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100화
새로운 목표를 계획한 지, 어느덧 열흘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성준은 목표로 하고 있는 계획을 실현해내기 위해 꾸준하게 게이트로 사냥을 다니며 레벨을 올려냈다.
이른 아침 사냥에 나서며 가족들과의 저녁식사 전 집으로의 귀가.
안정적인 삶 속에서 평온한 삶을 보내며,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상당히 흡족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할 수 있던 시기였지만 마냥 평화롭다고는 할 수 없었다.
북한에 기거 중이던 몬스터, 그중에서도 웨어울프들의 왕이라 불린 라자카가 남하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대격변의 시기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인류의 땅을 몬스터들에게 침공을 당해온 현 인류의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인터넷 기사뿐만 아니라 언론사들 또한 라자카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언급했다.
과거, 몬스터들의 왕이 보였던 행보들과 그로 인해 입었던 피해들까지 연이어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연스레 라자카의 위협성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정부에서 라자카를 토벌할 토벌대를 꾸려 줄 것을 대대적으로 요청을 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이야기인 만큼, 분주하게 게이트로 사냥을 다녔던 이성준 또한 그 기사들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화젯거리였다면 한 귀로 듣고 가벼이 흘려냈을 것이다.
하지만 라자카의 남하는 서울,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도 위협을 가해올 수 있었다.
괜한 잡음을 일으켜 낼 가능성이 있는 불안 요소를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라자카의 토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조강현에게서부터 한 가지 의뢰가 들어왔다.
라자카를 포함한 웨어울프 무리들의 토벌.
보수는 원하는 만큼 지급하겠다는 말과 더불어 간곡한 부탁을 해왔다.
어차피 라자카의 토벌을 생각 중이었는데 보수까지 지급을 해준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만큼 연락을 받은 직후, 곧장 제안을 수락했다.
물론, 마냥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애초에 쉬운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면 앞서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직접 나서서 곧장 처리를 해버렸을 것이다.
‘……섣부르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세간에 쏟아진 기사들로 라자카에 관한 정보들을 접한 만큼 다소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드 게이트…… 그중에서도 블루 등급에서 나온 네임드 몬스터.’
난도만 보자면 이전 보물 게이트랑 같다고 할 수 있었지만, 라자카는 본인만의 이름을 가진 네임드 몬스터였다.
‘엘리오루스처럼 무언가 특이 능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농후하다.’
심지어 라자카는 다른 왕들과 끝없이 전쟁을 벌여 왔다.
적지 않은 경험과 지식들을 습득하며 한층 더 강해졌을 것이다.
실제로도 몬스터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 또한 라자카의 위험도를 S랭크의 블루가 아닌 SS랭크의 옐로우라고 봐야 한다고 말하며, SSS랭크의 헌터들조차도 버거워할 만한 몬스터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절대 쉽사리 생각할 수 없는 몬스터라는 것이다.
물론, 라자카의 위험을 알면서도 토벌 제안을 받아들인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정부에서 꾸린 토벌대가 출전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20일.’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강자인 랭커뿐만 아니라, 단 아홉밖에 존재하지 않는 가디언즈의 멤버들조차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기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만한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노골적이라 할 수 있는 협회의 편애와 더불어 자신, 이성준이 가진 능력과 이권들을 활용한다면 충분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띵-!
[사용자 ‘이성준’과 지정한 ‘소환물, 메타모르포제’에게 별의 총애, 대지의 축복, 바람의 비호, 근력, 체력, 민첩 강화를 사용합니다.]
[활성화 스킬, 증폭의 효과로 강화 스킬들의 효과가 50%씩 상승합니다.]
[힘, 민첩, 체력의 스테이터스가 대폭 상승합니다.]
금빛 기운, 갖가지 버프들을 휘감은 이성준과 메타모르포제로 빚어진 혁천만이 오우거들을 절명시킬 때마다 경험치 획득 메시지가 쉴 틈 없이 쏟아졌다.
띠링-!
[B+급 몬스터, 어둠서리 오우거 무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칭호, 독식자의 효과로 획득하는 경험치가 50퍼센트 증가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필요 경험치를 충족함에 따라 레벨이 105로 상승하였습니다.]
식사 혹은 수면과 같은 최소한의 시간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사냥에 투자를 한 덕분인지, 그로 인한 효과가 확실했다.
불과 십오 일 만에 98이었던 레벨이 105까지 상승을 했다.
[스테이터스]
이름 : 이성준
직업 : 성령술사.
칭호 : 독식자.
레벨 : 105
힘 : 39, (+32) 민첩 : 38 (+33), 체력 : 39 (+32)
혈기 : 49 (+34)
보너스 포인트 : 7
눈앞에 초록빛 홀로그램을 띄워 낸, 이성준의 입가에는 흡족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훌륭하군.’
보너스 포인트를 무려 7개나 모아냈다.
물론, 보너스 포인트 7개를 획득한 것이 전부였다면 이렇게 미소를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야…… 혈영수라신공의 효과가 드러나는군.’
7성의 경지에 오른 혈영수라신공은 전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실제로도 혈기 스텟은 본래 30일, 한 달에 1포인트씩만 상승을 해왔다.
헌데 아직 7성에 도달한 지 한 달도 채 되기 전인 지금 무려 3포인트의 상승을 보이고 있었다.
기존에도 적지 않은 상승량이라 할 수 있었지만, 복리 이자처럼 쌓이는 혈영수라신공은 경지가 오른 만큼 빠르게 내력을 흡수해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빠른 성장 속도에 날개를 달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성장 속도와 같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당장으로써만 보자면 내공이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가진 무공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는 상당한 불편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태껏 위험한 전투가 없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었지만 이번 라자카의 전투에서는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른다.
‘……부족한 혈기를 충당해내며 철저하게 대비를 해내야 한다.’
두 눈을 빛낸 이성준은 가진 7개의 보너스 포인트를 모두 혈기에 투자를 했다.
띵-!
[보유 중이던 보너스 포인트 7개를 사용함에 따라 스테이터스 ‘혈기’가 (+7)만큼 상승합니다.]
시스템의 도움을 통해 혈기 스테이터스가 90에 달하게 되었다.
80에서 90으로, 무려 10프로 이상의 혈기의 양이 상승을 한 것이었지만, 가진 무공들을 제대로 활용해내기에는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다.
허나 실망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 정도 내력이라면……. 천주혈을 뚫어낼 수 있겠군.’
기의 흐름을 대뇌까지 이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무인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대주천을 이루며, 상단전을 개방해낼 수 있을 거란 말이었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공의 양이 다소 아쉽군.’
근래 상당한 성장을 이뤄낸 만큼 체(體)라 불리는 육체는 큰 아쉬움이 없었다.
하지만 심(心)이라 불리는 내공의 양이 과거, 천 대륙에서 상단전을 개방했을 때에 비하자면 2할 정도는 부족한 상황이다.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인 만큼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고 할 수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실패를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실패를 생각한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 이성준은 천 대륙을 재패해낸 고금제일의 혈마이자 마신으로서 쌓아 온 경험과 기억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공이 조금 부족한 것 정도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마친 이성준은 메타모르포제로 빚어낸 혁천만에게 호위를 부탁한 후, 가부좌 자세를 취하며 근방의 나무에 몸을 기댄다.
이후 즉시 혈영수라신공을 이용해 혈관을 타고 흐르고 있는 혈기를 심장으로 응집시켰다.
빠르게 심장으로 응집된 혈기를 느낀 이성준은 내심 각오를 다져냈다.
‘확실하게…… 한 치의 실수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상단전이라 불리는 대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천주혈을 반드시 지나쳐야 한다.
때문에 뒷목에 자리 잡은 천주혈을 개통해야 했다.
상단전, 대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순간의 실수로 인해 폐인이 되거나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아 낸 이성준은 입과 뇌리로 혈영수라신공의 구결을 읊어내기 시작했다.
‘삼라성혈(森羅成血), 만물이 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으니, 곧 소우주(小宇宙)와 대우주(大宇宙)의 이치가 다르지 않음이라. 피의 힘을 다루는 자는 한계를 걷지 않을지니…….’
심장에 응집되어 있던 혈기가 순식간에 혈관을 타고 흐르며 뒷목을 향해 빠르게 쏘아진다.
혈기가 거침없이 질주를 하는가 싶었지만, 머지않아서 하나의 벽과 충돌한다.
쿵-!
뇌리를 강타하는 아찔한 감각이 느껴졌지만 이성준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시작한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다소 섣부르게 마주한 벽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단단했다.
허나 결국 부숴봤던 벽이다.
두려움이나 불가능을 느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성준은 기억 속, 과거의 일들을 떠올려낸다.
처음 천 대륙에 떨어졌던 날부터, 혈교에 들어가게 되었던 순간과 혈마의 자리에 올라 쌓아온 경험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지독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처절했고, 끔찍한 싸움이었다.
그 수라도와 같은 삶을 회상하던 이성준의 생각이 한 지점에 머무른다.
지금과 같은 7성의 경지.
상단전을 꿰뚫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혈마, 이성준의 모습이다.
혈교의 정점으로서 군림을 하는 존재인 만큼 오만하다 할 수 있는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보자면 하룻강아지의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는 우스운 모습이었다.
허나 지금은 저 당시의 경험과 기억의 도움이 필요했다.
처음 호흡을 들이마시는 방법부터 혈기의 운용 방식, 충돌의 형태까지.
사소하다 할 수 있는 것들조차 놓치지 않고 전부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시켜낸다.
“후우…….”
과거와 합일된 감각을 느낀 이성준은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신다.
-내가 부수지 못할 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오만했던 자신이 내뱉은 말이 귓가를 간질였다.
피식- 미소를 흘려 낸 이성준의 두 눈동자에 강한 오만이 어릴 때였다.
쿵!
요란한 충돌음이 터져 나오며 단단했던 벽에 자그마한 균열이 일어난다.
완전히 부숴내지는 못한 것이었지만, 당황할 것은 없었다.
과거에는 철저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지금과 같이 다소 부족한 상태로는 벽을 뚫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의 감각을 되살려주는 것, 이 정도의 도움이면 충분했다.
‘……지금부터는 내 몫이다.’
두 눈을 감고 있는 이성준은 마신으로서 쌓아온 경험과 기억들을 떠올려낸다.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경험들이 기존의 감각을 한층 더 곤두세워내며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진다.
허나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아직…… 부족하다.’
조금 더 뾰족하게.
더욱더 날카롭게.
마침내 감각이 현재의 한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세계를 인지해내는 순간이었다.
쿠궁-!
요란한 굉음과 함께 견고했던 벽이 무너져 내린다.
동시에 가로막혀있던 천주혈이 개통되며, 이성준의 의식 세계가 크게 부풀어 확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