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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신은 만렙 플레이어-131화 (131/185)

제131화

131화

단호함을 넘어, 결의마저 느껴지는 박선우의 말에 태상천이 고개를 내젓는다.

“쯧, 기어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군.”

제법 훌륭한 실력이긴 하다만 목을 맬 정도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박선우는 이성준의 제자였다.

‘버러지들이 전달하지 못한 내 의사를 확실하게 이성준에게 전달해낼 수 있겠군.’

두 눈을 번뜩인 태상천이 손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콰광-!

허공에서 불꽃이 비산하며 연이은 폭발을 일으켜낸다.

푸른빛 섬광이 된 박선우가 재빠르게 움직이며 도망칠 틈을 찾아내고 있었지만, 현경의 경지에 이른 태상천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스스로가 내린 어리석은 선택에 후회하고 절망하거라.”

염황파천신공(焰皇破天神功)을 기반으로 펼쳐내는 기공인 염천지폭(焰天地爆)의 특징은 땅과 하늘, 사방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광범위의 공격이었다.

도망칠 공간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죽어라.”

태상천의 입에서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이었다.

허공에 피어난 불꽃들이 폭발하며, 박선우의 전신을 뒤덮어 냈다.

콰과광-!

폭발 직전에 가까스로 뇌력으로 몸을 보호해내긴 했지만, 강기로 이루어진 불꽃들을 온전히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엄청난 내상에 장기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고, 입에서는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터져 나온다.

“커헙…….”

터벅. 터벅.

비릿한 미소를 흘린 태상천이 천천히 거리를 좁혀온다.

“크읍-!”

얼굴을 구긴 박선우가 억지로 몸을 일으켜 내려 했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명이 제법 질기긴 하다만…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어느덧,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태상천이 손을 내뻗으려는 때였다.

휘익-!

갑작스레 어둠이 치솟아 오르며 일대를 뒤덮어낸다.

“무인과 술사라…… 의외의 조합이군.”

초대받지 않은 외부인이 다가왔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다.

허나 성향이 확연하게 다른 종속들인 만큼 서로 같은 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가만히 방치해두고 있었다.

그로 인해 2:1의 싸움이라는 다소 귀찮은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결국 날파리가 하나 늘었을 뿐이다.’

조소를 머금은 태상천이 진각을 밟아내며, 거대한 불기둥을 일으킨다.

쾅-!

불과 1초 남짓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 짧은 틈에 어둠을 완벽하게 파훼해내는 데 성공해냈다.

본인이 생각한 바를 완벽하게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허나 태상천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애초에 어둠이 노린 것은 자신, 태상천의 목숨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놈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야 할 박선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내자 박선우를 부둥켜안은 채로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는 술사의 모습이 보인다.

전력을 다한다면 쫓아갈 수 있었지만 위치가 좋지 못했다,

술사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사람들의 시선이 많은 민가 쪽이었다.

이성준을 처리해내기 전, 정부 그리고 헌터 협회 쪽과 얽히게 된다면 일이 상당히 귀찮아질 거다.

“쯧, 하는 수 없군.”

고개를 내저어낸 태상천은 남아있던 미련을 깔끔하게 털어냈다.

비록 박선우를 살려 보낸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메시지는 충분히 전해졌을 거다.

‘머지않아서 이성준이 제 발로 나를 찾아오게 될 거란 거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태상천은 머릿속으로 머지않아 찾아올 영광의 순간을 만끽해냈다.

* * *

병실에 놓인 침대에 몸을 뉘고 있는 박선우의 표정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죄송합니다.”

우직한 성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허나 제 몸도 성치 못한 상황에서 사과의 말부터 건네 오는 바보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랫입술을 깨물어 낸 이성준이 낮은 목소리로 물음을 던져낸다.

“어떻게 된 일인 거지?”

앞서 비형의 이야기를 통해 박선우가 태상천과 전투를 치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허나 싸운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했다.

“스승님의 아버님을 노리는 놈들을 추궁해서 습격 의뢰를 맡긴 의뢰인과의 접선 장소를 찾아갔는데…… 그곳에 태상천이 있었습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적의 함정에 빠져 버린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성준은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주억여낸다.

작금의 상황들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갔기 때문이었다.

‘아마… 폐관 수련을 끝내고 나왔는데 괴멸된 연합의 상황을 보고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 뒷조사를 했겠지.’

그리고 마침내 귀환자 연합을 괴멸시킨 인물이 자신, 이성준이라는 것을 알아냈을 거다.

귀환자 연합을 괴멸시킬 당시,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지 못하여 태상천까지 정리하지 못했었는데 결국 후환이 되어 돌아온 것이란 말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박선우가 활약을 해준 덕분에 큰 피해가 없었지만 이런 식의 선전 포고를 받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참에 확실하게 정리를 해내야겠군.”

표정을 굳힌 이성준이 걸음을 옮기려던 때, 박선우가 다급하게 말을 내뱉는다.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는 이성준의 모습에 박선우가 조심스레 입을 열어낸다.

“절대로 스승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만에 하나의 확률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시선 속 평온한 이성준의 표정을 확인한, 박선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태상천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기운을 발현시켜내어 저를 공격해냈습니다, 심지어 외부로 전혀 기운이 새어나오지 않는 반박귀진의 경지에 올라 있었습니다…… 스승님과 같은 현경에 오른 고수라는 겁니다.”

얼굴에 진한 그늘이 드리워 있는 박선우의 모습과 달리 이성준의 표정은 일말의 동요도 존재치 않았다.

‘현경의 경지에 오른 것은 예상외지만…… 예상했던 범주를 벗어나는 건 아니다.’

애초에 승산이 없는 싸움을 걸어올 리가 없었다.

라자카의 토벌뿐만 아니라 레드 게이트의 솔로 공략까지, 그간 쌓아 온 업적들이 인터넷에 적나라하게 공개되어 있었다.

정확한 무위는 알 수 없었겠지만 상당한 실력자라는 걸 쉽사리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상천은 당당히 싸움을 걸어오고 있었다.

폐관 수련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을 쉽사리 유추해낼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이건 이성준의 입장이었다.

“더군다나…… 태상천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상황이시니 독자적으로 움직이시는 것보다는 협회나 다른 길드의 마스터들의 지원을 받아서 움직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말을 내뱉고 있는 박선우의 목소리에는 간절함마저 느껴진다.

직접 마주했었던 태상천의 무위가 뇌리에 각인되며 공포란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박선우의 걱정들이 이해가 되었다, 허나 그렇기에 더욱더 태상천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감히 내 것에 상처를 입히다니…….’

과거, 천 대륙 시절부터 절대 용납하지 않았던 절대적인 규율이자 스스로의 신념이었다.

‘피에는 핏값이 따르는 법이다.’

태상천이 스스로가 누구를 건드린 건지, 어떤 일을 벌인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다.

“전부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 걱정할 거 없다.”

“하지만……!”

박선우가 무언가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허공에 응축된 혈기가 박선우의 점혈을 짚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박선우의 두 눈동자가 스르르- 감겼고, 신형이 무너지듯이 쓰러져 내린다.

툭.

가슴팍에 쓰러져 내린 박선우의 모습을 향하여 이성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선언을 한다.

“네가 흘린 핏값은 내가 확실하게 받아오도록 할 테니… 너는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 편히 푹 쉬고 있도록 해라.”

제 할 말을 끝낸 이성준은 품에 기대고 있는 박선우의 몸을 조심스레 침대에 눕혀낸다.

그 직후.

이성준은 망설임 없이 병실 바깥으로 걸음을 옮겨낸다, 두 눈동자에는 한겨울의 얼음장보다 더 시린 분노가 내려앉아 있었다.

* * *

한국 헌터 협회 본부, 부협회장실.

이성준 귀환자 관리 전담팀의 팀장인 조강현이 고태현에게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업무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오늘도 특별한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아내자면 게이트 사냥을 끝마치신 후, 집으로 향하시지 않고 곧장 박선우라는 헌터의 병문안을 가셨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박선우? 일전에 이성준 헌터님의 지인 중에는 없던 이름인 것 같은데…….”

미간을 찌푸린 채로 생각을 더듬어내고 있는 고태현의 모습에 조강현이 곧장 입을 열어냈다.

“근래 친분을 쌓은 인물로 A+랭크의 헌터입니다.”

“그래? 흐음…….”

엄청난 명성을 쌓고,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을 한 만큼 인간관계가 확장되어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병문안 한 번 정도로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리 쉬이 생각하며 흘려버릴 수가 없었다.

‘분명…… 몇 시간 전에 폐공사장에서 헌터의 능력으로 추정되는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왔다는 보고가 들어왔었다.’

조사 결과, 공사장 곳곳이 불길과 폭발에 심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곳곳에 격한 전투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건물 전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화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헌터는 한국에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둘, 이예린 또는 태상천이 전부였다.

후보 자체는 둘이라 볼 수 있었지만, 사건 발생 추정 시각에 이예린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던 만큼 남은 것은 한 명, 태상천뿐이었다.

‘설마… 태상천이 폐관 수련을 끝내고 나온 건가?’

막연한 추측이라 치부할 수 있었지만, 방금 전 들었던 이성준 헌터의 갑작스러운 병문안 소식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귀환자 연합의 괴멸로 인해 분노한 태상천이 이성준 헌터님의 측근인 박선우를 공격한 것이고, 그를 위로 및 확인하기 위해 병문안을 가신 거라면…….’

적지 않은 시간 옆에서 이성준 헌터의 행보를 지켜봐온 만큼 빠르게 벌어질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다.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실 거다.’

분명 태상천에게 복수를 하려 할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했다.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은 만큼 공권력인 헌터 협회의 인원들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마냥 손 놓고 방관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급한 대로 개인의 힘을 빌려내야겠군.’

고태현은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들어올리며, 한 통의 메시지를 윤민수에게 발송해낸다.

평소라면 빨라도 몇 시간 뒤, 늦으면 며칠 뒤에는 답장을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윤민수는 실력만큼이나 콧대가 높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급히 힘을 빌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이성준 헌터와 관련된 것이라면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얼마 가지 않아서 금방 반응을 보일 것이란 말이었다.

실제로도 메시지를 보낸 지 1분 남짓한 시간 만에 스마트 폰이 진동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의 반응이군.’

헛웃음을 흘린 고태현이 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다급함이 느껴지는 윤민수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메시지에 적힌 것들이 전부 사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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