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마신은 만렙 플레이어-20화 (20/185)

제20화

20화

같은 시각, 귀환자 관리 본부장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김동준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흐흐…… 조강현, 이성준. 너희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어.’

실패 따위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자그마치 S급 빌런인 윤기성에게 의뢰를 맡겼다.

고작 A랭크에 불과한 조강현이 윤기성의 기척을 잡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멍청한 놈들 윤기성이 계속 뒤를 따라다니는지도 모르고 증거들을 흘리고 다니겠지.’

착수비만 5억이라는 엄청난 지출이 있긴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본래 윤기성은 착수비 10억 미만의 일, 쉽게 말하자면 S랭크 헌터들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본래라면 김동준의 의뢰 또한 요청하자마자 거절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거래를 해온 VIP이자 대기업의 오너인 아버지, 김석훈을 뒷배로 가지고 있는 만큼 윤기성의 입장에서도 쉽사리 의뢰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조강현, 이성준, 네놈들의 사기 행각도 얼마 가지 못할 거다, 크흐흐.’

곧 펼쳐질 행복할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김동준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피어나던 순간이었다.

우웅-!

때마침, 책상 위에 놓아 둔 스마트 폰이 진동음을 토해내며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윤기성?’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연락이 도착했다.

‘벌써 증거를 잡아낸 건가? 역시 이름값을 한다는 건가.’

함박웃음을 지은 김동준은 천천히 스마트 폰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상상과 달리 도착한 메시지의 내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뭐, 뭐야……?”

내용 자체만 보자면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의뢰를 거절한다고?”

자연스레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어째서?’

허나 의문은 잠시뿐이다, 김동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적지 않은 의뢰를 맡겨왔지만 윤기성이 중간에 의뢰를 포기한 적은 없었다.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때문에 김동준은 스마트 폰의 액정을 터치해가며 윤기성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의뢰를 맡긴 김동준입니다. 혹시 갑자기 의뢰를 포기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특별한 이유라…… 멍청한 척을 하는지, 정말 멍청한 건지 알 수가 없군.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과 더불어 타박하는 듯한 김동준의 말투에 다소 짜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차마 목소리에 그 감정을 담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윤기성은 자그마치 S랭크에 달하는 빌런, 자신의 기분에 따라 여차하면 살인조차도 서슴지 않는 악인이라는 말이었다.

김동준은 최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설명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의뢰 내용 자체가 잘못 되었더군, 분명 어려울 것 없는 뒷조사라고 하지 않았나?

김동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불과 몇 시간 전, 직접 요청한 것인 만큼 명확하게 의뢰 내용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조강현과 이성준의 뒷조사 요청.’

특이사항으로 A랭크, F랭크 헌터라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통보를 했었다.

당장 의뢰 내용으로 꼬투리 잡힐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었다.

‘……설마 조강현이 S랭크로 성장을 한 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근래 조강현은 과중된 업무로 인해 제대로 된 수련이나 사냥을 할 시간이 없었는데, 어찌 성장할 수 있단 말인가?

허나 윤기성의 태도를 보면 아니라고 확정 지을 수도 없었다.

때문에 김동준은 은근슬쩍 질문을 던져 보았다.

“A랭크인 조강현은 주변에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셨습니까?”

-의뢰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말했을 텐데, 왜 조강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거지?

나름 머리를 굴려 추측한 것이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조강현이 S랭크에 도달하지 못한 만큼 한편으로는 안도가 되기도 했지만, 머릿속에 피어났던 의문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분주히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김동준은 직접적으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제가 어느 부분에서 의뢰를 속였다는 거죠?”

-F랭크 헌터, 이성준…….

짧은 침묵이 흐르던 때, 수화기 너머에서 윤기성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장담하건데 그 남자는 절대로 F랭크 따위가 아니다.

“F랭크가 아니라니요? 무슨…….”

김동준의 고개가 젖혀지고 있던 순간, 수화기 너머의 윤기성이 혀를 찼다.

-쯧, 반응을 보아하니 그냥 멍청한 거였군, 뭐 됐다. 이렇게 무능력하니 제 밥그릇조차 지키지 못한 거겠지.

잊고 싶었던 치부를 건드리는 윤기성의 독설에 김동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허나 차마 분노를 표출하지는 못했다.

“…….”

-네 아버지, 김석훈과의 정을 생각해서 특별히 충고 하나 해주지, 기업의 지분들까지 바쳐가며 앉은 그 자리라도 지키고 싶다면 괜한 헛짓거리 하지 말고 조용히 살아가는 게 좋을 거다.

통보하듯 말한 윤기성이 전화를 끊는 순간, 김동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 위에 놓여있던 명패를 강하게 벽으로 내던졌다.

콰직-!

“이익-! 더러운 빌런 새끼가! 감히 나를 무시해!?”

고성을 내질러가며 분노를 토해냈음에도 도저히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분노가 치솟고 있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윤기성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S랭크 빌런인 윤기성은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였다.

그렇기에 치솟던 김동준의 분노는 이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조강현과 이성준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 두 놈만 아니었다면……!’

윤기성에게 타박을 받는 상황도, 애써 잊으려 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벌어지는 일은 모두 네놈들이 자초한 거다.’

조용히 살아가라는 윤기성이 남긴 충고 따위, 이미 분노라는 감정에 파묻혀 버린 지 오래였다.

두 눈에 핏발을 세운 김동준이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할 때였다.

띠링-!

스마트 폰의 액정 위, 갑작스레 떠오른 한 통의 메시지를 확인한 김동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시X! 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고!”

협회의 내사 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부에 심어놓은 정보통을 통해서 들어온 소식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직접적으로 내사 팀의 표적이 된 것은 아니었다.

1년에 한 번씩 있는 일반적인 감찰 기간이 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켕기는 것이 많은 김동준 입장에서는 움직이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독한 마음을 먹고서 진행하려던 계획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에라도 재수 없어서 꼬투리라도 잡히면…….’

최악의 경우, 그간의 행각들이 줄줄이 발각될 수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말이었다.

“……빌어먹을!”

쾅, 쾅, 쾅!

결국 지금 김동준이 할 수 있는 것은 애꿎은 책상에 분노를 토해내는 것뿐이었다.

* * *

E급 게이트를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짧다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것은 바로 ‘레벨’이었다.

[스테이터스]

이름 : 이성준

직업 : 강화술사

칭호 : 없음

레벨 : 30

힘 : 12, (+4) 민첩 : 11 (+4), 체력 : 12 (+4)

혈기 : 15 (+17)

사용 가능한 보너스 포인트 : 0

20에서 30까지, 자그마치 10개의 레벨이 올랐으며 그로 인한 스테이터스의 상승 또한 훌륭했다.

자연스레 거실에 놓인 식탁 의자에 앉아 있던 이성준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흐른다.

‘좋군.’

일반적인 헌터들이 20에서 30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평균적으로 소모되는 시간은 3개월, 헌데 불과 일주일 만에 10개의 레벨을 상승시켜냈다.

‘그때 헌터 협회랑 계약을 하길 잘했어.’

만약 헌터 협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본래라면 보너스라고 불리는 레드 고블린을 이렇게 많이 사냥 하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야.’

레드 고블린이 괜히 보너스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E급 몬스터 중 가장 사냥하기 편하면서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레드 고블린이 출몰하는 곳은 많은 헌터들이 몰리는 인기 게이트 중 한 곳이었다.

과장 좀 보태자면, 헌터 업계에서는 레드 고블린을 사냥하는 것보다 찾아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헌데 이성준은 자그마치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레드 고블린의 사냥을 독점해왔다.

‘설마 내 성장을 위해서 게이트 점검을 선언해 줄은 몰랐어.’

안전 지역 내부의 게이트들을 관리하는 것, 헌터 협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때문에 본래 헌터 협회는 1년에 한 번씩 안전 지역 내부에 있는 게이트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며 몬스터의 개체가 과도하게 불어나지 않도록 관리를 해왔다.

허나 헌터들의 발길이 잦은 곳, 레드 고블린이 서식하는 게이트 같은 경우, 구태여 몬스터의 개체가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도 레드 고블린이 출몰하는 게이트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점검을 진행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점을 짚어내며 이번 게이트 점검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는 헌터들도 몇몇 존재하긴 하였다.

하지만 헌터 협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자 도시의 안전과 직결된 업무라 할 수 있는 일인 만큼 전면에서 반발하고 나설 수는 없었다.

물론, 누군가가 이성준이 홀로 게이트에 사냥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헌터들의 불만 어린 목소리가 더욱더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헌터 협회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한 가지 직책을 부여해줬다.

‘안전 점검 요원.’

레드 고블린이 서식하는 게이트로 들락날락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덕분에 게이트로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연달아 포착되었음에도, 특별한 문젯거리가 되지 못했다.

‘사실 이 부분도 상당한 특혜가 있긴 했지…….’

본래라면 게이트 점검 시 투입되는 요원은 최소 다섯 이상이었다.

하지만 부협회장인 고태현이 힘을 써준 덕분에 주변의 개입 없이 혼자서 독점으로 사냥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고태현 부협회장이 직접 힘을 써가면서까지 혜택을 내어 준 것은 아무런 이유 없는 호의가 아니었다.

‘일종의 상부상조라고 보면 되겠지.’

가능성, 헌터 협회가 이성준에게 최고의 조건을 제시한 가장 큰 이유는 미래 가치를 높게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으로써만 보자면 이성준과의 계약은 협회의 입장에서 다소 손해라고 볼 수 있었다.

때문에 헌터 협회 쪽도 이성준을 빨리 성장시켜내어, 최대한 빠르게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의 이성준에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해관계가 아니었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어.’

단순히 레벨이 오른 것이 아니었다.

경지 자체가 상승했다.

‘확실한 일류 무인의 경지에 도달했다, 이제부터는…….’

혈기를 유형화해서 활용할 수 있어졌다.

흔히들 말하는 검기(劍氣)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우웅-!

실제로도 이성준이 손바닥을 활짝- 펼치는 순간, 붉은 빛깔을 띤 혈기가 아지랑이와 같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운을 유형화시켜 둘러내는 것만으로도 절삭력은 물론, 내구성까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펼치는 무공의 파괴력이 궤를 달리하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이성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흐른다.

‘지금이라면 그 슈퍼 고릴라도 굳이 내가중수법을 쓸 필요가 없겠군.’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이뤄낸 결과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성장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