한 자세로 들어왔다.

적성문주는 도사의 복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청성파? 근데 저건 뭐야 피?’

청성파 도복에 피가 잔뜩 튀어 있는 젊은 도사가 다짜고짜 안채로 들어왔다.

“어이 덩어리! 네가 적성문 문주냐?”

유한백은 얼굴에 튄 핏자국을 닦으며 적성문주를 향해 소리쳤다.

“X새끼야, 뒤지고 싶지 않으면 내려와서 당장 대가리 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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