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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몰빵 기사가 되었다-80화 (80/109)

제80화

벤딩크는 암살 길드인 보퍼트와 형제들의 론디니아 제1지부에 속한 신참 조직원이었다.

신참인 만큼 주어지는 일은 의뢰받은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작업보다는 주로 작업의 보조 역할로 한정되었는데, 이번 카엘, 시라흐 암살 임무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벤딩크가 부여받은 임무는 아주 간단한 망보기.

카엘 일행이 술집 안으로 들어서면 술집 문을 닫고 다른 사람들이 술집에 접근을 못 하게 막는 일이었다.

목표물인 카엘 일행이 술집에 들어섰고, 시라흐와 다른 놈이 약에 취해서 곯아떨어지는 것까지. 일은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벤딩크의 임무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술집 안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술집 문틈 사이로 이상한 액체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뭐냐 이거?”

어두워서 잘 안 보였지만, 무슨 검붉은 액체였다.

그리고,

“크아아아악!”

“주, 죽여! 죽이라고! 커억!”

약으로 잠을 재우고 조용히 임무를 끝냈어야 할 술집 안에서, 온갖 비명이 수십 차례 울려 퍼졌다.

“…….”

꿀꺽.

벤딩크는 이쯤에서 술집 안을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침을 한 번 삼키고는 창문으로 가서 안을 들여다보니, 베테랑 길드원들이 전멸하고 부 마스터 월트셔까지 제압을 당한 게 보였다.

“헉… 헉….”

그냥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숨이 가빠왔다.

어떻게 부 마스터가?!

월트셔는 길드내에서 3등급 정도로 알려진 강자였다.

그런데 그런 월트셔는 물론이고 다른 베테랑 길드원들도 모조리 제압을 당했다.?

의뢰 목표물에 대한 정보가 잘못된게 분명했다.

벤딩크는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술집 뒤쪽으로 조심스레 빠져나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비명이 잦아들자 전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     *      *

“…쿨럭. 거, 거기 골목에서… 쿨럭… 세 번째 있는 럼주와 보퍼트라는 술집이다….”

“…….”

“…?”

월트셔는 감았던 눈을 다시 조심스레 떴다.

원하던 장소를 말했으면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진짜야?”

“하아… 말했잖아. 진짜라고. 이, 이제 제발 그냥 죽여줘… 제발….”

“흐음….”

“쿠…쿨럭! 뭐, 뭘 또 고민이냐!”

“흐음….”

카엘로서는 당연히 놈이 거짓말을 했을까 봐 그게 고민이었다.

제국을 위하여 시스템상 대륙의 지리나 본래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장비의 위치는 빠삭하게 알 수가 있어도, 인물에 대한 정보나 길드 같은 것은 알 수가 없었다.

대체로 사람 손이 일단 조금이라도 타면 그것만으로도 이리저리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카엘이 그 변화를 알 수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월트셔라는 놈이 속해있다는 암살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이봐! 컥… 컥.”

어쨌든, 놈의 소원대로 놈을 죽여놓고 그 장소에 갔는데 거기가 아니라면?

좀 더 대화를 나눠야 하나?

허나 그러기에는 이미 놈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냥 놔둬도 오래가지 못할 지경.

“어?”

“우, 우리 형제들이 반드…시 복수해줄 것이다….”

고민에 걸린 시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는데, 월트셔는 복수 어쩌고 말을 하더니 더 버티지 못하고 숨이 끊어져 버렸다.

이제 술집에 살아있는 인간은 카엘과 잠들어 있는 시라흐, 그리고 드라니뿐이었다.

카엘은 우선 시체들 틈바구니에서 시라흐와 드라니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대략 2시간 정도 시체들 주머니와 가게 계산대를 뒤지면서 시간을 때우고 나니, 시라흐와 드라니가 차례로 의식을 차리고 일어났다.

“아… 윽….”

“으… 이, 이게 대체 무슨….”

“깼냐? 이런 대책 없는 새끼들아?”

“어…?”

“네…?”

“하아… 잘 들어.”

카엘은 막 정신을 차린 두 놈들에게 술집에서 벌어진 대략적인 상황에대해서 설명해줬다.

시라흐와 드라니 상황을 전해 듣고는 암살 길드 놈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난동을 피웠다.

그러다 시라흐와 드라니 둘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괜히 나까지 죽을 뻔했잖아!”

드라니로서는 시라흐 때문에 돈도 다 털리고 거의 죽을 뻔한 터라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라흐 역시도 양심이 아주 없지는 않아서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고! 그리고 이게 왜 나 때문이야. 애초에 목표가 나랑 카엘까지인데. 그럼 카엘 탓도 해보시지?”

“뭐, 뭐? …그, 그게 미안하다는 태도냐?! 그리고 네가 술집만 안 다녔어도 이런 일이 있었겠냐고?!”

“등신 새끼. 카엘 탓은 죽어도 못하는 주제에. 그래 나는 무릎이라도 꿇어야 되냐?! 꿇을까?!”

“그래보던가?!”

“이 새끼가…!”

“뭐 이 새꺄?!”

“…에혀.”

하루이틀 있는 일도 아니라 카엘은 술집에서 건져낸 금화와 동전들이나 가지런히 놓고 계산이나 했다.

그러는 동안 둘은 카엘도 말리지 않아서, 한참을 투닥거리더니 어느 순간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카엘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디에요? 거기가?”

“어디야? 들었다며?”

“이 새끼들이? 근데 진짜 기껏 살려줬더니 고맙다는 말도 안 하고. 이게 맞아?”

두 놈이 깨어나서 한 거라고는 지들끼리 몇십 분 동안 싸우다가 갑자기 또 의기투합해서는 암살 길드 본거지 내놓으라는 것밖에 없었다.

“아… 죄,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카엘 경.”

“…고맙다. 됐지?”

“맨입으로?”

“이, 이것도 뭐가 있어야 해?”

구해준 거면 구해준 거지.

시발 새끼.

시라흐는 새삼 카엘이 지독한 새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연하지. 숙소 여관비 있지? 나갈 때 계산하기로 된 거. 그거 너네가 알아서 계산해라. 나 빼고.”

“어? 어… 뭐. 그 정도야.”

“네, 알겠습니다. 카엘 경. 그 정도야 얼마든지요.”

극단적으로는 줬던 금화 50닢 다시 내놓으라는 거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로 미친놈은 아닌 모양이었다.

“얼마든지? 나중에 딴소리 마라. 따라와. 가보자 이제.”

카엘은 술집에서 챙긴 돈을 주머니에 쓸어 담고 일어섰다.

찰랑거리는 금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

여관비 그거 얼마 안 될 것 같아도, 일행들이 보름 가까이 숙박한 여관은 론디니아에서도 최고급에 속하는 여관이었다.

거기다 식사도 포함이라 식비까지 하면, 나중에 계산할 때 후회할 게 분명했다.

*     *      *

“여기지? 럼주와 보퍼트.”

“네, 여기 맞는 거 같은데요?”

“어. 여기인 듯.”

카엘 일행은 월트셔가 말했던 골목에서 세 번째 술집, 럼주와 보퍼트라는 술집 앞에 도착했다.

일단 월트셔가 말했던 술집이 진짜로 있긴 있었다.

하지만 일행은 술집에 들어서고 나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튀었는데요…?”

“시발 새끼들!”

럼주와 보퍼트는 더 이상 술집이 아니라 술집 ‘이었던’ 장소였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탁자와 의자들, 그리고 술병들이 술집의 흔적은 느낄 수 있게 해줬지만, 사람은 눈 씻고 봐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일단 샅샅이 좀 뒤져봐. 뭔가 단서라도 좀 나올 수도 있으니까.”

“네.”

드라니와 시라흐는 한시간 가까이 술집 안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그러다 시라흐가 뭔가를 발견한 듯 소리쳤다.

“어?!”

“뭐야? 뭐가 나왔어?”

“…….”

시라흐는 대답 대신 누런 무언가를 주머니 속에 스윽 집어넣었다.

“미친 새끼! 돈이지? 이 새끼는 단서 찾으라니까 지금 뭘 찾는 거야. 카엘 경! 이게 맞나요?”

“내가 뭘! 겸사겸사 찾는 거지!”

“나중에 반 내놔!”

드라니는 시라흐에게 엄포를 놓고는 바닥을 천천히 다시 훑어가기 시작했다.

시라흐만 뭔가를 건진 게 억울한 탓이었다.

그러다 바닥에 덜컹 소리와 함께 걸리는 게 있었다.

“뭐지? 어?!”

“뭐야?! 돈이야?!”

끼이익.

시라흐의 바램과 달리 덜컹거리는 바닥을 힘껏 눌렀다가 떼자, 바닥이 위로 들려 올라가면서 지하로 통하는 공간을 드러냈다.

공간 안쪽은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어둠에서도 스스로 빛을 발하는 야광주 덕인 듯했다.

“들어가 봐. 조심하고.”

“네….”

드라니를 필두로 카엘 일행은 조심스레 지하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공간은 여관 방만 한 크기였는데, 검, 도끼, 활, 화살촉, 단도와 같은 각종 무기들과 회의를 할 수 있을 만한 탁자와 의자가 보였다.

그리고 상석 위에는 보름달과 단도가 겹쳐져 있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저게 그 무슨 형제들. 거기 문양이냐?”

“어. 맞네. 보퍼트와 형제들.”

카엘의 말에 시라흐가 대답했다.

“뭐야? 시라흐, 너 알고 있었어?”

“대충. 전장에서 요인 암살할 때 의뢰한다고 들었었는데,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알면 아까 말했지.”

“…이제 어쩌죠?”

드라니가 카엘에게 물었다.

기껏 지하 비밀공간까지 발견했는데, 허탕을 쳤으니 더 이상 단서가 없는 셈이었다.

“쥐새끼가 한 마리 있었나 보네.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도망간 걸 보니.”

누가 미리 와서 도망치라고 알려준게 틀림없었다.

“그러게요… 진작에 잘 좀 살피시지.”

“뭐? 미쳤냐?”

“아,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어, 그… 시라흐 저 새끼가 잘 살폈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없었다. 이 말이었습니다.”

퉁!

카엘은 바닥에 걸터앉고는, 혹시 누런 게 보이나 훑으며 말했다.

“에혀. 됐고. 일단 이제 검투대회에 참여를 해야지.”

“진짜요? 이 판국에?”

“이 판국이 뭐? 누구 죽은 사람 있어? 우리 중에?”

“아, 아니요.”

“없잖아. 물론 그 전에 이 쥐새끼들 정보는 좀 더 알아보긴 해야겠지.”

“어떻게요?”

“시라흐, 론디니아에도 정보 길드가 있겠지?”

각 도시 별로 은밀히 정보를 사고파는 정보 길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건 그래도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시라흐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시라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있긴 있지. 근데 정보 길드에서 암살 길드에 관한 정보를 팔지는 않을걸?”

“팔고 안 팔고는 내가 결정해. 어디야?”

“나도 몰라.”

“뭐?”

“근데 용병 길드를 통하면 정보 길드 위치쯤이야 알려줄 거다.”

시라흐라는 이름값과 용병 길드에서 그동안 쌓아온 실적이 있었다.

정보 길드의 위치를 못 알아낼 것은 없었다.

“그럼 됐네. 가자. 바닥 좀 그만 보고! 미친놈들아! 이제 없어! 없다고!”

“아, 아니에요. 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고 단서를 찾으려는 거지.”

“지랄하고 있네.”

드라니는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까지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흘끔흘끔 바닥을 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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