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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신은 만렙 플레이어-34화 (34/185)

제34화

34화

본래 C급 게이트였던 곳이, 갑작스레 프렌지 게이트로 변해버린 탓에 직접 C급 게이트에 들어와 본 적은 난생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허나 생각했던 것과 달리 무언가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굳이 치자면…… 공기가 살짝 무겁게 느껴지는 정도군.’

지형 자체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에 적혀 있는 대로 울창한 숲이 전부였다.

본래 게이트의 등급이 오를수록 지형도 인간이 살아남기 힘든 척박한 환경으로 변화한다, 헌데 눈앞의 C급 게이트의 풍경은 과거, F급 게이트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다소 상반된 상황이긴 했지만, 그 이유를 쉽사리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 이것도 협회 쪽에서 신경을 써준 거겠지.’

그간 협회가 보인 행보는 제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상당한 배려와 훌륭한 대우를 해주고 있음을 익히 알 것이다.

헌터의 세계가 실력주의로써 능력만큼 대우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염치가 있는 사람으로서 마냥 받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협회가 바라는 대로 확실하게 성장을 해줘야지.’

정확히 말하자면,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입가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은, 이성준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앞길을 가로막는 수풀들을 가로지르며 이동하자, 머지않아 푸른 빛깔의 털을 가진 호랑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블루 타이거.’

3m에 달하는 크기와 200kg 정도의 체중.

외형만 보자면 일반적인 호랑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만큼 C급 몬스터 중에서는 나름 손쉬운 사냥감이었다.

허나 C급의 몬스터로 분류된 만큼, 블루 타이거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은 평범한 호랑이와 비교할 수 없었다.

실제로도 블루 타이거의 공격은 바위조차도 부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위협적이었다.

절대 쉬이 여길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성준이 속으로 적당한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던 때.

“크르릉.”

블루 타이거 또한 눈앞의 이성준을 발견해내며 흉흉한 살기를 뿜어내며 달려든다.

“크아앙-!”

삽시간에 좁혀져 가는 거리, 어느덧 블루 타이거와 이성준의 거리는 50m 남짓.

반응이 더 늦었다가는 날카로운 발톱에 전신이 종잇장처럼 찢어발겨질 것이다.

숱한 전투를 치러 온 이성준이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만무했다.

허나 이성준은 여전히 제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단순한 패기 따위가 아니었다.

믿는 구석이 있기에 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띵-!

[사용자 ‘이성준’에게 근력, 민첩, 체력 강화를 사용합니다.]

[사용자 ‘이성준’에게 대지의 축복, 바람의 비호를 사용합니다.]

[활성화 스킬, 증폭의 효과로 강화 스킬들의 효과가 50%씩 상승합니다.]

[민첩 스테이터스가 22만큼 상승합니다.]

[힘, 체력 스테이터스가 15씩 상승합니다.]

[버프 스킬, 대지의 축복의 효과로 인해 육체의 내구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형형색색 빛나는 기운에 휘감긴 이성준.

축복과 비호라는 말이 거짓된 것이 아닌지, 몸 주변으로 계속해서 바람이 머물고 있었고, 땅에서 기운이 끊임없이 솟구치며 육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허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 기존 강화술사의 버프들이 더해진다.

몸은 한층 더 가벼워졌고, 근육이 질겨지고 뼈가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체내에 용솟음치는 힘을 느낀 이성준은 알 수 있었다.

현재 육신이 한계치를 뛰어넘었다는 것을.

‘얼마나 강해졌을지 기대가 되는군.’

만족스러운 효과에 한껏 기대감이 부풀던 순간, 때마침 블루 타이거가 지척거리에 도착하며 앞발을 거세게 휘두른다.

“크앙-!”

매서운 기세로 휘둘러진 블루 타이거의 앞발이 이성준의 팔뚝을 훑고 지나간다.

후웅-!

팔목 쪽에서 따끔한 감각과 함께 뜨거운 핏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 이성준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진다.

‘체력 스테이터스 자체가 올라서 그런가…… 어제보다 더 단단해졌군.’

아무리 대지의 축복을 사용했다 할지라도 발톱 자국으로 인해 일(一)자의 상흔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각종 버프로 한층 더 강화된 덕분에, 육신에 남은 것은 자그마한 자상이 전부였다.

이 정도 단단함이라면 직접적으로 물리는 것이 아니고서야 큰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다.

‘좋군.’

블루 타이거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으로, 방어 능력에 대한 검증은 어느 정도 끝마쳤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공격.’

눈을 빛낸 이성준이 시선 속, 블루 타이거의 모습을 응시한다.

“크아앙-!”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블루 타이거가 조심스레 자리를 벗어날 준비를 한다.

허나 뒤늦은 판단이었다.

버프로 강화된 것은 힘과 체력, 육체의 내구성뿐만이 아니었다.

민첩, 움직임 또한 한층 더 빨라진 상태였다.

타닥-!

이성준은 삽시간에 블루 타이거와의 거리를 좁혀낸다.

“크앙!”

생명의 위협을 느낀 블루 타이거가 다급하게 앞발을 휘둘러냈지만, 아무런 의미 없는 발악이었다.

쿵! 쿵!

묵묵하게 쏟아지는 앞발들을 받아낸 이성준의 육신이 블루 타이거를 향해 매서운 기세로 달려든다.

이성준은 그 모습을 보며, 버프로 인하여 강화된 육체에 힘을 불어넣었다.

단숨에 가죽이 질겨지고 뼈가 단단해지며 힘줄과 근육이 팽팽한 활시위처럼 당겨지는 것이 느껴진다.

혈교 내 아니, 천하를 통틀어 유일무이하게 외공으로 신공절학이라 인정받은 금강철괴외기공이 발동된 것이다.

‘철무진 녀석이 이런 기분이었겠군.’

난생 처음 제대로 된 실전에 외공을 사용하려 하니 기분이 묘하다.

하지만 결코 불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

내공에 밀려 다소 시정되었다고는 하나, 그 효력과 위력 자체는 분명 내공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뛰어넘는 부분도 있다.

때문에 외공으로서 천하제일(天下第一)이다.

‘금강철괴외기공.’

그중 첫 번째.

‘제1식, 철산호박(鐵山虎搏).’

이제는 하나의 병기라 불려도 손색이 없게 된 이성준의 육신, 어깨뼈가 블루 타이거와 충돌한다.

꽈앙-!

단순히 몸으로 부딪혀 낸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요란한 굉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신을 강타하는 충격을 견디지 못한 블루 타이거의 육신이 맥없이 허공을 노니는가 싶더니, 근방의 나무에 처박힌다.

쾅-!

충격의 여파가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나무를 꺾어내는 사이.

눈동자의 초점을 잃은 블루 타이거의 육신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띠링-!

[C급 몬스터, 블루 타이거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단 일격, 압도적이라 말해도 손색이 없는 승리.

하지만 이성준의 표정에는 만족보다는 옅은 불만이 어렸다.

분명 파괴력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문제는, 너무 거칠군.’

힘이 하나로 집중되지 않은 채 블루 타이거의 신체 곳곳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상처가 그만큼 커다랗기는 하지만 힘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일반인의 눈에는 거기서 거기로 보이겠지만 정도 이상의 고수라면 이성준이 처치한 블루타이거의 상처를 보고, 대단한 기술보다는 거의 순수 힘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을 한 번에 알아챌 터였다.

‘철무진이 사용한 철산호박은 이렇지 않았다.’

훨씬 더 정밀하고, 깔끔하게 무공의 힘이 집중되어 있다.

이성준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지만 곧 머리를 저어 그 감상을 털어냈다.

‘이건 어디까지나 숙련도의 문제다. 계속 사용하다 보면 늘어나겠지.’

무엇보다 스스로가 불만족했다 하여도 당장 외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단 것만으로 이성준의 입장에서는 큰 장점이 하나 생겨났다.

‘덕분에 당장 내공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낼 수 있겠군.’

지금껏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사실 내공 부족에 관한 것은 이성준이 귀환한 이후 지금까지 꽤 고민하고 있던 영역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시스템이 주는 도움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버텨왔었지.’

사실 이 또한 이성준의 무공 대부분이 내공 사용량이 꽤 높은 만큼, 마신 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도 가끔씩은 절대적 내공 총량의 부족함에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하루에 사냥을 10시간 넘게 할 때에는, 그 답답함이 더욱 크게 와닿곤 했다.

‘내 내공이 1갑자만 됐어도 이런 불편함을 안 겪었을 텐데.’

문제는 내공이란 특별한 영약을 먹지 않는 한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달리 없다는 것이었다.

이성준이 쉽게 생각하는 1갑자만 해도 일반적인 내공심법으로 자그마치 60년을 수련해야 쌓을 수 있는 엄청난 내력이다.

과거의 그는 신공절학인 혈영수라신공과,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재능 덕분에 고작 5년 만에 쌓을 수 있었지만 이미 한번 다녀온 길이라 그럴까?

지금은 그 시간조차도 꽤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지.’

대지의 축복이라는 스킬과 철무진의 금강철괴외기공의 힘이 더해짐으로써, 그간 내공의 부족함을 어느 정도 메꿔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 효율이라면, 당장 C급 게이트로 사냥터를 옮겨도 무리가 없겠어.’

이성준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흐른다.

‘기존에 비해서 사냥 효율이 2배, 아니 3배 이상이 좋아질 수도 있겠군.’

D급과 C급, 한 단계의 랭크였지만 몬스터가 주는 경험치 차이는 2배 이상이다.

달리 말하자면, 금강철괴외기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레벨 업 속도가 2배는 빨라졌다는 말이었다.

‘본격적으로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겠군.’

방금 전의 블루 타이거와의 전투를 통해 확신을 가지게 된 이성준은 당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사냥을 가장한 학살이 시작되었다.

이성준이 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블루 타이거들의 곡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5시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사냥을 이어가자.

띵-!

[축하드립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41로 상승하였습니다.]

불과 5시간 만에 1레벨 상승, 어제 하루 레벨 업을 위해서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모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다고 말할 수 있었다.

분명, 기뻐 마지않을 상황이었지만 이성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뭐지?’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근방에서 제법 강력한 기운이 접근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보스 몬스터?’

이성준의 고개가 내저어진다.

아직 출현 주기까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남았다.

아니, 애초에 느껴지는 기척 자체가 명백한 사람, 헌터였다.

물론, 정말로 게이트의 안전 점검을 위해 찾아 온 협회의 직원일 수도 있었다.

허나 그럴 경우 조강현이 사전에 연락을 줬었다.

‘뭔가 이상하군.’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순간, 머릿속에 환성이라는 이름이 스쳐지나갔다.

이성준의 고개가 주억여진다.

‘직접 확인해봐야겠군.’

결단을 내린 이성준이 근방의 기척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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