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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몰빵 기사가 되었다-65화 (65/109)

제65화

카엘 일행은 카쉬 지방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돌아가며 새번 성에 다다랐다.

오는길에 만난 소형 몬스터떼와 강도떼는 여태껏 해왔던대로 시라흐가 거진 다 처리를 했다.

드라니는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을 하지 못한탓이었다.

“야, 부상이고 뭐고 다음에 일 생기면 네가 처리해라. 알겠냐?”

새번 성까지 오는 동안 혼자서만 움직인 게 억울한 시라흐가 드라니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일행의 행색만 봐도 짜증이 밀려오는 것이, 카엘과 드라니 둘은 먼지만 조금 묻은 채로 멀쩡한데, 자신만 온갖 몬스터의 피로 범벅이 된 채였다.

이게 말이 되는가?

“나는 아직 오른쪽 갈비뼈가 아직 안 붙어서 활을 못 쏜다고. 카엘 경께서도 일단 쉬라고 했는데 왜 네가 난리야!”

“저놈은 쉬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신경을 안 쓰는 거지! 그리고 활을 못 쏘면 그냥 왼손으로 검을 써, 이 새끼야! 그래도 고블린 정도는 처리할 수 있잖아!”

“아니. 왼손으로는 못 하는데? 나는 오른손잡이라.”

“뭐? 이 새끼가 진짜!”

“야! 빨리 와! 뭐 해?!”

시라흐와 드라니 둘이서 투닥거리는 동안 카엘은 이미 새번 성내 시가지를 지나서 새번 내성으로 가고 있었다.

“…너, 나중에 봐.”

“얼마든지.”

드라니는 어깨를 으쓱거렸고, 시라흐는 더 이상 대거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시라흐와 드라니는 다투는 것을 멈추고 저 멀리 가고 있는 카엘을 서둘러 뒤따랐다.

새번 내성에 와서는 새번 영지전 당시에 활약한 카엘의 얼굴을 알아본 행정관 덕분에 수월하게 쿤타가 있는 곳까지 안내를 받을 수가 있었다.

쿤타는 카엘의 설명을 듣고서 쉽게 게리트와 슈테트의 준남작 작위 서임증을 내주었다.

“다른 사람은? 더 없어?”

“네, 아저씨. 쟤네들도 시켜준다고 했는데, 지들이 싫다네요.”

카엘이 함께 온 시라흐와 드라니를 가리켰다.

쿤타는 일전에 본 적이 있는 시라흐와 함께 있는 낯선 자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사람은 근데 누구야? 슈테트는 어쩌고?”

“슈테트는 카쉬 영지를 좀 맡고 있으라고 남겼고, 쟤는 드라니라고 카쉬 영지에서 영주 사칭하고 있던 놈이에요.”

“뭐? 영주를 사칭해…? 귀족을 사칭하고 카쉬를 불법점유했다고?”

“진짜 자작이라니까 귀족을 사칭한 건 아니고. 근데 불법점유한 건 맞고. 뭐 그래요.”

“진짜 귀족이라고?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영지를 불법점유한 게 맞다면 위험한 놈 아냐?”

“위험이요? 누가 위험해요? 제가요?”

“…….”

쿤타는 카엘을 잠시 위아래로 훑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카엘이 위험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드라니라는 자가 여기에 카엘과 함께 왔다는 자체가 이미 한 차례 이상 카엘에게 된통 당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무튼 뭐, 알겠고. 불법점유 문제는 미안하다. 카쉬가 원래 빈 땅이었어야 했는데, 거기에 사칭 영주가 있었네. 그동안 영지 관리가 개판이었나 봐.”

“뭐, 괜찮습니다. 대신에 론디니아까지 갈 여비나 조금 보태주세요.”

“…그때 줬잖아.”

분명 카엘이 새번 성을 떠날 때 두둑한 주머니를 건넨 기억이 있었다.

카엘이 씨익 웃으며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카쉬까지 가는 여비 아니었어요?”

“…지독한 놈. 알았어. 조금. 진짜 조금 보태주라고 시종한테 말해둘게. 나중에 추가 작위서임 할 일 있으면 들르라고. 앞으로 세 명까지 되니까.”

남작 휘하 준남작은 총 5명까지 서임이 가능했다.

이제 2명 했으니, 추가로 3명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네, 아저씨.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봐요. …근데 진짜 조금이에요?”

“아, 알았어. 진짜 지독한 놈이네 이거. 대체 얼마를 뜯어가는 거야.”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쿤타의 입가에도 웃음이 걸렸다.

사실 카엘에게는 얼마를 더 준다고 해도 아깝지가 않은 게 쿤타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     *      *

카엘 일행은 새번 성에서 이틀을 더 쉬며 기다려서, 론디니아를 들렀다가 아카드 왕국 국경 부근까지 가는 상단 행렬에 합류했다.

케이론 영지에서 덤바튼 영지까지 가는 카일킬 상회에 합류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었는데, 난세인 대륙에서 소수의 인원만으로 원행을 나서는 것은 위험하고, 또 귀찮은 일이라 보통 원행을 나설 때는 여행자 길드를 통해 여행자들끼리 파티를 조직하거나 상단 행렬에 끼어서 가는 게 정석이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영주인 쿤타의 소개로 상단행렬에 합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정이 전반적으로 케이론 영지에서 덤바튼까지 갈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편하게 굴러갔다.

물론 시라흐와 상단 일행들이 고생을 해야 했지만 카엘에게는 그다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상단 행렬이 론디니아에 하루 전 거리까지 도착했을 무렵, 상단 행렬은 둘로 나누어졌다.

수도 론디니아로 입성하는 행렬과, 아카드 왕국까지 가는 행렬이었다.

카엘 일행은 론디니아로 입성하는 행렬이 아닌, 아카드 왕국까지 가는 행렬에 합류했다.

“야, 쩝. 카엘. 쩝. 근데 왜 아카드까지 가는 상단에 합류한 거냐. 론디니아 가는 거 아니었어? 잘못 온 거 같은데?”

이제는 일정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시라흐가 주전부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물었다.

작위와 영지를 왕실에게 인증받기 위해 론디니아로 간다고 알고 있었는데, 합류한 상단은 아카드까지 가게 되는 상단이었다.

뭔가 착각을 했던가, 착오가 있나?

이렇게 되면 론디아 왕국을 크게 횡단해야 하는 터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가는 길에 근처에 들를 곳이 있어서.”

“가는 길? 어디 들르는데?”

“일단 국경까지는 가야 해.”

“…? 뭐라고? 국경? 국경은 한참 더 가야 되는데? 근데 가는 길이라고? 가는 길 정확히 어디를 가겠다는 거야?”

“파르네세 산맥. 거기서 볼일이 있어.”

정확히는 아카드와 론디아 국경 일부를 가로지르는 파르네세 산맥.

그리고 산맥 중턱에 있는 타니스의 던전이었다.

론디니아로 가기 전 던전에 있는 타니스의 물약을 찾아내서 먹는 게 카엘의 1차적인 목표였다.

처음에는 론디니아 먼저 들렀다가 타니스의 던전을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힘들고 귀찮은 일을 먼저 처리해놓고 나중에 수도에서 며칠 푹 쉬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아, 뭔 개소리야, 미친놈아! 거길 왜 가?! 론디니아나 갈것이지!”

시라흐는 짜증이 나서 씹던 육포도 냅다 뱉어버리고 소리를 질렀다.

론디니아에 가면 왕국 수도의 유흥을 제대로 즐길 생각에 부풀어 있었는데, 파르네세 산맥은 너무 뜬금이 없었다.

게다가 파르네세 산맥은 최소 트롤 이상의 중대형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파르네세 산맥에 이렇게 세 명만 갔다가는 아무리 카엘이 있다고 해도 안전하게 몸 성히 다닐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쉿. 조용히 해봐. 내가 사실 미리 말 안 해주려고 했는데, 큰맘 먹고 말해줄게. 드라니 너도 들어봐.”

“네…?”

“잘들어. 그 파르네세 산맥에 타니스가 만들었다는 인공던전이 있어.”

“뭐? 그 타니스?”

“네?”

타니스가 만든 던전?

시라흐와 드라니 둘다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타니스는 카엘이 가져간 타니스의 검을 만들었다는 전설적인 연금술사였다.

카엘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 타니스 맞고. 타니스의 던전에는 전설적인 연금술사 타니스가 만들었다는 보물이 있다는 거지.”

“그게 정말이야?”

시라흐가 미심쩍은 눈으로 물었다.

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거기서 보물을 찾으면 너네들도 좀 나눠줄게.”

“진짜로?”

“정말요?”

시라흐로서는 믿기 힘든 말이었다.

저 새끼 분명히 보물을 혼자서 다 차지하고도 남을 놈인데.

“진짜로. 대신 거기에 타니스의 물약이라고. 몸에 좋은 약도 하나 있다는데, 그건 내가 먹는다. 불만없지?”

“뭐… 그런 조건이라면야….”

시라흐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타니스의 던전이 있다라는 정보 자체가 카엘에게서 나왔고, 또 전설의 연금술사 타니스가 만들었다는 보물 자체가 엄청날 게 분명했기 때문에, 고작 물약 하나 카엘이 더 가진다고 불만이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애초에 파르네세 산맥에 들어가는 거 자체가 카엘의 무력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설마 거기 들어가서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건 아닐 테고.

드라니 역시 비슷한 취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불만 없습니다.”

“됐어, 그럼. 그거나 하나 줘봐.”

“뭐? 아, 이거. 자.”

카엘은 일행의 불만을 잠재우고는 한껏 몸을 늘어뜨린채로 육포를 질겅였다.

이제 시라흐와 드라니도 꼬드겼으니, 파르네세 산맥까지는 편하게 갈 일만 남은 셈이었다.

귀찮은 일은 모조리 떠넘길 생각에 편히 늘어지려는 카엘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카엘 경.”

“…? 야, 시라흐. 처리해줘.”

카엘은 낯선 이를 대충 슥 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또 상단의 관계자가 몬스터 처리 협조를 요청하는 게 분명했기 때문에 시라흐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시라흐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또 나냐. 드라니는!”

“쟤는 부상이 아직 덜 나았잖아.”

“시발. 나도 그냥 내 왼팔 부러뜨릴까?”

“그러지마. 그러다가 목뼈도 부러질걸?”

“…시발!”

카엘의 협박 아닌 협박에 시라흐가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잠시만. 카엘 드 카쉬 경. 왕실 군사정보청에서 나온 레딩 남작입니다.”

왕실 군사정보청?

시라흐는 가려다 움찔했고, 카엘은 감고 있던 눈꺼풀을 스르르 올렸다.

“누구요? 군사정보청 레딩 남작?”

“네, 그렇습니다.”

“그런 분이 저한테는 무슨일이십니까?”

“사실 카엘 경이 도착하고 나서 하루 후에 새번 성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새번 성에서부터 함께 따라왔고요. 당연히 론디니아로 입성하는 줄 알고 저쪽 상단에 미리 가 있었는데, 없더군요. 그래서 찾았는데 여기 계시네요. 론디니아로 안 가십니까?”

“네. 당장은요. 어디 들렀다가 갈 거라.”

레딩 남작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어디를 간다는 말씀이십니까? 아카드 왕국까지입니까? 이쪽 상단 행렬은 아카드 국경까지 가는 걸로 아는데요.”

“네, 뭐. 거기까지 갈 것 같아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네. 왕명으로 귀족 동원령이 내려졌습니다. 카직스 왕국에서 군을 움직였어요.”

론디아 왕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네 나라.

아카드, 카직스, 티루스, 바지르 였다.

그들중 카직스 왕국이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카직스요? 카직스가 론디아를 공격했다고?”

카직스는 대륙의 일곱 왕국들 중 가장 약소국이었다.

오죽하면 검의 포퍼만 사라지면 나라가 멸망할 거란 소리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런 카직스가 대륙 이대 강국중 하나인 론디아를 공격했다니 선뜻 이해가 안 됐다.

“네. 아카드 왕국이 배후에 있을 거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아마 전세를 보면서 아카드가 군을 움직일 수도 있겠죠.”

“아… 그럼 뭐. 이해가 가네.”

“네, 아무튼 상황이 이렇습니다. 카엘 경께서는 왕명에 따라서 귀족 동원령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실 레딩은 카엘을 데리고 오라는 베르크 자작, 정확히는 체펠린 공작의 명령을 받고 새번 성까지 달려간 참이었다.

그리고 마침 카엘이 론디니아까지 가는 것 같아서 상단 행렬에 합류했는데, 그 카엘이 엉뚱한 곳으로 빠지려 하고 있었다.

“근데 나는 아직 귀족이 아닌데요?”

“이제 귀족이 맞지 않으십니까? 카엘 드 카쉬경?”

“왕실 인증 전 아닙니까? 게다가 귀족 동원령에 포함되는 건 왕실로부터 직접 서임을 받은 귀족들만 그런 거고요. 나 같은 경우는 해당 사항이 아니죠.”

귀족 동원령은 왕실에서 직접 서임을 받은 귀족들로 한정이 되었고, 귀족들이 자체적으로 서임한 자작 이하의 귀족들은 백작 이상의 귀족들의 판단에 따라서 참전할 수도 있었고, 안 할 수도 있었다.

즉, 카엘의 참전 여부는 쿤타에게 달렸다는 뜻이었다.

“그, 그건….”

의외로 카엘이 법을 잘 아는 듯하자 레딩은 당혹스러웠다.

대충 왕명이 어쩌고 하면 이제 막 귀족이 된 카엘이 넙죽 영광으로 알고 따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나는 지금 못 가니까, 그렇게 아세요. 나중에 갈게요. 시라흐! 나 한숨 잘 테니까 귀찮은 일 있으면 알아서 잘 처리하고 있어.”

“에혀. 시발새끼.”

카엘은 다시 눈을 감았고, 시라흐는 욕지기를 내뱉었다.

레딩은 당황하는 한편, 이름 하나가 귀에 꽂혔다.

“시, 시라흐? 시라흐 경이십니까? 바지르의 시라흐?”

“…? 나를 아나?”

“네! 물론입니다. 바지르의 시라흐 경이십니까?”

“그래. 맞다. 이 몸이 바지르의 시라흐다.”

시라흐가 우쭐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카엘에게 천대만 받다가 드디어 진면목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레딩 남작은 카엘과 시라흐에게 묘한 시선을 보냈다.

보아하니 시라흐는 카엘의 명령을 따르는 듯했다.

그 바지르의 시라흐가?

대체 뭔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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