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조선-32화 (32/196)

032화 원균의 죄가 밝혀지다.

눈앞에서 후원창이 떠올랐다.

[ 삼봉쓰 님이 5냥을 후원합니다. ]

죄인의 항변을 듣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병사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언이 필요치 않은 일입니다.

선왕과 위인들의 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 고달픈_황말년 : 사성이 형님. 우리가 한발 늦었어.

— 맹4STAR : 그러게 말여~ 나는 충청도 출신이라 말도 엄청 느린데 말여~ 잘하면 삼봉 선생님이 승급하겠구먼 그려~

— 고달픈_황말년 : 그러게 말이오.

— 킬방원 : 숙부님!

선왕이 다급하게 정도전을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도전이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위인들의 늦었다는 말에 이연이 궁금히 여겼다.

‘승급? 뭐가 승급한다는 거지? 설마 시청자 등급을 말하는 건가? 여기에 그런 것도 있어? 스트리밍 시스템에서 승급이라면 그것밖에 없는데? 이게 대체…….’

꿈에서 경험하고 익힌 지식들이 있었다.

인터넷 방송에서 승급이라 불리는 시스템이 있었고, 그것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급을 나누는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었다.

보통의 시청자에서 스트리머에게 많은 후원을 하게 되면, 시스템 결정이나 스트리머 지정으로 시청자 승급이 이뤄질 수 있었다.

VIP 혹은 특별시청자라는 칭호를 얻게 됨과 더불어, 스트리머와 특별한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스트리머와 함께 하는 팬미팅이나, 선물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명 스트리머가 전한 선물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나 해당 스트리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도 시청자들에게는 반드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한 개념으로써의 승급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뭐야, 대체? 나와서 설명 좀 해 봐! 어?!’

GOD1583에게 생각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답변을 들었다.

[ GOD1583 님이 1냥을 후원합니다. ]

끝나면 물어보기로 전에 말하지 않았음? 전후처리나 확실히 하지?

생각한 일을 GOD1583이 알고 있는 듯했다.

“쯧.”

GOD1583의 응답에 이연이 고까운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의 소리를 듣고 이제신과 군사들이 놀랐다.

큰 소리로 이제신이 군사들에게 다시 명했다.

“어서 끌고 가라!”

“야! 영감!”

다급히 전령을 끌어내려고 했다.

그리고 이연이 그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끌고 가긴 뭘 끌고 가?!”

“예?”

“뭔 말인지는 들어봐야지! 만약 백성에게 해가 되는 일을 알리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북병사가 책임질 거야?”

“그…그것은…….”

“어명이이니까, 어서 풀어줘! 과인이 친히 들을 거야!”

“아…알겠사옵니다!”

이연의 명에 이제신이 눈짓을 줬다.

전령을 붙들었던 군사들이 그의 입에서 재갈을 벗기고 오라를 풀어주게 됐다.

풀려나는 전령을 보면서 이연이 생각했다.

‘저렇게 간절히 말하려고 하는데 들어줘야지. 그러며 쟤도 나에게 감사할 거고, 지켜보는 군사들도 대단히 생각할 거야! 나의 자비와 인자함에 대해서 말야! 이 이야기를 널리 널리 알려야 할 텐데!’

자신에 대한 좋은 이야기만이 있기만을 원했다.

사심 가득한 생각으로 붙들렸던 전령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

입에 미소를 한껏 머금으면서 풀려난 전령에게 물었다.

“말하고 싶은 게 뭐야? 북병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과인에게도 전해지니까, 말해 봐.”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물었다.

그 말에 전령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오직 북병사에게 소식을 전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감히 상감에게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눈동자가 심히 요동치다가 정신을 차리면서 바짝 바닥에 엎드리게 됐다.

“미…미처 전해드리지 못한 보고가 있슴메……!”

“전하지 못한 보고?”

“야…! 전하……!”

“무슨 보고이기에 악을 쓰면서까지 올리려고 한 거야? 그런 보고면 아까 전에 미리 했어야지. 안 그래?”

“그…그건……!”

“아, 뭐. 빠트린 것보다는 나으니까 말해 봐. 북병사에게 알리려 했던 보고가 뭐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상감이 손을 털면서 물었다.

그 모습을 군사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속으로 상감인 이연을 향해 탄성을 일으키고 있었다.

‘진정으로 일개 병사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신다!’

‘미리 보고를 올리지 못한 전령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다니!’

‘역시 전하시다! 저런 전하를 위해서 우리가 싸웠던 거야!’

‘함께 전장에 서주셨는데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

좋은 모습 하나로 이전의 것들까지 다시 복기 되고 있었다.

군사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연의 미소가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전령에게 시선을 맞추었으니, 전령이 마지막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알려야 된다고 뜻을 세운 것이 있었지만 막상 알리려니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앞서 북병사에게 보고를 전했을 때도 고민만 하다가 미처 알리지 못했었다.

그러나 의지를 다시 새기면서 북병사가 아닌 상감에게 고을에 있었던 일을 전하게 됐다.

“부사 나으리께서 세우신 전공이 아님메!”

“뭐라고?”

“전하께 진상된 야인들의 수급은 부사 나으리께서 취하신 것이 아니라, 저희 군관 나으리께서 취하신 거임메! 도망친 야인들이 있으니 철저히 경계하라는 군령도 저희 나으리께서만 지키셨음메!”

작정하고 전령이 이연에게 고했다.

지켜보던 신하들과 군사들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전령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이연이 물었다.

“마지막에 말한 나으리가 부사가 아니고 군관이지?”

“야! 전하!”

“군관의 이름이 뭐야?”

“이운룡 나으리이심메!”

“이운룡?”

“야! 전하!”

“정말로 그자가 부령부의 군관이야?”

“야!”

“이운룡이면 분명히…….”

선명히 기억에 새겨진 이름이었다.

아니, 꿈속에서의 지식으로 배웠던 이름이었다.

그는 이순신과 함께 고락을 같이했었던 장수였었다.

‘백의종군을 함께 했었지… 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다시 야인들이 공격해 왔었으니까. 그때 아군에 피해가 있었다는 이유로 곤장까지 맞았었는데, 결국에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었어. 이순신이 전라좌수사가 된 뒤로도 함께 했었고 말야. 그러니까 반드시 챙겨야 할 지휘관이야!’

이순신만큼 중요한 인물이자 장수였었다.

왜란이 끝날 때까지 활약이 그치지 않았던 위인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순신을 닮았던 인물이었다.

그의 쓰임새가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만나게 되는 것을 기대하면서 전령에게 물었다.

“그러면 부사는 군관이 부령을 지키는 동안 경계를 서지 않았나?”

잠시 미소를 지었다가 미간에 깊은 골을 만들면서 물었다.

상세한 사정을 상감이 묻자 전령이 맞춰서 답하려고 했다.

“낮부터 부사는 관아에서……!”

“계집질을 했나?”

“그…그것은 어찌……?!”

“짐작하는 바가 있으니까 계속 말해 봐.”

“나…낮부터 기생을 끼고 놀았슴메! 막 달거리를 시작한 어린 여자아이까지 껴서 말임메!”

“…….”

“부사 나으리께서 관아에서 노는 동안, 군관 나으리께서는 소인들과 함께 순찰을 나가셨슴메! 부령 산속에 백성들의 집이 많아 밤낮으로 도셨슴메! 덕분에 적을 찾고 목을 베신 거임메!”

전령의 보고에 이연의 인상이 몹시 굳어졌다.

지켜보던 신하들이 놀라워했다.

그리고 군사들이 수군거렸다.

“우린 여기서 목숨 걸고 싸웠었는데…….”

“부령이 여기서 머니?”

“아니지비.”

“육진에서 먼 곳도 아닌데 낮부터 기생을 불렀었다니, 이게 대체…….”

술렁임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그야말로 한 사람으로 전군의 사기가 꺾일 수도 있었다.

이제신이 앞으로 나서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전하께 거짓을 고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거짓이면 네 몸이 온전치 못할 것이다! 진정으로 네가 사실을 말한 것이냐?!”

“……!”

이제신의 경고에 전령이 움찔했다.

아마도 목숨이 달린 일이기에 진실을 전한다 하더라도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신하들과 이연 앞에서 전령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사…사실임메! 소인이 전하께 말씀드린 거는 진짜임메! 부령부사 나으리께선 평시에도 기생을 불러들이심메!”

목숨을 건 외침이었다.

때문에 그 말을 도저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온 사람들이 분노했고 몇몇은 주먹을 쥐고 떨면서 화를 견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켜보던 이연이 뒷짐을 풀면서 한숨을 쉬었다.

“어휴!”

팔짱을 끼면서 머리를 앞으로 한 번 숙였다.

그야말로 군왕으로서 위엄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때문에 인간적인 모습이었고 그의 답답함이 주변 사람들에게 잘 전해졌다.

팔짱을 낀 이연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원균에 대해서 생각했다.

‘난중일기에 정확히 기록되어 있었지! 전쟁 중에도 기녀들을 부르고 술잔치를 했다고 말야! 미래가 바뀌어서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성정 자체가 그런 인사였구만! 내가 그래도 기회를 주려 했는데, 안 되겠어!’

자신이 오명을 지우려 하는 만큼 원균 또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역사와 미래를 알기에 그를 좋지 않게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애초에 잘못되어 있었다.

원균이 가진 그릇된 성정은 훨씬 오래 전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그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 관한 기록들이 더욱 진짜로 여기기 시작했다.

순간 머릿속에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에이, 설마… 백성의 머리로 수급을 채우지는 않았겠지? 임진년에 있었던 일을 지금부터…….’

상상하지 못할 만행이 사가에 기록됐었다.

역사상 원균이 최악의 장수로 기록되는 근거였다.

자신의 전공을 높이기 위해 죽은 백성들의 머리를 베어서 수급으로 삼았었다.

그 일을 떠올렸을 때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니, 가슴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그를 반드시 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눈앞에서 후원 창이 떠올랐다.

[ 고달픈_황말년 님이 5냥을 후원합니다. ]

짐작하시지 마시고 죄인의 죄를 입증하시옵소서.

머리를 차갑게 했다.

‘어떤 놈인지는 알지만 짐작으로만 처벌할 순 없지! 황희의 말이 맞아! 놈의 죄를 밝혀야 해!’

팔짱을 풀고 주먹을 쥐면서 결심했다.

병조판서 류전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연에게 충언을 올렸다.

“지금 즉시 금군을 보내셔서 부령부사를…….”

이연이 손을 들면서 류전의 말을 막았다.

“전하.”

“…….”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잠시 보였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뒤 이이를 부르게 됐다.

“이판!”

부름을 받은 이이가 이연 앞으로 와서 머릴 숙였다.

“부르셨사옵나이까, 전하.”

그에게 이연이 명을 내렸다.

“금군을 붙여줄 테니까, 부령으로 가서 원균의 죄를 밝혀. 그리고 여죄가 있는지를 살펴. 백성의 머리로 거짓 전공을 세웠을 수도 있으니까. 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야.”

“어명을 받들겠사옵나이다. 전하.”

명을 받들면서 한 번 더 머릴 숙였다.

그리고 상감이 말한 것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백성의 머리로 거짓 전공을 세운다니, 미친 자가 아니고서야…….’

상감의 짐작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이이뿐 아니라 그 말을 듣던 주위 모든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고 정황 또한 없었다.

오직 한 사람만이 제대로 알 뿐이었다.

전령의 두 눈이 잔뜩 커져 있었다.

“……!”

그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려고 했다.

부디 존경하는 군관이 무사하길 바랄 뿐이었다.

이틀 뒤 이이가 부령 땅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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