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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모래사장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건 파멸의 기사였다. 그녀는 저번처럼 지상에 대한 경탄을 늘어놓는 대신, 조용히 장검을 뽑아 들었다.
쇠렌 역시 손도끼를 꼬나쥔 채 슬그머니 해안을 돌아봤다.
“···영감. 여기 정말 우리가 왔었던 곳, 맞소?”
피에트는 창백한 낮으로 답했다.
“트, 틀림없네. 보겔한테 비싼 값 내고 받은 해도야. 스칼바냐르 남쪽의 지형은 빠짐없이 그려놨다고.”
쇠렌이 인상을 구겼다.
“보겔이라면 판가우에서만 20년 굴러먹은 업자니 믿을 만 하다만은···”
사구엔 적막이 감돌았다. 아직 저물고 있는 태양이 일대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음에도, 숨길 수 없는 사이함이 짙게 깔려있었다.
“젠장. 우리가 왔을 때랑 전혀 딴판인데.”
사령술사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일렁였다.
어스름 너머로 해초처럼 흐느적대는 실루엣이 드문드문 보인다.
해가 떨어지기만 해보라고 벼르는 듯했다.
“약식이라도 나름의 예우를 갖춰 매장해드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럼에도 성난 영가들이 가득하군요.”
헛웃음을 흘린 쇠렌은 연신 도낏자루를 만지작댔다.
“기껏해야 해적 놈들이 예우라는 걸 알겠소? 뱃놈들 입장에서야 물 밑바닥에 처박히건, 목이 매달려 개새끼 간식으로 던져지건 똑같소.”
은연중에 스며드는 오한을 참기 어려운지, 그가 몸을 떨었다.
“괜히 물귀신이 제일 독한 게 아니지. 은혜는 럼 한 잔으로 통치고, 그걸 마시는 술잔은 원수의 머리뼈를 깎아 만든 거라고.”
산전수전 다 겪어본 쇠렌이라 그런지, 선원들의 악독함을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조금이라도 장사가 수틀리면 곧바로 깃발을 내리고 해적으로 돌변하는 게 이 땅의 선원들이다.
토드가 히죽 웃었다.
“그나마 여기가 외진 곳이라 다행이군요. 그간 불의의 피해자는 없었던 모양이니.”
향로를 치켜든 사령술사는 거침없이 해변을 가로질렀다. 뒤따르던 쇠렌이 달달 턱뼈를 부딪쳤다.
“그 불의의 피해자가 우리가 될 것 같소만.”
인상을 구긴 피에트가 팔꿈치로 그를 때렸다.
“자네는 재수 없는 소리 말게!”
“아, 영감! 내가 틀린 말 했소? 지금 초여름이야, 씨부랄! 스칼바냐르도 하기엔 이리 쌀쌀하지 않소! 얼마나 귀신들이 득시글거리면 온몸의 털이 다 솟겠냐고?”
피에트는 슬쩍 그의 정수리를 응시했다.
“그리 머리가 시리면 털모자라도 눌러쓰던가.”
“이 영감태기가 진짜···”
앞서 검기가 맺힌 장검을 횃불처럼 들고 가던 파멸의 기사가 어깨를 들썩였다.
【하, 하! 하. 장물아비! 그간 자네는 사령술사와 동행하면서 온갖 괴이한 존재들을 마주했으면서, 여전히 유령 따위가 두려운가?】
여전히 어깨를 움츠린 쇠렌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실체가 없는 허깨비잖소. 그래도 여태 마주쳤던 놈들은 도끼날로 맞출 수라도 있지.”
이스라의 안광이 이글거렸다.
【자신이 지닌 무기론 상대할 수 없으니 두려운 셈인가.】
땀으로 흥건한 손아귀를 닦아낸 쇠렌은 황급히 도낏자루를 거머쥐었다.
“···더욱이 죽음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것들이 아니오. 그래서 난 두렵소.”
호선을 그린 파멸의 기사가 되물었다.
【허면 본인과 사령술사는 이깟 혼령들보다도 죽음과 가깝지 않나.】
쇠렌은 자신 있게 걸어가는 토드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적어도 사령술사 양반과 기사 나리는 내게 위해를 끼치지 않으리란 신뢰가 있지 않소. 적어도 내가 쓸모를 보이는 한 말이야.”
토드가 부싯돌을 맞부딪쳤다.
치익 타오르는 불꽃이 은은히 향로에 맺힌다.
“영가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쇠렌. 오히려 그들은 가여운 이들이지요.”
향로를 좌우로 흔든 사령술사는 작은 둔덕 위에 놓인 시계를 집어 들었다.
깨진 회중시계의 초침은 여전히 흐른다. 똑딱이는 소리 대신, 낮게 허덕이는 신음이 들릴 뿐.
피에트와 등을 맞댄 쇠렌이 벌벌 떨며 답했다.
“젠장, 이미 뒈진 것들보단 내 처지가 더 가여운 것 같소만.”
미소를 흘린 토드는 나지막이 휘파람을 불었다. 이곳의 영가들은 사납고 거칠다. 그에 따라 소법은 약하고, 희미하게.
뼈대만 남은 것처럼 앙상하게 드러난 용골이 끼익거리며 불쾌한 소음을 흘렸다.
스칼바냐르의 거친 해풍에 마모되었어야 할 난파선은 나머지 잔해를 비교적 뚜렷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부서진 돛대에 걸린 깃발이 찢어진 소복처럼 이리저리 나부낀다.
사령술사가 읊조렸다.
“본디 우리는 불현듯 이 땅에 던져졌으나, 원하건 원치 않았든 간에 살아가야만 한다네.”
허리춤에 매고 있던 방울이 저절로 흔들린다. 세차게 흔들리는 방울이 태아의 울음처럼 시끄럽게 적막한 바닷가를 일깨웠다.
낮의 끝자락 너머에서 노려보던 눈동자들, 바위와 해초 사이에 잠들어있던 그림자들, 부서진 파편과 둔덕 아래 은거하던 잔재들이 부름에 이끌린다.
“날 때와 마찬가지로 떠날 때조차 좌우 못 하는 것이 필멸자의 슬픈 숙명이라. 우리 모두는 이 땅에 잠시 머무를 뿐인 빈객이라네.”
쇠렌과 피에트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수염 무성한 늙은이들끼리 포옹하는 것만큼이나 눈꼴 사나운 추태도 없었으나, 그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어느새 모래사장에 흐릿한 형체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하얀 눈자위를 치켜뜬 채 산 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토드가 기억하기로 오드람과 자신의 일행들이 처치했던 해적이 열댓 명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은데, 여기 모여든 영가들만 하더라도 수십 위(位)가 넘었다.
“허나 피로 얼룩진 인과가 그들을 여기 얽매어놓았나니.”
유독 폐허나 음지에 영가들이 꼬이는 건 파리가 썩은 음식에 들러붙듯, 망혼의 한탄이 다른 영가들을 꾀어내기 때문이다.
‘아마 이 일대에서 죽은 이뿐만 아니라, 크라켄으로 인해 죽은 희생자들도 여기 발목이 묶인 거겠지.’
의도치 않게 좌초된 난파선이 영가들을 불러 세우는 고스트 스팟이 된 셈이다.
토드로선 일일이 망망대해를 돌아다니며 영가들을 찾아 헤맬 수고를 던 셈이지만, 영가들은 떠나가야만 하는 존재.
영영 여기 머물러선 추후 크라켄보다도 더 큰 해악을 미치는 주체가 될지도 모를 일.
단검으로 손바닥을 그은 사령술사는 시계 위에 핏방울을 떨궜다. 작은 둔덕 위 놓인 향로가 요사스럽게 춤을 췄다.
“내가 그대를 부른다. 갈 곳 잃은 나그네여. 잔영으로부터 걸어 나오라.”
허주들은 모두 나왔다.
별달리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토드가 입가를 비틀었다.
“···그래. 나름 배를 이끄시는 분이니, 선장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사령술사의 물음에 푸르스름한 형체가 갑판 위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생전과 마찬가지로 회중시계를 칭칭 감은 유령이 토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되었는데, 설교를 늘어놓아?】
부리부리한 안광을 번뜩인 유령은 깨진 술병을 어루만졌다.
【우린 먹지도, 마시지도, 잠들지도 못하고, 해가 저물면 그때서야 겨우 이 빌어먹을 모래사장을 배회할 수 있었지!】
반투명한 술병을 내던진 유령은 너덜거리는 얼굴 가죽을 연신 짓눌렀다.
【그런데도 기어코 여기 돌아올 줄이야. 말해봐라. 마법사. 그 가련한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발겨도 내 분이 풀릴 것 같진 않은데, 제 목숨이라도 바치러 온 것인가?】
찢겨나간 턱 너머에 유령의 음침한 미소가 번들거렸다. 토드 역시 빙긋 웃으며 화답했다.
“안타깝게도 제 목숨을 바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크라켄을 잡으러 갈 선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토드의 말에 침묵하던 유령이 폭소했다.
【히히, 흐흐··· 푸히힛!】
덩달아 주변에 있던 영가들도 귓가까지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
─으하하하! 선원을 찾는다는데?
─끼, 끼끽. 끼얏호우!
수십의 악령이 흘리는 기괴한 웃음소리에 쇠렌과 피에트는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유령은 눈가를 훔치며 대꾸했다.
【요즘 들어온 풋내기 중엔 그 짐승에게 먹혀 뼛조각 하나 건지지 못한 놈들이 많지. 다행히 내 몸뚱이는 모래사장에 파묻혀 북해의 바닷바람에 잘 썩어 문드러졌지만 말이야. 세심한 배려 덕분에 눈물이 날 지경이더라고.】
고객에게서 인정받은 흑색 상조회!
토드가 활짝 웃었다.
“그렇지요? 나름 볕이 잘 드는 부지를 선정해서 묻어드렸답니다. 게다가 모래와 자갈도 적절하게 섞어 적절한 부패를 유도했다니까요. 역시 돌아가신 분이야말로 제 정성을 알아주시는군요.”
고인이 사후 처리를 인정해주는 경우는 드문지라, 뿌듯했다.
다만 지나친 장문의 TMI에 고객님이 화나셨는지, 커틀러스를 뽑아 들었다. 생전에 저학력 해적이셨던 걸 감안해 3줄 요약으로 말해줄 걸 그랬나.
【이 미친놈. 지금 이게 칭찬하는 건 줄 아나?! 네놈을 죽이기만을 고대했다! 귀신이 되어서라도 네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 수도 있었어!】
저런. 아무래도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머리맡을 둔 탓에 성징이 흉포해진 모양이었다. 아무리 약식이라도 묘비 정도는 세워줄 걸 그랬나.
원래 장례는 안장 이후에 꾸준한 A/S도 중요한 법이다. 새삼 사령술사는 자신의 소홀한 관리를 반성했다.
“그럼 제 목을 치신다면, 여길 지나가는 영가들을 덩달아 묶어두는 건 그만두시고, 영혼의 대해로 떠나시렵니까?”
유령이 코웃음 쳤다.
【네놈 피는 내 갈증을 잠시 달랠 뿐이야. 바다가 곧 내 집인데, 여길 두고 어디로 떠나냔 말이냐.】
그는 주변에 가득한 영가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더욱이 우리만 이 꼬라지로 빌어먹을 해변에 묶여있을 순 없지. 내가 느낀 허기와 갈증, 처량함마저···! 풋내기들에게 고스란히 가르쳐줄 거다.】
사령술사는 유령의 시선으로부터 탐욕을 느꼈다. 터줏대감으로서 군림하면서 자연히 수하에 거느린 망령이 늘어날수록, 자신의 힘이 강해진다는 걸 체득한 게 분명했다.
“다행입니다.”
사령술사의 말에 유령이 검날을 비틀었다.
【다행? 지금 상황에서 다행이란 말이 나오나?】
토드는 넋의 거울을 움켜쥔 채 대꾸했다.
“예. 죽어서도 이리 악질이라니. 그야말로 피의 업으로 부려먹기에 최적화된 인재니까요.”
사납게 인상을 구긴 유령과 더불어 일시에 주변의 영가들까지 토드 일행을 향해 달려든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유령의 물결에 쇠렌은 스칼바냐르 사내다운 기백을 터뜨렸다.
“끼야아악!!”
그래도 소리 지를 힘은 남아있는 쇠렌과 달리, 피에트는 흰자를 드러낸 채 풍선처럼 흐느적댔다.
사령술사가 넋의 거울을 쓸어내렸다.
“멈춰라.”
사아아아···.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모래사장에 몰아닥치던 물결도, 공중을 날아오던 망령들의 신형조차.
정확히 살아있는 쇠렌과 피에트만 비껴간 명계의 바람은 사령술사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휘날렸다.
【······.】
커틀러스를 겨눈 채 정지한 유령은 지금 상황을 이해해보려 필사적으로 눈알을 굴렸다.
공중에 멈춰선 영가들을 헤아리던 토드가 누군가를 지목했다.
“저분은 피의 업이 옅네요. 보내주죠.”
사령술사의 손길에 파멸의 기사가 안광을 번뜩였다.
【영멸하라!!】
콰직!
검기가 실린 장검이 망령의 신형을 갈랐다.
외마디 비명을 흘린 영가는 흐릿한 연기처럼 변모하여 승화했다.
축하한다는 건지, 약을 올리는 건지 영가가 소천할 때마다 사령술사는 방정맞게 방울을 흔들어댔다.
“저분과 저 쪽분도 살생 없이 깨끗하고요.”
【명복을 빌지!!】
“음··· 저분은 강도를 저지르긴 하셨는데, 미약하니 넘어가고요.”
【기뻐하라! 천당행이다!!】
콰직. 딸랑, 딸랑.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유령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눈앞에서 졸개로 거느리던 놈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모습에 한기를 느낀 적 없는 형체가 벌벌 떨렸다.
【하, 하! 하. 죄 없는 자, 본인의 검을 받아라!!】
상식적으로 반대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두른 파멸의 기사는 해변에 모인 영가 중 삼분지 일 가까이 날려버렸다.
재차 목록을 살핀 토드가 빙긋 웃었다.
“음! 이제 남은 분들은 하나같이 전과가 화려하군요. 강간, 살인, 납치, 약탈, 방화, 정말 죽어서도 구제하기 어려운 쓰레기들이십니다.”
이제 무고한 자들은 없다.
토드가 재차 넋의 거울을 두드리자, 목을 부여잡은 유령이 기침했다.
【···대체 원하는 게 뭐냐?】
무릎을 굽힌 사령술사는 히죽 웃었다.
“전 크라켄을 사냥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만한 짐승을 잡으려면 곱게 미친 선장과 선원들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겠지요.”
이를 갈아붙인 유령이 으르렁거렸다.
【유령을 겁박하겠다고? 어차피 저 칼에 죽으면 영혼의 바다인지, 천당인지, 뭔지 모를 곳으로 가는 건 매한가지 아냐! 우리가 뭐하러 네놈을 따른다고!】
“흐흐, 착오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분들은 죄가 얕기에 대해로 나아가실 수 있는 것이지···”
불길한 미소를 흘린 토드는 넋의 거울을 뒤집어 다른 쪽을 보여줬다.
“너같은 놈들에게 안식은 허락되지 않아. 타인의 피로 말미암은 죄는, 제 피로 씻어내야 하는 법이거든.”
강물 아래, 불과 피로 가득한 세계가 거울에 비쳤다. 인간의 영혼이 끊임없이 구덩이에 처박히고, 무저갱의 존재들이 들개처럼 달려들어 죄인을 물어뜯었다.
유령의 신형이 세차게 요동쳤다.
그 앞에 거울을 들이민 토드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대로 지옥에 떨어질래, 아님 내 계약을 받아들고 크라켄을 사냥할래.”
유령을 협박하려면 칼 대신 지옥이 효과적인 법이다.
【하, 하겠다! 아니, 제발 사냥하게 해줘! 지, 지옥만은 안 돼···!】
빙긋 웃은 토드는 거울을 거둬들였다.
“좋습니다. 당신, 이름이 어떻게 되던가요?”
【······고드프리. 고드프리입니다. ···요.】
토드가 일대를 둘러보며 덧붙였다.
“크라켄을 사냥할 때까지 저와의 계약을 엄수할 것. 나머지 분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하신 거라 간주합니다?”
영가들도 덩달아 턱뼈가 흔들릴 정도로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리도 크라켄을 잡고 싶어 할 줄이야.
역시 뱃사람들답게 바다와 관련된 일이라면 기사 못지않게 열정으로 가득 찬 이들이었다.
【근데 마법사···님. 우린 배가 없다고. 당신네가 타고 온 배론 내 선원들까지 태우기 어려울 텐데. ···요.】
낄낄거린 토드가 향로를 치켜들었다.
“배가 없다니요.”
향로에서 뻗어 나간 연녹색 섬광이 좌초된 난파선을 휘감았다.
부서진 용골이 요동치고, 해초가 걸린 돛대가 바로 선다.
“영가들이 모는 배라면 마땅히 유령선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드프리 선장.”
수면 위에 뼈대만 남은 갤리선이 떠올랐다.
돛대 끄트머리에 검은 깃발이 휘날렸는데, 해골 대신 거미 문양이 선명히 그려져 있었다.
이 범선은 앞으로 흑색 학파의 사략선으로 활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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