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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존강림-42화 (42/250)

42화

“찾았다고?”

유한백은 당명화의 말에 오히려 놀랐다.

범인들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당 가주와 짜고 청성과 당문이 전면전을 일으킬 것처럼 꾸미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가 당명화를 보며 말했다.

“습격을 사주한 놈. 누굽니까.”

그의 말에 당명화가 품에 넣어서 가져온 서신을 주섬주섬 유한백에게 건넸다.

유한백은 서신을 꺼내서 내용을 빠르게 읽어 봤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당명화에게 말했다.

“이거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굽니까.”

“어, 그러니까. 일단은 저랑 가주님밖에 모릅니다.”

비밀리에 진행을 해야 했기에 당 가주가 당명화에게만 언질을 한 듯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다탕!

백무흔이 누군가를 끌고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으윽!”

창고 바닥을 구른 이는 다름 아닌 당문의 삼공자인 당무혁이었다.

당명화는 나동그라진 당무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혁이,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

당무혁은 곧장 몸을 일으킨 뒤 청성의 문도들을 노려보며 당명화에게 소리쳤다.

“숙부! 이곳은 제가 막을 테니 빨리 도망치십시오!”

그는 결사 항전의 태세를 취하며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유한백이 백무흔을 향해 고갯짓했다.

“백 사형, 얘는 뭐예요?”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있길래 잡아 놓고 보니 암기를 쓰는 모양새가 당문 쪽 사람인 것 같아서 일단 끌고 왔다.”

당무혁은 당명화보다는 눈치가 있었기에 녹의를 벗어 두고 평범한 옷을 걸친 채 황엽문 주변에 잠복해 있었다.

하지만 백무흔과 다른 삼대제자들에게 잡히는 과정에서 무공을 펼쳤는데 당문의 색을 지울 정도까지의 경험은 없었기에 꼬리를 잡힌 것이었다.

당무혁이 다시 당명화를 향해 소리쳤다.

“숙부! 청성 놈들은 비밀 임무를 핑계로 함정을 판 것이 분명합니다!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합니다!”

유한백이 가는눈으로 당명화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가주님이랑 당신 둘만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으음, 그게…… 어쩌다 보니.”

유한백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서는 여전히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는 당무혁을 향해 다가갔다.

“이봐, 뭔 오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거 내려놔. 내가 설명…….”

휘익!

유한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무혁이 내던진 암기가 급소를 향해 날아들었다.

티잉!

검 손잡이로 암기를 튕겨 낸 유한백은 미간을 그러모았다.

“요놈 봐라?”

유한백은 그나마 독기를 품고 있는 당무혁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독존 늙탱이 시절에는 이렇게 독기 가득한 놈들로 당문이 채워져 있었는데.’

그는 당무혁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당무혁이 암기를 뽑아 들고는 유한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차하아앗!”

보통 무림에서 당문하면 암기와 독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정작 당문의 문도들이 가장 열심히 수련하는 것은 다름 아닌 체술이었다.

신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암기와 독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당문의 지론이었다.

휘이이익!

당무혁이 암기를 쥐고 유한백의 급소를 노리며 들어왔다.

뱀처럼 휘어지며 궤도를 꺾어 급소를 노린 공격이 제법 날카로웠다.

만약 상대가 유한백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이었을 것이다.

턱!

당무혁이 내지른 회심의 공격은 유한백이 가볍게 올린 무릎에 그대로 막혀 버렸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유한백이 너무도 쉽게 공격을 막아 내자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숨에 무너뜨린다.’

당무혁은 다른 손에도 암기를 꺼내 쥐고는 양손을 어지럽게 휘둘렀다.

휘이이익-

마치 두 마리의 독사가 머리를 꼿꼿이 들고 급소에 독니를 박아 넣으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유한백은 가만히 선 자세에서 몸만을 이리저리 흔들며 당무혁의 공격을 피했다.

휘익! 휘익! 휘익!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고, 변칙적인 초식이었지만 유한백은 너무도 쉽게 공격을 피했다.

“하아아앗!”

당무혁은 이제 발까지 써가며 유한백을 몰아붙이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다리를 쓰기 시작하자 균형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한백은 이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는 좀 싹수가 보인다.”

재능이 뛰어난 당명화보다 오히려 독기 어린 당무혁이 마음에 든 유한백이었다.

정작 당무혁은 유한백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당명화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틈을 만들 기회를 노릴 뿐이었다.

‘지금이다.’

체술로 유한백을 몰아붙이던 당무혁은 갑자기 뒤로 물러서더니 옷소매에서 꺼내 둔 연막탄을 던졌다.

촤아아악!

최루탄 성분이 든 연무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당무혁은 연무가 퍼진 틈을 타 유한백 일행을 향해 암기를 던졌다.

촤아아악!

십수 개의 암기가 연무를 뚫고 날아갔다.

‘됐다. 여기서 이제 빠져나갈…….’

그런데 그때였다.

후우우웅!

연무를 뚫고 뭔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 소리에 당무혁은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저, 저건?’

옥피리 하나가 그를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눈으로는 날아오는 것이 보였는데 그 기세에 눌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퍼억!

옥피리가 정확히 당무혁의 옆구리에 꽂혔다.

“커헉!”

옆구리가 으스러지는 고통과 함께 당무혁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몸을 파르르 떨며 의식을 잃은 당무혁 쪽으로 유한백이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당무혁이 던진 암기가 고스란히 들려 있었다.

“짜식이 그래도 기개가 있네.”

점차 연무가 가라앉자 유한백은 오히려 연무에 당해 기침을 콜록거리고 있는 당명화를 보며 물었다.

“이봐요. 한 가지 물어볼게요.”

당명화는 겨우 기침을 멈추고 유한백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어떤 것을…… 에취!”

유한백은 당문의 최루탄에 당한 당명화를 착하지만 모자란 친구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습격을 사주했다는 사람. 아직 살아 있어요?”

* * *

당문의 가주인 당이군은 지하 보관소로 내려갔다.

온도가 낮게 설계된 지하 보관소에는 각종 독물들이 봉인된 채 보관되어 있었다.

당이군은 굳은 표정으로 보관소의 복도 가장 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복도 끝에 달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돌계단 아래로 내려가자 바닥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냉기가 느껴졌다.

당이군이 다가오자 하얀 옷을 입고 얼굴 역시 무명천으로 가린 이들이 고개를 숙였다.

당문 내에서 의학 부문을 담당하는 의약당 소속 문도들이었다.

그들 뒤에 석단이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 하얀 천으로 덮인 무엇인가가 있었다.

당이군이 다가가자 의원들이 석단 앞으로 가서 천을 들추었다.

“흐음.”

당이군은 석단 위에 놓인 파리한 시신을 보고 얕은 탄식을 내뱉었다.

죽은 이는 다름 아닌 백야대의 대주인 당문적이었다.

당이군은 당문적의 시신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들고 의원들에게 물었다.

“사인은 무엇인가.”

의원들이 주저하다가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것이…… 중독 증상입니다.”

당이군은 의원들의 대답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사천당문의 혈족으로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죽음이 바로 중독이었다.

백야대는 독과 암기술을 함께 다루는 전투 부대인데, 대주인 당문적이 중독으로 죽었다는 것은 당문의 명성에도 금이 가는 일이었다.

그때 의원 중 하나가 당이군에게 접힌 서신 하나를 가지고 왔다.

“시신의 품 안에 있던 것입니다. 중독 반응에 대한 검사를 해보았는데 깨끗합니다.”

당이군은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서신을 펼쳤다.

내용을 읽어 보니 당문적이 쓴 유서였다.

자신이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사연이 구구절절 적혀 있었다.

최근 무공 실력이 답보 상태에 있어서 깊은 고민을 하던 차에 우연찮게 좋은 영약을 구해 무공 증진의 효과를 보았는데 알고 보니 이것이 마약이라 중독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는 것이었다.

결국에는 이를 끊지 못해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다가 세가의 이름에 먹칠을 할지도 몰라 그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적성문에게 습격을 사주한 인물이 갑작스럽게 자살을 했다라.’

당이군은 이미 당문적이 적성문에게 습격을 사주한 인물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문적이 청성과 당문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함이 아닌 당문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 때문에 실수를 한 것까지도 파악하고 있었다.

당문적을 따로 불러 어찌 된 영문인지 물어보려 할 찰나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더니 이렇게 시신이 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뭔가가 석연치 않다.’

표면적으로 적성문에게 황엽문을 공격하도록 시킨 이는 당문적이 맞다.

하지만 당문적이 이렇게 죽은 이상 적성문의 사주에 누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까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당이군의 입장에서는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누군가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백야대주를 살해한 것이다?’

사천당문의 백야대를 이끄는 대주를 흔적도 없이 중독시킨 후 자살로 위장까지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당이군은 당문 내에서 이런 무서운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 흉적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어떤 놈인지 잡히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혈족에 대한 애착이 강한 당문이었다.

그런데 당문의 일원을 그것도 당문 내에서 독으로 죽였다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이군은 서신을 품 안에 넣은 뒤 의원들에게 말했다.

“우선 시신은 빙석과 함께 옥석관 안에 보관해 두고 결코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라.”

의원들은 당이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관소에서 나온 당이군은 당문적을 살해할 흉수를 찾기 위한 계획을 고민했다.

그런데 그때 중정원 쪽이 소란스러웠다.

‘뭐지?’

뭔가를 직감적으로 느낀 당이군은 급하게 중정원 쪽으로 달려갔다.

* * *

“저리 비켜! 이씨!”

놀랍게도 유한백이 인질로 삼은 당무혁을 붙든 채 다가오려는 당문의 무사들을 향해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

인질로 붙잡힌 당무혁 때문에 당문의 무사들은 쉽사리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자 유한백이 당문의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가주 나오라 그래! 이 자식들이 감히 청성의 영역을 넘봐? 콱 씨!”

유한백의 위협에 당문의 무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때였다.

“무슨 소란이냐!”

독왕 당이군이 위협적인 호통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무사들이 옆으로 도열하면서 당이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당이군은 무사들 사이를 지나 유한백이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녹색 기운이 맴도는 당이군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유한백을 한 줌의 독수로 만들 것 같았다.

유한백은 그런 당이군을 향해 소리쳤다.

“하! 뻔뻔스럽게도 나오셨군.”

그가 묶인 당무혁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놈이 당문 삼공자라던데? 뻔뻔스럽게도 황엽문 쪽을 염탐하고 있다가 우리한테 걸렸단 말이지. 이런데도 당문에서 황엽문의 습격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발뺌을 할 셈인가?”

유한백의 말에 당이군이 노호성을 내질렀다.

“네 이 노오오옴!”

쿠구구구!

당이군의 웅혼한 내력이 담긴 노호성에 중정원 전체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그가 유한백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전에도 패악질을 부렸을 때 청성의 이름을 보아 곱게 보내 주었거늘! 이번에도 행패를 부리다니! 더 이상의 자비는 기대치 마라!”

당이군의 말에 유한백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웃기고 있네. 잘못은 당문이 해놓고 어디서 성질을 부리는 건지 원.”

유한백이 검 끝으로 당무혁의 목을 겨누었다.

“당장 당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청성과 황엽문에 이에 대한 피해 보상을 하는 게 좋을 거요. 그렇지 않으면 그에 대한 대가는 톡톡히 치를 테니 말이야.”

그 말에 당이군이 무사들에게 손짓을 했다.

“뭣들 하느냐. 당장 놈을 잡아라!”

삼공자가 잡혀 있었기에 머뭇거렸던 무사들은 가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까와는 달리 과감하게 유한백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유한백이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 어? 이 새끼들아. 지금 너네 삼공자 나한테 있는 거 안 보여? 찌른다. 진짜 찔러!”

그런데 그때였다.

휘이이익-

빠른 속도로 날아온 암기가 검을 든 유한백의 어깨에 정확히 꽂혔다.

“크으윽!”

암기에 맞은 유한백이 검을 툭 떨어뜨렸다.

그러자 무사들이 달려들어 유한백을 붙잡았다.

“으아아아! 이거 놔! 놔!”

버둥거리는 유한백을 보며 당이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놈을 옥에 가둬 놔라! 내가 직접 심문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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