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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신은 만렙 플레이어-77화 (77/185)

제77화

77화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내공에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쿵! 쿵!

귓전에 요동치는 소리, 극성으로 운용된 혈영수라신공이 몸 안을 뜨겁게 달구어내는 것을 느낀 이성준은 공간에 흩뿌려놓은 혈기를 향해 양손을 뻗어낸다.

‘혈화천개벽(血花天開闢).’

혈마의 무공, 그중에서도 대군전에 특화된 힘이자, 대륙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혈교가 천 대륙을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우우웅-!

허공에 흩뿌려놓은 혈기가 공명음을 토해내며 셀 수 없이 많은 꽃잎이 되어 사방을 떠돌아다닌다.

고혹적인 붉은빛으로 하늘을 물들여가던 혈화(血化)가 하늘을 가득 메우는 순간이었다.

“낙화(落花).”

하늘을 가득 채운 꽃잎이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화아아악-!

보물 게이트의 몬스터들, 숫자가 많긴 하였지만 실질적인 등급을 보자면 전부 B 이하다.

머리 위에서 낙하하는 혈화천개벽을 피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콰과광-!

혈화천개벽이 번쩍이는 빛을 난사하며 지상을 휩쓸어낸다.

일대는 초토화, 끝없이 늘어져 있던 몬스터들은 모두 갈가리 찢겨지거나 터져나가며 고기 조각으로 전락한다.

자연스레 시야가 트이며 주변의 풍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역시나.’

1km 남짓한 거리.

주술사 무리가 둘러싸고 있는 붉은빛 균열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시에 균열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의 모습 또한 포착된다.

몬스터 웨이브를 만들어 내고 있는 원흉을 발견해낸 것이다.

물론, 방금 전 광역기라 할 수 있는 혈화천개벽을 사용한 탓에 내공을 모두 소진해버려서 곧장 연이어 공격을 이어나갈 수는 없었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부족한 내공은 채워내면 그만이다.’

애초에 이성준이 아무런 근거 없이 몬스터 웨이브가 밀려오는 보물 게이트를 공략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감, 확실한 근거가 있기에 홀로 보물 게이트를 공략할 것이라 선언한 것이었다.

붉은 눈동자를 한 이성준이 허공에 손을 내뻗는 순간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들에서 흘러나온 혈흔들이 붉은빛 기운으로 변화하더니, 이성준의 체내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한다.

‘혼백취아혈(魂魄取餓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혼백취아혈은 쓰러뜨린 적에게서 생명, 피를 갈취해오는 능력을 가진 무공이었다.

앞선 혈화천개벽과 마찬가지로 혈교가 천하통일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무공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뛰어난 무공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간 이성준이 이 무공을 사용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내 경지가 너무 낮다.’

본래 혼백취아혈은 절정의 경지에서 펼칠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최소 초절정, 강기를 피워낼 수 있을 정도로 내공을 자유자재로 다뤄낼 수 있는 경지에 올라야 펼쳐 낼 수 있었다.

마신으로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활용한다면 가까스로 펼쳐낼 수 있겠지만, 혼백취아혈은 엉성하게 사용해서는 제대로 된 효율이 나오지 않는 무공이었기에 사냥에 이용하지 않았었다.

허나 이렇게 무수히 많은 시체가 쌓인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어떤 무공보다도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체내로 흡수해낸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며, 비어있던 단전을 삽시간에 가득 메워낸다.

당연하지만, 이성준이 내공을 회복하는 동안 주술사들도 마냥 상황을 방관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크락투우규, 신두제크…….”

괴이한 언어를 흘리고 있던 주술사들이 손에 쥐고 있던 단검으로 스스로의 오른팔을 찔러낸다.

콰직-!

동시에 바닥에 그려진 육망성의 문양이 사이한 빛을 발산하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이성준의 오른팔이 검게 물들어가며 피부가 괴사해가기 시작한다.

‘……저주인가.’

본인들의 육신을 희생하면서 펼친 저주인 만큼 쉽사리 떨쳐낼 수는 없을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법 골치가 아팠을 만한 능력이었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지금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별의 순화.’

허공에서 피어난 금빛 휘광(輝光)이 전신을 휘감아내자 검게 물든 채로, 괴사해가고 있던 오른팔이 본래의 살색으로 되돌아온다.

“……!”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는지, 주술사들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급하게 바닥에 문양을 새겨 넣으며 새로운 주술을 사용하려 한다.

하지만 이성준이 그를 허용해줄 리가 만무했다.

후웅-!

태선질주, 거센 강풍을 발끝에 휘감아낸 이성준은 어느새 주술사들의 앞에 당도하며 빠르게 손가락을 튕겨낸다.

‘천화혈무, 혈무십변, 연속탄(聯速彈).’

탕-! 탕-! 탕-!

허공을 가르고 쏘아진 붉은 구체에 주술사들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져나가며, 실 풀린 인형처럼 쓰러진다.

주술사들이 쓰러짐에 따라 몬스터를 쏟아내던 붉은빛 균열이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몬스터 웨이브를 쏟아내던 원흉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근방에 남아있는 몬스터들만 상대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압도적인 격차였는데, 뒤를 받쳐 줄 원군조차 사라졌다.

승기가 기울어졌다, 실제로도 전투라고 볼 수 없는 이성준의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됐다.

* * *

누리 길드의 본사, 최상층에 위치한 집무실의 소파에 앉아 벽면에 걸린 TV, 이성준에 관한 속보들을 바라보고 있던 윤민수의 미간이 구겨진다.

“생각했던 것 이상이군.”

이성준이 홀로 보물 게이트에 들어간 지 벌써 1시간째다.

욕심을 부려왔던 헌터들이 보통 30분 남짓한 시간 후, 싸늘한 송장이 되어 돌아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성준은 보물 게이트의 몬스터 웨이브를 견뎌냈다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승준이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던 게 이래서였던 건가…….’

며칠 전, 폐공사장을 다녀온 직후부터 송승준은 입이 닳도록 이성준에 관한 칭찬들을 늘어놓았다.

본인이 의식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뱉는 이야기 속에는 경외심이 묻어나고 있을 정도였다.

스승으로서 적지 않은 세월 송승준과 함께 지내 온 자신, 윤민수조차도 몇 번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런 반응을 보인 건 기껏해야 처음 나를 만났을 때가 전부였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이성준의 본래 실력은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 SSS랭크에 도달할 만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최소치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다.’

일전 송승준의 격했던 반응 때문일까?

이성준이 이계에서 가지고 있던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 쉽사리 상상조차 잘 가지 않는다.

자연스레 머릿속에 물음표가 피어났지만,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를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이성준은 결단코 보물 게이트의 공략에 성공해낼 수 없다.’

몬스터 웨이브는 시작에 불과했다.

‘보물 게이트의 난도가 높게 평가받는 진짜 이유는 보스 몬스터 때문이다.’

한 달 전, 처음 보물 게이트가 나타났을 때부터 누리 길드는 꾸준하게 여태껏 출현했었던 보물 게이트에 관한 자료들을 조사를 해둔 상태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보물 게이트의 보스 종류는 세 가지.’

우선 첫 번째로는 거대종(巨大種), 무려 백 미터에 달하는 덩치를 가진 보스 몬스터가 출현을 할 수도 있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크기를 가진 만큼 고작 손짓 혹은 발짓 한 번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할 정도의 뛰어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까다로운 몬스터라 할 수 있었는데, 거대종 보스 몬스터는 방어력 또한 발군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어찌나 피부가 단단하고 질긴지 확실한 화력을 담당하는 마법 계열의 헌터가 없는 이상 이렇다 할 유효타를 먹일 수가 없었다.

허나 이런 거대종은 보물 게이트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 중 가장 공략이 쉬운 개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정령형의 보스 몬스터가 나오면 공격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지.’

정령형의 보스 몬스터는 특정 속성으로만 타격할 수 있는 특수한 타격 조건을 가진 보스 몬스터였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간 것이 아닌 이상 공략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운이 좋아서 본인이 다룰 수 있는 속성의 정령이 나타날 수도 있다.

허나 정령형의 보스 몬스터의 무서운 점은 단순히 ‘타격 조건’뿐만이 아니었다.

‘정령들은 본연의 순수한 능력조차 뛰어나다.’

괜히 S등급, 블루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령형의 보스 몬스터는 웬만한 SS+랭크의 헌터들조차도 홀로 사냥해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능력들을 갖추고 있었다.

이성준이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으나 당장 SSS랭크에 도달해있는 것은 아니었다.

‘거대종 혹은 정령형, 어떤 종류의 보스 몬스터가 나오든 간에 이성준의 승산은 희박하다는 거다.’

하지만 거대종과 정령형 모두 공략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는 만큼, 다소 양호한 난도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었다.

‘이성준에게 진짜 최악의 상황은 보스 몬스터로 도플갱어가 나오는 거겠지.’

도플갱어, 영화 혹은 만화에서 알려진 것과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눈앞에 선 적의 스테이터스와 스킬을 그대로 카피해낸다.

그냥 단순히 능력치를 카피하는 것이라면 전투 중 성장을 이뤄내는 것으로, 그 격차를 메꿔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도플갱어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가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자그마치 3마리.’

정석대로 파티를 꾸려갔다면 본인이 압도해낼 수 있는 상성을 가진 대상, 도플갱어를 상대하면 쉽게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성준은 홀로 보물 게이트에 입장을 한 상황이다.

본인과 똑같은 스테이터스, 스킬을 가진 분신을 동시에 3마리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자그마한 희망조차 없다 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구태여 결과는 떠올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성준 헌터…….”

천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제자, 송승준조차도 인정을 한 인재가 허무하게 죽게 된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오히려 이건 누리에게 기회였다.

‘이성준이 보물 게이트의 공략에 실패한다면 다음 순번은 우리 누리가 될 확률이 농후하다.’

본부장급 이상의 인사들 중 절반 이상에게 로비를 했을뿐더러 그간 쌓아온 관계와 평판을 생각한다면 협회는 물론, 다른 길드나 연합에서도 절대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사전 조사를 통해 철저한 준비를 해놓은 만큼 보물 게이트의 공략권을 얻어내기만 한다면, 엄청난 보상을 거머쥐는 것은 이미 확정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평생을 바쳐 일궈 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누리 길드가 유일무이한 최강의 길드로 부상할 수 있다는 거다.

‘드디어…… 세계라는 무대로 나갈 기반이 마련되겠군.’

탐욕이 넘실거리는 눈동자를 한, 윤민수는 고개를 돌리어 벽면에 걸려 있는 TV로 시선을 옮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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