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바바리안으로 살아남기-278화 (278/549)

278화 소용돌이 (4)

파루네섬의 히든 피스 ‘바다의 분노’.

섬 내에 20인 미만인 상태에서 공물 파괴 시 발생하는 이 이벤트의 난이도는 인원에 따라 결정된다.

5~9인은 일반 몬스터의 개체 수 증가.

10~14인 모드에선 네 번째 웨이브가 추가되며 최종 보스가 출현하며, 15~19인일 땐 그 최종 보스가 지니고 있던 몇몇 패널티들이 사라지는 식인데…….

‘이렇게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3등급 레이드를 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자꾸 한숨이 나온다.

내가 노리던 건 세 번째 웨이브의 보스였다.

애초에 6인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면 네 번째 웨이브는 시작되지도 않으니까.

잡몹들을 대량으로 잡아 마석 및 판매용 정수를 수급하고, 가능하면 미샤나 에르웬에게 먹일 4등급 정수까지 수급하고자 했다.

그러나 계획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 팔자는 왜 항상 이렇지?’

이벤트가 최고 난이도로 시작된 것도 모자라, 인원은 줄고 줄어 10인으로 마지막 웨이브를 진행하게 되었다.

심지어 목표였던 엘프로트 정수도 안 나왔다.

물론 최종 보스가 정수를 뱉는다면 그 정도야 웃으며 넘어갈 수 있을 사소한 얘기지만…….

‘아마 잡기는 힘들겠지.’

전리품보단 생존을 추구해야 할 상황이다.

이 게임에서 3등급 몬스터는 그런 존재니까.

아무리 6층까지 온 탐험가라고 한들, 합도 맞춰본 적 없는 열 명으로 무사히 사냥해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괴물.

‘그래도 어쩌겠어, 해봐야지.’

몸을 일으켜 세운다.

“곧 권능이 사라질 거예요.”

여신관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정확히 얼마나 남았지?”

“10분이요.”

그래, 10분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주변을 훑었다.

멀리서 파츠란과 아멜리아가 대화를 나누는 게 보였다.

“3등급 몬스터라니, 그게 확실한 건가?”

“네가 믿지 않는다고 진실이 바뀌진 않는다.”

“마치 두 눈으로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군? [위기감지]가 그렇게까지 정확한 이능은 아닐 텐데? 감각의 형태로 정보를 전달하기에 과장되거나 축소되는 일이 많다고 들었—”

의미 없는 의심이며 대화였다.

나는 둘의 대화에서 관심을 뗀 채 한 명의 인물에게로 다가갔다.

“비요른…….”

미샤 칼스타인.

나와 함께 가장 오랜 시간 미궁에서 함께한 동료이자…….

‘연인이라고는 못하겠군.’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몸은 괜찮나?”

“그건 내가 해야 할 말일 거 같은데……?”

“나는 괜찮다. 조금 찌뿌듯하긴 하지만, 하도 오래 자서 그런 거겠지.”

이후로 나는 잠시간 미샤와 대화를 나눴다.

남들에게 말 못 한 비밀 계획을 전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야 아직 얘랑은 제대로 대화를 못 나눴거든.

재회한 다음에는 기절한 채 하루를 보냈고, 깬 다음에는 마지막 웨이브가 시작된 바람에 그럴 틈이 없었다.

“많이 걱정했었다.”

“그건… 미안하당. 저 여자가 너랑 아는 사이 같아서 도저히 두고 갈 수가—”

“그럴 때는 그냥 다음부턴 걱정시키는 일 없게 하겠다고 말하는 거다.”

“응. 안 그럴게.”

그래, 그럼 이 문제는 됐고.

이제 뭔 얘기를 하지?

“아무튼, 그래도 다들 멀쩡해서 다행이당. 사실 엄청 걱정했었거든.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이상한 기분이라니?”

“……신경 쓸 건 아니당. 지금 생각하면 그냥 너희랑 떨어져서 혼자 남으니까 괜히 불안했던 거 같당.”

하긴, 원래 사람이 그렇다.

보통은 부정적인 상상을 할 때 더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근데 우리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냥?”

안 될 건 뭐야.

저기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하는 신관도 있는데.

심지어 곰아저씨는 편지를 쓰는 중이다.

한 번 죽을 뻔하고 살아나서 그런가?

3등급 몬스터가 나타났단 얘기를 듣자마자 아내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떠오른 모양인데…….

“우락부라크! 뭔 쓸데없는 짓을 하냐! 애 이름 같은 건 나가서 직접 말해 주면 되지 않나!”

“됐고, 말이나 해봐라. 여자면 어떤 이름이 좋겠는지. 일단 너도…… 크흠, 여자 아니냐.”

뭐야, 지금 설마 애 이름을 짓고 있던 거야?

거, 괜히 나까지 불안해지게.

플래그 같은 건 그만 세워줬으면 하는데…….

“……이러니까 왠지 그때 같넹.”

“아, 1층에 갇혔을 때 말이냐?”

“응. 그때도 딱 이런 분위기였는데.”

이런 분위기는 무슨.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양반이다.

그 레이븐마저도 만약 도시로 못 돌아가게 되면 전해달라며 유언을 남겼을 정도.

아, 참고로 대부분 재산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나저나 비요른, 너는 이번에도 똑같구낭.”

“유언을 남기지 않는 것 말이냐?”

“응.”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애초에 유언을 전할 만한 사람이 미궁 밖에는 있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죽더라도 내 정체 같은 건 밝히고 죽고 싶지 않다.

그게 더 훨씬 더 좋은 기억이 될 테니까.

“근데 유언을 남기지 않은 건 미샤, 너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그건 그렇지만…….”

이내 미샤가 말꼬리를 흐렸다.

뭔가 내게 말을 전하고 싶은 눈치였던지라 나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어두운 얘기는 이제 그만하지. 애초에 그때도 결국 우리 모두 살아서 돌아왔지 않냐. 이번에도 그럴 거다.”

“……응. 네 말이니까 믿는당.”

이후 우리는 현재에 벗어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바바리안.”

아멜리아가 나를 불렀다.

“시간이 됐다.”

평온한 시간은 늘 금방 지나가는 법.

“후후, 3등급 몬스터라니. 흥분되는군!”

아이나르는 짜투리 시간 동안 숫돌로 열심히 비벼댄 대검을 쥐고 있었고.

“진짜 아이나르 씨는……. 지금 흥분할 때예요? 전부 죽을지도 모르는데?”

레이븐은 그런 아이나르를 타박했다.

“자자, 그만 싸우고. 다들 이걸 받게.”

곰아저씨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뒤덮인 편지를 동료에게 나눠주었다.

“우리가 가는 길에 광명이 비추기를.”

여신관도 길었던 기도를 끝마치고 일어섰다.

“미샤.”

“응.”

나는 미샤를 자리로 돌려보낸 뒤, 메이스와 방패를 움켜쥔 채 진형의 맨 앞에 섰다.

머지않아 우리를 감싸던 결계가 바스러졌다.

「[멸악선포]가 해제됩니다.」

주사위를 던질 시간이다.

***

[키예에에에엑-!]

[멸악선포]가 해제된 즉시, 결계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몬스터 무리가 달려들기 시작했고, 레이븐은 미리 준비해둔 마법진의 시동어를 외웠다.

“스아르툼 에베헬!”

등급 대비 살상력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일반 마법사들에게는 배움이 허락되지 않은 군용 마법.

「아루아 레이븐이 4등급 공격 마법 [붕괴]를 시전했습니다.」

그려진 마법진이 빛을 뿜어냄과 동시, 우리를 향해 달려들던 백여 마리 몬스터의 급소 부위에 붉은 표적이 생겨났다.

그리고 약 2초 뒤.

콰지지직-!

안에서부터 폭발이 일며 수많은 몬스터가 터져 나갔다. 평균 6등급의 몬스터 무리가 마법 한 방에 싹 쓸려나가 버린 셈.

물론 아무 대가 없이 얻은 결과는 아니었다.

“……저는 이제 좀 쉴게요.”

이 마법 한 번에 가진 마력의 대부분을 소모한 레이븐의 지원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얘의 역할은 최종 보스가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마력을 아끼며 MP를 보충하는 것.

“베헬—라아아아아아아!!”

고로 남은 적들은 우리의 몫이다.

[키예에에에에엑-!]

밀집되어 있던 몬스터 무리가 궤멸했으나, 여전히 몬스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상황.

콰직, 콰직, 콰직-!

나는 [거대화] 정도만 활성화한 채, 동료들이 편히 딜을 넣기 위한 ‘장벽’ 정도의 역할에만 집중했다.

잡몹들 상대로는 지금도 충분한 화력이니까.

휘이이이잇!

푸욱-!

콰아아아아앙!

에르웬, 네바르체, 곰아저씨로 이루어진 3원딜 구도.

「아이나르 프넬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포식]이 발동되며 영혼력이 회복됩니다.」

약한 다수의 적과 상대할 때 진가를 드러내는 광전사 트리의 아이나르.

4등급 탐험가인 파츠란도 1인분은 톡톡히 해주었으며, 미샤는 특유의 빠른 운신을 활용해 나를 지나쳐 후방으로 향하는 적들을 처치하는 식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진짜 잘 싸우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아멜리아였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내가 배정해둔 포지션을 거절했는데, 과연 그럴 만한 재주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

서걱-!

별동대처럼 몬스터 사이를 누비는 저 여자의 단검질에 빛이 되어 사라진 몬스터가 벌써 열을 넘어간다.

[자가복제]로 소환한 분신이 해치운 숫자까지 카운트하면 거기서 1.5배는 더 늘어날 테고.

그 때문에 조금 걱정도 됐다.

“조금은 힘을 아껴두는 편이 좋을 텐데?”

MP도 MP지만, 제일 우려되는 부분은 마나다.

기사의 상징이기도 한 ‘오러’를 사용할 때 소모되는 또 하나의 자원. 이렇게 양껏 썼다간 나중에 보스를 잡을 때 못 쓰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상태는 내가 가장 잘 아니 훈수는 그만둬라.”

“……그렇다면야.”

저렇게 말하는데 뭐라 하겠어.

게다가 쟤도 생각이 있으면 알아서 조절하고 있겠지.

실전 경험이야 나보다 훨씬 많을 텐데.

‘나는 내 할 일만 잘하자.’

방패를 들고서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는 것에만 심혈을 기울인다. 메이스는 가끔 휘두르지만, 적을 밀쳐내는 정도에 그친다.

MP는 나중을 위해 아껴둬야 한다는 판단.

[휘두르기]를 쓰는 게 아니면 열 번은 더 때려야 몹들이 죽는다.

“슬슬 괴물들이 줄어드는군.”

그렇게 몬스터들이 뱉어낸 마석이 주변에 쌓일수록, 몰려드는 몬스터의 숫자는 적어졌다.

“이거 어쩌면 신관님 기도가 통한 걸지도!”

이 사실에 곰아저씨를 비롯해 모두 반색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나는 무덤덤했다.

그야 알고 있던 내용이니까.

지금까지 싸우고 있던 몬스터들은 전부 세 번째 웨이브에서 잡지 못하고 섬을 배회하던 놈들일 뿐.

네 번째 웨이브에는 일반 몹이 없다.

하긴, 양심이 있으면 이래야지.

3등급 몬스터가 보스로 나오는데 여기에 잡몹까지 바글바글하면 그걸 어떻게 잡아?

“좀 더 힘을 내보죠!”

아무튼, 긍정적인 소식에 무리의 사기가 조금 더 올랐다.

그리고…….

“이제 주변에는 더 없는 듯하군.”

시간은 흘러 마침내 잡몹 정리가 끝났다.

우리는 재빠르게 마석만을 줍고서 진형을 재정비했고, 짧은 휴식을 취하며 기다렸다.

그로부터 한 10분쯤 더 지났을까.

“왔군.”

어느 방향이냐 묻는 이는 없었다.

아멜리아의 읊조림에 모두가 고개를 들어 한곳을 응시했다.

쿠웅.

육중한 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수풀 너머.

쿠웅-!

놈이 나무를 부러뜨리며 모습을 내비치고 있었다.

[크오오오오오오—!!]

우리가 처음으로 상대하게 된 3등급 몬스터.

놈을 목도한 즉시 레이븐이 소리치며 알고 있던 정보를 공유했다.

“……스, 스톰거쉬예요!”

바다의 오우거라고도 불리는 놈이었다.

***

스톰거쉬.

바다의 오우거라는 별명을 지닌 3등급 해수종 몬스터. 조금 더 상세하게 분류를 하자면, 일단 갑각류에 가깝다.

바닷가재 같은 생김새라는 뜻은 아니다.

5m에 이르는 비대한 몸뚱이가 두껍고 단단한 껍질들로 덮여 있을 뿐, 기본 형태는 리자드맨과 비슷하다.

쿠웅-!

길게 뻗어 균형추 역할을 하는 꼬리.

삐죽 튀어나온 주둥이.

이족 보행인 점이나, 저 미친 피지컬을 지닌 주제에 무기를 쓴다는 점까지.

쿠웅-!

이내 놈이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자,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저게 3등급 몬스터…….”

7층에 진입한 클랜들이 수십 명이서 사냥해야 하는 규격 외의 괴물.

이 정도 크기의 대형 몬스터와 싸워본 적은 많지만, 놈이 내뿜는 불길한 존재감은 그런 몬스터들과 궤를 달리했다.

그래 봤자 계층군주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나는 서둘러 소리쳤다.

“전투 준비!!”

다들 뭘 얼타고 있는 거야?

이미 놈의 사정거리 안이구만.

[크오오—!!]

거대한 작살을 손에 든 놈은 육중한 몸집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민하게 움직이며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따라서 바로 거대화(초월) 모드를 켰다.

그래, 일단 저런 놈과 싸우려면 사이즈부터 맞춰야지.

「근력에 비례해 체격이 커집니다.」

순식간에 부풀기 시작한 전사의 육신.

달려들던 놈의 눈빛이 조금 변한다.

단순히 사냥감을 보던 눈에서 적을 대하는 눈빛으로.

하긴, 저번에 이 상태로 키를 재봤을 때 5m가 조금 넘었지 아마? 자기랑 같은 눈높이를 지닌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을 거다.

“베헬—라아아아아아아!!”

이내 [야성분출]로 육체 수치까지 뻥튀기하며 달려나갔다. 첫 번째 수 교환에서 힘으로 밀리면 얕보일 게 분명하다는 판단.

콰아아아아앙-!

몇 발 떼기 무섭게 놈의 삼지창이 내 방패를 강타했다.

묵직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일격.

‘역시 이 상태로도 밀리는구나.’

받아낸 것이 아니라 부딪친 것임에도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간다. 혼령각인 [합일]을 얻은 후로는 거의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다.

넉백 보정 보너스가 붙은 건 아니지만, 장비에 [거대화]가 적용되고서부터 내 중량을 말할 땐 t 단위를 쓰는 게 훨씬 편해지게 되었으니까.

“다들 뭐 하나, 덤비지 않고!”

내가 뒤로 튕겨나기 무섭게 아이나르가 아다만티움 대검을 휘둘렀다.

「아이나르 프넬린이 [야성제어]를 시전했습니다.」

「다음 공격의 조건부 발동 효과가 모두 절삭력으로 변환됩니다.」

타격 시 보너스를 가진 효능이 절삭력으로 전환되는 다양한 ‘변환계’ 스킬 중 하나. 거기에 대검의 무게와 내리찍는 힘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카칵-!

아이나르의 대검은 고작 1cm가량을 파고들며 껍질에 흠집 정도나 낼 뿐이었다.

아이나르의 능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저놈이 무지막지한 괴물이라고 보는 게 옳다.

괜히 바다의 오우거라 불리는 게 아니니까.

물리 내성이 미친 수준이다.

뭐, 메인 딜러는 따로 있으니 상관없다마는.

“잠깐, 빌리지.”

이내 아멜리아가 내 어깨를 밟고 도약해 놈의 어깨 부위에 단검을 내리찍었다.

단검에는 물리 내성 90% 무시의 효과를 지닌 오러가 넘실거리는 상황.

푸욱-!

아멜리아의 단검이 손잡이 부분까지 깊게 박혔다가 빠져나왔다.

피슈우우웃-!

압력 차로 인해 상처 부위에서 치솟는 진녹색 체액.

하나 유의미한 일격은 아니었다.

저 정도 상처로 행동에 지장이 생기거나 아파할 정도로 연약한 몬스터가 아닐뿐더러…….

얘, 재생력도 엄청 높거든.

후우웅-!

이내 놈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아멜리아를 할퀴었다. 내 민첩 수치에 두 배는 될 법한 빠른 움직임.

다만 진짜 민캐를 잡기에는 부족했다.

타닷.

아멜리아가 백스텝을 밟으며 놈의 반격을 회피한 즉시, 나는 더 날뛰지 못하게 다시금 거리를 좁혔다.

힘에서 부족해 일대일 마크가 아직 안 되는 것?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지이이이익.

일단 내가 메인 탱커라지만, 나 혼자 놈을 막아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껍질 도마뱀! 비요른한테서 떨어져라!”

아무리 창질 한 방에 뒤로 밀려난다고 한들, 옆에서 놈의 시선을 분산시켜 줄 전사들이 여럿 있다.

“미샤, 파츠란! 너희도 얼른 도와라!”

나는 신속하게 오더를 내렸다.

“절대 가까이 붙지 말고 나를 공격할 때만 달라붙어라!”

레이드 도중에 근딜이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사항이기도 한 그것. 내 지시에 따라 최전선이 갖춰지자 그래도 전투가 성립했다.

[쿠오오오오!!]

큰 평타는 내가 전담해서 탱킹.

내가 뒤로 밀려나면 근딜들이 접근해서 시선 분산.

그 틈에 나는 다시 달라붙어서 어그로를 끌고, 그사이에 아멜리아가 틈틈이 딜을 넣는 과정의 반복.

“상처가 벌써 아물고 있다. 레이븐 너는 ‘악화’부터 걸어라! 그리고 놈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전부 말하고!”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는 도중에 레이븐은 지원 마법을 펼치며, 실시간으로 놈에 관한 정보를 브리핑했다.

“바, 바닥! 스톰거쉬가 발로 바닥을 내리찍을 때는 멀리 벗어나야 해요! [폭풍의 눈]이라는 이능을 쓸 때의 동작인데…….”

공략법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데이터.

다만 이조차 내가 동료들에게 미리 말해두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야 공략법 같은 걸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것도 3등급이란 것만 알지, 어떤 몬스터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래도 레이븐이 잘 알고 있으니,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네.’

아마 레이븐이 없었다면 내가 브리핑을 해야만 했을 거다.

다 같이 맞으면서 배우는 척하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니까. 이런 괴물과의 싸움에선 한 방이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지고는 한다.

예를 들면…….

「스톰거쉬가 [폭풍의 눈]을 시전했습니다.」

그래, 방금 레이븐이 말한 바로 이것처럼.

쿠웅.

놈이 땅을 발로 내리찍은 후, 1초도 되지 않아 반경 5m에 소용돌이가 치며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빨아들였다.

휘이이이익!

한 걸음 뒤에서도 몸소 느껴지는 풍압.

“물러나라!”

혹여나 휘말릴까 반경에서 벗어난 이들이 한 걸음 더 거리를 벌렸다.

아, 물론 나는 정반대였다.

타닷.

반경에서 물러서기는커녕 회오리 안으로 몸을 들이민다.

“비, 비요른? 어딜 가는 거냥!!”

[폭풍의 눈]은 오오라 형태 스킬이거든.

저 회오리는 해당 지점이 아니라 놈의 주위에 5초간 지속된다.

쉽게 말해, 놈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면 누군가는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

누군가는 도맡아서 홀딩을 해야 안전하다.

휘이이이이익-!

반경 내에 들어선 순간, 바람이 휘몰아치며 온몸을 감쌌으나 내가 놈에게로 자석처럼 빨려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캐릭터의 총중량이 1,000kg 이상입니다.」

「특수 효과 [폭풍의 눈]을 무시합니다.」

암, 이런 몸뚱이가 고작 바람에 날아가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어?

휘익-!

진짜 문제는 눈 뜨기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찔러진 삼지창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콰앙-!

손이 멋대로 움직여 창을 가로막았다.

그간 몸을 이리저리 막 굴리고 다닌 덕인가?

‘와, 이걸 반응하네.’

이제 정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구나.

콰앙! 콰앙! 콰앙-!

그렇게 직감에 의지해 세 번 정도 더 창을 막아냈더니 어느새 회오리가 잦아들었다.

오케이, 그럼 이제 거리를 벌려도 되겠고.

타닷.

뒤로 물러서자 바람 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던 레이븐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얀델 씨, 방금 그게 무슨 짓이에요!! 제가 바로 전에 말했었는데……!!”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일원을 향한 다그침.

그러나 바바리안인 내가 해줄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까먹었다는 건 아무리 나라 해도 좀 그러니…….

“아, 미안. 왠지 그래야 될 거 같았다.”

애초에 마법사인 네가 먼저 말해줬어야지.

무거운 사람은 저거에 안 빨려갈 수 있으니, 들어가서 붙잡고 있으라고.

쯧, 이래서 현지인 마법사들이란.

‘후, 그런 기본적인 것도 책에 안 쓰여 있나?’

나로서는 통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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