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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존강림-157화 (157/250)

157화

육신의 체질을 바꾸었으니 다음은 뇌정을 흡수할 차례였다.

유한백은 목함 안에 있는 대환단과 뇌정을 집어 들었다.

그는 왼손에 든 대환단을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이 정도면 대환단 안 먹어도 되겠는데?’

예상보다 흡수한 내공의 양이 훨씬 많았던 것이었다.

용혈기단의 기운과 천지보령단의 기운, 거기에 요령안의 기운까지 모두 흡수해 소화를 하니 그것만으로도 삼갑자가 넘는 내공을 채워 단숨에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것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대환단을 먹어 봐야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이건 일단 보관해 두자. 다음에 쓸 일이 있겠지.’

무림인들에게 대환단은 목숨 하나가 더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렸다.

그만큼 영약 중에서도 그 효능이 대단한 보물이었기에 유한백은 대환단을 잘 챙겨 놨다.

유한백은 검은 땀에 더러워진 옷을 벗어 던지고는 가볍게 몸을 씻고 예전 괴존 시절에 입었던 옷을 꺼내 입었다.

전생의 몸이 워낙 체격이 좋았기에 약간 헐렁하기는 했지만 환골탈태 이후 근골이 바뀌면서 얼추 크기가 맞았다.

옷을 갈아입은 유한백은 뇌정을 흡수하기 전에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지존검을 먼저 챙겼다.

검을 든 유한백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요령안의 근원이 빠져나간 지존검은 이전과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위협적으로 흘러나오던 예기가 사라지고 마치 평범한 검처럼 변한 것이었다.

유한백은 지존검을 쥐고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사아아악!

놀랍게도 검을 휘두르자 이전의 예기가 살아나며 날카롭게 대기를 갈랐다.

‘와. 엄청 잘 드는데?’

신이 난 유한백이 몇 번 더 검초를 펼쳐 보니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검이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거칠기 짝이 없던 지존검이 잘 연마가 되어 완연한 명검이 된 것이었다.

유한백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존검을 바라봤다.

“이제 좀 휘두를 만하게 됐네. 지존아. 앞으로 잘 부탁한다.”

우우우웅!

마치 지존검이 유한백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검명을 울렸다.

검을 검집에 갈무리한 뒤 유한백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목함에서 뇌정을 꺼내 들었다.

“후우. 이제부터가 진짜다.”

호흡을 가다듬은 유한백은 오른손으로 뇌정을 꽉 쥐고서 진기를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웅!

용혈기단을 통해 바뀐 체질 덕분인지 이전보다 빠르게 진기가 혈맥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유한백은 뇌정을 쥔 손에 진기를 집중시켰다.

파지지지지직!

뇌정이 진기에 반응을 일으키며 유한백의 몸을 전격이 휘감았다.

“으으윽!”

예상보다 강한 전격이 일어나자 유한백은 침음을 흘렸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모용후에게서 흡수한 뇌력을 일으켰다.

파지지지지직!

유한백의 몸에서도 뇌력이 일어나자 뇌정에서 흘러나온 전격들이 이끌리듯 서로 섞이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지직!

유한백의 몸 전체를 전격들이 휘감으며 더욱 높이 솟구쳤다.

뇌정을 쥔 유한백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빌어먹을. 이 자식들아 말 좀 들어라.’

뇌력을 단전 안으로 갈무리하려 했지만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지를 않았다.

유한백은 뇌정의 힘을 간과했던 과거의 자신을 후회했다.

파지지지지직!

뇌정에서 완전히 벗어난 전격들이 사방으로 뻗치며 비동을 휩쓸기 시작했다.

콰콰쾅!

콰쾅!

뇌격이 튀어나와 벽과 천장을 내리쳤다.

웬만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 둔 비동의 수련장이 강력한 뇌격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비동이 자리 잡은 동굴 전체가 마치 무너질 듯 진동을 일으켰다.

유한백은 미친 듯이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뇌력을 어떻게든 제어하기 위해 광명심결은 물론 용안까지 개방을 시켰다.

그의 눈에 전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힘의 덩어리가 자신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러다가 완전히 숯덩이 되겠는데.’

뇌정을 흡수해 뇌결식을 익히는 것만 생각했지 뇌력 자체를 제어하는 것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던 중 유한백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뇌룡제왕신공.’

처음 유한백이 환생을 하고 익히려 했던 전전대 고수인 뇌룡신군의 독문무공이 떠올랐다.

그가 구결을 알고 있는 여러 무공 중 가장 멋있어서 익히려 했다가 청성 유한백의 신체적 한계 때문에 주화입마에 걸릴 뻔해서 포기했었다.

하지만 체질의 변경으로 인해 신체적 한계를 벗어난 지금은 뇌룡제왕신공을 운용해도 문제가 없었다.

‘이걸로 뇌력을 제어해야겠다.’

파지지지직!

더욱 커지는 뇌격의 폭풍 속에서 유한백은 재빨리 뇌룡제왕신공의 구결을 떠올리며 진기를 유도했다.

쿠구구구구구!

유한백은 뇌룡제왕신공의 구결 중에서 뇌력을 제어할 수 있는 부분만 빠르게 발췌하여 묵혼풍뢰검법과 연동할 수 있는 내공심법을 순식간에 만들어 냈다.

쿠르르르르릉!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뇌격이 동굴 전체를 뒤흔드니 천장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돌덩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비동이 무너져 이곳에 깔려 죽을 수도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유한백은 빠르게 기운을 일으켜 멋대로 움직이는 뇌격을 제어하려 했다.

뇌룡제왕신공으로 만들어 낸 심법을 사용했음에도 뇌격은 여전히 제어가 되지 않았다.

‘말 좀 들어라 자식들아.’

그런데 그때 유한백 몸속에 잠들어 있던 용의 기운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카아아아아아!

포효와 함께 일어난 용의 기운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뇌격을 붙잡고 유한백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파지지지지직!

사방으로 휘몰아치던 뇌격의 폭풍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힘이 압축이 되면서 유한백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좋아, 지금이다.’

유한백은 용의 기운이 끌어당긴 뇌력을 뇌룡제왕신공의 구결로 운용하여 몸속에 받아들였다.

파지지지직!

강력한 뇌력이 유한백의 혈맥을 타고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몸의 근육이 오그라들며 혈맥이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체질 개선으로 용의 힘줄만큼이나 단단해진 혈맥 덕분에 우악스러운 뇌력을 견딜 수가 있었다.

츠츠츠츠츠!

비동 전체를 뒤흔들었던 뇌격이 점차 수그러들더니 어느새 유한백의 몸속으로 기운이 모두 갈무리가 됐다.

뇌정을 쥔 유한백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뇌력들이 뭉쳐서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처음에는 전격으로 이루어진 용의 형상을 띠더니, 점점 그 형태가 변화하는 것이었다.

카아아아아악!

뇌력으로 이루어진 용이 어느새 날개를 펼친 봉황으로 바뀌었다.

파지지지지직!

봉황이 날개를 펼칠 때마다 뇌격의 폭풍이 사방에 일어났다.

유한백은 뇌력으로 이루어진 봉황을 제어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요 새대가리야. 반항 그만하고 얌전히 내 안으로 들어와.’

날개를 휘두르며 뇌격을 내지르려 했던 봉황은 유한백의 힘에 이끌려 서서히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유한백은 뇌정의 근원에 존재했던 것이 바로 이 봉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몸속에 자리를 잡은 봉황을 받아들인 유한백은 뇌력을 단전에 집중시킨 뒤 기운을 모두 갈무리했다.

파지지지지직!

유한백의 몸 주변에 옅은 전격들이 일렁였다.

아까처럼 거친 뇌격이 뿜어져 나오지 않았고 서서히 기운들이 가라앉으며 주변이 고요해졌다.

공중에 떠 있던 유한백이 바닥에 착지한 뒤 천천히 눈을 떴다.

“후우.”

그가 눈을 뜨고 비동을 훑어보니 아주 가관이었다.

천장, 벽, 바닥 할 것 없이 뇌격에 의해 죄다 부서져 있었다.

유한백은 초토화된 비동을 보고 혀를 찼다.

‘여기도 더 이상 쓰기는 힘들겠네.’

그는 고민을 하다가 비동과 함께 괴존의 흔적을 모두 날려 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유한백은 제왕검과 혈천마도를 챙겨 다시 등에 메고는 지존검을 꺼내 들었다.

“자,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 보자고.”

지존검을 쥔 유한백의 몸에서 뇌력이 일렁였다.

파지지지지직!

그가 일으킨 내력이 지존검에 집중되니 강력한 뇌격이 치솟아올랐다.

유한백은 뇌격을 머금은 검을 들고 기수식을 취했다.

그리고는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완전한 뇌결식의 검초를 펼쳤다.

묵혼풍뢰검법

뇌결식

제 1초 뇌화경천(雷火經天)

콰콰콰콰콰콰!

유한백의 검에서 강력한 뇌격이 뿜어져 나와 비동 전체를 휩쓸었다.

콰콰콰콰쾅!

무한에서 냉소천의 독을 태우기 위해 펼쳤던 불완전한 뇌결식과는 위력 자체가 달랐다.

유한백의 검에서 솟구친 뇌격이 비동을 유지하고 있던 주축을 부수며 사방이 불바다에 휩싸였다.

쿠르르르르릉!

안 그래도 약해져 있던 지반이 유한백의 검격에 의해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쿵! 쿵! 쿠구궁!

천장에서 돌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아까보다 빨라졌다.

검을 갈무리한 유한백은 천장이 무너지는 속도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비동이 무너진 걸 알면 남궁성 놈 길길이 날뛰겠네. 아이고 고소해라!”

콰쾅! 콰과과과광!

유한백은 무너져 내리는 비동을 보며 다른 통로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곧 쏟아지는 돌 더미에 묻혀 비동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

콰르르르르릉!

거대한 굉음이 축융봉의 동굴 전체에 울려 퍼지며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

지하에서 발굴을 하던 모산파의 일원들과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당황하며 천장을 바라봤다.

“뭐, 뭐지?”

“설마 무너지는 거 아냐?”

삼십 년이 넘게 문제없었던 발굴 현장이 갑자기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자 무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발굴 현장의 관리소에 있던 창궁신검 남궁학 역시 심상치 않은 진동에 미간을 그러모았다.

그가 옆에 있는 수하에게 말했다.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와라.”

수하가 고개를 숙이고 관리소를 나가려 할 찰나 바깥에 있던 다른 수하가 달려 들어왔다.

“자, 장로님! 큰일 났습니다!”

남궁학 앞에 뛰어온 수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발굴 현장에 있던 진법가 놈들이 죄다 도망쳤습니다! 아무래도 놈들이 뭘 잘못 건드렸는지 현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합니다!”

그의 말에 남궁학의 눈동자가 커졌다.

남궁학은 눈에서 불을 켜며 검을 뽑아 들고서는 살기를 내뿜었다.

“놈을 잡아 사지를 잘라 낸 뒤 태상가주께 끌고 갈 것이다.”

남궁성이 맡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남궁학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수하가 그를 붙잡으며 말렸다.

“장로님, 우선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퇴로가 무너져 내리면 세가의 무사들 역시 모두 이곳에 생매장될 것입니다!”

쿠르르르르릉!

다시 엄청난 진동이 울려 퍼졌다.

남궁학은 검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하들에게 말했다.

“……당장 퇴진 명령을 내려라.”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수하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밖으로 튀어나갔다.

“당장 이곳을 나가라! 장비 챙길 생각하지 말고 일단 나가!”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어서!”

발굴 현장을 지키고 있던 남궁세가의 무사들은 혼비백산하며 지시에 따라 재빨리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아비규환이 된 발굴 현장을 관리소에서 지켜보던 남궁학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시간이 걸릴지언정 발굴은 가능하다며 호언장담했던 흑서생을 떠올리며 분노를 일으켰다.

콰콰콰콰콰!

그의 몸에서 솟구친 기운이 관리소 전체를 뒤흔들었다.

콰르르르르릉!

아까보다 무너지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자 남궁학 역시 더 이상 이곳에 버티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기운을 갈무리한 뒤 부서진 관리소의 지붕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관리소 뒤편에 미리 준비해 둔 비밀 통로 쪽으로 다가섰다.

철컥!

철문을 연 남궁학은 은밀하게 비밀 통로를 통해 발굴 현장에서 신속하게 위로 올라갔다.

축융봉의 숲 어딘가에 나 있는 문을 열고 남궁학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쿠르르르르릉!

바깥에서도 축융봉의 지하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며 진동이 형산 전체로 울려 퍼졌다.

남궁학은 어금니를 꽉 물고 무너져 내린 비동을 지켜봤다.

그런데 그때였다.

“남궁세가 놈이로구나.”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남궁학이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휙 돌렸다.

그곳에는 얼굴에 기이한 문양을 그려 넣어 생김새를 알아볼 수 없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남궁학은 그 사내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에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엄청난 고수.’

그 사내가 한 발자국을 내디디며 남궁학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검을 집어 들며 말했다.

“이 검, 뭔지 알고 있나.”

남궁학은 사내가 들고 있는 검을 보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검은……?’

남궁세가의 신물인 제왕검을 정체불명의 사내가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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