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화 행영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다.
평지 길에 비해서는 분명히 좁았다.
하지만 산길 중에서는 그나마 넓은 길이었고 어느 정도의 군사들이 지날 수 있었다.
고개를 넘은 군사들이 병장기 소리를 내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어휴, 이제야 살 것 같다.”
“막바지에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구마.”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을 조심해야 한다. 다리에 힘이 풀린 상태로 터덜터덜 걷다간 발목이 접혀버릴 수 있다. 근데 상감마마께서 우리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셨다던데 사실이니?”
열 맞춰서 행군하던 병사가 친우인 옆의 병사에게 물었다.
그 말을 듣던 친우가 무슨 개소리냐는 식으로 물어본 병사를 쳐다봤고, 뒤에서 따라가던 병사가 바짝 붙어서 대신 대답해 줬다.
“내 눈으로 봤다.”
“정말로?”
“전하께서 부상자들을 보신다고 행영 남쪽 진채에 가셨지비. 내가 진채에 있었는데 아이 하나가 죽어서 전하께서 눈물을 흘리신 것을 똑똑히 봤다.”
“그러면 풍문이 진짜였네.”
“진짜지비. 전하께서 우릴 위해서 눈물을 흘리셨는데 우리가 죽는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으실 분은 아니다. 우린 식구들과 나라뿐만이 아니라 전하를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
병사들이 걸으면서 상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상감이 아이의 죽음으로 눈물을 흘렸었다는 이야기가 병사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 아이를 살리려고 했으니, 그러한 이야기가 목격자들을 통해서 증언되고 있었다.
싸우다 죽더라도 상감이 슬퍼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것으로 인해서 전의가 불타올랐다.
행군 속도를 높이면서 전장으로 향하는 가운데, 군관의 외침이 계곡에서 울려 퍼졌다.
“정지!”
“……?”
병사들이 일제히 멈추게 됐다.
그리고 일부 군사들뿐만 아니라 진군하던 모든 군사가 멈추면서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목을 쭉 빼면서 앞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리고 명령을 내린 군관에게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슴메? 나으리?”
병사의 물음에 군관이 대답했다.
“이곳에서 진을 친다.”
“야?”
“회령진까지 간 후에 강을 건너는 것은 적을 속이기 위함이다. 진짜는 이곳에서 진을 치고 적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니 속히 말목을 내리고 장애물을 세워라. 적 기병이 함부로 달릴 수 없도록 만들어라.”
“…….”
“시간이 없다! 어서 움직여라!”
“예! 나으리……!”
이유를 듣게 된 병사들이 어리둥절했다.
설명을 들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명령하는 군관도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오직 장수로 불리는 자들만이 적을 어떻게 상대할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도 군관 못지않게 소리치면서 병사들을 움직이게 했다.
“어서 진을 쳐라!”
“서둘러라!”
“이곳에서 적을 맞이한다!”
상관의 명령을 따라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끌고 온 수레에서 나무를 내리고 줄을 엮으면서 갖은 장애물과 목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나무 끝을 앞쪽으로 세우면서 말을 탄 적이 함부로 달려오거나 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모습이 매우 분주한 것처럼 보였다.
일부 병사가 진을 치는 일에서 벗어나면서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몰래 빠지려 했던 자들이었다.
“뭐야, 이놈들… 어째서 여기서 진을 쳐……?”
“우리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뭐라고……?”
“놈들의 본영을 노리는 것을 아니까 여기에다 진을 쳐서 막는 거야…! 저 계곡에 매복이라도 있으면 끝장이야……!”
“……!”
조선군이 진을 치는 장소가 매우 치명적인 곳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간자들이 어찌할 바 몰랐고, 어떻게든 추장인 칸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군사들을 돕는 백성들처럼 보이면서 은밀히 움직이면서 전투 전에 나와야 했다.
하지만 일일이 조심히 하면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전사들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급히라도 움직여야 했다.
그 모습이 한 무관의 시선 속에 잡히게 됐다.
무관이 병사들에게 지시하자, 그의 명을 따른 병사들이 속히 간자들을 포위했다.
“간나 새끼! 뭘 알리러 가는 거니?! 이미 늦었는데!”
“……?!”
“무기를 날래 버려라! 그러지 않으면 네놈들의 가슴에다 화살을 박고 목을 벨 테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버려!”
“큭……!”
빈틈없이 틀어막으면서 간자들이 도망칠 수 없게 했다.
궁지에 몰린 간자들이 칼을 뽑고 맞서보려 했지만, 이미 시위에 장전된 화살이 그들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다.
또한 주위를 둘러싼 조선군 병사들은 그야말로 몇 번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노련한 병사들이었다.
결코 포위망에서 간자들이 빠져나갈 수 없었다.
때문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야만 했다.
“망할…….”
“엎드려! 간나 새끼덜!”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단단히 묶어!”
무기를 버린 간자들에게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팔과 다리를 붙들면서 쉽게 끊어지지 않는 새끼줄로 몸을 묶기 시작했다.
잠시 후 흙투성이인 간자들이 일으켜 세워지면서 끌려갔으니, 그것에 관한 보고가 지시를 내린 이순신에게 전해지게 됐다.
그리고 이순신이 상관인 김우서에게 보고를 올렸다.
상감과 문관인 이제신을 대신해서 무관인 김우서가 북병영의 군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가 이순신의 보고를 듣고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간자에 대한 경계가 철저하군. 누군 병력이 부족해서 체탐자를 쓸 수 없었는데, 자넨 그런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들을 쪼갰었지. 전하로부터 눈에 띄는 기회도 운 좋게 얻게 되었고 말야.”
비꼬는 듯한 말투에 이순신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전장에서는 적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디에 있고 무엇을 꾸미는지 안다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라 여깁니다. 때문에 적정을 구하는 데에 있어서 군사를 아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이순신을 보면서 김우서의 눈두덩이 꿈틀거렸다.
자신 또한 방어사로 부임했을 때 적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었다.
하지만 전황이 급하여 미처 실행에 옮기지 않았었다.
오직 이순신만이 체탐자를 쓰면서 적정을 구했었다.
다른 장수나 군관들은 그것을 생각지 않았었던 것처럼 모양새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이 김우서와 다른 장수들에게 탐탁지 않게 여겨졌다.
대답하는 이순신의 태도조차 아니꼽게 보이는 가운데, 김우서가 심기를 다스리면서 다시 이순신에게 말했다.
“전하께서 자네를 매우 아끼시는 것 같더군. 자네를 뒤로 빼시겠다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어째서인지 자네가 내 밑에서 싸우게 됐네. 혹시 전하께서 자네를 보셨는가?”
본래의 명령인 이순신의 차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상감이 이순신을 뒤로 물리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순신이 김우서의 지휘를 받으면서 싸우게 됐다.
정황 설명 없이 오직 통보만 받았었던 김우서가 물었고 그의 물음에 이순신이 차분한 말투로 대답했다.
“전하께서도 소장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 있나?”
“소장이 앞에 서서 싸우겠다 말씀을 드렸습니다.”
“뭐?”
“소장은 권관이기에 누구보다 앞에서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병사들이 따를 것이며, 만약 소장이 물러나게 되면 소장의 상관이 앞에서 싸워야 합니다. 그것은 결코 순리가 아닙니다. 소장은 소장의 직분에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차분한 말투였지만 깊은 의지가 실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김우서가 이순신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게 됐다.
‘전하의 명을 거스르다니. 하지만 기회를 틈타서 뒤로 내빼는 자는 아니로군.’
부정적인 평가에 긍정적인 생각이 조금이나마 깃들기 시작했다.
후방으로 물러나라는 어명을 지키지 않았지만, 무관답게 앞장서서 싸우려는 그 모습이 나쁘지 않게 보였다.
그리고 다시 어명이 내려지면서 자신의 아래에서 싸울 수 있게 됐다.
그런 이순신을 보다가 피식하면서 웃어버렸다.
주제넘은 짓을 하는 자였지만 의도가 나쁘다 여길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사정이나 기분을 맞춰주지는 않아도 정직했다.
진을 치는 군사들을 한 번 살핀 후에 이순신에게 말했다.
“자네가 말한 대로 온성부사가 중앙을 지킬 것이네. 그리고 자네는 왼쪽을 지킨다고 했었지.”
“예. 영감.”
“적은 기병이라서 작정하고 달리면 중앙이 그대로 뚫릴 수 있네. 그럼에도 온성부사를 돕지 않고 왼편에서 적을 막겠다는 것인가?”
의문점이 있었기에 이순신에게 물었다.
그 말을 듣고 이순신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계곡길 중앙으로 아군이 집중되어 있으면, 좌측에서 뚫리게 됩니다.”
“초목이 낮은 지대라서 말인가?”
“길에서 벗어나 있지만 충분히 기병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바위가 한두 개씩 있고 경사까지 져 있기에 방비만 충실하다면 결코 뚫리진 않습니다.”
“허면, 길 중앙은?”
“중앙엔 온성부사께서 계십니다.”
“온성부사…….”
“온성부사 나으리의 활쏘기 실력이라면 돌진하는 적을 충분히 상대하실 수 있습니다.”
이순신의 계획대로 군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온성부사의 무예를 어떤 뜻으로써 말하는지 김우서가 직감하게 됐다.
가만히 이순신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의견에 동조해줬다.
“자네의 말을 한 번 믿어보지. 어차피 전하의 명이기도 하니까 말일세. 내가 뒤를 받쳐주고 있을 테니, 자네는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싸우도록 하게. 그리고 자네 말대로 적을 물리칠 수 있기를 바라네.”
“예. 영감.”
“가서 적을 막아낼 준비를 하게.”
“예!”
이순신이 명을 받들면서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군사들을 이끌며 계획했던 위치로 향했으니, 북병영의 각 장수와 군관들이 방어사인 김우서로부터 명을 받고 움직이게 됐다.
목책과 장애물을 세우면서 함부로 기병이 달리 수 없도록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군사들이 서면서 빈틈을 메웠다.
신기전을 쏠 수 있는 화차와 화포를 준비하면서 원거리에서 군을 진원하려고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고 군사들의 소리침이 잦아들면서 고요함이 찾아왔다.
행영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끝에 고개가 있었다.
고개 측편에 기병이 오르기 힘든 고지가 있었으니, 그 위로 이연과 신하들이 함께 오르게 됐다.
말을 타지 않는 겸사복을 비롯한 500 금군도 따라올라 상감의 곁을 지켰다.
류전을 비롯한 신하들이 거칠게 숨 쉬었다.
류성룡과 윤두수가 땀을 뻘뻘 흘리는 가운데, 이이도 숨소리를 키웠다가 호흡을 진정시켰다.
“후우… 후우…….”
심호흡으로 천천히 숨을 골라냈다.
그리고 고지에 올라선 이연의 뒷모습을 보았으니, 상감을 걱정하는 병조판서의 뒷모습 또한 보게 됐다.
류전이 숨소리를 일으키면서 상감의 행동에 아쉬워했다.
“그…그래도 전장인데… 아무리 후방이라시지만… 헉, 헉……!”
숨을 고르는 데에 시간이 걸려서 혼잣말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다.
이를 지켜본 윤두수가 류성룡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아니, 대사헌으로서 전하께 충언을 올려드리지 않았소……?”
“오…올려 드렸소…….”
“그런데 어찌……!”
“어명이시잖소… 나라고 전하를 염려하지 않아서 전장에 계셔서는 아니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겠소? 전하께 간언을 올려드렸지만 받아주시지 않으셨소… 정히 염려되면 한성부 좌윤이 나서 보시오……!”
다소 짜증을 내듯이 윤두수에게 류성룡이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윤두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마치 직무유기를 벌인 사람을 보는 것처럼 류성룡을 보다가, 상감에게 행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충언을 올리려고 했다.
그때 생각에 잠겨 있는 상감을 보면서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이연이 고갯길 아래 계곡을 내려다보면서 어떠한 기억에 잠겨 있었다.
‘분명히 어명이라고 말했었는데, 기가 막혀서…….’
계책을 내놓은 이순신을 중용코자 했다.
그를 통해 외침을 막고 조선의 국방을 든든히 하고자 했다.
때문에 반드시 살려야 했다.
위험한 전장보다 자신의 곁에 두고자 했다.
하지만 그에게 어명을 내렸을 때 속이 답답한 대답을 듣게 됐다.
‘소장은 권관이옵니다. 때문에 앞장서서 싸워야 되옵니다. 군에 병사를 지휘할 수 있는 군관의 수가 적사옵니다. 전하.’
나름의 논리로서 어명이 거부되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면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신이 어떤 인물인지를 이연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야 이순신이지! 적을 확실히 이기기 위해선 어명 정도는 가볍게 씹어줄 수 있는 자가 이순신이지! 그렇고말고! 아암! 성군인 내가 성웅의 의견 정도에는 맞춰줘야지! 그런데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하네! 어휴!’
어명을 듣지 않는 이순신으로부터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에게 언성을 높이면서 어명을 따르라고 윽박지르지는 않았다.
나름의 논리가 있었고 큰일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있다면 아마도 미션 후원이 이뤄졌을 것이라, 페널티와 같은 벌칙으로 이순신의 죽음이 예정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없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앞을 보게 됐다.
멀리서 울려 퍼지는 말발굽 소리에 사람들이 온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두두두……!
“적이 오는 것 같사옵니다! 앞은 위험하옵니다! 신들이 살피고 전하께 보고를 올리겠사옵니다! 행궁으로 환궁하시옵소서! 전하!”
고할 때를 기다린 윤두수가 상감에게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이연이 힐끔 쳐다보고선 고개를 가로저었다.
“군사들이 더 앞에서 위험을 감수하는데 과인이 두려워해서 내빼면 어떻게 되겠어?”
“하오나, 전하.”
“비록 과인이 뒤에 서 있지만, 위험한 일을 군사들에게 버리듯이 맡기지 않을 거야. 적어도 저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책임만큼은 확실히 질 거니까. 정말로 위험하다면 뒤로 물러나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과인은 과인의 자리를 지켜야 해. 그리고 별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과인의 군사들은 강해.”
결의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이연이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고 윤두수가 행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다시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머리를 숙이면서 경의를 표할 뿐이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소신의 생각이 너무나도 짧았사옵니다! 전하께서는 세상의 어떤 군주도 비할 수 없는 위대한 성군이실 것이옵니다! 전하!”
목소리를 높여 이연을 찬양했다.
윤두수에 이어 류전과 류성룡도 함께 머릴 숙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전하의 은혜가 하해에 이를 것이옵니다!”
북병사인 이제신도 함께 머릴 숙이면서 높이 찬양했다.
이이 또한 머릴 숙이면서 상감에 대한 감동을 전했으니, 그 모습을 본 이연이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이래야 성군이지! 암!’
앞을 보면서 자화자찬했다.
어깨를 들썩이면서 히죽히죽 웃었으니, 그 미소가 참으로 가벼운 미소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던 이이가 얼떨결에 그 미소를 발견했다.
‘뭐지……?’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상감의 기분 좋음을 알게 됐다.
신하들이 찬양하는 것을 임금은 얼마든지 기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이 달라도 너무나도 달랐다.
흐뭇함이나 자신감과 같은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대만족’이었다.
‘설마, 전하께서……?’
상감으로 말미암아 온 신하가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의심의 눈초리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이이가 상감의 순수하지 못한 미소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다.
그와 상감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별다른 문제가 없으리라고 여겨졌다.
좋은 게 좋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