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외 의뢰
엘레나의 여동생과 D 형제들이 도착하고 곧장 모험가 길드로 갔다.
그곳에는 다른 모험가들이 모여 있었다.
“여, 왔나.”
“오, 봉헌검의 주인! 경기 잘 봤어!”
“다들 좀 진지한 태도를 보일 수는 없나요?”
원래 모험가는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다.
인사를 건네는 방식만 봐도 각자 성격이 보이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지. 대체로 모험가란 자아가 비대한 편이라, 말투나 복장에서 바로 성격을 드러내는 편이니까.
륜스이는 과거의 기준으로는 파릇파릇한 풋내기들이지만 지금은 선배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정중하고 부드럽게, 하지만 힘 있게.
“반갑습니다. 륜스이 페나입니다.”
“나도 반가워! 있지, 근데 그 이름에 정이라고도 붙이지 않았어?”
정신 사나운 마법사 하나에 진중한 전사 하나, 사제 하나에 아마도 도둑이 하나. 파티는 정석적이고 안정적인 구성이었다.
정석과 안정이라는 단어와는 도저히 안 어울리는 이름이 하나 끼어 있지만.
사실 도둑이 직업이라는 게 좀 웃긴 말이다.
세상 어느 나라나 도시에서 도둑을 정식 직업으로 인정한단 말인가.
도둑이 직업이면 강도는 전문직이고 소매치기는 인턴인가? 물론 놀랍게도 이 세계에는 도둑도 정식 직업이다.
물론 다른 사람 물건을 훔치는 도둑은 그냥 범죄자지만, 던전에서 함정을 해체하고 역으로 함정을 깔고 은신해서 정찰하는 모험가로서의 도둑은 합법이다.
덕분에 도둑 길드도 있다. 누가 봐도 미친 말 같지만, 정말로 있다.
“그건 고향에서 쓰던 성입니다. 페나는 여기로 부른 친우에게 받은 성이지요. 그보다, 할 일이 있지 않습니까?”
“아, 맞아! 우리 구출대잖아! 나도 잘 알아!”
노움이 원래 좀 산만하긴 하지만, 이 마법사는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았다.
륜스이가 한숨을 쉬며 자기 허리에도 못 미치는 마법사를 보고 있자니 지부장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힐데, 산만하니까 좀 조용히 해. 한시가 급한 일이다.”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그래도 알았어! 나도 엘레나 누님은 좋아하니까!”
“쟤가 오랜만에 옳은 말 하는군. 엘레나 누님은 구해야지. 나머지 싹수없는 A급 둘이면 몰라도.”
명실공히 안코나 모험가의 큰 누님인 엘레나의 인덕이 어디 가지 않았는지, 그녀의 이름이 나오자 사람들의 표정부터 달라졌다.
산만한 마법사조차 결연한 얼굴로 주먹을 꼭 쥐는 광경에 륜스이는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인생을 살려면 역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다. 엘레나는 글쎄, 300 남짓한 안코나 모험가 중 최소한 반 정도는 한 번 정도 목숨을 걸어줄 것 같다.
지난 삶에서는 그 인덕을 발휘할 여지도 없었지만, 이번은 다르다.
륜스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에게 따라붙은 불행을 모두 치워내리라.
“좋아. 다들 의욕은 충만하군. 길드에서 준비한 건 마법 저항 목걸이 5개에 반지 3개야. 다른 장비야 원래 쓰던 게 더 좋을 테니 일부러 장신구로 준비했어. 그거 말고는 포션이나 연막탄 같은 소모품도 마음껏 가져가. 중요한 건!”
지부장이 구출대와 하나씩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했다. 그는 이들이 임무에 실패해서 장비를 망실했을 때, 자리에서 물러날 각오까지 하고 창고를 열었다.
모험가 길드 지부장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악마나 용 따위의 강대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 무제한으로 재화를 동원할 수 있다.
그 권한을 지부장은 20년 지부장 경력 동안 처음으로 사용했다.
물론 성공해도 시말서고 실패하면 잘릴 것이다. 딱히 두려움이나 아쉬움은 없다. 장비 아낀다고 모험가를 지키지 못하는 모험가 길드가 무슨 필요가 있나.
“사람을 구하는 거야. 장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부숴 먹어도 좋고 잃어버려도 좋아. 당부하고 싶은 건 단 하나다. 모두 무사히, 선발대를 구출해서 돌아오는 것. 알았나?”
“예이! 우리 지부장님 소원인데 들어드려야지!”
“와! 나 그럼 장비 파괴 마법도 막 써도 되는 거야?”
“넌 씨, 눈치도 없냐? 헛소리 좀 하지 마!”
“헛소리라니! 이건 중요한 문제거든!”
티격태격하는 동료를 보며 륜스이는 서늘하게 웃었다.
시작의 도시 안코나.
그가 살았던 최초의 삶에서 게이머들은 이곳을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마경이라고.
망할 놈의 도시에 드래곤만 빼고 없는 괴물이 없다며 투덜거리면서 붙인 별명이 오랜만에 이름값을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잔챙이들이나 하는 의뢰만 받아 2년간 여기서 버티고 곧장 떠나버린 륜스이는 왜 그런 흉악한 별명이 붙었는지 잘 모른다.
게임이야 뭣도 모르는 겜린이였고.
하지만 그가 분명히 아는 게 있다. 세상 그 어떤 흉악한 자라도 그의 앞에서는 무릎 꿇고 말았다는 것.
저 위대한 고대의 용도, 심연을 지배하는 악마 군주도 예외는 없었다. 그건 다른 차원의 괴수나 심지어 잊힌 악신조차도 마찬가지.
이제 그의 칼날이 마경, 안코나의 어둠을 향했다.
“그럼 출발! 빨리 가자, 빨리! 엘레나 언니 안 구할 거야?”
“아오, 이 년아. 네가 재촉 안 해도 갈 거야!”
다소 얼빠진 동료들과 함께.
***
섬뜩한 칼날이 어둠 속에서 빛을 뿜으며 괴물의 갑각을 가르고, 질긴 촉수를 끊어낸다.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체액을 단 한 방울도 허용하지 않은 깔끔한 두루마기를 흩날리며 그는 스치듯 나직하게 말했다.
“괜찮습니까?”
“어, 응. 난 괜찮아. 그보다 어떻게?”
“어떻게 왔겠습니까. 길드에서 파견한 구출대에 합류했습니다.”
의외로 여기까지 오는 길은 험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그냥 지하 수로에 남은 선발대의 흔적을 따라서 쫓아가다 보니 도둑 동료가 숨겨진 문을 발견했고 그리로 들어왔을 뿐이다.
일반인이라면 못 찾겠지만, 모험가로 활동하는 도둑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일행도 문을 통과하는 순간 그게 차원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멀쩡한 문이 벽으로 변하는 신기한 형상을 봤으니 당연한 일, 당황하는 동료들 틈에서 륜스이는 별다른 감흥도 없이 칼을 휘둘렀다.
동료 전사가 아무리 두들겨도 깨지지 않던 문이 그의 칼질 몇 번에 조각나 총천연색으로 일렁이는 속살을 드러냈다.
륜스이는 경악한 동료들에게 퇴로가 확보됐으니 이제 선발대를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고 곧장 달렸다.
이곳에 오는 순간부터 썩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경지에 이른 무인은 그 영혼이 필멸자의 영역을 벗어나 불멸자의 영역에 발을 걸친다. 덕분에 그들의 직감은 단순한 직감이 아니라 예지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할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플레아 레오어 스케브닝 토쿠어 옵!”
“시끄럽다.”
륜스이는 시끄럽게 뭐라고 외치는 괴물에게 싸늘하게 대꾸하며 날아드는 촉수를 끊었다.
그에게도 뭔가 수작을 부 리는 건 분명했지만, 소용없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도승은 금강혼이라는 능력을 얻는다.
이름 그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무릎 꿇지 않는 강인한 정신이었다. 나아가 영혼에 작용하는 마법이나 이능에도 완전히 면역되는 능력이다.
덕분에 그는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는 이 괴물에게 완벽한 천적이었다.
물론 이 혐오스러운 놈들은 정신 공격을 주로 하는 족속답지 않게 꽤 강력한 신체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 전투에서 그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저 심연의 가장 깊은 곳이나 고룡의 둥지, 신들이 거니는 천상에서나 찾아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필멸자의 업을 조금씩 벗어던지기 시작한 당대의 최강자들이거나.
격돌의 결과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투어르 데 익 디에 인, 레오어 베이슨.”
“그래, 이게 끝이 아니지. 너희는 오늘 멸망할 것이다.”
칼에 목이 베여 아래로 굴러떨어진 머리통이 말하는 건 공포스러운 광경이었지만, 륜스이는 놀라지 않았다.
머리통만 둥둥 떠다니면서 마법을 갈기는 리치도 있는 세상에서 이 정도는 대수도 아니니까.
놀란 건 오히려 엘레나 쪽이었다.
물론 그녀도 잘린 머리가 말하는 사실에 놀란 건 아니었다. 단지 경험 많은 모험가인 그녀도 처음 보는 이 괴물과 대화가 통하는 륜스이에게 놀랐을 뿐.
“너, 이 괴물을 알아?”
“예. 좀처럼 보기 힘든 놈인데, 대체 여기 어떻게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붉게 빛나던 괴물의 안광이 꺼지고 마침내 죽음이 놈을 찾아왔다.
륜스이는 괴물의 머리통을 발로 밟아 짓뭉갰다.
외골격이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역겨운 뇌수가 축축한 통로에 튀었다. 마침 그를 뒤따라 달려온 동료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으엑, 뭐야 저게! 더러워!”
“조용히 하세요. 놈들이 생명체를 감지할 때 주로 쓰는 건 초능력이지만 그렇다고 귀머거리는 아니니까.”
“음? 이게 뭔지 아십니까?”
“예. 울레가르트라고 합니다.”
정신 사나운 힐데를 조용히 시키자 사제가 속삭이듯 질문을 던져왔다.
마침 이 까다롭고도 끔찍한 괴물은 막무가내로 돌파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라 대비가 필요했다.
그는 차분하게 이들의 특징을 말하기 시작했다.
“울레가르트?”
“아마 들어보신 적 없을 겁니다. 이놈들은 대공동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사니까요.”
“대공동? 그럼, 여기가 대공동이라고?”
“그건 잘 모르겠군요.”
거대한 서대륙 아래로 다시 광대한 지하 세계가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지하 세계의 주민은 햇빛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지상의 주민과 만날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종종 일부러 지상으로 올라와 횡포를 부리는 사악한 흑요정은 그래도 꽤 유명한 편이었다.
“형제님은 이 괴물들을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제게 서대륙에 관해 이야기해 준 사람이 알려준 겁니다. 서대륙에는 지하 세계가 있고 지상과 다른 이질적인 온갖 종족들이 산다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것치고는 지나치게 거침없고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사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륜스이는 아군이다.
괜히 그에게 캐묻듯 따질 필요는 전혀 없었다.
륜스이도 상대의 배려를 느끼고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 사람이 말해준 종족 중 하나가 이놈들입니다. 울레가르트라고 하고 정신을 지배하거나 파괴하는 초능력을 부린다고 하더군요.”
“정신을 말입니까? 까다로운 놈들이군요.”
“잠깐만, 사람들이 다 꼼짝도 못 하고 쓰러진 게 그럼?”
“예. 정신이 파괴됐거나, 세뇌당했겠지요.”
엘레나의 말에 륜스이는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사악하고 혐오스러운 족속들은 딴에 고등 종족이라고 단순히 먹이를 찾아 다른 생물을 습격하는 게 아니다.
놈들은 지성체를 지배해서 서로 싸움 붙이거나, 해서는 안 될 비윤리적 관계를 시켜 즐기고는 했다.
그 과정에서 피지배자가 느끼는 고통이나 분노, 절망 따위를 공유하며 쾌락을 느끼는 족속.
실로 역겹기 그지없는 놈들이었다.
“마법과는 다릅니다. 마법 저항 장비도 소용없지요. 우리보다 먼저 온 구조대가 왜 당했는지 알겠군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 그냥 정신력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는 거야?”
“아닙니다. 마법 저항 장비는 소용이 없지만, 정신을 명료하게 하거나 정신 공격을 막는 마법과 기적은 유효합니다.”
놈들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지만, 방어는 가능하다.
물론 그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정신을 다루는 마법사는 좀처럼 찾기 힘드니까. 그나마 사제라면 수준이 높아지면서 정신이나 영적인 영역에 작용하는 기적을 모두 배우곤 한다.
륜스이의 말에 일행의 시선이 마법사와 사제에게 집중됐다. 두 사람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나, 나는 그런 거 못 해. 애초에 난 시안 위자드라고. 물이 많은 지하 수로라면 몰라도 이런 땅속은 최악이란 말이야.”
“입으신 옷만 봐도 알겠습니다.”
불과 생명을 주로 탐구하는 스칼렛 위자드의 대척점에 선 학파가 시안 위자드였다.
이들은 주로 강과 바다, 비와 생명을 탐구하는 학파. 정신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범용 마법 몇 가지야 사용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힐데는 전력이 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반면에 사제는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부드럽고 선한 인상으로 실눈을 곱게 휘며 말했다.
“저는 정신을 지키는 기적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엘리안 님께서 내리시는 기적 중에는 정신 침식이나 오염에서 사람을 보호하는 기적도 있으니까요. 다만.”
“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어?”
“제가 한 번에 보호할 수 있는 인원은 5명까지입니다.”
“하필 우리는 6명이군.”
낭패한 표정의 다른 일행과 달리 륜스이는 사제의 말에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선신이라면 대부분 공유하는 기적 중에서도 사람의 정신을 치료하거나 치료하는 건 쓸 자격이 있는 사람도 드물고, 자격이 있다고 한들 쓸 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도 일행의 사제는 꽤 유능한 사람인 것 같았다.
“절 제외한 다른 분들께 써주시면 되겠군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니, 넌 아까 아예 영향을 안 받는 것 같던데. 난 네가 이미 이놈들에 대해 알고 있어서 대비한 줄 알았어.”
고개를 갸웃하는 엘레나의 얼굴이 사뭇 귀엽다고 생각하며 륜스이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이곳에 방금 막 들어왔습니다. 울레가르트가 여기 있는 줄도 몰랐고, 알았다고 한들 대비할 시간도 없었지요.”
“맞아! 들어오자마자 벽으로 변한 문부터 썰더니 바로 달렸다고. 정말! 보통은 그렇게 혼자 행동하면 안 돼!”
“죄송합니다.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설명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딱히 소리를 들은 건 아니었지만, 륜스이는 대충 소리가 들렸다고 변명했다.
어차피 직감이니 예지니 해봤자 불확실한 근거로 덜컥 뛰쳐나가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동료가 될 뿐이다.
차라리 확실하고 이해하기 쉬운 근거를 드는 게 나았다.
“와, 소리가 들렸다고?”
“제 귀가 좀 좋아서.”
어두운 통로 안의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자 지금도 쫑긋대는 귀를 가리켰다.
일행은 그 모습을 보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렴풋이 륜스이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간파한 사제조차도.
이유야 어찌 됐건 억지로라도 수긍하게 만드는 귀여움이었다.
“귀, 귀엽다.”
“아니, 내가 왜 사내놈 귀 보고 귀엽다고 생각한 거지. 끄아아, 난 게이가 아냐!”
“그런 것과는 별개의 문제니까요. 솔직히 성별을 떠나서 귀엽잖아요. 그보다, 일단 정신 방어 기적을 걸면 저는 전투에 도움을 드릴 수 없어요.”
륜스이는 이쯤에서 목표를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상대는 그냥 강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까다롭고 어려운 괴물이다.
유사시에 우왕좌왕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일단 분명히 정할 건, 우리가 왜 여기 왔는지입니다.”
“그야, 누님 구하러 왔잖아? 그러면 끝난 거 아냐?”
“힐데, 그거 아니에요. 엘레나 누님도 구하러 온 건 맞지만, 우린 다른 모험가도 구해야 해요.”
“도움받은 처지에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난 다른 사람들도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싶어. 모험가는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알고 있잖아?”
상대적으로 용병보다 규모에서 열세인 모험가 길드가 비등하거나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였다.
온갖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험가라는 이름으로 뭉쳐서 서로를 위해 움직인다. 고등급 모험가가 될 정도라면 해당 분야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는 권위자다.
그런 사람들이 끈끈한 동료애로 움직이니 강력한 기득권을 형성한 것이다.
륜스이는 엘레나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
아예 답이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나름대로 자신을 보호할 수단도 생긴 상황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몸만 빼는 건 성미에 안 맞았다.
“다들 구출 시도에는 동의하신 것 같군요. 그러면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륜스이는 진지한 얼굴을 한 동료들에게 상대가 울레가르트라는 사실을 깨닫자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탄성이 터져 나오고 누군가는 염려했고, 누군가는 반대했지만, 결국 모두 동의했다.
반격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