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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몰빵 기사가 되었다-58화 (58/109)

제58화

레벨: 10

소지금: 금화 468닢 52실버

생명력: 11

특수 버프 : 특성 등급 랜덤 변경권 1개.

인물 특성

[전장의 사신(등급: E)./높은 힘 능력치에 영향을 받습니다. 본신의 힘과 체력을 소모해 공격력과 민첩성을 대폭 올려줍니다./발동 조건: 이도류.]

[부활의 기적(등급: F)/낮은 특성 등급과 생명력 능력치에 영향을 받습니다. 일정 이상의 체력을 소모해 본신의 피해를 급속히 복구시켜줍니다./발동 조건: 없음.]

결국 레벨 10을 달성하고 카엘이 얻게 된 변화는 이 정도였다.

생명력 스탯이 1 늘어난 것, 그리고 특수 버프로 특성 등급 랜덤 변경권을 얻게 된 것, 마지막으로 당장은 쓸데없는 특성을 새롭게 하나 얻게 된 것.

그나마 ‘전장의 사신’ 특성 등급이 F에서 E로 오른 게 소득이었다.

그러고 보니 시라흐한테 돈 뜯겨서 소지금은 오히려 줄었는데?

“하… 인생….”

“우욱. 카엘 경! 이게 다 무슨 냄새죠?”

“네…?”

언제 왔는지 엘리나 부회장이 코를 움켜쥔 채로 인상을 쓰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약을 좀 먹느라고 옷에 흘렸나 보네요. 근데 옷에 묻은 게 그렇게 냄새가 심한가? 킁. 킁킁.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트롤 피는 밖에서 이미 마셨고, 방안에는 수통에 담긴 것 말고 바깥에 나와 있는 트롤 피는 전혀 없었다.

옷에 좀 묻은 거 빼고는.

엘리나가 심하게 오버를 하는 듯싶었다.

“…코가 좀 잘못된 것 같은데요? 의사라도 한번 만나보세요.”

“큼. 무슨 의사씩이나. 근데 무슨 일로? 뭔 일 있어요?”

“우… 우웩. 자, 잠깐만 밖에서 얘기 좀 하죠. 나오세요. 어서.”

“하… 뭔데요?”

카엘은 엘리나의 강요에 오만상을 쓰며 방 밖으로 나섰다.

안 그래도 특성 실험을 한답시고 체력소모가 심했고, 기분도 별로 좋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후하… 이제 좀 낫네요. 그게… 해밀튼 경이 저희 상회를 통해서 돈을 보내왔어요. 카엘 경한테 줘야 할 남은 잔금이라고. 금화 5백 닢이요.”

“어? 진짜요? 벌써 보내왔어요? 시간 좀 걸릴 줄 알았는데.”

씁쓸했던 기분이 단번에 반전될 엄청난 소식이었다.

해밀튼에게 받아야 할 남은 잔금 금화 5백 닢.

적은 돈이 아닌지라, 어쩌면 몇 개월은 걸릴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다.

근데 벌써 보냈다니. 이것까지 합하면 소지금은 단번에 금화 968닢 52실버가 될 터였다.

“네. 해밀튼 경이 새번 영지전 이후에 덤바튼 백작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상속받았다는 소문이에요. 아무튼 일단 저희가 보관하고 있을테니까 필요할 때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

카엘에게는 지금 엘리나의 말이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내 전 재산은 금화 968닢. 게다가… 영지도 받아야지?’

해밀튼에게 받을 돈에다가 쿤타에게는 영지까지 받을 게 있었다.

“카엘 경? 제 말 듣고 있어요?”

“아… 에? 네? 아… 네. 듣고 있어요. 돈 받으라면서요.”

이제 본격적인 논공행상과 채권자들의 시간이었다.

*     *      *

영지 분할 문제에 있어서 쿤타가 우선적으로 처리할 일은 덤바튼 백작에게 본래 주기로 한 새뉴 평야를 떼어주는 일이었다.

덤바튼 백작은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쿤타 앞에 섰다.

“조카야, 새번 영지의 진정한 주인이 된 것을 축하한단다.”

겉으로는 축하 인사차였지만, 빚 청산을 위한 자리라는 것을 덤바튼 백작도, 쿤타도 모두 알고 있었다.

“모두 삼촌 덕분입니다.”

“내 덕이긴… 고생은 휘하 귀족들과 기사들이 했지. 그래서 그들에게 마땅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러자면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그들에게 보상을 해주자면 땅이 필요하고. 또 약속은 약속인지라….”

덤바튼 백작은 론디아 왕국 동부지방이 표시된 지도를 마지못한 듯 쿤타에게 청구서로 내밀었다.

전쟁을 벌이기 전, 약속했던 새뉴 평야의 절반을 내놓으라는 뜻이었다.

쿤타 역시 이미 각오했던 바였던지라, 별다른 반감 없이 지도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본래 약속했던 대로 지도에 표시된 새뉴 평야 중 우르크 지방과 연결된 서쪽 땅에 세로로 선을 죽 그어 벌겋게 칠하고는 서명까지 마쳤다.

이제는 새번 영지의 영토가 아니라, 덤바튼 영지의 땅이라는 표식이었다.

그러자 덤바튼 백작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드디어 차마 어쩌지 못하고 침만 질질 흘리고 있던 새뉴 평야 중 절반을 손에 넣게 된 셈이었다.

쿤타도 쿤타 나름대로 영지를 넘기는 것에 대해 합리화를 했다.

새뉴 평야의 절반.

분명 새번 영지의 기둥뿌리가 뽑혀 나갈 거대한 땅이었지만, 어차피 공을 세운 자들에게 분봉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리고 일단 새뉴 평야를 덤바튼 백작에게 주고 나면, 그 땅을 가지고 덤바튼 백작이 이번전쟁에서 공을 세운 자들에게 알아서 재차 분봉을 하게 될 테니, 쿤타 입장에서도 편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전쟁에 참가한 자들 중 카엘을 제외한 모두가 덤바튼 백작의 휘하였으니, 그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주체 역시 덤바튼 백작이 될 터였다.

쿤타는 덤바튼 백작에게 땅을 넘기고, 덤바튼 백작은 그렇게 받은 땅을 켄드릭 등 공을 세운 귀족과 기사들에게 알아서 분배하게 되는 구조였다.

모든 논공행상을 덤바튼 백작에게 떠넘겼으니, 쿤타가 영지 문제로 신경을 써야 할 존재는 이제 카엘만이 남았다.

쿤타는 며칠 동안 급한 대로 주요관직을 정비한후, 카엘을 새번 영주성으로 불렀다.

카엘은 이제 제법 백작 나으리 같은 폼이 나는 쿤타의 모습을 보고, 한껏 고개를 숙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작님.”

“큼… 폼 좀 나냐?”

“그 얼굴만 좀 어떻게 한다면요. 고생을 너무 했나? 얼굴이 그 뭐랄까… 흐음….”

격한 고생으로 찌들어버린 얼굴.

나이에 비해 얼굴 가득한 주름.

누가 봐도 고생 한번 안 한 귀족이라기보다는, 논밭을 일구는 농부로 볼 얼굴이었다.

“왜 멀쩡한 얼굴 가지고 지랄이냐. 이 정도면 꽤나 쓸 만….”

“아… 됐고요. 아무튼. 각설하고. 내놓으세요! 빨리! 이제 내 차례 아닙니까?”

케이론 영지에서 덤바튼까지.

그리고 새번 영지전.

이 모든 개고생을 감수한 건 모두, 쿤타가 약속해준 영지 분할 때문이었다.

이제 보상을 받을 때였다.

“그래. 드디어 네 차례다.”

쿤타는 카엘의 기대 섞인 물음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오… 드디어 나도 영주가 되는 건가?”

영지를 갖는다는 것.

영지민들에게 꼬박꼬박 세금을 받으면서 놀고먹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현대로 치면 건물주 포지션이랄까?

“여기 지도가 있으니까 원하는 땅을 표시해봐. 영지 분할과 함께 남작으로 추천해줄 테니.”

백작에게는 휘하 기사에게 영지분할과 함께 작위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말이 추천이지 일단 추천을 왕에게 올리면, 왕이 귀족의 추천을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됐다.

카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때 약속했던 그 땅이면 충분합니다. 아저씨.”

일전에 미리 약속했던 땅.

금광이 숨겨져 있는 히든 로케이션이었다.

비록 거칠다고 알려진 땅이었지만, 금만 제대로 생산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노다지 땅이나 다름없었다.

쿤타를 백작님이 아닌 아저씨로 지칭하자, 주위의 시종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쿤타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정말 거기로? 거기는 다른 곳보다 농사가 잘 안 되는 땅인데…? 인구도 별로 없고.”

예전에 카엘이 언급했던, 새뉴 평야의 동쪽 끝.

거친 황무지의 땅. 그곳이었다.

그간 카엘의 공이 지대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카엘에게는 가급적 좋은 땅을 주고 싶었다.

헌데 기껏 고른 땅이 황무지라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거기서 금 나온다니까요. 아무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금? 들어본 적이 없다니까… 아무튼 알겠다. 정말 거기지? 후회 안 하지? 일단 수도 왕실에 추천 올리면 그때 가서는 나도 못 바꿔줘.”

“네. 절대 안 합니다. 걱정을 하덜덜 마세요.”

“좋아.”

쿤타는 지도에 카엘의 영지를 표시하고 서명을 했다.

그리고 시종에게 미리 준비해둔 작위 서임장 역시 가져오게 했다.

작위는 남작.

세습도 가능한 진정한 귀족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었다.

지도와 작위 서임장.

쿤타는 이것들을 카엘에게 직접 넘겨주기 위해 카엘에게 다가섰다.

“하아….”

영주의 자리를 되찾고, 카엘에게 마땅한 보상을 해주리라.

내심 다짐을 몇 번이나 해왔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헌데 오늘 같은 날이 이렇게 현실이 되고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감정이 격해져 눈물까지 찔끔 날것 같았다.

탁!

“뭐합니까? 빨리 내놓으세요.”

카엘은 쿤타의 손에서 지도와 작위 서임장을 빼앗듯이 낚아챘다.

손이 허전해진 쿤타가 머쓱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 큼… 큼… 아무튼 그동안 고마웠다. 정말. 네 공이 컸다.”

“알면 됐습니다. 뭐, 나도 다 얻는 게 있어서 도와준 거니까 너무 그러진 말고요.”

“그렇기야 하지. 이제 영지로 가볼 건가?”

“네, 그래야겠죠. 가서 내 땅이 어떤 곳인지 일단 봐야 하니까.”

내 땅이 생겼으니, 땅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는 그래도 직접 봐둘 필요가 있었다.

게임상에서 봤던 거랑은 또 다르긴 할 테니.

“뭐, 그렇게 하도록 해. 그리고 영지에 들렸다가 수도에도….”

“수도에 가봐야죠. 왕한테 영지랑 작위 승인을 받아야 할 테니.”

“어…? 어. 어떻게 알았냐? 너 노예병 아니었어?”

“내가 뭔 날 때부터 노예 새끼였는 줄 알아요?”

“그렇다고 날 때부터 귀족 새끼는 아니었을 거 아냐?”

“…그거야 그렇지만 이 정도는 당연히 알죠.”

카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빌어먹을 ‘혈통력 스탯 -1’ 때문에 근본부터 노예병이었지만, 귀족이 되는 과정과 절차 정도는 이미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제국을 위하여 게임을 하며 숱하게 겪어본 일이었으니 당연했다.

“흐음… 아무튼. 나는 이미 대리인을 왕한테 보내서 보고를 올렸거든. 내가 새로운 새번 영지의 영주가 됐다고. 근데 나야 가문 내 교체라 대리인을 보내도 되지만, 새롭게 영지와 작위를 받게 되는 너는 직접 가서 왕한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형식적인 거긴 하지만 또 이게 승인을 못 받으면 꽤나 골치가 아파져요. 주위 귀족들도 너를 인정하지 않을 거고. 이해돼?”

“걱정 마세요. 알았으니까. 영지 좀 둘러보고, 볼일 좀 처리하고 출발하죠 뭐.”

“그래. 편할 대로 해라. 그리고 이건 여비에 보태고. 자,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

찰랑.

쿤타가 묵직한 돈주머니를 건넸다.

카엘은 돈주머니 안을 슬쩍 확인하고는 입을 쩍 벌렸다.

대충 봐도 금화가 여러 개에 은화가 수십 개였다.

“뭐 이런 걸 다…!”

카엘은 누가 뺏어가기라도 하는 듯 돈 주머니를 얼른 품속으로 감췄다.

*     *      *

“공작 전하. 새번 영지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베르크 자작은 언제나처럼 훈련장에서 검을 휘두르고 나오는 체펠린 공작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

론디아 왕국에 존재하는 세 명의 공작 중 한 명인 체펠린 공작은 시종이 건네주는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물을 한 모금 머금어 목을 축이고 대꾸했다.

“새번 영지가? 바지르 쪽인가?”

론디아 왕국 북부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바지르 왕국에서 쳐들어온 것이냐는 뜻이었다.

“그것은 아니고, 새번 가문 내부에서의 교체입니다. 본래 새번 영주였던 에스테 드 새번이 덤바튼 백작을 등에 업은 쿤테밀리안 드 새번에게 패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새번 영주는 쿤테밀리안 드 새번입니다.”

“그래? 근데 뭐?”

체펠린 공작은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표정을 지었다.

가문 내부에서 내분이 일어나 영지의 영주나 가주가 바뀌는 일은 대륙이나 왕국에서 하루걸러 하루마다 일어나는 아주 흔한 일이었다. 난세가 아닌가?

그러다 체펠린 공작은 문득 짐작이 가는 바가 있어서, 베르크 자작이 뭐라 다시 대꾸하기 전에 말을 이었다.

“혹시 대륙 10강 중 누군가가 개입한 겐가?”

체펠린 공작은 대륙에 존재하는 절대강자 10인 중 그 1인이었다.

그런 만큼 국내의 정치나 대륙의 전체 정세보다, 나머지 강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았다.

군부에서 대외정보 취합을 담당하는 심복 베르크 자작의 주요 임무도 이른바 10강의 거취에 관한 것일 정도였다.

베르크 자작이 조심스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송구스럽습니다. 공작 전하.”

“아니야? 쳇. 그럼 뭐하러 내게까지 보고하는겐가? 가서 탁시스한테나 보고하면 될일이지.”

탁시스 공작.

일명 론디아의 현인으로도 불리며, 재상부의 수장이자 왕국 재상을 맡은 론디아 왕국 3공작 중 1인이었다.

자잘한 정치 현안이나 대륙의 정세에 관한 것은 모두 탁시스 공작이 도맡아서 처리하고 직접 국왕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10강이 등장한 건 아니지만, 그에 버금갈지도 모르는 기사가 등장했다는 보고입니다.”

“뭐? 그에 버금가? 웃기는군.”

같은 절대강자의 위치에 있는터라 10강의 수준은 체펠린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여태껏 그 아성에 도전했던 수많은 기사들, 용병들은 모조리 목이 달아났었다.

괜히 그들이 1인군단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체펠린 공작의 면박에 베르크 자작은 조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지고 온 정보를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바였다.

그는 침을 한번 입술에 적시고 조심스레 운을 떼었다.

“새번 영지전에서 데미안이 죽었습니다.”

“…데미안? 데미안이 누군데?”

“카직스의 데미안 말입니다.”

“그 데미안? 마궁?”

“네, 그렇습니다.”

“확실한가?”

“정보원이 몇 번이고 확인해준 확실한 정보입니다.”

“허….”

시종일관 대수롭지 않게 보고를 받던 체펠린 공작의 표정이, 이때만큼은 심각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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