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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95화 (95/179)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95화

[히든 피스 - 일당백 - 발동.]

[적대적 존재의 말살을 확인. 마법진에 내재되어 있던 제한 시간이 사라집니다.]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

서로 합류한 뒤 열심히 다국인의 은신처를 향해 달려가던 디지와 딱빵이 걸음을 멈췄다.

히든 피스의 발동. 그 주인공은 보나마나 미카엘일 터였다.

‘역시 한 건 해주네.’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음성 채널로 말을 걸었다.

[삼아, 어떻게 된 거야?]

급박한 상황이 종료된 건지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아, 대형. 카엘 군이 미친 신기를 발휘해서 적을 모두 죽였소이다.]

[당장 위기를 넘겼으니 느긋하게 오셔도 될 것 같구려, 하하하!]

옆에 있던 딱빵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의문을 표했다.

[그럼 그냥 알아서 탈출하면 되는 거 아냐?]

[아, 그건 불가능하오.]

[내부에선 탈출이 불가능한 구조인 거 같대요.]

결국 외부의 조력자가 구해주긴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렇다는데요, 딱빵 형. 계속 갈까요.”

“그러자. 아, 아쉽네. 구원자 포지션으로 딱! 멋지게 등장하고 싶었는데.”

-ㅋㅋㅋㅋㅋㅋ활약할 기회 없어져서 아쉬운 빵형.

-하지만…… 미카엘이 히든 피스 발동 못 시켰더라도 과연 빵 씨가 활약할 수 있었을까……?

-디지가 다 했다에 내 오른손 건다ㅋㅋㅋ

“끄아아아아악! 탱커를 무시하지 마!”

-??우리는 탱커를 무시하지 않았어.

-다만 빵 씨에게 팩트를 날렸을 뿐이지.

-사실 난 빵 터지는 소리 듣고 싶어서 자극한 거긴 함ㅋㅋㅋㅋㅋ

이윽고 다국인의 은신처가 있는 동굴 앞에 도착했다.

“빵형, 여기 같죠?”

“응. 삼이가 말해준 특징대로네. 이제 마법진의 코어가 되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탐로안의 장점이 빛을 발했다.

동굴을 중심으로 특정 문양을 그리고 있는 진기의 흐름.

검붉은 빛의 선이 수킬로미터에 거쳐 퍼져 있었다.

‘멀리까지 보이진 않지만, 선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코어가 나오는 거겠지?’

다만 문제가 있었다.

“빵형. 코어 위치는 대충 알겠는데 거리가 엄청 멀어요.”

“얼마나 되는데?”

“다섯 방향 전부 돌아다니려면 몇 시간은 걸리겠는데요?”

안 그래도 이곳까지 이동하느라 별다른 재미 포인트 없이 방송 시간을 허비했다.

“또 이동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면 우리 고객님들이 싫어할 것 같은데.”

“그렇죠? 게다가 게임이란 걸 고려하면 코어마다 별도의 장애물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고요.”

어차피 지금 단계는 디지와 미카엘의 히든 피스 발동으로 재밌는 포인트를 전부 빼먹었다.

쭉정이만 남은 곳에서 굳이 정석대로 행동하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

잠시 고민하던 디지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빵형. 일단 들어가서 미행조를 만나죠.”

“음? 안에서는 탈출 못한다잖아. 그러다 게임 오버 당하면 어떡해.”

“에이, 그건 제가 없을 때 얘기죠.”

디지가 동굴 안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딱빵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뒤를 따랐다.

좁은 길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확 트였다.

붉은 기류가 사방에 흐르고 동물들의 시체가 잔뜩 쌓인 동혈.

중앙의 제단 같은 곳에 일행이 있었다.

“아니, 대형?”

왕삼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디지에게 다가왔다.

“왜 들어왔소? 마법진 해체가 다 끝난 거요?”

“아니? 일단 들어왔어. 코어로 보이는 지점들이 다 멀리 있어서 가기 귀찮더라고.”

왕삼의 턱이 떡 벌어졌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안에선 탈출할 수가 없는데……?”

-ㅋㅋㅋㅋ 3이 표정 보소ㅋㅋㅋㅋ

-왕삼: 대형, 구하러 와줬구려!

-디지: 아니 나도 갇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괜찮아. 나만 믿어.”

기사배가 불쑥 끼어들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오빠들이 들어온 길도 사라졌잖아. 자칫하면 이대로 게임 오버라고!”

“에이, 사배 동생. 오빠 못 믿어?”

디지가 고개를 돌렸다.

“카엘아, 넌 나 믿지?”

미카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책 없이 들어온 건 아니지? 내 슈퍼 플레이가 데드 엔딩으로 끝나는 건 좀 그런데.”

아니, 전부 다 날 안 믿는다고?

디지는 진지하게 그동안의 행보를 재점검했다.

‘왜 안 믿는 거지? 항상 쇼앤프루브 해줬는데.’

대책 없이 행동하고 보는 자신의 성향은 간과한 채였다.

“어쩔 수 없네. 이번에도 쇼앤프루브 해주지.”

“무슨 방법이 있는 거요, 대형?”

“응.”

지금도 보이고 있었다. 동혈 밖으로 이어진 검붉은 진기의 흐름과 진기가 고여 밝게 빛나는 주요 포인트들이.

채챙!

쌍검을 빼어 든 디지가 넘실넘실 움직이며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스킬: 강검(强劍)]

진기를 가득 담은 검으로 진기의 흐름이 겹치는 곳을 베어내자 중심부의 제단에 흐르는 붉은 기류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아아아, 탐로안! 탐로안이 있으면 내부에서도 탈출할 수 있는 거였구나.”

“정말 대책 없이 들어온 건 아니었구려. 의외로군.”

“아니, 진지하게 내가 그랬을 거라 생각했던 거야?”

“…….”

“…….”

모두가 침묵했고, 디지도 잠시 검무를 멈추고 침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다들 진심으로 디지가 생각 없이 들어왔다고 생각했었나 보네.

-하는 거 보면 그렇게 생각할 만하긴 함ㅋㅋㅋㅋ

-억울해하지 마, 방장. 방장은 결과가 좋다뿐이지 행동 자체는 막장이잖아ㅋㅋㅋㅋ

그렇게 마이페이스로 행동했었나?

살짝 반성하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약 5분가량 진기의 흐름을 베어내자 제단의 붉은 빛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흡혈마라의 마법진을 완전히 해체했습니다.]

[영웅의 씨앗 루트의 다음 단계가 진행됩니다.]

[수집한 정보를 일일리행에게 보고하고 다음 지령을 받으십시오.]

“됐지? 이럴 걸 예상하고 들어온 거였다고.”

“잘하셨소, 대형.”

“사배 동생. 어때, 오빠의 활약이.”

기사배는 디지를 무시하고 제단 중심부에 누운 남궁성을 들여다보았다.

“이 녀석은 어쩌지? 의식은 안 돌아온 모양인데.”

“엑스트라 같은데 그냥 둬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누나.”

“그건 그래.”

“자자. 궁성인지 궁상인지는 무시하고. 떠나기 전에 중간점검부터 하자.”

대화에 끼어든 딱빵이 고개를 쳐들었다.

“봉황지회 보상 나눠야지. 이 형님이 우승을 해버렸거든.”

봉황지회 우승 상품은 은자 500냥이었다.

“오오, 이 정도면 큰 도시에서 괜찮은 아이템을 하나씩 장만할 수 있겠구려.”

“우승 축하드려요 빵형.”

“후후, 애들 놀음에 어른이 낀 격이라 좀 미안했지만,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 힘 좀 썼지!”

어깨를 으쓱거리는 딱빵에 이어 일행이 디지를 바라봤다.

“동방제일 비무대회 보상은?”

“대형이라면 당연히 우승했을 터. 아마 우승 상품이 영약일 텐데, 나눠 주시오.”

“아, 그게…….”

디지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영약 다섯 개는 전부 자신과 남궁천의 뱃속에 들어가 버렸으니까.

차라리 남궁천이 여기까지 따라왔으면 뭐라 할 말이 있었겠지만.

디지는 남궁천이 감사의 의미로 동료 구출을 돕겠다는 걸 되려 소임을 다하라고 보내버렸다.

어차피 알아서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행동이었으나.

‘당장은 일행에게 할 말이 없긴 하네.’

이럴 땐 솔직담백한 게 최고다.

“우승 당연히 했지. 근데 영약은…… 있었는데 이젠 없어.”

“그게 무슨 말이오?”

잠시동안 자신이 했던 행동을 일행에게 설명했다.

‘멋대로 행동했다고 뭐라 하려나.’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러나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아아아, 하늘의 가르침이란 히든 피스가 발동한 이유가 그것이었구려.”

“영약 다섯 개로 루트를 단축시킨 거면 엄청 싸게 먹힌 거지.”

“심지어 두 개는 디지가 먹은 거니까 영약 세 개로 만들어낸 결과인 거잖아. 디지 나이스!”

“히든 피스 발동시킨 거로 너한테 자랑 좀 하려고 했더니, 디지 넌 더 큰 걸 물어와 버렸네. 하하하.”

다섯 명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살짝 얼떨떨했다.

사실 일행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동방서토에 대해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디지와 달리, 다른 이들은 플레이하며 간단한 정보 등을 찾아보고 있었으니까.

예를 들면, 플레이 타임.

동방서토는 패키지 게임임에도 엔딩을 볼 때까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는 게임이었다.

잠깐 머리 식힐 겸 다른 게임으로 놀러온 스트리머들이 하기엔 사실 좀 헤비하달까.

루트를 단축시킬 수 있다면 영약 몇 개 정도야 투자할 만한 것이다.

“아이템은 이 근방에서 사는 것보단 성하에서 사는 게 좋을 것 같소. 성하산 아이템이 성능이 조금이나마 더 좋거든.”

“그럼 바로 성하로 이동할까요?”

“그러자. 오랜만에 일일리행 보겠네.”

동굴 밖으로 나와서는 바로 스토리 진행 모드를 시작했다.

별다른 이벤트 없이 이동만 하는 것이기에 굳이 직접 플레이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

디지는 오랜만에 어두컴컴한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확실히 동방서토가 보는 맛이 끝내주는 게임이긴 하네요. 풍경 이쁘다.”

“새삼스럽게 무슨…… 아, 오빠는 안 보이지 참.”

“사배 동생. 이 오라비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거 아냐?”

“배려는 개뿔. 그 몸으로도 날아다니면서.”

그렇게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며 아바타가 이동하는 걸 구경할 때였다.

갑자기 스토리 진행 모드가 끊기고 다시금 1인칭 모드가 되었다.

“음? 왜 멈춘 거지?”

의문은 잠시. 사방에서 무장한 NPC들이 등장했다.

가장 앞에 서 있는 NPC를 보자 스토리 진행 모드가 끊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2사도]

[패천검대주 남한패]

“의외군요. 설마 마법진에서 탈출할 줄이야.”

“그대들 다국인은 이게 문제지. 술법을 과신하여 일을 그르칠 뻔하곤 하니까.”

깊은 산속, 일행을 둘러싼 수십의 NPC.

이 상황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다음 단계 진행이 쉽더라니만.”

“일일리행에게 보고하는 걸로 끝나는 게 이상한 거긴 했죠.”

일행이 납득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조건을 달성해서 처음으로 개방된 루트인 영웅의 씨앗 루트.

게다가 여러 조건들을 추가로 만족시키며 히든 엔딩까지 개방된 상황이다.

루트 진행이 쉽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랄까.

“험험, 무량수불.”

왕삼이 앞으로 나섰다. 시험 삼아 말을 붙여볼 생각이었다.

“여러 영웅들이시어, 무슨 일로 우리를 겁박하려 드시는 것이오? 본도와 일행들은 그저 여행객일 뿐이외만.”

“개소리는 집어치우도록 해요, 말코. 그대들이 성결지 소속이란 건 이미 알고 있답니다.”

“…….”

씨알도 안 먹혔다.

“당신들이 알아낸 정보를 별들에게 전하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대지의 양분이 되어 주시지요.”

제2사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한패가 고함을 내질렀다.

“모두, 쳐라! 죽여서 입을 막는다!”

“충!”

“존명!”

[돌발 이벤트 발생!]

[다국인과 남씨도당의 천라지망으로부터 탈출하여 성결지에 도달하십시오!]

[보상: 탈출 과정을 반영한 스킬 레벨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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