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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바바리안으로 살아남기-490화 (490/549)

490화 선전포고 (1)

플레이어로서의 호기심과 놈을 향한 악감정으로 세 번째 선택지를 물었을 뿐, 사실 이미 내가 내릴 결정은 정해져 있다.

다른 문을 골랐을 때 뭘 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무엇을 준다 한들, 믿을 수 있는 세 명의 동료의 값어치보다 클 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저걸 나 혼자서 잡는 건 불가능할 거 같고 말이지.’

그리 생각하며 나는 놈을 쓰윽 살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이 느껴졌다.

나와는 전혀 다른 생물을 보는 듯하달까.

“결정을 내린 모양이군.”

“그래, 나는 저 문으로 나갈 거다.”

그리 말하며 실제로 발걸음을 옮기자, 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지켜보았다.

내 선택을 존중하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터벅.

이내 문 앞에 멈춰 선 나는 고개 돌려 놈에게 물었다.

간단한 이유였다.

그냥 이대로 가버리면 계속 신경 쓰일 거 같단 말이지.

“만약… 우리 중에 누군가가 네 수작에 넘어가 배신했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였지?”

나조차도 처음 겪어 보는 히든 피스.

일단 어찌어찌 잘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내심 계속 그 부분이 궁금했다.

다행히 놈은 흔쾌히 답해주었다.

“정해진 섭리에 따라, 나의 분신이 힘을 얻었을 것이다.”

“…역시 그런 식이었군.”

어쩐지 최대한 살려놓고 배신을 종용하더라니.

슬슬 이 공간의 설계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결국 최후에는 혼자서 보스전을 펼쳐야 하는데, 배신이 발생했을 시엔 그 보스전 난이도가 상승하는 것.

‘그리고 보스전에서 지면 석문이고 뭐고 그냥 그대로 게임 오버였겠지.’

게임이었으면 호감도와 신뢰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었어야지만 이런 방식으로 클리어를 할 수 있었으려나?

아무튼, 덕분에 많은 의문이 풀렸다.

다만, 내친김에 한 가지 더 묻기로 했다.

“너는… 대체 뭐지?”

“무슨 의미인가?”

“무슨 뜻인지는 이미 알고 있지 않나?”

미궁 내에서 몬스터와 대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랜만에 보는 생명체로군. 자네들은 대체 어디서 왔나?]

핏빛성채의 뱀파이어 공작 캠보르미어.

[욕심에 사로잡힌 제국의 들개들이여. 내 오늘 너희를 징벌하리라.]

백색신전에서 만난 종말의 기사.

[어느 누구도 모르는 거짓이라면……. 그게, 진실과 다를 게 뭐지?]

도플갱어 등등.

비슷한 경우가 여럿 있었으나, 그것은 결국 정해진 대사를 치는 느낌에 가까웠다.

실제로도 머지않아 이성을 잃고 무조건적인 적의를 보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놈은 다르다.

명확한 주체가 있는 듯한 느낌.

‘게다가 아까 의미심장한 말도 했고 말이지…….’

놈은 배신자가 나왔을 경우를 설명하며 분명 이렇게 말했다. 정해진 섭리에 따라, 나의 ‘분신’이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뭐라 딱 잘라 말은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알게 된 이런저런 정보를 조합해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던전 앤 스톤]이 이 세계관을 토대로 제작된 게임인 것처럼.

미궁 역시 분명하게 무언가를 본 따 만들어졌다.

나는 조심스레 추측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혹시… 이 미궁에서 만난 마물들은 전부 원본이 따로 있는 거냐? 너도 원본인 거고?”

녀석은 침묵을 지키며 나를 빤히 바라만 보았다.

고민을 하는 듯한 모습에 왠지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놈의 답변을 듣는 순간, 이 미궁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글쎄.”

놈이 오랜 침묵 끝에 고개를 내저었다.

“너라면 언젠가 알아낼지도 모르겠군.”

그것이 놈과 나의 대화의 끝이었다.

쿵-!

굳게 닫혀 있던 석문이 활짝 열림과 동시에 무언가 툭 하고 내 등을 밀었다.

***

「당신은 미궁에 깃든 거대한 공포를 완벽하게 이겨냈습니다.」

「No.12 ‘신뢰’가 영구적으로 귀속됩니다.」

「이름 없는 순례자가 영원히 미궁에서 모습을 감춥니다.」

「특수 조건 - 일그러진 기억이 영구적으로 삭제됩니다.」

「감춰져 있던 지역이 개방됩니다.」

「최초로 달성된 업적입니다.」

「당신이 남긴 위대한 족적은 명예의 돌에 새겨져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

.

.

「미궁이 폐쇄되었습니다.」

「캐릭터가 라프도니아로 이동합니다.」

***

꾹 닫힌 눈꺼풀 위로 얹어지는 따스한 빛.

멍하니 고개를 들어 눈을 뜨자 우중충한 하늘이 나를 반긴다.

나는 한참이나 넋을 잃고 이를 올려다보았다.

“…….”

살아 돌아왔구나.

매번 느끼지만, 저 하늘을 볼 때면 어찌나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물론 그 시간은 극히 짧았다.

“…비요른 얀델이다.”

“계층군주를 잡겠다고 하던데, 그건 어떻게 됐으려나……?”

“정말로 다섯 명이서 성공한 건 아니겠지……?”

나를 알아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한 탐험가들.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검문소로 향했다.

검문소에는 딱 한 명이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훼방꾼들을 심문하기 위해 레이드 장소에서 빠져나가 있던 아멜리아였다.

“……다행이다. 멀쩡히 돌아와서. 미궁이 닫힐 때까지 나타나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나?”

검문소 앞에서 초조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날 발견하자마자 긴장이 탁 풀린 듯 숨을 내뱉었다.

그러나 뒤늦게 또 다른 걱정이 피어났을까.

“사상자는?”

우리 쪽 상황을 전혀 모르던 아멜리아는 일의 성패보다는 피해를 먼저 확인하고자 했다.

다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없다. 아니… 없을 거다.”

“없을 거라고……? 그게 무슨 뜻이지?”

“…설명하기 복잡하다.”

일단 전부 살아 있을 거라고 듣기는 했는데, 직접 봐야 마음이 놓일 거 같아서 말이지.

“잠시 기다리지.”

아멜리아는 본인도 궁금한 게 많을 터인데도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검문소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하나둘 동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작은 에르웬이었다.

“아, 아저씨…….”

검문소를 향해 뛰어오던 에르웬은 나를 발견하고 진이 다 빠졌는지, 맨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거… 꿈 아니죠……?”

“걱정 마라. 틀림없는 현실이니까.”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하긴 얘 입장에서는 어그로를 끌다가 죽었는데 눈을 떠보니 깨어난 느낌이겠지.

“전부 도착하면, 그때 설명해주마.”

그 말을 끝으로 머지않아 베르실 고울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왜 이렇게 늦은 거냐. 걱정했지 않나.”

“미, 미안해요. 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서… 그, 근데 이거… 꿈 아닌 거죠……? 저, 저는 분명히 죽었는데…….”

마찬가지로 에르웬과 비슷한 반응을 내보이는 베르실.

이에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죽었다니……?”

“아까도 말했듯 설명하기 복잡하다. 이따가 다 모이면 한번에 얘기해주마.”

“……알겠다.”

이후 발발 떠는 베르실을 진정시키며 한참을 더 검문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마침내 아이나르도 모습을 드러냈다.

“비, 비요른……!!!!”

저 멀리서부터 소리를 내지르며 존재감을 내비치는 아이나르.

그제서야 나는 참아왔던 안도의 숨을 토해냈다.

“후우…….”

이제야 실감이 났다.

정말 모두 살아서 돌아왔다는 게.

“……뭐, 뭐냐! 이게! 호, 혹시 전부 꿈이었던 거-냐?! 나는 분명 죽—!”

묘한 여운에 잠기기도 잠시, 나는 서둘러 아이나르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읍! 으으읍! 윽윽!”

“조용히 해라. 안 그래도 너 때문에 다들 여기만 보고 있으니까.”

“…….”

“우선 자리부터 옮기자. 그다음에 다 설명을 해줄 테니까.”

전부 모인 후에는 신속하게 검문소를 지나서 거리로 나왔다. 늘 그렇듯 검문소 앞은 탐험가들의 지인,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

“베르실, 컴멜비에 있는 자택으로 가려는데 괜찮나?”

“저는 상관없어요. 아무래도 대화를 나누기엔 그쪽이 더 안심이 될 거 같기도 하고요.”

“그럼 됐군.”

이후 우리는 공용 승강장으로 가서 귀족칸 마차를 타고 컴멜비로 향했다.

번화가에 살 때의 단점이었다.

7구역에 살 때는 그냥 걸어서 집까지 가면 됐는데.

“단장님! 오셨습니까!”

이내 집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아우옌이 나와 우리를 반겨줬다. 집 안에서는 식욕을 돋게 하는 음식들 냄새로 가득했다.

우리가 올 시간에 맞춰 요리까지 해둔 거야?

“고맙다. 근데 나눌 얘기가 있으니 잠깐 올라가 있겠나?”

“…물론입니다. 편히 쉬시고,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아우옌이 방으로 올라간 다음에는 베르실에게 부탁해 음성 제어 마법을 활성화시켰다.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아, 물론 음식에 손을 대는 사람은 아이나르와 나뿐이었다.

“얀델 씨… 먹지만 말고 말해보세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아, 그렇지. 그 얘기부터 해야지.

나는 입에 넣은 것들만 마지막으로 꼭꼭 씹어 삼킨 뒤에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결국 핵심은 이거였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나머지 동료들이 전부 죽어야지만 깰 수 있는 형식이었다는 거네요. 한 명만 살아남아 적을 무찔러도 모두 살아서 깨어날 수 있고.”

“그래, 그렇지.”

마지막에 놈과 나눴던 대화를 제하고서 내가 겪은 일과 알아낸 것을 전부 설명해주자, 아멜리아가 묘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너… 괜찮은 거냐?”

“응? 뭐가?”

“네 성격상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텐데.”

아, 그거…….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괜찮다.”

중간에 멘탈이 나가는 일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아니, 솔직히 말해 굉장히 많았지만.

그래도 결과만 좋으면 됐지?

아무튼, 내 이야기는 이만하면 된 듯했기에 슬슬 나도 질문을 시작했다.

“아멜리아, 너는 어떻게 됐나?”

심문 결과를 묻자 아멜리아의 안색이 크게 어두워졌다.

“증거는 얻지 못했다. 그저 암시장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의뢰주가 누구인지는 자기들도 모른다고 하더군.”

“그런가…….”

아쉽긴 해도 아멜리아를 탓할 부분은 아니었다.

뭐, 알미너스 백작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죽었다가 살아나서 그런지 그렇게 중요한 문제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아, 그리고 또…….”

“…그리고?”

“아니다. 이건 나중에 말해주겠다.”

얘가 이러니까 갑자기 불안해지는데.

일단 나중에 말해준다니, 당장은 묻지 않고서 그냥 넘어갔다.

“그나저나 에르웬, 너는 어떻게 됐던 거냐?”

“……아, 저요? 죄송해요. 믿고 맡겨주셨는데, 도무지 도망칠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떨쳐내도 정신을 차리면 바로 뒤까지 따라와 있더라고요. 마치 순간이동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순간이동이라…….”

어쩌면 정말 그런 능력도 있었을지 모른다.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발동되는 식으로.

“근데 그때는 이상했던 게, 죽기 전까지도 계속해서 설득을 하더라고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서.”

에르웬이 말해준 이야기는 몇 문장으로 끝날 만큼 짧았지만, 그 이야기 속에 담긴 고뇌와 마음고생을 나는 그 누구보다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에르웬, 고생했다.”

“…아니에요.”

자, 그럼 이 다음은 베르실의 차례.

“베르실 고울랜드.”

“…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알겠지만, 다시는… 그러지 마라.”

“네…….”

얘는 잠깐 혼내고만 넘어갔다.

진짜 중요한 건 이 다음이었으니까.

“근데 아이나르…….”

“……응?”

조심스레 말을 걸자, 우직하게 식사를 이어가던 아이나르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반드시 확인을 해야 했다.

“그 있지 않냐… 마지막에… 어디까지 기억을 하고 있냐?”

“어디까지 기억을 하냐니? 뭔 소리냐?”

“내가 너한테 했던 말을 기억하냐는 뜻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했던 악령 고백을 제대로 들었냐는 뜻. 아이나르가 천연덕스럽게 포크로 고기를 집으며 답했다.

“아, 그거……? 뭐라고 말을 하는 거 같기는 했는데…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그때는 기절하기 직전이라 잘 들리지도 않았고.”

흐음, 진짜인가?

표정 변화를 유심히 지켜봤으나 이상한 부분은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진짜 못 들은 모양이다.

하긴, 들었으면 진작에 노발대발 난리를 쳤겠지.

“왜, 뭐라고 했는데?”

“아무것도. 별말 아니었다.”

“그래?”

얼른 화제를 마무리하자 아이나르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간 반면, 옆에 있던 여자들이 난리였다.

“왜요, 저는 어떤 말이었을지 알 거 같은데.”

“얀델, 이 녀석은 의외로 감성적이니까.”

“………다들 왜 그러세요. 무안하시겠어요.”

뭐래…….

나는 대꾸하기보다는 그냥 밥이나 먹는 걸 택했고, 얘네들도 이제 좀 궁금증이 풀렸는지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며 자유로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때였다.

“그나저나… 얀델 씨. 그 팔찌는 뭐예요? 원래도 끼고 계셨나요?”

베르실의 조심스러운 질문을 듣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뭐야, 이거…….”

낯선 팔찌가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

처음 보는 장비에 당황하기도 잠시.

에르웬과 아멜리아도 식사를 멈추고 중얼거렸다.

“어… 전 먼저 말을 안 하시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설마 본인도 모르고 있던 걸 줄이야.”

이걸 왜 이제야 눈치챘지?

“혹시 그게 보상인 거 아닌가요……? 다섯 명이서 토벌에 성공할 시 얻을 수 있다는… 그 보상요.”

베르실은 그런 추측을 내비쳤으나, 결과만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정석적인 방법의 5인 클리어에서의 보상은 팔찌 같은 게 아니니까.

심지어 나는 보상 선택 때 동료를 살리는 것을 택했다.

‘…그런데 설마 전부 살려서 돌아오는 거 말고도 보상이 더 있던 건가?’

어… 하긴, 생각해보면 그렇지?

10년 가까이 플레이를 하면서도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꽁꽁 숨겨져 있던 히든피스다.

한데 고작 생환이 보상의 전부라니?

오히려 그쪽이 말이 안 되는 셈.

딸깍.

이후 팔찌를 벗어서 요목조목 살펴보던 나는 그대로 굳었다.

딱 보자마자 떠오르는 물건이 있었다.

하나 확실하지는 않았기에 베르실에게 건네 감정을 받아보았다.

레이븐도 못 딴 ‘특수 감정사’ 자격증을 가진 베르실은 몇 번 살펴보지도 않고서 이 팔찌의 정체를 알아냈다.

“이, 이거……. 더블 넘버스예요…….”

그래, 진짜 그거인 거구나.

이런 보물들에 관심이 많던 아멜리아의 눈이 반짝였다.

“잠깐, 더블 넘버스인 팔찌라면…….”

딱 하나뿐이다.

No.12 신뢰.

설마 고정 보상인 건가?

히든피스 컨셉을 생각하면 이것보다 더 알맞은 아이템이 없을 거 같기는 한데.

‘……더블 넘버스가 고정 보상인 이벤트라니.’

대체 발동 조건이 뭐지?

그것만 알면 템복사도 가능할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딸랑, 딸랑.

현관문에 설치해 둔 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방문객이……?’

일단 식사를 멈추고 문을 열자 모즐란 출신으로 추정되는 기사 무리가 보였다.

“얀델 남작님을 뵙습니다.”

나쁜 일로 온 것은 아닌지, 눈을 마주치자마자 정중하게 인사를 해오는 기사들.

얼른 인사를 받아주고서 용건을 확인했다.

“…지금으로부터 2시간 전, 명예의 돌에 새로운 위업이 적혀졌습니다.”

새로운 위업?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기사가 말했다.

“얀델 남작님의 위업입니다.”

이제 보니, 보상이 팔찌 하나로 끝이 아니었던 모양.

서둘러 돌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돌처럼 굳었다.

[개벽 157년, 바바리안족의 위대한 전사 비요른 얀델과 그의 동료들이 공포의 군주 드레드피어를 무찌르고 숨겨진 지역을 개방했다.]

설마 해금 가능한 지역이 더 남아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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