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바바리안으로 살아남기-241화 (241/549)

241화 분기점 (1)

내 보디가드로 파견된 기사는 총 12명이었다.

그중 여덟 명은 집 외부에서 보초를 섰고, 셋은 실내로 들어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

나머지 한 명은 집 안에서도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며 밀착 호위를 했다.

“레이먼 케플로라고 그랬나?”

“예, 그렇습니다.”

뭔 말을 하든 예의를 갖추며 답하는 기사.

낯설기는 하지만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곧 있으면 작위 수여를 받을 신분이니 미리 대접을 해주는 것일 터.

‘왕실기사단이면 작위를 가진 기사도 꽤 있을 텐데, 전부 이런 얘로 보내 줬다는 건…… 역시 배려라고 보는 게 맞겠지.’

일단 사슴뿔은 섬세한 사람일 거 같다.

뭐, 정확한 건 이제 더 알아봐야겠지만.

“아까 상부의 지시라고 했는데, 정확히 누가 그런 지시를 내린 거지?”

내 물음에 케플로는 대답했다.

“그건… 사실 저도 알지 못합니다.”

나는 대답하는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아무래도 대충 둘러대려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캐물어 보니 그의 직속상관에게서 상부의 지시라고만 듣고 파견을 나왔다는 모양.

‘그래, 생각이 있으면 정체를 감추려 했겠지.’

조금 아쉽다.

만약 왕가에 줄이 더 닿아 있던 거라면 이거로 사슴뿔의 정체까지 닿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잠깐만.’

불현듯 뇌리에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쳤다.

[한창 영웅으로 올려치기를 하고 있다죠? 귀족 작위를 받자마자 뒈지면 참 재밌겠군요. 왕가의 위신이 아주 하수구로 처박힐 테니 말입니다!]

너무도 분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기에 그때는 그저 감정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라 여겼다.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해 적에게 친절히 경고까지 해주다니, 정말 아기가 따로 없군.]

실제로 사슴뿔 역시 광대의 그런 행동을 이렇게 인식했다.

하지만…….

‘설마 그 새끼,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어쩌면 처음부터 광대가 바란 건 사슴뿔의 신상을 캐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보석에 초록불이 들어왔으니 ‘암살자’는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이걸 미끼로 써서 사슴뿔에 관한 단서를 캐낼 수만 있다면 손해는 아니라고 판단했겠지.’

역시 이쪽이 더욱 말이 된다.

원탁에서 두들겨 맞기만 한 광대였지만, 사실 그놈도 이 세계의 거물들 중 하나 아닌가.

‘실수’조차 의도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슴뿔도 그런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뒀으니 최대한 은밀하게 사람을 보낸 걸 테고.’

하, 진짜 만만한 새끼들이 없네.

한숨이 절로 나오는 반면, 앞으로도 계속 정신을 바짝 차리자는 동기 부여가 된다.

예로 오늘만 봐도 그렇다.

만약 졸리다고 늦잠을 퍼질러 잤다면, 이걸 보고받은 사슴뿔이 뭔가 이상함을 느꼈을 수도 있으니.

“기사님, 이리 와서 이것 좀 마셔랑.”

“민간인에게 사적인 접대를 받을 순—”

“에이, 이게 무슨 접대냥? 비요른 지킨다고 고생할 건데.”

미샤가 안주인처럼 기사들에게 차를 내줬다.

얘는 밀착 호위가 무슨 작위 수여의 서비스 중 하나라 생각하는 걸까?

음, 그럴 수도 있겠네.

암살자에 대한 얘기는 모를 테니까.

“레이먼 케플로 님이라고 그랬지? 얼마나 오래 같이 있을진 몰라도, 그동안 편하게 지내랑.”

기어코 케플로를 탁상에 앉혀 차를 마시게 하는 미샤.

“……칼스타인 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응? 그냥 미샤면 되는데, 뭐어……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어쩔 수도 없는 거지마안…….”

이내 미샤는 곧 작위가 수여될 내 위세를 빌려 자연스레 케플로에게 존칭을 이끌어 냈다.

물론, 의도한 거란 생각은 안 든다.

‘그냥 어쩌다 보니 저렇게 된 거겠지.’

아무튼, 미샤는 케플로에게 에르웬을 비롯해 오늘 자리에 없는 아이나르까지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주었다.

“테르시아 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어, 어……. 그건…….”

기사에게 존칭을 듣는 게 어색한지 말꼬리를 흐리는 에르웬. 불편한 걸 아는지 미샤가 옆에서 도와줬다.

“테르시아 님은 무슨. 얘 불편해하는 거 안 보이냥? 그냥 에르웬이라고 불러라.”

“네, 네! 그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럼 호칭은 그렇게 하는 거로 부하들에게도 말해 두겠습니다.”

신속하게 끝난 호칭 정리.

그때였다.

똑똑.

이른 아침부터 현관문에서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비요른 얀델 님의 동료분께서 오셨습니다.”

무슨 사용인이라도 된 것처럼 방문객을 알려오는 기사.

이래서 다들 권력에 목을 매는 건가?

“동료라면 누구지?”

“아루아 레이븐이라는 마법사입니다.”

이내 케플로가 눈빛으로 내 의향을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끼이익.

마중 나간 케플로의 손에 의해 열리는 문.

나는 소파에 앉은 채 한쪽 팔을 들어 올려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 왔나.”

이름하여 노블레스 바바리안 모드.

그 격식 넘치는 인사에 레이븐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숨을 뱉었다.

“아, 왔나는 무슨.”

“차라도 한 잔?”

“홍차로요.”

레이븐은 내 뒤에 보디가드처럼 선 케플로를 힐끗 쳐다보더니 곧바로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데요?”

“보는 대로다마는?”

“……저, 화내요?”

거, 쪼그만 게 화내면 뭐 어쩌겠다고.

나는 신속하게 대답했다.

“작위 수여 전에 뭔가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왕가에서 호위로 기사들을 붙여줬다.”

“음, 그럴 만도 하네요. 얀델 씨는 의외로 적이 많으니까.”

순순히 납득하는 레이븐.

하긴, 시체 수집가가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도시에서 유명한 얘기기는 하니까.

대형 클랜들도 아니꼽게 보는 눈치고.

하지만…….

“레이븐, 내 적은 네 적이기도 하다.”

“……뭐라는 거야 아침부터 자꾸.”

평소 활동 시간대가 아니라 아침이라 그런지 저기압인 모습을 보여 주는 레이븐.

“자, 여기 홍차. 설탕은 어딨는지 알지?”

이내 미샤가 차를 한 잔 타주자, 레이븐이 이를 홀짝이며 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에르웬이 있는 곳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레이븐 씨…….”

“아, 네에……. 안녕하세요…….”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는 둘.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서로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나? 분명 그랬던 거 같은데.”

“얀델 씨는 그냥 가만 있어요.”

“…….”

이내 내가 입을 꾹 닫자 레이븐이 연장자답게 뭐라뭐라 대화를 이끌었다.

“요즘은 좀 어때요?”

“……괜찮아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쪽이 마음이 편하다면 그럴게요. 근데, 그래서 앞으로는 여기서 지내시려는 건가요?”

“네에…. 다행히 언니가 허락해 주셔서…….”

“흐음, 그래요? 신기하네.”

둘의 대화는 몇 마디 더 이어졌고, 이후 에르웬이 조금 피곤하다며 방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종료됐다.

“……저기 케플로 씨는 계속 거기 서 계실 건가요?”

“이런 임무는 익숙하니 저는 신경 쓰지 말고 편히 대화 나누십시오.”

“그렇다면야…….”

말은 그리했으나 레이븐의 표정에는 불편한 감정이 가득했다.

먼저 입을 열 기색은 없다.

따라서 계속 이렇게 어색하게 있을 바에 그냥 내가 궁금한 거나 묻기로 했다.

“근데 방금 그건 뭐였냐?”

“제발, 주어 좀 써줄래요?”

“에르웬 말이다. 네가 이제 와서 걔랑 낯을 가리고 그러진 않았을 텐데.”

나는 둘의 대화에서 분명하게 느꼈다.

레이븐은 에르웬을 굉장하게 어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에르웬이 최근에 가족을 잃었기 때문은 아닌 거 같다.

하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혹시 내가 모르는 뭔가라도 있나?”

“아, 진짜 이상한 데서만 눈치가 빨라서.”

“그래서 대답은?”

레이븐은 잠시 머뭇거리다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냥 좀 그래요……. 내 탓인 거 같기도 하고.”

“네 탓이라니?”

“드왈키란 마법사가 썼던 그 마법요. 사실은 저도 쓸 수 있어요.”

이어진 레이븐의 말을 요약하면 간단했다.

파멸학자가 나타났을 때, 레이븐은 직감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마법사로서의 기량 차이.

‘각성’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면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술식도 마력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도무지 영창이 안 나오더라고요.”

이해는 한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쓸 수 있을 쉬운 난이도의 마법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쓸 수 있는 마법은 아니니까.

“그렇게 망설이던 찰나였어요.”

파멸학자의 마법이 쏘아졌고, 레이븐이 세운 마력의 돌벽들은 너무도 무력하게 박살났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가끔 텅 빈 연구실에서 혼자 생각해요. 만약, 그때 내가 바로 그 마법을 썼다면, 그 언니분도 살았지 않았을까…….”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설마 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건만.

“얀델 씨나 우리 팀의 다른 동료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자칫하면 전부 죽을 상황이었죠. 근데 그걸 알면서도 저는…….”

자꾸 뭐라는 거야 얘는.

흔하디 흔한 자기 혐오 패턴이 나오기 전에 나는 말을 잘랐다.

“됐다. 그만 말해라. 에르웬은 안됐지만, 결국 우리 중에 죽은 사람은 없지 않냐?”

조금은 냉정할 수도 있을 말.

“그랬죠.”

레이븐은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에르웬과 다리아와는 지낸 시간이 짧은 만큼 동료보다 우선이 될 수는 없던 것.

“하지만 그런 결과가 나왔던 건, 제가 하지 못한 걸 얀델 씨가 했기 때문이에요.”

“하하, 그거야 내가 일단은 리더 아니냐.”

나는 가볍게 웃으며 농담투로 말했다.

다만 레이븐은 또다시 작게 한숨을 토해낼 뿐이었다.

“그래, 바로 그거 때문이라고…….”

“응?”

“……그냥 이렇게 감상적인 건 원래의 나답지 않다는 말이었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얘도 처음 만났을 땐 지금이랑 이미지가 완전히 딴판이었지.

여하튼, 이 주제로 더 길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은지 레이븐이 다른 화두를 꺼냈다.

“얀델 씨, 에르웬은 어떻게 할 거예요? 팀은 꽉 차서 들어올 자리가 없는데.”

“고민 중이다.”

“그럼 미궁은요? 들어갈 거예요?”

“일단 지켜보려고 한다. 계속 지금 같은 상태라면 역시 들어가긴 어려울 테니.”

“……그렇긴 하죠.”

“그래서 오늘 온 용건은 그게 전부인가?”

“아뇨, 용건은 따로 있어요. 얀델 씨한테 드릴 말씀이 있어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주의였기에, 그런 레이븐의 말은 내 불안 센서를 작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페브로스크 님에게 수업을 받기로 했어요.”

“뭐? 설마 수업을 듣는다고 팀에서 잠시 나가 있겠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네? 그럴 리가. 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야 그런 일이 몇 번인가 있었으니까.

“근데 수업이라면 뭘 배운다는 거냐? 너는 학파가 있을 텐데?”

“알테미온 학파에서 왕실 마법을 배울 수는 없으니까요.

아, 얘 이번에 보상으로 왕실 마법을 배울 자격을 얻었지.

“기반이라도 다져줄 사람이 있었으면 했는데, 다행히 페브로스크 님께서 승낙해 주셨어요.”

이후 레이븐은 당분간 마탑이 아니라 왕궁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지낼 거라며, 혹시 연락할 일이 있으면 그쪽으로 찾아오라 말했다.

“용건은 이게 끝이네요. 이만 가볼게요. 그럼 그때 봐요.”

정말 이 말을 하려고 방문했던 것인지, 레이븐은 미샤가 내어준 차를 다 마시자마자 떠났다.

***

5월 18일.

레이븐을 제외한 팀 애플 나라크는 다시금 왕궁에 방문했다.

작위 수여까지 아직 이틀이 남긴 했지만, 뭘 보상으로 받을진 미리 와서 정해두라던가?

‘하긴, 다들 보는 곳에서 주는 게 훨씬 그림이 좋겠지.’

연회가 있는 건 아니기에 지난번처럼 격식 있게 꾸미고 올 필요는 없었다.

뭐, 그래도 장비 착용 불가인 건 마찬가지라 깔끔한 평상복을 입기는 했다마는.

“오, 얀델! 너도 오늘인가?”

왕궁으로 들어서자 안면이 있는 탐험가들이 먼저 아는 척을 해왔다. 나와 마찬가지로 오늘이 보상 지급 일자로 정해진 자들이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순차적으로 부르고 있댔지.’

금전적인 보상은 이미 진작에 일괄적으로 지급됐지만, 정수나 장비를 택할 기회를 얻은 자들은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비요른! 그럼 우리 먼저 다녀오겠당!”

왕궁에 도착한 다음에는 동료들과 헤어졌다.

그야 얘네들은 나랑 받는 보상이 다르니까.

“저, 저희 둘만 남았네요…….”

호위 기사와 왕가의 안내인, 그리고 에르웬만이 자리한 대기실.

“아저씨… 제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 걸까요?”

“네가 안 받으면 누가 받겠나. 자신감을 가져라. 공이 없는 사람한테 포상을 줄 정도로 정이 많은 곳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얘도 참 여기까지 와놓고서 이러네.

“더 강해져야 한다. 너도 나도. 그래야 아무것도 잃지 않을 수 있으니까.”

“……네, 그렇죠.”

의지를 다잡듯 고개를 끄덕이는 에르웬.

사소한 잡담들을 나누고 있자니, 안내인이 한 명 더 도착해 에르웬을 데리고 갔다.

4등급 정수 혹은 그에 준하는 아이템이 보관된 은혼보고.

‘얘한테도 금혼보고가 열렸으면 바로 졸업 정수부터 먹이는 건데…….’

역시 다시 생각해도 조금 아쉽다.

4등급 정수 중에 활요정의 코어 정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등급이 하나만 더 높았어도 그 정수를 먹일 수 있었건만.

‘이번이 아니어도 언젠가 먹게 되겠지. 이제 슬슬 6층으로 올라갈 때도 됐으니까.’

나는 애써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번 보상을 받고 나면 전력이 확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5층에서 뺑뺑이를 돌며 빌드업 기간을 갖출 필요가 없어졌다.

문제는 노아르크 새끼들이지만.

왕가 새끼들이 하는 걸 보면 얘네들도 뭔가 대책이 있는 거 같기는 하다.

“비요른 얀델 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내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니, 내 전담 안내인이 도착해 나를 금혼보고로 이끌었다.

그곳은 창문 하나 나 있지 않은 지하였다.

다만 환한 불빛이 여기저기에 가득했기에 어둡다는 느낌은 일절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지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내려온 걸 보면 지하 5층은 더 될 것도 같은데…… 이쪽 세상도 건축 기술이 이상할 정도로 발달했단 말이지.’

이내 목적지에 도착하자 굉장한 기세를 지닌 기사가 나를 맞이했다. 참고로 옆에는 마법사도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간단한 안내를 해주었다.

제한 시간은 3시간.

원하는 정수 혹은 물품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무언가를 훔치려는 시도를 하거나 물품을 망가뜨릴 경우 엄벌에 처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거, 살벌하기는.’

이후 설명이 끝나자 거대한 철문이 무중력 속에서 움직이듯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오우야…….”

시험관에 담긴 채 유리관에 전시 중인 수천 개의 정수가 나를 반겨주었다.

하나하나가 ‘오우거’와 동급인 정수들.

비록 갖고 나갈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지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길게 휘어졌다.

‘이러니까 무슨 치트키를 쓴 거 같네.’

자, 강해질 시간이다.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