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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신은 만렙 플레이어-63화 (63/185)

제63화

63화

우우웅-!

조세혁의 손아귀에서부터 뻗어져 나온 기운들이 퍼져나가더니, 공명음을 토해내더니 원형의 구체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된 공간을 만들어 낸다.

‘구속연무장.’

협회 측에서 넘겨준 정보들을 통해 사전에 알고 있었긴 했지만, 일대에 둘러진 구속연무장은 예상했던 것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소 초절정…… 초입의 무인이 전력을 다해내야지만 뚫어낼 수 있겠군.’

놀라울 정도로 튼튼한 내구성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었다.

아니, 애초에 스킬의 효과가 단순히 연무장을 만들어내는 게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S+라는 고랭크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성능이라 할 수 있었다.

이성준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구속연무장을 확인하고 있던 때, 조세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난다.

“5분, 대부분 5분도 견디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어갔지.”

말을 내뱉고 있는 조세혁의 몸 주변으로 하얗고 투명한 얼음들이 치솟아 오르며, 연무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다.

자연스레 연무장 내부에 냉기가 차오르며,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져간다.

“과연…… 슈퍼 루키라 불리는 네놈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광기 어린 미소를 흘리고 있는 조세혁의 모습에도 이성준의 표정에는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나갈 뿐이었다.

타닥-!

이성준이 곧장 발을 놀리며 조세혁에게로 접근하려 했지만, 앞선 경험이 있는 만큼 조세혁은 그를 쉽사리 허락해주지 않았다.

휘익-!

미끄러운 빙판 위를 거침없이 내달린 조세혁이 재빠르게 이성준과의 거리를 벌려낸다.

아예 작정하고 교전을 피하며 시간을 끌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얕은 술수를 이성준이 생각해두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이성준이 내력을 끌어올려낸다, 그 순간, 단절된 공간에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풍뢰보, 절초, 태선질주(颱仙疾走).’

풍흉마종, 혁천만이라는 이름을 날리게 해줬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절초이자, 천하제일을 논했던 속도를 가진 그 무공이 이성준의 발끝에서 펼쳐지려 한다.

후우웅-!

기존의 풍뢰보와 달리 단순한 바람이 아닌, 태풍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풍을 전신에 휘감아 낸다.

이것만으로도 곧장 조세혁과의 거리를 좁혀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단순히 거리를 좁혀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시야를 가리며, 앞길을 막아내고 있는 걸리적거리는 얼음들을 모조리 다 치워낸다.

띵-!

[사용자 ‘이성준’에게 근력, 민첩, 체력 강화를 사용합니다.]

[사용자 ‘이성준’에게 대지의 축복, 바람의 비호를 사용합니다.]

[민첩 스테이터스가 22만큼 상승합니다.]

[힘, 체력 스테이터스가 15씩 상승하며 육체의 내구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체내에 차오르는 힘을 느낀, 이성준은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디며 태선질주를 펼쳐낸다.

콰과과과광-!

연무장 내에 피어난 얼음들이 태선질주가 뿜어내는 풍압을 견디지 못하고 흩어지고, 부서지더니 끝내는 작은 조각이 되어 쏟아져 내린다.

“무슨……?!”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그 광경에 조세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던 때, 삽시간에 거리를 좁혀 낸 이성준이 말아 쥔 주먹으로 금강파룡격을 펼쳐내며 조세혁의 복부를 향해 내뻗어낸다.

“허업!”

헛바람을 집어삼킨 조세혁이 다급하게 천년빙조를 이용해 빙벽을 만들어내었지만, 급조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금강파룡격의 충격을 전부 완화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커헙-!”

허공을 노닐던 신형이 연무장의 기막(氣膜)에 처박히게 되며, 조세혁의 입술 아래로 붉은 선혈이 새어나온다.

그 볼품없는 모습에 이성준의 입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천년빙조라 했나…… 본인의 역량에 비해서 상당히 과분한 스킬을 다루고 있는 것 같군.”

처음, 조세혁의 공격을 보았을 때는 어느 정도 천년빙조를 응용해서 다뤄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공방을 주고받으며 천년빙조라는 스킬의 능력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하자 전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기껏해야 3할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네.’

앞서 두 눈으로 확인해본 결과, 천년빙조는 지형 자체를 바꿔낼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힘을 다뤄내는 데 특별한 제약이나 조건도 없을뿐더러, 방금 전 막무가내로 냉기를 분출한 것을 보면 제 힘에 잡아먹힐 걱정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년빙조를 사용하는 조세혁의 공격 방식은 너무 단조로웠다.

“정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따로 없군.”

“닥쳐라!”

조소 섞인 미소를 보이는 이성준의 모습에 조세혁이 분노하며 천년빙조를 연이어 펼쳐낸다.

하지만 이성준은 마치 어떤 형식으로 공격을 해올지 안다는 듯이, 쏟아지는 공격들을 피해내고 막아내 버린다.

“너무 일차원적이야.”

조롱을 위해서 던지는 말이 아니었다.

특정 힘을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다뤄 낼 수 있다면, 굳이 손이나 발을 시작점으로 삼을 필요가 없었다.

“힘에 걸맞게 다채롭게 다뤄야지.”

여유로운 미소를 흘린 이성준이 손을 활짝 펼치며 혈기를 허공으로 날려댄다.

동시에 이성준의 눈동자가 고혹적인 붉은빛으로 물든다.

‘천화혈무(千化血武), 혈무격변(血武激變), 폭쇄혈우(爆刷血雨).’

우우웅-!

허공에 흩뿌려 놓은 혈기들이 수백 개의 공명음을 토해내기 시작하더니, 붉은 빛을 강렬하게 내뿜으며 폭사한다.

콰과광-!

“크읍-!”

전신에 두르고 있던 얼음들이 속수무책으로 부서져 나가는 모습에 조세혁의 두 눈이 거세게 뒤흔들린다.

허나 이성준의 공세는 폭쇄혈우로 끝나지 않았다.

‘천화혈무, 혈무변천(血武變遷), 혈마암융기(血魔暗融技).’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나갔던 혈기들이 다시 한번 이성준의 부름에 응답하며, 날카로운 암기가 되어 조세혁을 향해 쏘아진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들에 조세혁이 다급하게 빙벽을 일으켰고, 몸을 내던져가며 바닥을 굴러낸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농락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너무나도 비참한 스스로의 모습에 조세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루키 학살자라는 이명을 얻은 게 루키들을 학살해서 얻은 게 아니라, 루키들만 학살할 수 있어서 얻은 거였나 보군.”

사실 천년빙조를 다뤄내는 조세혁의 솜씨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SS라는 랭크가 부족하지 않은 수준, 천 대륙을 기준으로 잡자면 절정 최상위권의 무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이성준은 천 대륙에서 수없이 많은 강자와 전투를 치러왔고, 각양각색의 무공들을 접해왔다.

심지어 마신이라 칭송받을 정도의 경지에까지 이른 몸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조세혁이 천년빙조를 다루는 방식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지금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조세혁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전투가 가능하다고?’

SS랭크라는 랭크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조세혁 또한 뛰어난 인재라 불리어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조세혁 또한 직접적인 접촉 없이 힘을 다뤄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기 중에 흩뿌려놓은 기(氣)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형태로 다뤄내기 위해서는, 그 기운들을 항시 의식하고 있어야만 했다.

당장 목숨이 오갈 수 있는 공방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흩뿌려 놓은 힘을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헌데 직접적으로 힘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퍼뜨려 놓은 기운들 하나하나를 모두 의식하고 형태를 구현시켜내야 한다.

일순간이라지만, 동시에 수십에서 수백 가지의 생각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초인이라 불리는 헌터라 할지라도 그런 사고 능력을 갖춰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때문에 대다수의 헌터들은 본인의 육신 혹은 직접적인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매개체를 통해서만 힘을 다뤄낸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성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실현해내고 있었다.

‘진짜 괴물이군…….’

이성준을 응시하고 있는 조세혁의 눈에는 의문과 경악이 가득 담긴다.

허나 전의가 상실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투지를 발산해내고 있었다.

‘아무리 대단하다 할지라도 육체 능력은 결국 루키의 수준……, 결국 최후에 웃게 되는 건 내가 될 거다.’

당연히, 근거 없는 희망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이어진 공방과, 주고받은 대화로 인해 벌써 5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덕분에 천년빙조의 냉기가 구속연무장을 가득 매워냈다.

‘앞으로 3분 정도만 더 지나면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어질 거다.’

아니, 굳이 3분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당장 주변의 온도가 영하 130도 아래로 떨어진 상태였다.

과거, 천년빙조를 다룰 때보다 30도나 더 낮다는 것이다.

이는 곧, 기존에 준비해놓았던 대비책들이 전부 무용지물이 되었을 것이란 말이었다.

실제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던 이성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한다.

“……영하 100도가 한계라 들었는데, 이건 예상외네.”

삽시간에 파랗게 질려버린 이성준의 입술을 확인한, 조세혁이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흘려낸다.

“전신이 얼어붙어가는 공포가 어떠냐?”

기고만장해진 조세혁이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감을 표출한다.

“두렵겠지! 두려울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게 스스로의 무능력함 속에 절규하며, 죽어가라!”

물론, 이런 조세혁의 콧대가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성준이 내뻗은 주먹이 조세혁의 안면을 강타해냈기 때문이었다.

콰직-!

갑작스레 느껴지는 고통에 조세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움직였다고?”

단순히 움직인 것도 아니었다.

처음과 다를 바 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몸이 얼어붙고 있지 않고 있다는 말이었다.

“어째서……! 아무리 헌터라 해도 견딜 수 없을 텐데…… 대체 어떻게……!”

발악과도 같은 외침에 이성준이 피식- 미소를 흘린다.

“맞아, 일반적인 헌터였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야.”

단순히 기막을 두르는 것 정도로는 막아낼 수 없는 엄청난 추위였다, 실제로도 일순간이라지만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느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성준이 가진 체온 유지 방법은 기막, 한 가지뿐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좀 특별하거든.”

체내의 피, 혈기를 다뤄낸다는 것은 체온마저도 원하는 대로 조절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일종의 이중 방한 장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인 만큼, 단순히 온도를 낮춰내는 것만으로는 이성준의 육신을 얼려낼 수는 없다는 거였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조세혁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말, 말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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