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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마신은 만렙 플레이어-135화 (135/185)

제135화

135화

헌터 협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원들을 소집했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하며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도봉산을 향해 이동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목적지인 도봉산 내부까지는 곧장 진입을 할 수가 없었다.

“이건 대체…?”

얼마나 격한 싸움을 벌이고 있기에 이런 막대한 기(氣)의 파장이 뿜어져 나온단 말인가?

멀리서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하고 막혀오는 느낌에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아가야만 했다.

‘……이성준 헌터님을 지켜내야 한다.’

이계에서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를 이룩하셨던 분이다.

현재 한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결단코 태상천 따위에게 쓰러져서는 안 될 인물이라는 거다.

한차례 고개를 주억여 낸 윤민수의 두 눈동자에 결의가 맺힌다.

“불길 내부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다들 최고 수준의 경계 상태를 유지한 채로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

등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던 경무대의 일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내는 순간이었다.

휘이잉-

세찬 바람 소리와 함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뜨거운 불길들이 빠른 속도로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설마…?”

갑작스런 변화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눈앞의 불길뿐만 아니라 도봉산 일대를 뒤덮고 있던 화마(火魔)가 사그라진다.

이 상황이 뜻하는 건 하나뿐이었다.

싸움이 끝났다!

승자가 나왔다는 거다.

“먼저 가 있을 테니, 빠르게 뒤따라 와주십시오!”

고함을 내지른 윤민수가 강력한 기의 파장이 느껴지는 곳으로 발을 놀린다.

그렇게 부리나케 걸음을 옮기고 있는 윤민수의 얼굴에는 진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젠장…! 너무 늦어버렸다.’

최악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상성인 만큼 이성준 헌터가 승리했을 확률은 없다 봐도 무방했다.

처참하고 끔찍한 현실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바꿔낼 수는 없었다.

허나 스스로를 자책하며, 절망에 잠겨있을 때는 아니었다.

‘최소한…… 이성준 헌터님의 복수를 해내야 한다.’

신하 된 도리로서 보일 수 있는 충의(忠義)이자 한국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태상천은 아귀(餓鬼)와 같은 성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한국 전체를 집어삼켜낼 존재라는 거다.

‘…내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이 자리에서 태상천을 제거해낸다.’

비록 현경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성준 헌터와의 격전을 치러 힘이 빠져 있는 지금이라면 승산이 있을 거다.

비장한 마음을 품어 낸 채로 윤민수가 더욱더 속도를 높여낸다.

마침내 윤민수는 거대한 기의 파장이 일어났던 곳에 도착을 해냈다.

그리고 그 순간.

윤민수의 눈동자가 보름달마냥 휘둥그레졌다.

“무슨?!”

그도 그럴 게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당연히 패배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성준 헌터가 여유로운 미소를 피워내며,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태, 태상천은 어떻게 된 겁니까……?”

경악 어린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윤민수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춰 선다.

본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화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희미하게나마 흘러나오는 기운과 남아있는 흔적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사내가 태상천이라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는 곧, 이성준 헌터가 태상천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뜻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상성이라 생각했다.

비단 자신, 윤민수뿐만이 아니었다.

권, 각, 검과 같이 근접전을 벌여야 하는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성준 헌터는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이성준 헌터의 얼굴에는 급박함이나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당장 느껴지는 호흡마저 가지런하기 그지없었다.

태상천을 상대했음에도 여유가 남아있다는 말이었다.

‘대체 어떻게……?’

떠오르는 가설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 전, 느껴졌던 기의 파장을 생각한다면 권법이 아닌 기공으로 태상천을 상대했을 것을 어느 정도 유추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이 더욱더 윤민수를 놀라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검법뿐만 아니라 기공마저 다뤄낼 수 있다고?’

괜히 무(武)를 갈고닦는 무인들이 한 가지의 길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의 길에는 끝이 없다.’

때문에 한 가지만 연마하기에도 벅찼다.

그런데 이성준은 검법과 기공, 두 가지를 완벽하게 다뤄내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너무나도 쉬운 질문인 만큼 곧장 답이 내려졌다.

본래 알고 있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이었다면 두 눈으로 보고도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이성준 헌터였기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이성준 헌터는 여태껏 상식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업적을 쌓아왔다.

애초에 상식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거다.

‘…최강. 진정으로 최강의 자리에 걸맞은 분이시구나.’

이성준 헌터는 여태껏 수많은 업적을 쌓아냈고, 엄청난 명예를 거머쥐고 있다 생각했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 윤민수의 생각이었을 뿐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범인은 물론, 천재라 불려온 이들조차도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업적. 아니, 신화를 쌓아갈 것이다.

‘이성준 헌터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존재시라는 거다.’

이렇게 이성준 헌터의 제대로 된 면모를 보게 되자 자연스레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정말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몰랐었군.’

이성준 헌터가 존재하는 한 누리와 자신, 윤민수는 절대 최강이 될 수 없었다.

역사 그 자체이자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흐름이 될 존재를 어찌 이겨낼 수 있단 말인가?

‘만약 내가 과한 욕심을 부리거나, 질투에 눈이 멀어서 이성준 헌터에게 대항하려 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고, 과거 스스로가 내린 선택들에 찬사를 보내주고 싶었다.

그렇게 입가에 호선을 그려낸 윤민수의 등 뒤에서 헌터 협회의 경무대가 당도해낸다.

반응은 앞선 윤민수와 다를 바 없었다.

“뭐,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경악 어린 말을 내뱉으며 물음을 던져온다.

하지만 윤민수 또한 직접 격전의 현장을 본 것이 아닌 만큼 정확한 해답을 내려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언해줄 수 있었다.

“이성준 헌터님께서 태상천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셨습니다. 아니, 압도해내셨습니다!”

경악된 윤민수의 말이 드높게 울려 퍼지며, 귓전을 강타해낸다.

더 이상의 질문은 필요 없었다.

와아아-!

도봉산 일대에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 *

그날 새벽, 대통령 집무실.

고태현이 가져온 보고서를 훑어내고 있는 도민준의 두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 적힌 것들이 전부 사실인가?”

“네.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망설임 없이 대답을 해오는 고태현의 모습에 도민준의 입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허허…….”

솔직히 말하자면 믿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고태현이 괜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명백한 진실이라는 것이다.

‘설마…… 혼자서 태상천을 꺾어낼 줄 이야.’

계속해서 소식을 들어온 만큼, 이성준 헌터가 엄청나게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성준 헌터가 범인이라 불리는 인물이었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허나 결국 한계라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태상천… 그는 완벽한 절대자였다.’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마주했었던 태상천의 모습은 절대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날고 긴다 하는 헌터들 모두 태상천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실제로도 뛰어넘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최강의 칭호를 거머쥔 이성준 헌터라 할지라도 태상천을 감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 생각했다.

‘태상천에게 견제를 가하기 위한 대적자 정도로 사용할 생각이었거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내 안목이 빗나간 게 대체 얼마 만이지?’

자신, 도민준의 안목은 천부적인 재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에서 대통령의 자리까지 꿰찰 수 있었던 이유가 안목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헌데 이성준 헌터는 그런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어 버렸다.

‘보물… 정말 엄청난 보물이었군.’

사실 보물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헌터의 강함이 곧 국력이 되는 시대인 만큼 그저 한국에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최고의 골칫거리이자 한국을 좀 먹고 있는 암 덩어리와 같은 존재인 귀환자 연합을 뿌리째로 뽑아내주기까지 했다.

‘내게는 은인이자 보배와 같은 분이시다.’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때문에 마음 한편에서 불안함이 치솟아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세계 귀환자 연합은 어떻게 반응을 하고 있지?”

“협회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입이 무거운 경무대원들만 출동을 한 만큼 아직까지는 외부로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을 겁니다.”

“아직까지 태상천의 패배에 관한 소식을 접한 언론사들은 없겠군.”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명확한 증거나 발표가 없는 만큼 직접적으로 보도를 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젯밤에 일어났던 일은 그냥 산불로 처리하도록 하지.”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을 내뱉는 도민준과 달리 고태현은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시민들이 다치거나, 민가에 큰 피해를 입은 것이 없는 만큼 사건을 흐지부지 무마시켜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민준은 정직함과 투명한 정치로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사건을 덮어낸다는 것은 스스로가 쌓아 올린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행위라는 거다.

“만에 하나라도 오늘의 일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다면…….”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될뿐더러, 수많은 정치인들로부터 비난과 질타를 받게 될 거다.

대통령, 도민준이 평생을 바쳐 일궈낸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허나 도민준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이성준 헌터는 한국의 희망이자 미래일세.”

비유 따위가 아니었다.

당장 이성준 헌터라는 존재가 등장한 이후, 근방에 자리 잡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태도가 완전히 변했다.

실로 기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이를 달리 말하자면, 이성준 헌터라는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면 언제든지 다시 태도를 뒤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세계 귀환자 연합 따위가 건드릴 수 없도록 이성준 헌터를 지켜내야 한단 말일세.”

이성준 헌터의 존재감 덕분에 취해낼 수 있는 외교적 이득만으로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롯이 외교적 이득 때문에 이성준을 지켜내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지구는 너무나 불안정한 상태다.’

갑작스런 라자카의 침공에서부터, 레드 게이트의 변화까지, 일전에 없었던 이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심지어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진 것도 아니었다.

정보를 취합해보니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등을 가리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이변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누군가는 우연으로 일어난 일들로 괜한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정말 모르는 사람의 말이었다.

끔찍한 대형 참사가 일어나기 전 수십 차례의 징후가 오기 마련이다.

사소한 것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

막강한 힘, 이성준 헌터와 같은 보배를 놓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앞으로 이성준 헌터와 관련된 일들은 헌터 협회의 최우선의 업무로 배치하며 곧장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게, 더불어 이성준 헌터와 관련된 일은 나, 도민준의 권한이 닿는 곳까지 뭐든 허락하도록 할 테니,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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