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13화
데스가 많아질수록 처치 골드가 줄어든다.
킬을 많이 올리면 처치 골드가 증가한다.
잘 큰 적을 죽이면 지는 게임도 역전할 수 있는 현상금 시스템.
덕분에 아리엘을 죽인 것만으로 600골드를 획득했다.
처치 골드로 보면 두 명분이고 미니언으로 치면 10 웨이브 치의 이익을 본 셈.
-캬, 아리엘 원콤 컷!!
-4킬 먹고 6렙 타이밍에 완성템 하나 나온 1코어 렝가? 웬만하면 다 원콤이거든요ㅋㅋㅋ
-근데 아직 모름. 스킬 다 빠진 상태에서 1코어 나온 에시안이랑 싸워야 함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대로 동료가 순삭당한 상황에도 에시안은 도망치지 않았다.
당황을 떨쳐낸 에시안이 곧바로 디지에게 달려들었다.
‘저 새끼, 스킬 다 썼어. 이대로 싸우면 내가 이긴다!’
에시안의 패시브는 스킬 사용 시 쌍권총을 동시에 격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스킬: 폭발 탄환]
[스킬(P): 동시 사격]
“1티어 원딜의 위엄을 보여주마!”
권총 한 발을 날리며 교전을 시작한 에시안이 빠른 속도로 스킬과 일반 공격을 욱여넣었다.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두 개의 스킬과 5발의 탄환.
하지만 디지는 당황하는 대신 입꼬리를 올렸다.
‘예상대로네. 밸런스 패치랍시고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까지 제한하는데 총알 속도가 현실처럼 빠를 리가 없지.’
곧추세운 단도를 앞으로 내민다. 가려야 할 곳은 몸의 중심선.
그의 머릿속에서 날아오는 공격들의 궤적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다.
채채챙!
한 번의 휘두름으로 세 발의 총알을 튕겨냈다.
공격 속도의 제한으로 인해 모든 공격을 전부 쳐낼 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입어야 할 대미지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뭐야, 왜 대미지가 이것밖에 안 박혀!?”
-ㅋㅋㅋㅋ막는 걸 뻔히 봐놓고도 저런 말을 하네.
-원래 저딴 짓 못 하니까 그렇지. 우리 방장이 이상한 거임;;
-ㄹㅇ원딜 공격 쳐내는 건 적어도 다이아는 되어야 볼 수 있는 건데ㅋㅋㅋㅋ
곧바로 디지가 달려들었다. 당황한 에시안이 이동 스킬인 전광석화를 발동시켜서 거리를 벌렸다.
-거리 좁혀야 함! 원딜 상대로 카이팅 당하면 안 돼!
“아니까 조용히 해!”
록에서 모든 챔피언은 6레벨을 달성한 순간 궁극 스킬을 습득한다.
그는 곧바로 렝가르의 궁극 스킬을 발동시켰다.
[궁극 스킬: 사냥돌 투척]
양쪽에 돌덩이가 달린 긴 로프, 사냥돌이 단도를 들지 않은 손에 쥐여졌다.
[스킬 사용 시 10초간 렝가르가 사냥돌을 투척해서 일반 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됩니다.]
[사냥돌에 명중당한 적은 이동 속도가 감소합니다.]
[강화 스킬 사용 시 사냥돌이 명중한 적을 완전히 구속하여 이동 불가 상태로 만듭니다.]
렝가르는 맹수의 도약이라는 훌륭한 이동기를 가진 챔피언이지만.
도약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뚜벅이에 공격 사거리도 극단적으로 짧은 똥캐이기도 했다.
그런 단점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게 궁극 스킬인 사냥돌 투척.
휙!
[야성 중첩: 1회]
연달아 던진 사냥돌이 전부 에시안에게 명중했다.
덕분에 에시안이 도약 사거리를 벗어나기 전 부시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됐다.’
그대로 에시안에게 도약한 그가 거침없이 단도를 휘둘렀다.
[HP(에시안): 58%]
[HP(렝가르): 39%]
가장 재사용 대기시간이 짧은 포식자의 이빨조차도 쿨타임이 다 돌지 않은 상태.
하지만 원딜은 대부분 물몸이고, 그는 벌써 코어템을 하나 완성했을 만큼 잘 큰 렝가르다.
평타로도 에시안의 피가 푹푹 깎여들어 갔다.
“으, 으악! 오지 마!”
당황한 에시안이 마구 방아쇠를 당겼지만, 소용없었다.
총은 훌륭한 원거리 무기지만 근접한 상태에선 제대로 활용할 수 없으므로.
단도라는 특성을 살려 사격 각이 나오지 않는 초근접 거리를 유지하며 평타를 꽂아 넣었다.
[HP(에시안): 21%]
“젠장, 이렇게 된 이상…….”
그때였다. 도망치던 에시안이 뒤를 돌더니 그를 와락 껴안았다.
“정글러 자식아, 뭐 해! 빨리 와!”
에시안에게 붙잡힌 그의 눈에 저 멀리서 날아오는 욜니르가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죽여주마!”
[궁극 스킬: 자이언트 메테오]
[높이 뛰어오른 욜니르가 거대 운석이 되어 지면에 충돌합니다.]
[범위 내부의 모든 적이 에어본 상태에 빠지며 욜니르의 신체에 직격당할 경우 대미지가 2배 증가합니다.]
당황은 패배로 향하는 지름길인 법.
그는 에시안을 떨쳐내는 대신 단도를 치켜들었다.
[일반 스킬: 포식자의 이빨]
찰나의 순간. 마침내 쿨타임이 돈 스킬을 발동시킨다.
[HP(에시안): 3%]
고작 3% 차이로 에시안을 죽이지 못했다.
“아싸! 살았다! 넌 이제 뒤졌어!”
자신의 생존을 확신한 에시안이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욜니르의 궁극기가 디지를 직격했다.
몸이 허공으로 높이 떠오르는 걸 느끼며, 그는 생각했다.
‘얘도 렝가르 스킬셋을 모르네.’
이래서 시청자들이 챔피언 공부를 하고 게임 돌리라고 한 거구나.
[야성 중첩: 3회]
[강화된 야성 폭발!]
[DGDG(렝가르) -> 쌍쌍볼(에시안)]
[현상금 700G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에어본 상태가 해제되며 지면에 착지한 디지가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욜니르를 보며 단검을 휘휘 돌렸다.
“뭐라고? 이번에야말로 죽여주겠다고?”
“그, 그게…….”
[DGDG(렝가르) -> 부히히힛!(욜니르)]
[현상금 150G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DGDG 님이 전장에 돌풍을 일으킵니다!]
* * *
디지의 아군 정글러, 덱스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무슨 3 대 1을……?”
다른 팀원들도 놀랐는지 우두두두 채팅을 쏟아냈다.
“와씨, 잘 큰 바텀 현상금 다 먹었네. 한 번에 1,600골드 번 거 아냐?”
“뭐냐? 탑아 어떻게 한 거야?”
잘 큰 바텀 두 명을 포함한 적 세 명을 상대로 교전 승리.
록 유저라면 누구나 뿌듯해할 슈퍼 플레이를 해놓고도, 렝가르의 대답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하니까, 됐네요?”
-ㅋㅋㅋㅋㅋ 또 저 대답. 패턴 겁나 일정하네.
-천재 컨셉도 너무 오만하게 잡으면 재수 없어 자식아!
“컨셉이 아니라 진짜인데…… 오오오, 후원금 감사합니다 역배충님!”
-ㅋㅋㅋㅋ입금되니까 바로 존댓말로 돌아오는 거 보소.
-누구보다도 금전과 컨셉에 충실한 하꼬 스트리머ㅋㅋㅋㅋㅋ
혼자 떠드는 걸 보면 스트리밍 중이라도 한 걸까.
후원금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스트리머인 게 분명했다.
‘근데 스트리머면 시청자 전용 채팅으로 말하면 될 텐데. 초보라 기능이 있는 걸 모르는 건가?’
“저기, 혹시 스트리머이신가요?”
“아, 네.”
“방송 닉네임이 뭔가요?”
“디지 혹은 DG라고 검색하면 나올 거예요.”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애청자 등록할게요!”
디지라는 두 글자를 머릿속에 새기면서, 덱스는 생각했다.
‘이 사람, 무조건 뜨겠는데?’
처음 탑으로 렝가르를 박을 때만 해도 트롤 픽을 한다고 생각했건만, 전혀 아니었다.
[11 VS 18]
11킬 중 8킬을 올렸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
여전히 킬스코어 차이는 두 배였지만, 덱스는 느낄 수 있었다.
이 게임의 흐름이 아군으로 돌아섰다는 걸.
그의 예상대로였다.
[DGDG 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전설의 재림!]
계속해서 암살을 성공시키는 렝가르 덕분에 수적 우세인 상태로 싸움을 진행할 수 있었고.
[적팀의 본진을 파괴했습니다.]
[승리!]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와…… 이 게임 질 거라 생각했는데. 캐리 감사합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듀오 할래요? 탑갱만 오지게 가드릴게요!”
* * *
아군 정글러의 열성적인 듀오 제안을 좋은 말로 거절한 뒤 새로 게임 찾기를 눌렀다.
-결국 이겼네.
-첫판부터 국룰처럼 터진 아군 바텀 데리고 멱살 캐리 승리…… 이거 뭔가 드라마틱하다.
-ㅇㅇㅇ그치? 뭐랄까, 나중에 반드시 크게 될 하꼬 스트리머의 초창기를 보는 기분?
그의 피지컬에 열광하는 시청자들도, 그가 개같이 패배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도 하나같이 공감대를 표했다.
이 피지컬이면 언젠간 반드시 뜬다.
그러한 확신을 담아, 몇몇 시청자들이 후원금을 보냈다.
[디지털 이용자 성/이름 님이 1,000원을 후원합니다.]
[님 진짜 피지컬 하나는 쩌네요. 상황 판단력도 좋은 것 같고. 록 공부 좀만 하시면 금방 티어 오를 듯?]
[역배충 님이 1,500원을 후원합니다.]
[방장아 어때. 록 재밌지?]
“다들 후원 감사합니다. 네. 고죽보다 훨씬 재밌네요. 역시 게임은 다른 사람이랑 같이 해야 해.”
기본적으로 경쟁심이 강한 성격이다 보니, 같은 유저와 싸우고 승리를 쟁취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팀 게임인 건 조금 귀찮은데 덕분에 변수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뭐, 나쁘지 않고요.”
-ㅋㅋㅋㅋ오. 팀 게임인 게 괜찮다라…….
-우리 방장도 아직 뉴비지, 참.
-얼른 10렙 찍으셈. 그때부터 진면목이 드러나니까.
“10레벨 찍으면 뭐가 달라지나요?”
-랭크 게임이 가능해짐.
-실력별로 매칭되는 유저가 갈리고 티어로 순위가 매겨짐.
“오?”
시청자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가장 낮은 아이언부터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그리고 가장 높은 챌린저(Challenger, 도전자) 티어까지.
록에는 총 9개의 티어가 존재했다.
“왜 제일 높은 티어가 챌린저예요? 뭐에 도전해야 하는 건가?”
-몰?루? 그건 록 제작사한테 물어봐야지ㅋㅋㅋ
-뭔가 의미를 담아놓지 않았을까? 오피셜 설명은 없는 걸로 앎.
“그렇구나. 하여튼 재밌겠네요. 빨리 티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고죽 때도 그랬지만, 랭킹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경험이다.
-재미……? 글쎄…… 확실히 재미가 늘긴 해. ㅈ같음도 늘어나는 게 문제지만.
-팀운ㅈ망겜의 맛을 봐라! 얼른 10렙 찍고 배치 돌리자!
-디지 실력 보면 트롤 하나까지는 커버할 것 같은데…… 록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지.
-1팀 2트롤도 감당 가능할지 궁금하네ㅎㅎㅎㅎ^^
-디지가 트롤링 당하고 빡쳐하다가 개같이 패배하는 거 보고 싶으면 나락 엔터 ㄱㄱ
-나락
-ㄴㄹ
-ㄴㄹ
-개같이 나락 가자 방장아!!!!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말로 그를 도발했지만.
그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즐거웠다.
17살 시절, 겜돌이였던 그는 게임 자체를 즐기는 성격이었다.
이기는 게 더 좋긴 하지만, 지더라도 즐거움을 느끼는 즐겜러.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쟁심이 강했던 성격에 전장에서 보낸 기나긴 세월.
그는 패배에 대한 강박을 지니게 되었다.
당연하다. 와 비타에서 패배는 곧 자신의 죽음이거나 소중한 전우들의 죽음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여전히 지는 건 싫지만…… 여기선 져도 돼.’
죽을 걱정 없고, 살해에 대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는.
순수하게 재미만을 추구할 수 있는 전장.
그는 이러한 세계가.
이러한 게임이.
무척 그리웠었다.
“진짜. 재밌네요. 오늘은 밤새 록만 합니다.”
-오! 노방종 선언!
-잘됐네ㅋㅋㅋ 나 오늘 할 거 없는데 게으름 피우면서 방송이나 봐야겠다.
-윗분 오늘만 할 일 없는 것처럼 말하지 마셈ㅋ
-닥쳐.
-밤새 하면 적어도 15판은 하겠지? 그중에 몇 번 질지 내기하실 분?
-나! 1번에 건다!
디지가 끼어들었다.
“전 0번에 걸게요.”
-??? 승률 100%를 자신한다고?
-고티어 부계정들도 100%는 자신 못 하는데 뭔 깡이냐.
“내기라면서요. 쫄려요? 쫄리면 뭐다?”
-ㅋㅋㅋㅋ 이걸 도발을 거네. 미션금 5만 원 건다.
-대신 한 번이라도 지면 48시간 노방종임.
-쫄리면 뒈지시던지!
“콜. 미리 말할게요. 5만 원,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놀랍게도 디지는 단 한 게임도 패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