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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신은 만렙 플레이어-65화 (65/185)

제65화

65화

확답을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앞서 경계하고 두려워했던 붉은 기운, 힘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홍민기의 두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마냥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붉은 기운이 이성준 헌터의 힘이었다니.”

진실을 마주하고 나자 앞선 이성준 헌터의 행보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상황까지,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성준 헌터님은 슈퍼 루키 따위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표라 할 수 있는 5대 길드의 마스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새로운 강자였다.

자연스레 홍민기의 입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지구로 돌아온 지 불과 반년도 되지 않은 귀환자가 SS랭크의 헌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니…….’

말 그대로, 유례 없는 성장 속도에 홍민기는 전신에 짜르르- 하는 전율을 느꼈다.

‘드디어, 드디어……!’

나날이 강대해져가는 대형 길드들과 연합 사이에서도 협회의 입지를 지켜 줄 수 있는 헌터가 나타났다.

암울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던 헌터 협회의 미래에 환한 빛이 드리운 것이었다.

홍민기의 입가에서 환한 미소가 피어나고 있을 때였다.

“이성준 헌터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전담 관리팀의 팀장, 조강현이 감격에 벅찬 목소리를 흘려내며 이성준을 향하여 달려갔다.

* * *

SS랭크의 빌런인 조세혁을 체포해내기 위해 설립된, 특별 수사본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하며, 대기 중이던 인원들은 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경무대가 도착하기 전, 이성준 헌터님께서 이미 조세혁을 쓰러뜨려 놓으셨다고 합니다.”

“혼자서 조세혁을 쓰러뜨렸다고요?”

“허…… 무슨 말도 안 되는…….”

보고를 듣고 있던 고태현의 입가에 헛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설마…… 정말로 혼자서 조세혁을 쓰러뜨리다니.’

처음 작전을 계획할 때부터, 이성준 헌터는 엄청난 자신감을 내비치며 조세혁을 홀로 상대하겠다는 말을 했었다.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귀환자들 특유의 헛된 자신감이라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실상을 들춰보니, 강자의 여유를 보인 것이었다.

‘그저 내 안목이 부족해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뿐이었군…….’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부분은 다소 억울하다고 볼 수 있었다.

슈퍼 루키라는 호칭을 얻은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헌터가 SS랭크를 상대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어떻게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이성준 헌터…… 정말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이군.’

헌터 협회의 소속된 헌터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은, 부협회장으로서 분명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태현은 마냥 이 상황을 만끽할 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대단한 것이 도리어 ‘문제’로 고태현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예 그룹, 김석훈 회장이 이성준 헌터를 가만히 방치해둘 리가 없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이성준 헌터를 처리하려 할 것이다.

‘……더는 김석훈 회장이 손을 쓰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대처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나날이 강해져가는 기업, 길드, 귀환자 연합들로 인해 헌터 협회의 입지가 계속해서 좁아져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헌터 협회의 유일한 희망이라 할 수 있는 이성준 헌터님마저 사라지게 된다면?

구태여 결과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머지않아서 헌터 협회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 내에서 아귀다툼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닌 싸움이 시작될 거라는 말이었다.

고태현이 한차례 고개를 주억이며 김민혁, 비서에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넸다.

“명예 그룹과 척을 지고 있는 기업인들 그리고 국회의원들과 약속을 잡아주게.”

평소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고태현의 요청에 김민혁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무 위험합니다, 다시 한번만 생각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명예 그룹, 수백조에 달하는 부를 축적한 대기업인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작 명예 그룹 하나가 두려워서, 고태현이 계속 숨을 죽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명예 그룹의 진정한 힘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다.’

명예 그룹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인맥.

실제로도 공공기관의 기관장들부터, 정치인들까지 명예 그룹의 영향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뇌물을 받아먹으며, 뒤를 봐주고 있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암적인 존재들…….’

그들은 그간 벌여 온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덮기 위해서라도, 명예 그룹을 비호하려 할 것이다.

각종 법과 규제를 이용해 어떻게 해서든 자신, 고태현을 끌어내리려 할 거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세월 헌터 협회의 부협회장으로서 활동해온 고태현이 대한민국의 어두운 내면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오히려 알고 있기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내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김석훈 회장이 이성준 헌터님에게 손을 쓰지 못할 거다.’

당연하지만, 아무런 준비나 생각 없이 우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김석훈 회장과 명예 그룹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들과 측근들의 비리 자료를 수집해왔다.

‘그것들을 전부 풀어 놓으면……. 3년 정도는 다른 곳에 신경 쓸 수 없겠지.’

비록, 명예 그룹을 무너뜨릴 수 없겠지만, 시간을 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간 지켜봐온 이성준 헌터의 성장세를 생각한다면…….’

머지않아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거인(巨人)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고태현의 두 눈동자가 밝은 미래를 향한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1년, 이 정도의 시간만 벌어낸다면, 분명 우리에게 승기가 넘어오게 될 테니, 부디 나를 믿고 따라주게.”

고태현의 간곡한 어조를 들은 김민혁은 결국 고개를 주억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김민혁이 곧장 자리를 떠나며, 연락을 취하는 모습에 고태현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흐른다.

‘이걸로 한 가지 문제는 해결됐군.’

본격적인 전면전을 선언한 만큼, 제아무리 김석훈 회장이라 할지라도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못할 것이다.

한동안은 이성준 헌터에게 손을 쓰지 못할 거라는 말이었다.

가장 중대한 사안은 어느 정도 해결을 해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한 가지’가 해결된 것이지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받기만 해서는 함께 공존해나갈 수 없다.’

앞서 김석훈 회장을 막아내는 것은, 응당 해야 하는 일에 불과했다.

애초에 이성준 헌터가 실질적으로 취하는 이득이 없지 않은가?

상호간의 기브 앤 테이크, 어느 정도 합당한 거래가 이루어져야만 원만하고 건강한 관계를 지속될 수 있었다.

때문에 고태현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이성준 헌터님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내어준 적이 없다.’

그림자 형제의 심문부터 레이드 게이트 1위, 그리고 SS랭크 빌런인 루키 학살자, 조세혁의 체포까지.

근래 해결된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이성준 헌터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었는데, 정작 이성준 헌터는 제대로 된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었다.

여태껏 내어준 것들은 전부 협회에 소속된 헌터들의 기본적인 권리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성준 헌터의 공에 걸맞은 보상 혹은 특권을 내어줘야 한다.’

이전처럼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손해가 없는 걸 던져주는 게 아닌, 건네는 본인조차도 내어 주기 아까워할 정도로 엄청난 것을 내어 줘야한다.

‘무엇을 내주어야 할까……?’

가늘어진 눈매로 합당한 보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시간은 고태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성준 헌터님과 경무대가 탑승한 차량이 협회의 정문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저, 저기 보입니다!”

아쉽지만 잠시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쉬움에 혀를 쯧- 하고 찬, 고태현은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훌륭하게 작전을 수행해낸 헌터들을 맞이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었다.

* * *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문까지 마중을 나와 허리를 기역자로 꺾어내고 있는 조강현과 홍민기를 향해 손을 흔들어 내는 것으로 인사를 끝마친, 이성준이 등을 돌려내며 걸음을 내딛는다.

동시에 이성준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한다.

‘명예 그룹…….’

조세혁을 생포해내어 협회의 건물에 구속시키는 자잘한 절차를 끝낸 후, 이성준은 곧장 탐심무아공을 펼쳐냈다.

SS랭크인 만큼 기운을 일으켜내며 격렬하게 저항하긴 했지만, 온전하지 못한 몸 상태로는 벌일 수 있는 저항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결국, 조세혁은 얼마 가지 않아서 온순한 양이 되어서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을 하게 되며, 이번 사건에 대한 배후 세력에 대해 낱낱이 읊어 내주었다.

‘명예 무역의 사장이자 명예 그룹의 고문 변호사, 박성훈.’

표면적으로는 박성훈이 혼자서 조세혁을 한국으로 밀입국시켜냈으며, 빌런들을 규합하여 습격을 준비해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에 박성훈이 혼자서 이번 일을 꾸며냈다고 생각할 리는 없었다.

조세혁, 자그마치 SS랭크의 빌런이라는 거물을 무역 회사의 사장이 혼자서 감당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명예 그룹의 회장, 김석훈의 지시를 받았겠지.’

환성 길드, 그중에서도 김동현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 원한이 부모인 김석훈에게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원한이냐가 아니었다.

‘명예 그룹은 내 가족들을 건드렸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말이었다.

‘그에 따른 대가를 똑똑하게 치르게 해주마.’

이번 조세혁 건을 빌미로 협회에서도 무언가 움직임을 보이며 명예 그룹을 압박을 준비하려 하는 것 같았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셈이 맞지 않는다.

보다 확실하면서도 강력하게 명예 그룹의 숨통을 조여내야 한다.

‘다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해주마.’

물론, 명예 그룹이라는 대기업을 상대로 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다소 위험한 행동이라 할 수 있었다.

제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겠지만, 궁지에 몰린 명예 그룹이 무방비 상태에서 이번과 같은 습격을 벌인다면,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기업인 명예 그룹조차도 위협을 느낄 만한, 힘과 권력을 가진 존재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다.

차가운 눈을 한 이성준은 품 안에 넣어놓은 스마트 폰을 꺼내어 낸다.

직후, 연락처에 저장되어 있는 ‘백호 길드 마스터, 오경현’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 띠리리-

몇 번의 수신음이 울려 퍼진 후, 딸칵- 거리는 통화 연결음이 귓전에 울려 퍼지는 것을 확인한 이성준은 천천히 입을 열어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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