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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신은 만렙 플레이어-7화 (7/185)

제7화

7화

다음 날 아침.

이성준은 몸에 밴 습관 때문에 상당히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거실로 나가 보았지만, 가족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방 안에서 곤히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더 일찍 일을 나가시네.”

혼잣말을 하며 주방에 놓인 냉장고의 앞으로 걸어가자, 하나의 쪽지가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들! 우리가 너무 이른 새벽부터 일을 나가다 보니까 깨우기가 미안해서 그냥 쪽지로 남겨두고 갈게, 아침밥은 식탁에 차려놓았으니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으렴.

점심밥은 식탁 위에 돈 두고 갈 테니까, 먹고 싶은 거 사먹으렴.]

가족들의 상황과 심정이 이해가 된다.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문제로 무급휴가를 신청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겠네.”

그토록 바라던 가족들과의 눈물겨운 재회가 있었던 어제, 이성준은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굳은 다짐을 했었다.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거다.’

오래전부터 바라온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었다.

물론,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 이성준의 가족은 다음 달 혹은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삶, 제대로 된 의, 식, 주를 보장받지 못하는 삶에서 행복을 쟁취하는 것은 매우 고된 일이다.

다행히도 작금의 지구는 대격변을 맞이한 시대였다.

각성자, 귀환자들은 통칭 ‘헌터’로서 몬스터 혹은 게이트를 처리하는 것으로 연간 수십, 수백억에 달하는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물론, 헌터로서 활동하는 이들 모두가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완벽한 실력주의, 수입은 오롯이 본인의 능력과 실력에 따라 나뉜다.

이성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마신이라 칭송받았던 시절의 힘과 능력을 생각한다면 머지않아 돈방석에 앉게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곧장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마신의 힘을 잃게 된 것에 아쉬움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군.’

최대 SSS급부터 최하 F까지, 각성자와 귀환자들이 헌터로서 같은 랭크 체계를 사용하는 것은 현재 지구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당연하지만, 힘을 모두 잃은 지금의 몸 상태로는 높은 랭크에 등록되는 것이 불가능했다.

허나 조바심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시간만 있다면 잃은 힘은 얼마든 되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과거에 쌓아놓은 경험과 지식들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강해지기 위한 노력은 이성준에게 매일 일상과 같던 것이었다.

심지어 당장의 생활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비록 F랭크라고는 하나 실력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뛰어난 F랭크 헌터가 평균적으로 벌어들이는 연봉은 억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가족들이 지금처럼 무언가에 쫓기듯이 일을 할 필요는 없어질 거라는 말이었다.

물론, 가족들과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이성준이 고작 이 정도의 수입으로 만족할 리는 없었다.

‘빠르게 수련을 시작 아니, 잠깐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스스로를 단련하려던 이성준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시스템 창, 이른바 상태 창이라 불리는 초록빛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헌터들의 특수한 힘.

지금의 지구에서는 익숙한 것인 만큼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넘겼었다.

하지만 강한 힘이 필요한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확인해봐야겠군.’

세간에 알려지길 시스템 창은 기존의 게임들과 상당히 흡사한 면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헌터들은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레벨 업 하고, 레벨 업 시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진다.

그리고 바로 어제, D등급 몬스터인 트롤을 사냥했다.

비록 어제는 정신이 없어 확인하지 못했지만 꽤나 많은 레벨 업을 했을 것이다.

[스테이터스]

이름 : 이성준

직업 : 없음

칭호 : 없음

레벨 : 6

힘 : 5, 민첩 : 4, 체력 : 5

혈기 : 5

보유 활성화 스킬

S급, 혈영수라신공 1성.

보너스 포인트 : 5

초록빛 홀로그램 창을 눈으로 훑고 있던 이성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흐른다.

‘나쁘지 않군.’

레벨 6, 자그마치 다섯 개의 레벨이 상승했다.

‘아마 내 레벨이 워낙 낮아서 가능한 일이었겠지.’

기본적인 틀이 게임과 흡사한 만큼, 성장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레벨이 높을수록 레벨 업에 필요로 하는 요구 경험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태 창을 보유한 이들은 레벨을 올리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해나간다.

그 이유는 바로 레벨 업 시 주어지는 보상인 보너스 포인트 때문이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보너스 포인트인가?’

포인트를 사용하여 스테이터스를 상승시키는 것만으로도 강해진다고 한다.

상태 창을 보유한 이들이 레벨 업에 목을 매는 이유였다.

허나 모두 커뮤니티 혹은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였다.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만큼 이성준은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정말로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강해질 수 있을까?’

구태여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의심 반, 기대 반을 가진 이성준은 인터넷에서 보았던 대로 상태 창에 본인의 의지를 전달했다.

‘보너스 포인트 5개를 혈기에 사용하겠다.’

아주 찰나의 순간, 주변을 흐르던 외부의 기운이 요동쳤다.

직후, 대기 중에 떠있던 기운이 익숙한 형태가 되더니 몸 안으로 빠르게 흡수된다.

띵-!

[스테이터스 ‘혈기’가 (+5)만큼 상승합니다.]

혈기 : 5 (+5)

정확하게 2배, 체내에 차오르고 있는 혈기를 느낀 이성준은 작은 감탄을 흘렸다.

“……놀랍군.”

마신의 경지에 올랐을 정도로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이성준조차도 처음 보는 형태의 성장 방식이었다.

본래 강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천고의 영약을 섭취하거나, 인고의 시간 속에서 매일매일 피나는 수련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 상태 창이란 것은 레벨 업 시 주어지는 보너스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육체의 즉각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상태 창을 가지고 있다면 특별한 훈련이나 수련이 없이도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아니지.’

굳이 수련을 배제할 이유가 없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어차피 강해지기 위한 노력은 일상과 같은 것이었다.

평소와 같은 수련을 해가며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레벨 업을 해나간다면?

‘마신이라 칭송받던 시절보다 강해질 수 있겠군.’

그렇지 않아도 마신이라 불릴 정도의 강한 힘에 완전히 새로운 힘을 더해내는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경지에 발을 디딜 수도 있었다.

단순히 1+1로 2가 되는 것이 아니다, 3 혹은 10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보고, 겪고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성장 기반을 얻었다는 말이었다.

‘좋군.’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신이라 칭송받아왔지만 이성준의 근간은 무인이다.

무(武)를 순수한 마음으로 동경해온 만큼 강해지는 것에 대한 순수한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허허허…….”

쿵! 쿵! 쿵!

자연스레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흐르고 있을 때였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란 것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든 거지?’

드높은 신의 유희?

혹은 자신의 대리인을 만들기 위해서?

아니면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의도?

어떠한 연유라 해도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으로 보아서는 특별한 조건이나 대가 없이 힘을 내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굳이 주는 것을 마다 할 이유는 없지.’

하지만 도로 되찾아가려 할 때는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난생처음 겪는 생소한 방식이긴 했지만 결국 육체에 적용된 변화이자 본인의 힘이다.

‘드높은 신이라 할지라도 내 몸에 안착한 힘을 쉽게 빼앗아갈 수 없을 거다.’

영혼에 각인되어 있는 경험과 지식들을 이용한다면 상대가 드높은 신이라 할지라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무언가 억압을 가해오려 한다면 사력을 다해 발버둥 치고, 끝내는 뿌리쳐내고 부숴버릴 것이다.

실제로 이성준은 자신을 적대시하려던 세력 혹은 신들과의 싸움을 통해 이를 수없이 증명해왔다.

때문에 현재 이 상태 창이란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음에 들어.”

상태 창이라는 것 덕분에 성장을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입가에 피어나려는 미소를 거둬낸 이성준이 고개를 내젓는다.

‘이렇게 좋아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보았다고 해서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가 앞으로 걸음을 내디뎌야지만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는 피나는 노력을 시작할 때라는 말이었다.

* * *

이성준은 곧장 운동을 시작했다.

해가 뜨기도 전의 이른 새벽부터 초저녁까지 쉴 새 없이 공원을 달렸고, 비치된 기구들을 들어올리고, 밀어냈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돈으로 식사 혹은 보충제를 섭취할 때마다 최대한 많은 양의 단백질을 챙겨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돈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만큼 구매할 수 있는 식사와 보충제의 맛은 정말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허나 이성준은 그 고통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자고로 근육은 고통과 불편함을 먹고 자라는 법.’

다소 무식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지금처럼 볼품없는 육체를 바꾸기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이성준은 묵묵히 고된 고행 길을 걸어왔다.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을 보냈을 무렵.

띠링-!

[굉장한 노력입니다.]

[굳어있고 움츠러들어 있던 근육들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습니다.]

[힘, 민, 체의 스테이터스가 2씩 상승합니다.]

눈앞에 떠오른 초록빛 홀로그램을 훑어본 이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나쁘지 않아.’

도합 6개의 스테이터스의 상승효과는 엄청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쳐 쓰러질 것 같았던 고통이 눈 녹듯이 사라져간다.

갑작스럽게 육체에 활력이 돌아오는 느낌이 든다.

드디어 일주일이란 시간을 들인 노력에 대한 달콤한 과실을 취해낸 것이다.

허나 이성준은 멈추지 않는다.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하기 위해서 시작한 수련이 아니었다.

한 걸음, 열 걸음, 백 걸음, 천 걸음, 만 걸음.

체내, 요동치는 심장에서부터 솟구친 뜨거운 피가 공원을 달리고 있는 이성준의 몸에 빠르게 퍼져나간다.

“후욱…… 후욱.”

쉴 새 없이 내딛는 발걸음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있었지만, 이성준은 계속해서 걸음을 내딛는다.

견뎌내야 한다.

그래야지만 넘어설 수 있다.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아까 전, 활력을 되찾았던 육신은 다시 한 번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한다.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이자,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오히려 악 효과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성준은 여전히 달렸다.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이 전신을 적신다.

마치 폭포수와 같은 거센 물길이 육신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성준은 계속해서 걸음을 내딛는다.

‘조금, 조금만 더.’

바라던 목표 지점이 보인다.

쾅, 쾅.

심장이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져간다.

마침내 온몸 구석구석, 막힘없이 피가 회전하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이성준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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