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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신은 만렙 플레이어-112화 (112/185)

제112화

112화

회사 근방의 어두운 골목길 틈새, 연합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원들을 뽑아 골목에 몸을 숨긴 채 있는 한성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불쾌함을 발산해내고 있었다.

비단 한성진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뒤를 따라온 연합의 인원들 또한 얼굴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미친놈들…… 정말 일반인을 납치하라니…….’

만약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면 한국 귀환자 연합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날 것이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연합장, 태상천은 분노를 터뜨릴 것이다.

귀환자 연합의 간부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말이었다.

‘……긴장할 거 없어, 생각해 보면 평소보다 쉬운 일이야.’

참모장, 김기영은 혹여나 있을지 모를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던 것인지 이성준 가족들의 동선을 파악해뒀을뿐더러 최적의 습격 장소와 시간까지 지정을 해주었다.

더불어 이번 작전에 참여한 인원들 또한 오랜 기간 합을 맞추고 함께 활동을 해 온 충신이라 할 수 있는 부하들이었다.

랭크 또한 전부 A 이상, 준수한 실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수혁의 아들이 이성준이라는 것 때문에 긴장되는 것이지, 절대 어려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침착하게 행동하자, 실수만 하지 않으면 아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야.’

한성진이 마음을 억지로 다잡아 내며, 차오르는 긴장감을 억눌러내고 있을 때였다.

“옵니다.”

조금 앞에 나가서 망을 보고 있던 연합원 중 한 명이 재빠르게 이동해 오며 소식을 전해왔다.

이번 작전의 목표인 이수혁이 근방으로 왔다는 것이다.

“CCTV는?”

“모두 내려뒀습니다.”

“접근해오는 사람은 없지?”

“확실하게 통제해서 정리해뒀습니다.”

“진짜 부탁할게, 실수 없이 깔끔하게 가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한성진을 응시하고 있는 연합원들은 눈동자로 강한 결의를 내비치는 것으로,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내고 있었다.

“목표 100m 근방에 접근했습니다.”

“시작하자.”

한성진이 내린 명령에 근방의 연합원들이 일제히 발을 놀리려던 때였다.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검붉은 고양이들이 뛰쳐나오며, 연합원들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뭐야?”

“시간 없으니까, 빨리 치워!”

짜증 가득 담긴 한성진의 목소리에 곧장 앞으로 뛰쳐나간 연합원들이 거칠게 손을 휘둘러냈지만 제자리에 우뚝 선 고양이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처음과 똑같이 붉은 눈동자로 연합원들을 노려볼 뿐이다.

“단, 단장님…….”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연합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한성진을 부른다.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한 건데? 아니, 고양이가 이상해봤자 문제 될 게 있어? 내가 제발 실수 없이 하자 했잖아……!”

얼굴을 잔뜩 찌푸린 한성진이 연합원들을 타박하는 말을 내뱉으며, 직접 앞으로 나선다.

그 순간, 한성진은 어째서 연합원들이 움직임을 멈췄는지 알 수 있었다.

키에엑.

기괴한 괴성을 흘리고 있는 고양이들은 배 아래로 훤히 뚫린 구멍에서 장기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상하다.

척 보기에도 기괴한 모습이었다.

“이, 이거 뭐야……?”

애초에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나왔지만 그 누구도 고양이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자그마치 S랭크에 달하는 실력자인 자신, 한성진조차도 말이다.

‘……뭔가 일이 잘못됐다.’

또다시 계획이 뒤틀렸다.

현실을 인지하자 등골에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린다.

‘더 늦기 전에 발을 빼야 한다.’

한성진이 나름 빠르게 판단을 내렸지만, 그조차도 늦었다.

화아악-!

무언가 솟구치는 소리와 함께 골목길 틈새가 칠흑과 같은 어둠으로 뒤덮인다.

“도, 도망쳐!”

한성진이 다급하게 소리를 내지르는 순간이었다.

휘이익-!

일대를 뒤덮었던 어둠이 골목길 전체에 거대한 장막을 둘러낸다.

골목길 내에 자욱한 적막이 내려앉으며, 마치 깊은 어둠 속에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시에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던 고양이가 털썩- 쓰러지며 바닥에 붉은 빛깔의 술식들이 그려진다.

우우웅-

공명음을 토해낸 술식에서부터 한 남자의 신형이 치솟아 오른다.

붉은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치켜든 채로,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만드는 음습함.

심멸마종, 비형이 내뿜는 흉흉한 기세에 본능적인 공포를 느낀 한성진의 목울대로 마른침이 꿀꺽- 삼켜진다.

‘벗어날 수 있을까?’

시선을 조심스레 움직여 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오롯이 어둠의 장막뿐이다.

길이라고 보이는 곳은 없었다.

퇴로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내릴 수 있는 선택은 하나뿐이란 말이었다.

“죽여!”

현재 고를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냉혹하게 말하자면 부질없는 발버둥에 불과했다.

술사란 미리 준비하는 자다.

달리 말하자면, 준비된 술사는 본래의 전투 능력의 배에 달하는 위력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비형은 이수혁의 주변으로는 수많은 술법들을 둘러놓았고, 그를 통하여 삽시간에 골목길을 어둠에 집어삼켜냈다.

이 골목길은 이미 비형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기껏해야 S랭크밖에 되지 않는 한성진과 연합원들이 비형을 쓰러뜨리기는커녕 쉽사리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실제로도 비형을 향해 달려오던 연합원들은 갑작스레 방향 감각을 상실하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 있었지만 비형의 얼굴에는 일말의 미소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보다 더욱더 차가운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인간, 이수혁을 지켜라.’

절대적인 존재, 이성준의 명령을 되새겨 낸 비형의 시선이 한성진과 연합원들의 신형을 훑어낸다.

마음만 먹는다면 곧장 사지를 갈라내고, 뇌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지만 가능하다면 살생은 최대한 피하라는 명령 또한 있었기에 직접적으로 손을 쓰지는 않았다.

잔혹한 술법들을 다뤄내는 비형의 입장에서는 다소 귀찮은 일이라 할 수 있었지만 다행히도 이번에는 상대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원한의 업(業) 쌓은 자들.’

평범한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사술을 다루는 혈교의 술법사들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나와 내 가족들을 죽이다니!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제안을 거절했다고 사지를 갈라서 죽이다니! 너도 죽여 버릴 거야!

-너도 죽어야 해, 나처럼 되어야 해!

한성진과 연합원들의 주변으로는 분노를 가득 품은 원혼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배회하고 있었다.

차가운 눈을 한 비형이 손에 쥔 지팡이를 휘저어내며 원혼들을 이끌어내는 순간이었다.

“뭐, 뭐, 뭐야?!”

허공에 공격을 퍼부어대던 한성진과 연합원들의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공포감 가득 어린 목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형의 손아귀에 이끌린 원혼들은 한성진과 연합원들의 머릿속으로 파고들며, 그간 억눌러두었던 분노, 원한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폭발하듯이 쏟아지는 악의들이 쉴 새 없이 귓전에 울려 퍼졌고, 뇌리를 파고든다.

“그만, 그만해!”

한성진이 간곡한 어조로 부탁을 하고 있었지만 비형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많은 원혼들을 이끌어 내며 머릿속으로 주입시켜낸다.

이어서 원혼들을 하나의 사념체로 만들어 내며, 거대한 저주로 변질시킨다.

‘혼령반귀(魂靈反鬼).’

대상이 쌓아온 원혼의 업을 저주로 빚어내는 절기의 술법을 펼쳐 한성진과 연합원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은 비형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난다.

“부, 부탁…… 부탁드립니다. 제발 머리에 들어온 이것들을 빼내 주십시오!”

당장이라도 정신이 무너질 것 같은 공포와 고통 속에 한성진이 간곡한 목소리를 내뱉었지만 비형이 그의 부탁을 들어줄 리가 만무했다.

“끄아아악! 제발 멈춰! 멈추라고!”

고함을 내지른 한성진이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눈앞의 비형에게로 달려간다.

치지지지직-!

하지만 어느덧 뇌리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혼령반귀의 저주는 한성진의 육신과 정신을 붕괴시켜내기 시작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 훤히 보였던 시야가 까맣게 암전되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허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손과 발에서 느껴지던 촉각들도 사라져간다.

비명을 내지르던 연합원들의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느껴지던 기척들 또한 서서히 어둠에 뒤덮여지는 순간이었다.

“아아……!”

짧은 단말마를 흘려 낸 한성진의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사전에 이성준이 내려 둔 명령을 완벽하게 수행해낸 것이라 할 수 있었지만 비형의 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끝이 아니다.’

이수혁과 마찬가지로 주요 보호 대상 중 한 명인 김지영을 노리는 존재들이 있었다.

‘절대적인 존재의 명령,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차가운 눈을 한 비형은 다시 한번 붉은빛 술식을 그려내며, 자취를 감추어냈다.

* * *

바라던 대로 용산 더힐로 무사히 이사를 끝마쳐냈지만 이후로도 이성준의 삶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길드 창설과 꾸준한 성장, 무엇 하나도 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평소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르게 하루의 일과가 흘러갔다.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이성준이 분주하게 놀리던 발을 지상에 안착시킨 후, 근방에 있는 집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생각보다 늦으셨군요. 이성준 헌터님.”

넓은 인도 한편, 벽면에 등을 기대선 채 서 있던 사내의 인사에 이성준의 시선이 옮겨진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덕분에 눈앞의 사내가 헌터라는 점을 알아낼 수 있었지만 정작 사내의 신원에 대해서는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의 정체를 알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자연스레 이성준의 고개가 젖혀진다.

“누구?”

“죄송합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귀환자 연합의 참모장, 김기영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이성준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강한 권력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제어해낼 수 없는 법이지.’

일전에 만났었던 백무진이 귀환자 연합 내에서 제법 견고한 입지를 가진 부연합장의 직책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놈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예상하고 있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나쁘다 할 수 있었다.

귀환자 연합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달갑지 않은 용무를 갖고 접근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간을 찌푸린 이성준이 입을 열어냈다.

“용건이 뭐지?”

“시간 괜찮으시다면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탐탁지 않은 상황이긴 하였지만 구태여 대화를 거부할 필요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거부해서는 안 되었다.

‘거절한다면 주변을 맴돌면서 계속 귀찮게 하겠지.’

더 이상 질척거리지 못하도록, 깔끔하고 확실하게 정리해놓는 게 좋았다.

“내가 많이 바쁜 몸이라서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거든, 짧게 본론만 말해.”

“강자존(强者尊)의 시대인 만큼 이성준 헌터님이 그러시길 바란다면 응당 그렇게 해야겠죠.”

피식- 입가에 미소를 피워 낸 김기영이 입을 열어냈다.

“저희 귀환자 연합에서 이성준 헌터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거절하지.”

한 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은 제안인 만큼 이성준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을 했다.

허나 김기영 또한 이런 거절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인지 곧장 말을 이어나갔다.

“부디 제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귀환자 연합은 이성준 헌터님의 뛰어난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진심 어린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한차례 고개를 숙여낸 김기영은 조심스레 이성준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한번 입술을 달싹여냈다.

“대신이라고는 하긴 뭐하지만…… 귀환자 연합에 들어와주신다면, 저와 귀환자 연합이 책임지고 이성준 헌터님의 위용과 힘에 걸맞은, 온전한 권리를 되찾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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