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밀밭의 파수꾼 (1)
심판의 빛이 리온에게 떨어지려던 그 순간.
“잠깐! 협상! 숙부의 약점을 알려드릴 테니 저와 협상하죠!”
협상을 외치는 다급한 리온의 목소리에, 알트는 손을 들어 아일렌의 정령을 멈추게 했다.
당장에라도 내리꽂아질 듯하던 강렬히 빛나던 섬광이 서서히 사그라들자.
고통과 공포에 잔뜩 일그러져있던 리온의 표정에 약간의 안도감이 비쳤는데.
“헤르만의 약점 말입니까…?”
“제가 말씀드렸죠? 숙부가 절 어떻게 하질 못하던 이유가 따로 있다고! 그게 다 숙부의… 디플레스 가문의 비밀 때문이거든요! 헤헷….”
알트의 무심한 얼굴 앞.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얘기하는 리온은 굉장히 절실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제가 가장 혐오하는 부류의 인간이 뭔지 아십니까?”
“예에…?”
“그게 바로 배신자예요. 처음부터 배신할 작정으로 저를 속인 것도 모자라, 마지막엔 친족까지 배신하다니. 벨하라의 신자는 둘째치고 사람으로서 할 짓입니까?”
“자, 잠깐만요! 얘기를 들어보시면 생각이 바뀌실…!”
리온은 애원하듯 당장에라도 알트의 발목을 붙잡고 기어 다닐 기세였지만, 알트는 그저 입꼬리를 삐죽 올리고선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애초에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사람을 어떻게 믿으라고요.”
“진짜입니다! 맹세합니다! 벨하라께…. 아니! 제 목숨을 걸고서 이건 진짜라고요!”
“아 참, 그리고.”
알트가 들어 올리고 있던 손을 내리자, 아일렌의 정령은 다시금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절망감에 가득 찬 리온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 벌벌 떨었다.
이에 묘하게 비틀리는 알트의 입꼬리.
“어차피, 헤르만이 하녀에게서 태어난 사생아라는 건 이미 알고 있거든요.”
“에…?”
그걸 어떻게 알고 있냐고 묻는 듯한, 리온의 얼빠진 표정.
하지만 그가 원하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강렬한 섬광이 녀석을 덮쳤고.
너무나도 눈부신 빛에 잠시 눈을 감았다뜨자. 리온이 있던 자리엔 새하얀 재와 인골만이 남아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흔적도 남지 않은 셈인가.”
할 일을 마친 아일렌의 정령은 빛을 산란시키며 목걸이로 다시 돌아갔지만.
상상 이상의 위력을 본 알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발치의 뼛조각을 밟자 그것은 달걀 껍데기처럼 손쉽게 바스러졌다. 이대로 남은 것도 적당히 밟아 으스러트리고 나면, 한 사람의 흔적은 밤바람과 함께 손쉽게 사라질 터.
“이 최후도, 나름 헤르만의 노림수인가.”
가문의 비밀이라면 헤르만의 친족인 리온이 충분히 가질만한 비장의 열쇠.
거기다 리온이 알 정도면, 그의 어머니와 이모들. 심지어 그 일가까지 그 정보를 공유하고 있을 테니 한 사람의 입만 막는다고 소용없을 테고.
이로써 헤르만으로선 꽤 골치 아플 문제겠지마는.
알트의 얼굴이 설핏 일그러졌다.
애초에 디플레스 가문의 추악한 비밀따위, 몇 백번이고 엔딩을 본 고인물로서 모를 리 없었다.
하다못해, 게임 시스템을 뜯어내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히든피스까지도 씹고 맛보고 즐긴 헬조선의 집념가들 아닌가.
헤르만의 부친은 하녀를 겁탈하여 아이까지 배게 만들었고, 처음엔 증거인멸을 위해 임신한 하녀를 제거하려 했으나. 당시 딸만 셋이던 디플레스 가문은 혹시 모를 아들을 기대하고서 하녀를 감금해뒀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바로 헤르만.
당연히 헤르만의 친모는 출산 직후 살해당해 유기됐고. 헤르만은 그의 부친이 본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위장하여 후계자로 키웠던 것.
다시 말해, 헤르만의 약점을 쥐고 있는 치트키 같은 인물들. 그들을 이용하면 헤르만 정도야 손쉽게 실각시킬 수는 있겠지마는.
‘어차피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헤르만이 사생아라는 걸 폭로해봤자 역효과지.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남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고소당하는 꼴이 눈에 선해.’
그래서는 의미가 없다.
아니, 오히려 불리하다.
‘이 게임의 최종 보스는 헤르만이 아니니까.’
게이머 시절 수십 번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엔딩을 봤던 알트다.
메인 퀘스트를 건너뛰고 헤르만을 암살하는 플레이도, 당연히 시도해봤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
규칙을 어긴 대가는 꽤나 무거웠으니.
중후반까지 부지런히 움직여야할 빌런의 부재로, 알트는 너무 레벨이 낮은 상태에서 메인 퀘스트를 후반부까지 스킵하는 결과를 얻는 것도 모자라.
게임의 ‘진정한 흑막’이 너무 일찍 전면에 나선 탓에, 지나치게 하드코어한 전개가 되어버렸던 것.
하여 썩은 고인물이었던 알트조차도 꽤 힘들게 클리어한 추억이 있었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목을 땄을 텐데.”
아쉽게 입맛을 다시는 알트.
허나, 적어도 헤르만은 직접 달려드는 대신 전략이나 두뇌 싸움으로 승부하는 타입인 만큼. NPC의 껍데기에 갇힌 그로선 훨씬 편한 상대.
제국의 현 황제이자 볼라크의 화신인 모드린.
알트에게 있어서 헤르만은 그저 이 게임의 진보스가 너무 일찍 등장하지 않게끔 난이도를 조절해주는 방파제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흠. 오래 살라고 보약이라도 보내줘야하나.”
헤르만이 들으면 화병날 소릴 하며.
알트는 태연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 * *
이튿날 오전.
제국의 황성에서 열린 군사 회의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나 다름없었다.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군들과 그런 그들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헤르만.
그리고 이 자리에 형식적으로 참여했을 뿐인 황제 모드린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그 광경을 멀뚱히 구경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단 하루….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들 하시는가?”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점령당해버린 라이홀드.
그 소식에 회의장에 모인 제국의 장군들은 전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라이홀드의 사령관 한 사람의 책임으로 몰고 가기엔, 연합과 전면전을 시작한 직후 어느 전선이든 죽 쑤고만 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던 것.
아니나 다를까, 이를 놓치지 않고 열을 내는 헤르만.
“연합 놈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반란군 진압에는 왜 이리 진척이 없는 건가?”
“하지만 녀석들이 탈취한 발랴의 무기로 무장한 탓에….”
“보른 장군. 애초에 그걸 뺏긴 시점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만?”
“그 부분에 대해선 면목이 없습니다. 각하….”
헤르만의 표정은 싸늘했지만.
장군들을 노려보는 그 눈빛엔 이글거리는 불꽃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분노를 쏟아내고 싶은 대상은 따로 있었으니.
‘알트 마이너슨….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서?’
헤르만은 할 수만 있다면.
알트를 통해 발랴의 무기를 수입하는 걸 허락한 과거의 자신을 나무라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브리즈 지방이 반란을 일으킬 거라곤 누가 알았을까? 물론 저쪽에선 이미 얘기가 오갔을지는 모르겠지마는.
“애초에 서둘러 무기 도입을 마무리했으면 이런 사단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 아닌가! 경들이 서로 욕심을 낸 탓에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가!”
결국.
헤르만은 회의장의 탁자를 손바닥으로 쾅 하고 내려치며 쌓여있던 분노를 드러내고 말았으니.
그랬다. 차라리 베른의 항구에서 그 무기들을 뺏겼다면, 발랴와 마이너슨 상회에 정식으로 항의라도 했을 거다.
하지만 무기는 무사히 제국군으로 넘어와 거래는 완료됐고.
그것을 어느 부대에 도입할지 정하는 단계에서, 장군들이 서로 자기네들 부대가 적합하다며 다투던 탓에 결정이 미뤄지고 말았던 것.
그리고 하필, 그 사이에 바릭과 스로스와 더불어 브리즈에서도 반란이 시작됐고.
그와 동시에 무기가 보관되어있던 베른 방위군 사령부가 점령되고 말았으니. 이렇게 되면 엄연히 제국군의 과실이라 뭐라 할 말이 없는 상황.
이에.
헤르만은, 이 모든 게 누군가가 짜놓은 각본이란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
물론.
적어도 라이홀드가 빠르게 점령당한 일만은 알트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조이와 세린의 합작이지만.
헤르만으로선 알 수 없는 일.
“전부 물러가라. 이대로는 회의라고 할 것도 없을 것 같군.”
헤르만이 한숨과 함께 손사래 치자, 서로 눈치만 보던 장군들은 하나둘씩 슬금슬금 자리를 떠났다.
.
.
.
그렇게 재상과 어린 황제, 둘만 남은 회의장에서.
헤르만과 눈이 마주친 어린 황제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어느덧 소년의 얼굴에선 아이의 것이라기엔 말하기 힘든 오묘한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헤르만. 날 언제까지 실망만 시킬 셈이냐? 비록 실패는 죄가 아니지만, 그것이 거듭 쌓인다면 방만이란 죄가 되기 마련이거늘. 그때 가서 내게 자비를 바라지는 말거라.”
“지고하신 폐하께 그 어떤 변명이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모드린이 담담하지만 낮게 깔린 목소리로 질타하자, 헤르만은 당장에라도 넙죽 엎드릴 기세로 무릎을 꿇었다.
그런 헤르만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모드린은, 탁자 위에 펼쳐져 있던 지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뀌어버린 국경선을 바라보다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천천히 내젓는 그.
“라이홀드라. 도시만이 아니라 무르익은 알곡마저 뺏기니, 내 백성이 흘린 피땀으로 타락한 자들을 배 불리게 됐구나. 참으로 서글픈 일이거늘. 헤르만 너는 내게 이 모습을 보이려 이 땅에 날 현현하게끔 했더냐?”
“당치도 않습니다, 폐하. 그러잖아도 그 부분에 대한 대비는 이미 손써뒀습니다. 부디 염려치 마시길.”
“행동은 빨라 좋구나. 허나, 이제 그만한 성과를 보였으면 하는데.”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바로 그때.
헤르만이 바닥에 머리를 찧을 듯 조아린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모드린의 얼굴이 설핏 일그러졌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마치 벌레를 보는듯한 혐오감.
시선 끝에서는 강렬한 경멸이 묻어났으나.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 헤르만의 눈에는, 소년의 무심한 얼굴이 보일 뿐이다.
“두고 보십시오, 폐하. 이 땅에서 모든 타락한 자들을 몰아냄으로써, 저의 원죄를 속죄할 터이니. 새로운 여명이 밝아오는 그날을 위해 헌신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헤르만은 자신의 원죄이자 콤플렉스.
이 나라에선 죄가 되는, 사생아란 그의 비밀을 언급하며 모드린 앞에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애초에 그가 볼라크의 가르침 중, 심판이란 것에 유독 목매다는 이유.
헤르만은 자신의 죄를 씻어내기 위한 속죄의식으로 죄인들을 벌하고 있었음이니.
실로 추잡하기 그지없는 이기심이었다.
“그럼 이제 물러나 보거라.”
하지만 모드린은 이에 대해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헤르만을 물러나게 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명을 받은 헤르만이 조용히 회의실을 떠난 후.
그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던 모드린은 다시금 아까와 같은 혐오감 가득한. 그런 도저히 아이의 것이라곤 보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참혹한 일이로다. 아무리 이 세계를 정화하기 위함이라 하나, 저런 녀석을 중히 써야 한다니…. 허나, 네 의무가 다하는 날, 너 또한 네 죄의 무게를 짊어져야 할 터이니. 그 심판을 유예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할 거다.”
그리 탄식하며 금빛 이채를 발하는 모드린의 눈은.
본디 용서를 모르는 볼라크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 * *
알트는 지금쯤 감옥에 갇혀있을 핀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헤르만의 조카 리온은 그렇다 쳐도 대체 핀델은 뭐였을까.
물론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면 그가 침묵의 경비대 소속, 그것도 라이홀드 지역의 요원들을 지휘하던 대장이란 건 확실한 듯했지만.
그 역시 헤르만의 심복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했다.
게다가 암만 봐도 핀델도 리온에게 이용당한 모양새인 것 같은데.
병사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체포 당시 그가 부하들과 갈등을 겪고 있었으며.
심지어 무력 충돌이 일어났을 때는 제 부하들을 공격해서 연합의 병사들이 진압하는 것을 도운 후 투항했다나.
“뭘까. 딱히 쇼하는 것 같진 않은데.”
물론 핀델을 심문해보면 금방 알게 될 일이긴 하겠지마는, 예상하건대 곧 손님이 찾아올 예정이라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원래대로라면 주인공인 세린을 찾아가야 맞겠지만.’
평소의 행동만 봐도 틀림없이 이 곳으로 올 테지.
똑똑
역시나 딱 들어맞은 예측.
“알트. 혹시 자네 안에 있는가?”
“네. 들어오시죠. 오웨인 경.”
이윽고 방문이 열리고.
알트의 숙소로 들어온 오웨인은 그 방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행들이 있다고 들었네만. 자네 혼자로군?”
“사정이 있어 어제부로 따로 행동하게 됐거든요. 그보다 이런 이른 시간부터 무슨 일이시죠?”
“흠. 실은 꽤 가능성 높은 계략이 하나 떠올라서 말이네. 그에 대한 대비를 자네와 의논하고 싶었네. 물론 자네에게 실례되겠지만….”
“호오. 저도 마침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단 경의 얘기를 먼저 들어볼까요?”
자꾸 제국과의 싸움에 알트를 끌어들이는 것에 미안해하던 오웨인은, 자신과 알트의 마음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자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아왔다.
“지금, 마침 라이홀드 지역이 한창 추수철을 맞이하지 않았나?”
“그랬죠. 저도 여기 오는 길에 곡창지대를 지났는데, 그야말로 황금 융단으로 쫙 깔린 듯했었지요.”
“음. 마침 올해가 풍년이기도 해서 추수가 끝나고 나면 군량 확보에도 꽤 도움이 될 걸세. 하지만….”
허나 말을 이어 나갈수록.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밝았던 오웨인의 표정에 다시금 그늘이 끼이기 시작했다.
물론 오웨인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알트였지마는, 일단은 그의 얘기를 기다리며 잠자코 기다렸고.
“헤르만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을걸세. 연합에 역병을 퍼트리고. 또 얼마 전엔 논밭까지 불태우려 했던 자야. 틀림없이 여기서도 무슨 짓을 해오겠지.”
“저랑 생각이 일치하셨네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황금벌판의 파수꾼]
알트가 생각하기엔 이 게임에서 손꼽힐 만큼 까다로운 메인퀘가, 드디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내용은 매우 단순했다.
라이홀드 곡창지대에 맥각병을 퍼트리려는 계략을 막아내기만 하면 된다.
다만, 이 퀘스트엔 현실이 되며 생긴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호오… 그 넓은 곡창지대를 다 지키는 건 힘들 텐데 큰일인걸요. 곳곳에다 허수아비처럼 경계병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잖습니까.”
“흐음. 확실히 그건 현실적으로 힘든 방책이네.”
게임 안에서도 어찌나 넓은지, 말이나 이동수단 없이는 시도조차 불가능한 퀘스트였는데.
거기다 랜덤 진행이라 예측 컷도 불가능.
너무 성가시다보니 일부러 실패하고, 오염된 논밭 소각하는 루트로 가버리는 플레이어들이 많은 구간이었다.
그런데 게임의 맵과 비교해봐도 몇 배는 넓어진 이 세계에서 맥각병을 퍼트리려는 공작병을 찾으라니, 이는 알트로서도 꽤나 어려운 일.
“어디까지 예측일 뿐, 실행 여부는 알 수 없지…. 헤르만이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면 좋겠네만.”
그때.
진솔히 털어놓는 오웨인의 고민에.
알트는 입가를 문지르며 고민에 빠졌다.
맥각병을 퍼트리려는 목적 자체는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무리 알트라고 해도 모르는 이상 오웨인이 알고 싶은 정보에 완벽히 답해줄 순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대비책은 세워두긴 했으나.
‘다만 라이홀드의 점령 소식을 들은 뒤에 꾸민 계략이기엔 게임 안에서도 너무 신속하게 이루어졌으니, 사전에 보험 삼아 준비됐을 가능성이 클 거야.’
거기다,
이미 한 대 얻어맞은 만큼.
그 이상으로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니 마침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하나 알고 있는데, 같이 가보실래요?”
알트는 연합에 협조적이었다는 핀델을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