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화
152화
[특성 : 불괴골(不壞骨).]
육체의 내구성과 재생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설명 자체는 간략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능력 자체만 보자면 이번에 얻어낸 성장 중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설마… 금강마종이 말했던 불괴골을 이렇게 얻을 줄이야.’
겉을 단련하는 외가무공(外家武功)은 하수 때는 빠르게 강해지는 것 같지만, 일류 이상이 되면 내공을 다루는 내가무공의 고수에 비하여 현격하게 밀리게 된다.
하지만 팔대마종 중 한 명이었던 금강마종은 달랐다.
끊임없는 수련으로 스스로의 몸을 극한까지 단련하는 것으로 불괴골의 육신을 얻은 금강마종은 내공을 익힌 고수에 비하여서도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금강마종, 불괴골의 육신은 강기에도 쉽사리 상처를 입지 않았을뿐더러, 자잘한 상처들은 말 그대로 괴물과 같은 재생력을 보이며 회복을 해내었다.
과장 좀 보태자면,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육신을 가진 금강마종은 오롯이 외공만으로 천하 팔 대 고수에 이름을 당당히 올려낼 수 있을 정도였다.
‘……나조차도 금강마종이 괴물이 아닌가 의심을 했을 정도였지.’
정사대전 이후, 천 대륙을 제패해냈던 혈교가 침공을 받았던 싸움.
훗날, 마신전쟁이라 칭해진 그 싸움에서 금강마종이 보인 활약과 명성들은 혈교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였다.
전조조차 없었던 갑작스러운 침공으로 인해 혈교가 혼란에 빠져있을 때, 금강마종은 한 명, 한 명이 화경의 고수에 달하는 마인(魔人)의 군단을 상대로 3시진이 넘는 시간 동안 홀로 길목을 지켜내며 본교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 견뎌내는 기염을 보였다.
금강마종의 활약으로 인해 불괴골의 육신이 가진 능력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이성준이 외공을 단련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수련 시간이 너무나도 많이 필요했지.’
괜히 다른 외공의 고수가 없던 것이 아니었다.
금강마종은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이상을 수련에 몰두를 했다.
최소한의 식사, 수면 시간마저도 줄여가며 오롯이 스스로의 육신을 단련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탐이 났었지만, 내가무공들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부족했던 시기였기에 불괴골의 육신을 얻어내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아니, 호박 수준이 아니지.’
불괴골이 가진 효능은 금은보화라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힘이 넘쳐흐르고 있다.’
막대한 거력(巨力)과 생기(生氣)가 전신에 흘러넘치고 있었다.
‘기존의 전투 방식을 아예 새로 정립해내야겠군.’
그도 그럴 것이 외가무공을 익힌 자라면 염원하고 바라는 불괴골의 육신을 얻게 되었다.
안과 밖으로 모든 무공을 극한으로 연마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막대한 양의 생기, 재생력은 전투에서 엄청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다.’
금강마종의 경우 상처를 회복하는 데만 사용해냈지만, 혈기를 다룰 수 있는 이성준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활용해낼 수 있었다.
‘재생력을 통해 피를 만들어 내고 그를 혈기로 변환시킨다면…….’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내공을 다뤄낼 수 있었다.
심지어 단순히 내공만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불괴골로 인해 육신이 한층 더 튼튼해졌다, 상당한 반동을 남기는 상승의 무공들 또한 견뎌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금 무리를 한다면 만상혈마해의 절초들도 펼쳐낼 수 있겠군.’
당연한 것이었지만, 절초라 불리는 무공들은 여태껏 펼쳐낸 것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비유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앞서 펼쳤던 무공들은 눈앞의 대상, 표적을 사용해야 했지만 절초로 분류된 것은 영혼 자체를 부숴 내거나 갈라낼 수 있었다.
존재를 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인들의 꿈과 다름없다는 심검(心劍)과 같은 힘을 다뤄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일전에 상대했었던 마스터 리치, 레타르와 같은 적을 만난다 할지라도 구태여 라이프 배슬을 부숴낼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이제야…… 무공다운 무공들을 다뤄낼 수 있게 되었군.’
확연한 성장, 그로 인해 머릿속으로 그려온 꿈과 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이 피부로 와닿기 시작한다.
자연스레 이성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피어났다.
* * *
본신의 전력을 백 퍼센트 이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강함, 제 스스로에 대한 능력을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만 했다.
때문에 이성준은 가부좌 자세를 취한 채로 변화한 스스로의 몸 상태를 관조해나갔다.
그렇게 1시간쯤의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감겨있던 이성준의 두 눈이 떠졌다.
“후우…….”
몸 상태를 확인해본바, 실로 흡족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무인으로서 너무나도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성준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날카롭고, 거대한 기운이 이성준의 감각을 뾰족하게 찔러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먼 거리에서 쏘아낸 기운으로 자잔이 둘러낸 결계를 뚫어낸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헌데 정확하게 자신, 이성준을 향하여 기운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을 다뤄내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 목적은 나를 찾아온 게 확실한 것 같다만…….’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곳인 만큼 다소 경계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얼굴 정도는 직접 확인해봐야겠군.’
이성준은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집 밖으로 나섰다.
머지않아 서울의 화려한 건물들 사이에 묻힌 골목길 안, 그곳에 버려진 오래된 폐건물과 같은 5층 높이의 빌딩의 입구에 당도한 이성준의 두 눈매가 가늘어진다.
‘이 기운은……?’
비록 마주했던 것은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다소 별난 성정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기에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백무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내의 이름을 읊어낸 이성준은 곧장 하늘로 몸을 띄워내며 5층의 창문을 통과해낸다.
후웅-
허공을 가르며 쏘아진 바람으로 인해 쌓여있던 먼지들이 피어올랐고, 동시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의 냄새가 뒤섞여 코끝으로 파고들고 있을 때였다.
팔짱을 낀 채로 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던 백무진의 입술이 달싹여진다.
“역시 이성준! 너라면 분명 기운을 감지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크하하!”
마치 탐스러운 먹이를 눈앞에 둔 것 같은 포식자와 같은 눈매를 한 백무진이 시선을 흘기며 이성준을 파악하고 있던 사이.
마찬가지로 이성준 또한 빠르게 백무진을 파악해나가고 있었다.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아니, 성장을 한 건가?’
처음 보았을 때에 비해 기운이 몇 배는 더 날카롭고 두터워져 있었다.
‘……제법이군.’
아주 조금이었지만 팔 위로 소름마저 돋아날 정도였다.
자연스레 백무진을 응시하고 있는 이성준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백무진은 귀환자 연합의 소속, 절대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세력에 몸을 담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찾아올 이유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귀환자 연합의 복수를 하려는 건가?”
“복수? 내가 왜? 아무 의미도 없던 한국 귀환자 연합 따위를 위해 그딴 거를 해줘야 하는 거지?”
코웃음을 친 백무진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나는 순수하게 너, 이성준과의 결투를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런 거라면 분명… 1년을 준다 했던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 않느냐?”
“뭐, 그렇긴 하지.”
이성준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는 순간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웅크려 낸, 백무진이 땅을 박차며 이성준의 앞으로 쇄도하며 주먹을 내뻗어낸다.
‘…빠르다!’
어둠을 가르며 쏘아지는 백무진의 그 순간의 속도는 여태껏 지구에서 보았던 것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었다.
허나 아무리 빠르다 할지라도 이런 직선적인 공격을 이성준이 허용해줄 리가 없었다.
허리를 비트는 것으로 공격의 경로를 벗어난 이성준이 말아 쥔 주먹을 내뻗으려는 순간이었다.
정면에서 쏘아지고 있던 백무진의 신형이 브레이크를 밟은 차량 마냥 우뚝- 멈춰 선다.
‘반응을 했다고?’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인 만큼 반응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당장 백무진 또한 눈으로 보고 피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짐승과 같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몸을 세워낸 것이었다.
‘기이하군.’
짐승과 같은 감각을 가진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허나 무엇보다도 가장 이성준의 흥미를 돋워내는 것은 백무진이 단순히 본능으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휘익-!
움직임을 멈춰냄과 동시에 허공을 향해 내뻗은 백무진의 손에서 푸른빛 기운이 날카로운 단검처럼 날아들며 이성준의 머리카락을 베고 지나간다.
만약 순간적으로 반응을 하지 못했더라면 분명 목이 꿰뚫렸을 것이다.
‘……인간의 사고 능력까지 완벽히 다뤄내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각자의 장점만을 이용해내고 있었다.
심지어 양측의 감각을 다뤄내는 능력이 굉장한 수준이었다.
이성준이 속으로 옅은 감탄을 흘려내고 있던 때, 백무진의 신형이 다시금 땅을 박차낸다.
‘이건…… 피하기 조금 어렵겠는데.’
정말 삽시간에 지근거리까지 접근을 해낸 백무진의 입가에 자신감 어린 미소가 피어난다.
동시에 허공을 가르며 쏘아지고 있는 백무진의 손아귀에서 푸른빛 기운이 일어난다.
웬만한 강철조차 가벼이 꿰뚫어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힘인 만큼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쿵-!
실제로 손끝에 걸리는 감각 또한 상당했다.
헌데 이성준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
주먹을 내뻗어 낸 백무진의 얼굴에 당황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내 몸이 좀 많이 튼튼하거든.”
강철보다 더 단단한 불괴골의 육신에 혈기로 빚어낸 호신강기까지 펼쳐내어 몸을 보호해낸 이성준이 웃음을 피워낸다.
백무진이 재빠르게 내뻗은 주먹을 회수하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그 보다 이성준의 움직임이 한발 더 빨랐다.
곧장 옷깃을 낚아챈 이성준은 그대로 품 안으로 백무진을 잡아당기며, 혈기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고 있는 왼 손바닥을 내뻗어낸다.
콰과과-!
손바닥에서부터 퍼져나간 파동이 육신 내부로 파고들며 거대한 충격을 선사해냄에 따라, 자연스레 백무진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그렇게 바닥에 일(一)자의 상흔을 남긴 채로 밀려나던 백무진의 신형이 벽면에 처박히며 큰 먼지구름을 일으켜낸다.
흔적만 보자면 상당한 치명상을 입었어야 정상이었다.
허나 굳어져 있는 이성준의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다.
“언제까지 널브러져 있을 거지?”
분명 공격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하나 이성준의 목표였던 내상을 입히는 데는 실패했다.
‘타격의 순간…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간 기운을 재빠르게 바깥으로 흘려냈다.’
겉으로 보기에만 요란했을 뿐이지 실질적인 타격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먼지구름이 내려앉으며, 드러난 백무진의 표정은 도저히 부상을 입은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훌륭하구나! 훌륭해! 설마 손도 못 써보고 밀려날 줄이야, 기대했던 것 이상이구나!”
오히려 백무진의 입가에는 광기마저 느껴지는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