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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117화 (117/179)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117화

[기사배 원사 -> 우박입니당]

딱빵의 카운터 정글링을 도우며 턴을 쓴 기사배는.

그 대가로 딱빵과 함께 적 포탑 아래의 우박을 상대로 다이브 킬을 따내고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꺄하하! 이게 탑이지!”

진성 탑솔러 같은 외침 이후.

[적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빈집이 된 적팀의 탑 1차 포탑을 철거하는 데 성공한 그녀는 딱빵과 함께 본진으로 귀환했다.

때마침 들려오는 왕삼의 목소리.

[기 소저, 나이스외다! 1차 포탑을 먼저 밀었으니 적어도 탑은 승리했구려.]

[후후후, 기본이지. 이게 나야.]

기사배가 어깨를 으쓱거리는 사이, 탑에 이어 바텀 포탑을 파괴한 디지가 본진에 귀환했다.

첫 번째 완성 아이템인 즉살의 칼날을 구매한 디지는 딱빵을 보며 입을 열었다.

“빵형. 이 정도면 게임이 많이 기운 것 같죠?”

“그렇지. 위아래 다 유리하니까. 다만……”

“다만?”

“유리한 거에 비해 게임을 빨리 끝내긴 어려울 수도 있어.”

디지와 함께 귀환한 카에리가 자신의 헬멧 전광판에 아쉽다는 이모티콘을 띄우며 동의했다.

“조합으로만 따지면 적팀이 유리하니까요.”

록은 근본적으로 본진을 터뜨려야 하는 공성 게임.

그러기 위해선 적을 데스시켜서 생긴 빈틈에 포탑을 철거해야 했다.

즉, 록에서 좋은 조합이란 상대를 공격하기 쉽거나, 상대의 공격을 잘 버티고 받아칠 수 있는 조합이란 뜻.

“결국 이득을 극대화하려면 한타에서 이겨야 해.”

“ㅠoㅠ 하지만 저흰 한타에 좋은 조합이 아니니까요.”

기사배를 탑에 보내고 원딜 렝가르라는 조커 픽을 쓰는 전략.

밴픽 과정에서 딱빵은 혹시나 전략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자신과 왕삼의 챔피언을 후반 포텐셜이 높은 부류로 골랐다.

즉, 게임 초중반부인 지금으로선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다.

왕삼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군. 먼저 적을 물기 좋은 조합이긴 하나, 당장의 치악력 자체는 좋지 않은 게 문제구려.”

한타를 이기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적을 먼저 물어서, 즉, 공격해서 한타를 열 능력.

적을 먼저 죽이기 위한 공격력과, 공격을 버틸 방어력.

그러나.

아군의 조합은 현시점에서 적의 집중 공세를 버틸 만한 챔피언이 없었다.

그나마 카에리의 에오스가 탱커이긴 하나.

원딜에게 자원을 몰아주는 서포터의 특성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해 탱킹 효율이 낮기 때문이었다.

“우선 이동하면서 채널로 계속 논의해 보죠.”

디지의 말을 시작으로 일행이 각자 향해야 할 곳으로 흩어졌다.

[그래서, 승기를 굳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Ò Ó ) 잘 큰 암살자가 있으니 한 명씩 잘라먹고 이득 챙기는 식으로 운영해야죠.]

디져 중대 같은 조합으로는 제일 안전하고 정석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적팀도 이를 알고 몰려다니기 시작했소. 킬을 따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외다.]

[맞아. 게다가 오브젝트 타이밍 외에는 싸울 각을 내어주지 않을 기색이야.]

협곡에는 오브젝트 몬스터가 있다.

처치한 팀에게 이로운 효과를 부여하는 오브젝트 몬스터.

오브젝트 몬스터 레이드를 두고 대치할 경우, 대부분 한타가 벌어진다.

[@_@ 현재 아군의 조합에 한타는 성장 차이가 나더라도 불리할 수 있어요.]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게임 초중반대라 이득을 충분히 굴리지 못했기 때문.

[ ಢ‸ಢ 조합 파워를 극복할 만큼의 성장 차이는 아니에요, 아직.]

[허면…… 그냥 드래곤을 내줘야 하나.]

잠시 침묵이 감돌았지만.

이내 디지의 음성이 적막을 깼다.

[재밌네요. 이게 록이지.]

유리함을 점해도 쉽사리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어떤 조합이든 장단점이 있고 그에 따라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디지는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딱빵 역시 입꼬리를 올리고 있단 걸.

[걱정 말게, 제군들. 우리는 드래곤을 먹지 않을 거니까.]

[음? 다른 전략이 있소이까, 선배.]

[그럼. 록은 결국 돈을 벌고, 레벨이랑 아이템 성장 차이로 적을 죽여서 본진을 터뜨려야 하는 게임이니까.]

씨익 웃은 딱빵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본질에 충실한다. 애초에 그러기 위한 조합이었어.]

딱빵의 전략을 들은 일행이 쾌재를 불렀다.

[그러네?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야.]

[좋은 생각인 것 같소!]

[결국 록은 공성 게임이니까!]

* * *

패망전의 중계 방식은 두 가지로 이뤄진다.

공중에서 맵 전체를 내려다보며 시기적절하게 줌 인, 줌 아웃을 하는 옵저빙 방식.

플레이어의 시점과 감각을 공유하는 1인칭 방식.

당연히 중계진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플레이어들의 음성 커뮤니케이션 또한 들을 수 있다.

“딱빵 선수!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군요!”

-저런 생각을 한다고?

-디게 좋은 아이디어이긴 한데?

-ㅇㅇㅇㅇ 생각 잘한 듯.

“조합상 리스크 있는 한타를 피하면서도 오브젝트 몬스터 이상의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전략입니다!”

딱빵이 일행에게 공유한 전략을 들은 박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딱빵이 녀석, 아직 감이 살아 있네. 록의 본질을 꿰뚫는 전략이야.’

“곧 협곡에 첫 번째 오브젝트 몬스터가 소환되겠군요.”

“팀 우앵박의 선수들이 맵 하단으로 모여들며 시야를 장악하기 시작합니다.”

오브젝트 몬스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맵 상단의 히드라 공작, 일명 듀크와.

맵 하단의 4대 정령용, 일명 드래곤.

“하단의 드래곤은 듀크에 비해 처치 시 이득이 적죠.”

“골드로 환산하면 2천 원 정도입니다.”

“듀크의 골드 환산 가치가 최소 3천 원인 것에 비하면 많이 적은 편이에요.”

“하지만, 계속해서 챙길 경우 크나큰 이득이 되는 건 자명합니다!”

-2천 골드? 명당 400골드면 생각보다 얼마 안 되네?

-티끌 모아 태산인 법이다, 이 브실골아.

-4대 정령용 다 먹으면 무려 만 골드까지 가치가 치솟음.

정령용을 4번 레이드할 경우, 가장 많이 처치한 속성에 따라 각기 다른 정령의 가호가 부여된다.

가호의 효과까지 포함한 드래곤 4마리의 가치는 약 1만 골드.

“듀크보다야 못하지만, 드래곤 역시 한타를 불사하더라도 먹어야 하는 귀중한 몬스터입니다.”

“애초에 오브젝트 몬스터 자체가 지지부진 게임이 길어지는 걸 막기 위해 탄생한 게임적 장치이니 무조건 먹는 게 좋은 건 당연하죠!”

“때문에 대부분의 록 유저들은 오브젝트 몬스터를 먹기 위해 한타를 불사합니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그게 이득이 되니까요.”

그렇기에.

딱빵이 준비한 전략은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팀 우앵박이 드래곤 둥지 근처에서 진형을 갖추고 한타를 준비합니다.”

“과연 디져 중대의 선택은 어떨까요. 저희가 엿들은 대로 행동할까요?”

그 순간, 디져 중대의 팀원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목적지는 맵 하단의 드래곤 둥지가 아닌.

맵 상단의 탑 라인이었다.

“미리 계획한 전략대로 움직이는 디져 중대!”

“드래곤을 두고 싸우는 대신, 탑에 고속도로를 뚫으러 갑니다!”

때마침 적 2차 포탑 근처에 형성되어 있는 미니언 웨이브.

드래곤 레이드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라인을 비운 적 탑 라이너와 다르게 기사배는 계속 라인을 밀고 있었던 탓이다.

[밀어!]

[미니언 웨이브를 최대한 빨리 없애야 한다!]

[궁극 스킬 써도 되니까 전력으로!]

아군 미니언이 적 포탑에 박히고, 포탑에 죽기 시작하는 순간.

디져 중대의 일원들이 일제히 포탑을 두드렸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와.

-철거 한 번 빠르네ㅋㅋㅋㅋㅋ

-포탑 철거반 아니냐 이 정도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래곤의 HP를 절반도 깎지 못했는데 하나의 포탑이 날아간 상황.

중계 화면에 우앵박 팀원들의 얼굴이 잡혔다.

“팀 우앵박, 잔뜩 당황한 기색입니다.”

“그럴 만하죠. 상식적으로 포탑 철거가 이렇게 빠를 순 없으니까요!”

두 해설자가 조리 있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조차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팀 디져 중대의 챔피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평타를 강화하거나, 평캔이 가능하거나, 공속이 증가하는 스킬들을 가지고 있단 거죠.”

“즉, 포탑 철거에 최적화된 겁니다!”

해설진들이 설명하는 사이.

[바람의 정령용이 처치되었습니다.]

[처치한 진영에 바람의 파편이 부여됩니다.]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팀 우앵박의 드래곤 처치 성공과 동시에 탑 라인의 세 번째 포탑이 파괴되었다.

탑 라인에 한해, 남은 구조물은 강화의 오브와 본진을 지키는 쌍둥이 포탑뿐인 것이다.

현재 시간대에 이 정도로 철거를 당한 건 뼈아픈 손실이었다.

“포탑 철거는 하나당 천 원의 골드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록이 공성전이란 걸 생각하면 훨씬 더 뼈아픈 손실이죠.”

-ㅋㅋㅋㅋㅋㅋ맞지.

-공성전인데 수성 측에 성벽 무너진 거랑 같으니까ㅋㅋㅋㅋ

-오, 그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개손해 같네.

록에서 포탑이 가지는 가치는 파괴 시 골드 이득 그 이상이다.

포탑의 철거 여부에 따라 정글 지역 등 맵 장악, 점거의 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약 지금 상태에서 팀 우앵박이 한타를 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게임이 끝날 수도 있겠군요. 탑을 통해 강화의 오브를 파괴하고 본진을 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러면 다음 오브젝트 몬스터 타이밍에 우앵박이 나서기가 힘들겠는데?

-ㅇㅇㅇㅇ까딱했다가 한타 지면 그대로 게임 끝날 수도 있음.

-그렇다고 옵젝 몬스터 포기하고 시간 버리면서 버틸 수도 없음.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 파워 차이가 줄어들 테니까.

이런저런 채팅 끝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팀 디져 중대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졌다.

-캬, 외통수네.

-처음부터 이럴 것까지 생각하고 조합 짠 거겠지?

-당연하지.

-우연의 일치로 전원이 포탑 철거 빠른 챔피언을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ㅋㅋㅋㅋㅋ

물론, 우앵박 팀에게 대처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록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채로운 전략이 튀어나오는 게임이었으므로.

“팀 우앵박, 드래곤 리젠 타이밍에 맞춰서 미니언 웨이브를 밀기 시작합니다!”

“미니언 웨이브가 없으면 포탑을 철거할 수 없죠. 포탑 철거반이 시동 걸지 못하도록 만들고 드래곤을 먹겠단 생각인 겁니다.”

언뜻 보면 타당하고 합리적인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근데 저러면…… 위험하지 않나요, 박휘 해설?”

“맞습니다. 디져 중대엔 잘 큰 렝가르가…… 아앗! 말씀드린 순간! 디지 선수와 카에리 선수가 라인을 미는 바텀 라이너들을 엄호하던 앵커 선수를 기습!

록에는 세 개의 라인이 있다.

그중 드래곤 둥지와 가까운 바텀 라인은 차치하더라도.

포탑을 철거당하지 않으려면 탑과 미드 라인을 밀어둬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곧, 하나로 몰려다니던 우앵박 팀이 두 무리로 갈라져야 한단 걸 의미하고.

잘 성장한 암살자가 이를 두고 볼 리 없었다.

[DG 소령 -> 앵커]

“디지 선수! 모든 스킬을 단숨에 사용해서 앵커 선수를 원콤 냅니다!”

“앵커 선수도 마스터답게 빠르게 대처했지만, 어마어마한 폭딜을 견뎌낼 수는 없었습니다!”

정글러는 갱이라는 역할 외에도 게임이 흘러갈수록 더더욱 중요해지는 역할이 하나 있다.

[스펠: 스트라이크]

[오브젝트 몬스터/정글몬스터 및 적 미니언에게 막대한 고정 대미지를 가하고 자신의 HP를 소폭 회복시킵니다.]

[Tip: 스트라이크 스펠로 더욱 빠르게 정글링을 해보세요!]

스트라이크 스펠을 들어서 오브젝트 몬스터를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다.

즉, 정글러를 죽였단 건.

적의 수를 하나 줄이는 걸 넘어 스트라이크 스펠에 의한 스틸 가능성을 없앴다는 뜻이기도 하다.

[얘들아! 드래곤 먹자!]

[디지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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