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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헤젤슈마흐. 사자의 후예들.
─그 위대한 이름이여!
─이 땅에 감히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용맹함으로 그들의 깃발을 휘날렸다네.
─단지 사자의 용력만을 지녔을 뿐 아니라 우두머리로서 어짊이 있었던지라.
─피와 굶주림으로 가득한 땅에 여러 군왕을 불러모아 화평을 제안했나니.
─마땅히 걸출한 군주들 가운데 그들이 가장 명예로운 자로 추대되었노라.
─신들이 친히 기름을 부어주십사 거기에 훌륭한 가신들까지 보필하니, 그들의 치세가 만세토록 이어질 것만 같았다.
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시초의 이야기.
영예로운 지난날들.
연회장에서 모두가 웃고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단 한 사람. 리케르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또··· 이 빌어먹을 꿈이로군.’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안다.
당장 저 재잘대는 놈을 끌어내라 외치고 싶다. 그러나 상석에 놓인 몸뚱이가 뿌리를 내린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헌데 위대한 노랫말들은 잊히고, 사자의 발톱은 점차 무뎌졌다네. 통치는 안팎으로 흔들렸으며, 태양이 더는 그들에게 미소지어주지 않았더라.
그토록 시끄럽던 연회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의 눈동자가 상석으로 향한다.
천생 무인인 그에겐 차라리 전장의 유혈과 고함이 나았다. 무시무시한 고요가 육신에 저며든다.
리케르트로선 이 광경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욕이었다.
‘대체 왜 이딴 환상을 내게 보여주는가?’
권좌를 부여잡은 손등에 혈관이 솟는다. 피하고 싶어도 악몽은 그를 지독하게 붙들어놓았다.
─비록 황금 권좌에선 내려왔을지언정, 여전히 그 핏줄은 제국을 떠받드는 주춧돌 중 하나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명예스러울 터이겠으나!
목소리가 묻는다.
─리케르트여, 진정 그것으로 만족하는가?
빌어먹을 재담꾼의 모습은 그늘이 드리운 탓에 보이질 않았다. 어둠 속에서 흐느적대는 조소가 그를 괴롭힌다.
벌써 몇 달 가까이 이어진 환상에 광증이 도질 것만 같았다.
더는 이 모멸을 견딜 수 없었다.
눈썹을 뒤튼 리케르트가 손끝에 힘을 주었다.
‘제기랄! 움직여라!’
자신은 어디서나 당당한 투사였다. 실체도 없는 미몽에 무력하게 시달리는 것은 자신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콰드득!!
기어코 뿌리내린 가닥들을 끊어낸 리케르트가 사납게 일갈했다.
“정체를 드러내라! 나는 헤젤슈마흐의 리케르트다! 이것이 허상이라 한들, 나의 가문을 조롱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어느새 탁자 위에는 먼지가 짙게 슬었고, 대접에 담겨 있던 과일들은 모두 썩어 있었다. 그토록 화려하던 헤젤슈마흐 가의 연회장은 리케르트가 생전 본 적 없는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
거미줄이 드리워진 채 붕괴된 기둥, 찢긴 채 바닥을 뒹구는 문장이 자아내는 쓸쓸함은 리케르트로 하여금 덜컥 겁을 집어먹게 했다.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려온다.
─리케르트, 정녕 이것이 조롱으로 들리더냐.
고개를 돌린 리케르트가 이를 갈았다.
“넌 대체 누구냐. 이토록 생생한 환상을 자아내는 것으로 보아 사술을 추종하는 자렸다.”
자신을 비롯해 헤젤슈마흐는 숙적이 많다.
탐욕스러운 이웃인 바타뉴뿐만 아니라 제국의 권역 내에도 헤젤슈마흐가 쥔 권세를 질시하는 자들이 많았다.
리케르트는 이 역시 적대자들이 꾸민 모종의 수작질이라 의심했다.
“혹여 교묘한 술수로 독을 타 내 의식을 흔들어놓았다 하더라도 사자를 죽일 순 없다! 나는 반드시 깨어나 이를 공모한 자와 네놈을 쳐 죽이리라!”
흉성이 연회장을 흔들어놓는다.
그럼에도 목소리가 태연히 반문했다.
─무슨 수로 네가 나를 해한단 말이냐? 지금 네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거늘.
분명 재담꾼은 자신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확실하나, 도통 방향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리케르트는 고개를 숙인 채 주변을 노려봤다.
이곳에 늘어진 어둠이 감각을 교란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걷어낸다.
불처럼 끓어오르는 적의가 손아귀에 잡힌다. 리케르트의 분노가 연회장을 환히 밝힌다. 모퉁이 너머, 은거하던 인영이 적발되었다.
‘거기 숨어있었나!’
눈자위를 부릅뜬 리케르트는 가차 없이 내리쳤다. 여기서 놈을 베어낸다면 분명 허상을 조종하는 현실의 의식도 타격을 입으리라!
콰앙!!
유형화된 적개심은 기둥을 부수고, 후폭풍이 바닥을 갈아엎었다. 대단한 위력이었으나 리케르트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흠, 그래. 썩어도 준치는 아니라고. 적어도 자격은 증명했구나.
목소리는 여전히 지껄였다. 그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일격을 손쉽게 흘려보냈다.
그러나 리케르트가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오롯이 어둠 속에서 드러난 재담꾼의 모습에 한 번도 물러선 적 없는 리케르트가 뒷걸음질 쳤다.
“다, 당신은···.”
옛 시대의 갑주를 걸친 거한은 무거운 도끼를 쥐고 있었다.
전신에 감도는 어두운 진녹색이 그가 인외의 존재임을 명확히 드러냈다.
─와, 하! 하! 이제야 네 두려움을 떨치고 비로소 나를 마주하는군. 리케르트.
어깨에 도끼를 걸친 거한이 호방하게 웃었다.
그를 훑어내린 리케르트가 탄식했다.
“신록의 기사···! 당신은 전설에나 있는 존재라 여겼는데.”
태양 신앙이 전래되기 이전, 야만과 미신이 공존하던 옛 설화에서나 등장하는 인물.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체험에 맹렬하게 타오르던 플람베르크마저 사그라졌다.
휘청이던 몸을 간신히 부여잡은 리케르트가 되물었다.
“대체, 이 꿈은 뭐지? 왜 당신이 내게 나타난 거요?”
혀를 찬 신록의 기사가 대꾸했다.
─네 꼴을 보다못해 내가 직접 나선 것이다. 헤젤슈마흐의 사내란 놈이, 시시한 비탄 따위에 잠겨 며칠을 두문불출하는 것이냐!
거한의 꾸짖음에 리케르트가 눈썹을 찌푸렸다.
“시시하다니! 당신이 어찌 내 슬픔까지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네겐 정녕 도탄에 잠긴 봉역과 제국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가. 그에 비하면 하잘것없지 않나.
몸을 떤 리케르트가 항변했다.
“나는··· 자식을 잃었소! 내겐 무엇보다도 소중했었던 아내가, 남겨준 유산이었단 말이오! 내막도 모르는 외인이 그리 떠벌일 수 있던가!”
신록의 기사는 팔짱을 낀 채 턱을 쳐들었다.
─흠, 리케르트. 네겐 그토록 소중했던가? 헤젤슈마흐의 이름을 잇지 못하는 계집아이 따위, 후사라도 받기 위해 무리하게 혼약을 강요했던 것은 아니고?
“그, 그걸 당신이 어찌···!”
동요하던 리케르트는 주먹을 쥐었다.
“어떻게 알았는진 몰라도, 당신이 참견할 바는 아니오! 나는 그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충분히 심사숙고했었소!”
거한이 피식 웃었다.
─여아도 거기 동의했는진 잘 모르겠군. 그랬다면 집안을 뛰쳐나가진 않았을 테니 말이야.
역린을 건드리는 발언에 부아가 치민다.
“나는 그 아이의 혼기가 찰 때까지 인내했소! 그때까지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줬고, 아비로서 할 수 있는 보살핌을 다 했소! 하물며 원하는 배필을 고를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줬지! 이건 여인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숙명이오!”
답답한 듯 가슴을 친 리케르트가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다름 아닌 내가 누구보다도 그 아이가 여인이라는 게 안타까웠소! 여인은 가문의 이름을 잇지 못할뿐더러, 그 가녀린 몸으론 세상의 풍파를 견뎌내지도 못할 테니까!”
어깨를 들썩인 거한이 중얼거렸다.
─흐흐, 당장 입이 근질거리지만, 네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으니 더 시급한 건수부터 말하겠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깃발을 가리켰다.
─너는 서둘러 헤젤슈마흐 가의 후계 문제를 마무리 짓거라. 제국의 명운이 경각에 달했으니, 몰아닥칠 외풍에 대비하여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라.
격하게 감정을 쏟아낸 탓에 허덕이는 리케르트를, 신록의 기사가 억센 손길로 일으켜 세웠다.
─더불어 정신도 단단히 차리고! 아직 네겐 다른 여아가 남아 있지 않더냐!
“알레시아···.”
힘없이 중얼거린 리케르트가 입술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그 아이마저 헤젤슈마흐의 이름을 이을 수 없소. 내가 후계자를 내정 짓겠다 선언한다면, 가신들은 마땅히 내 조카인 파르지팔을 추대할 거요.”
리케르트를 놓아준 신록의 기사는 히죽 웃으며 도끼를 거머쥐었다.
─본디 사자의 이름은 혈통이 아니라, 가장 명예로운 자가 쟁취하는 것이었다!
돌연 그가 바닥을 내리찍자, 사나운 광풍이 일시에 몰아쳤다. 천둥 치듯 울려 퍼진 굉음에 리케르트가 눈을 떨었으나 물러서진 않았다.
도끼가 내리친 틈새로부터 무성한 초목과 이끼가 자라나 사방을 뒤덮는다.
─너는 잠에서 깨어나면 10일간 헤젤슈마흐의 이름을 내걸고 수렵제를 개최하라. 거기서 가장 큰 공을 쌓은 전사가 나와 대결할 것이며, 나와 싸워 이긴 자가 헤젤슈마흐의 이름을 이을 것이다.
“힘으로 가문의 후계를 결정한다니. 터무니없소! 그건 옛 신앙이 성행할 때나 존속했던 관습이잖소!”
투구 속 신비로운 눈동자는 깊은 시선으로 리케르트를 응시했다.
─내가 약속하건대, 그자가 헤젤슈마흐에 다시금 영광을 가져다줄 것이다.
예언에 가까운 거한의 속삭임에 리케르트가 침음을 흘렸다. 신록의 기사처럼 상서로운 존재에겐 무시할 수 없는 울림이 있는 법이다.
분명 실현될 거란 확신은 있었다.
그럼에도 리케르트는 상실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녕 내 핏줄에게서 명예를 구할 길은 요원하단 말이로군.”
그토록 후처를 들이라던 주변의 조언이 리케르트의 심상을 재차 괴롭혔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뜻을 굽힐 생각은 없었다. 그가 일평생 사랑하기로 맹세한 여인은 한 명.
진정 신록의 기사가 점지한 후계자라면, 알레시아에게도 어울릴 짝일지 모른다.
그렇게 결심하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데, 신록의 기사가 웃고 있었다.
─와, 하! 하!
도끼를 거머쥔 신록의 기사가 외쳤다.
─리케르트야! 내가 친히 어리석은 후손을 위해 일러두마! 사자는 네 핏줄 아래 계속 존속할 것이다!
이에 리케르트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의미요? 이제 내게 남은 자식이라곤 알레시아뿐이오! 가뜩이나 여아는 가신들이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당신 말대로라면 어찌 수렵제에서 여인이 승리할 수 있단 말이오?”
부웅-!!
힘껏 도끼를 휘두른 거한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사내아이건, 계집아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명예는 행하는 자에게 따르는 전리품이노라!
무너진 천장의 틈새로 휘광이 새어든다. 빛줄기가 구석진 곳을 밝혔다. 그곳엔 리케르트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이가 서 있었다.
그는 홀린 것처럼 멍하니 중얼거렸다.
“일라리스···?”
리케르트의 부름을 들은 이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대는 누구인가?】
얼핏 창백해 보이는 딸아이의 얼굴이 실로 말할 수 없는 회한을 자아냈다.
혼약을 앞두고 입었던 순백의 드레스 탓인가. 아니면 여기가 꿈이라서 그런 걸까.
리케르트의 가슴팍이 먹먹해졌다.
“일라리스, 나는···”
언뜻 여아의 눈에 초록색 불빛이 맴돈다.
리케르트가 눈을 깜빡인 사이, 홀연히 일라리스는 허리춤에 투구를 낀 채 완연히 갑옷까지 무장한 모습으로 변모해 있었다.
미처 말을 잇기도 전─
콰직.
눈을 치켜뜬 리케르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황급히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그의 우려와 달리 머리는 멀쩡히 붙어있었다. 다만 온몸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황급히 침상에서 일어난 리케르트는 방문을 나섰다. 그를 발견한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전하.”
“도나투스 경! 긴히 내 말 좀 들어보게!”
리케르트는 호위 기사를 붙들고 자신이 간밤에 꾼 꿈의 내용을 풀어냈다.
가뜩이나 실종된 장녀로 인해 쇠약해진 지 오래였던 까닭에 꿈을 떠들어대는 대공의 몰골은 영락없는 광인에 가까웠다.
“신록의 기사가 수렵제를 개최하여 헤젤슈마흐 가의 후사를 결정하라 말했다고요.”
“그래! 게다가 말미엔, 분명 일라리스를 보았네! 그 아인 살아있었어!”
“······.”
도나투스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자신의 상전을 응시했다. 언제나 다른 이들의 모범을 행하던 사내가 이리 전락할 줄이야.
“전하. 일단 힐베르트 수사를 책문하겠습니다. 분명 그자가 처방했던 약제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 분명···”
그가 말을 이으려는데, 급히 시종장이 들이닥쳤다.
“저, 전하! 헤젤슈마흐 가의 영산에 돌연 숲이 자라났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군주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 하인이라는 자까지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도나투스는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시종장. 거긴 초목이 무성해지지 않도록 가문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곳이잖소. 거기에 숲이라니. 터무니없는 소릴.”
시종장이 급히 아마포를 대령했다.
“이게 그 증거이옵니다!”
대공이 직접 아마포를 풀어헤쳤다. 내용물을 확인한 눈가에 이채가 감돌았다.
“호랑가시나무로군. 이건 근방에서 자라지 않는 나무인데.”
도나투스도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잎사귀가 무성한 가지를 응시했다.
분명 꺾어낸 가지가 틀림없는데, 시시각각 새순이 돋아나는 광경이 육안으로 보였다.
“혹여 목청 마탑의 마법사들이 부린 조화가 아닙니까?”
도나투스의 물음에 시종장이 고개를 저었다.
“경! 그자들이 어찌 헤젤슈마흐 가의 사유지에 침입하겠습니까? 더군다나 방대한 숲이 간밤에 우거졌다니, 이건 어느 마법사라도 행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시종장의 성화에 리케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신 회의를 소집하겠네. 그간 미뤄왔던 후계자 내정에 대해서도 말할 테니, 서둘러주게나.”
///
그 시각, 네크로폴리스.
토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깍지를 끼었다.
“꿈을 꾸셨다고요.”
【그렇다네! 본인은 외간 연회장에 서 있었는데, 녹색 기사가 어느 사내에게 수렵제를 개최하라 중용하더군!】
이스라는 안광을 번뜩이며 자신이 꾸었던 꿈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묘사했다.
‘망자는 꿈을 꿀 수 없어.’
망자는 남겨진 미련과 잔존 의식에 불과할 뿐인, 잔재나 다름없다.
여타 피조물처럼 느낄 정서가 결여되어 있기에, 그들의 행동은 모두 생전의 모방에 불과하다.
망자가 움직이고, 말하는 것은 사후 경직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격이 높은 상위 망자, 특히 이스라의 경우엔 다를지도 몰라.’
돌이켜보면 쾨흘링에 방문하기 전에도 무수한 전사들의 주검을 수습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죽음의 기사로 일으킬 수 있었던 건 이스라뿐이었다.
‘생전에 이스라보다 강한 이들마저 죽음의 기사로 일으킬 정도의 원념은 없었지.’
그녀가 품고 질식한 미련. 정확히는 고귀한 대공녀로서 태어난 이스라가 여기사를 자처했던 사연과 관련이 있는 걸까.
고유 서사 퀘스트가 이스라와 토드를 부르고 있다.
‘사자대공을 포섭하면 콘라트를 상대로 선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동시에 이스라도 더 나아갈 수 있을 거야.’
그토록 마주하기 두려운 일이었지만, 이젠 정면으로 돌파할 이유가 생겼다.
‘그래, 이쪽도 할 말은 있어. 기왕이면 얼굴 한 번 다시 보는 게 낫지.’
거기에 구태여 ‘산 채로’라는 미사여구는 덧붙이지 않는 사령술사였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