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화 권율이 호랑이를 퇴치하다.
숲에서 소리가 크게 일어났다.
“발포!”
타타탕! 타탕!
크러렁! 어흥!
총성에 이어 범의 포효 소리가 크게 일어났다.
흩어져서 수색을 벌이던 소총수들이 움찔하게 됐다.
그리고 그것은 권율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속히 정신을 차리면서 군사들에게 명을 내리게 됐다.
“범이다! 저쪽 방향이다! 다들 3단 발포로 대응할 준비를 해라!”
“예…! 나으리!”
소리가 난 방향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그리고 소총수들이 순식간에 모여서 진형을 갖추었으니, 한 소대의 서른 명이 열 명씩 세 줄을 이루면서 서게 됐다.
훈련받았었던 대로 총탄을 빠르게 장전했고, 소리가 난 쪽으로 총구를 조준하면서 범이 달려오는 것을 대비했다.
사선이 교차 되면 표적은 빠져나가기가 더욱 힘들기에, 2소대에 비해서 3소대가 비스듬하게 서서 소총을 조준했다.
그리고 수풀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아직이다! 아직 쏴서는 안 돼!”
“수풀에서 나오면 아군에게 너무 가깝슴메!”
“알아! 하지만 우리에겐 전법이 있어!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내 명을 기다려!”
“야! 나으리!”
두려워하는 군사들의 마음을 권율이 붙들었다.
1열 소총수들과 함께 장전된 소총을 앞으로 겨누었으니, 그가 겨누는 방향에서 수풀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소리가 더욱 크게 일어났다.
크러렁! 어흥!
“……!”
범의 포효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어째서 산짐승이 커다란 소리 앞에서 움직이지는 못하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손에 화기가 들려 있었고 똑같은 무기로 무장한 군사들이 수십 명이었다.
가장 효율적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에 대한 한 치의 의심도 가지지 않고 있었다.
오직 백성을 해칠 수 있는 범을 반드시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만이 남아 있었다.
잠시 후 수풀이 열리면서 금빛으로 된 비호가 튀어나오게 됐다.
크러렁!
입을 벌린 채 뛰고 있었고, 이빨을 드러내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기백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우릴 무서워하는구나!’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 치나마 남아 있던 두려움이 사라지게 됐다.
호랑이보다 상위에 서 있는 사람의 위엄을 보여야 할 때였다.
“발포하라!”
방아쇠를 당기면서 크게 소리를 일으켰다.
조준하고 있던 소총수들도 함께 방아쇠를 당겼고, 연무와 함께 튀어나간 총탄이 달려드는 범에게 날아들었다.
몇 발의 총탄이 호랑이의 어깨와 가슴 안으로 파고들었다.
커흥!
총탄을 맞은 범이 괴로워하면서 울부짖었다.
하지만 달리는 속도를 결코 줄이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서 범이 발버둥치고 있었고, 1열에 이어서 2열의 소총수가 소총을 조준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방아쇠를 당기게 됐다.
“발포!”
타타탕! 타탕!
2소대뿐만이 아니라 3소대도 소총을 쏘고 있었다.
달려들던 범의 옆구리와 다리로 총탄이 날아들었으니, 이내 범이 엎어지면서 땅을 구르게 됐다.
더 이상 달릴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크르륵… 크륵…….
황금빛 털이 붉은 피로 잔뜩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숨소리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매서웠던 눈동자에는 이미 생기를 잃은지 오래였고, 기력을 잃게 됨 범의 마지막을 권율과 군사들이 지켜보게 됐다.
“방심하지 마라! 계속 조준해!”
“예! 나으리!”
3열이 대기하고 있었고 속히 장전을 이룬 1열과 2열 소총수들까지 쓰러진 범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범의 호흡이 멎으면서 들썩이던 가슴도 멈추게 됐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권율이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
몸을 늘어뜨린 범이 반응하지 않았다.
얼굴 옆으로 총탄이 박혔지만 어떠한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범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시 수풀이 흔들리자 군사들이 경계했고 수풀 안에서 소총을 든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휴, 깜짝 놀랐네…….”
놀란 군사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대를 이끌고 온 황진이 권율에게 물었다.
“잡았어라?”
권율이 사살당한 호랑이를 시선으로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잡았네.”
“아따, 참으로 큰 대호여라. 멀리서 봤을 땐 쪼까 작은 놈이라고 생각했었는디. 이걸로 요 주변 숲은 안전해질 거 같어라.”
환하게 웃으면서 황진이 말했다.
그리고 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중대원들을 모아 다시 수색을 벌여야지.”
“더 잡는 거여라?”
“있으면 잡고 없으면 그럴 일도 없고.”
“…….”
“벌목지의 안전을 완전히 확보할 때까지 수색해야지. 5리 밖까지 살필 것이네.”
돌아가서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상감의 명을 받드는 것이 우선이었고 백성을 지켜야 했다.
한 치 빈틈도 용납할 수 없었다.
권율의 지시에 황진이 군사들에게 말했다.
“호랭이 챙겨라! 나중에 가죽을 벗겨야 하니께! 그리고 마저 수색하는 거여! 이 땅에서 범이 왕 노릇 못하게 막는 거여!”
소총수들이 다시 줄을 서면서 움직이려고 했다.
“앞으로 가!”
척! 척! 척!
들것에 사람 대신 무거운 호랑이를 올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안 되어서 다시 총성을 일으켰으니, 호랑이 한 마리를 더 잡고 벌목지의 안전을 확보하게 됐다.
벌목지 주변 5리 동굴 안까지 샅샅이 뒤졌다.
관아 문 앞에 놓인 호랑이 시체를 백성들이 와서 구경하게 됐다.
“워매. 이빨 좀 봐라.”
“이빨만 숭악한 게 아녀. 저기 발톱 좀 봐. 머리에 발톱이 찍히면 우리 머리 가죽이 벗겨질 거여.”
죽은 호랑이들을 보면서 신기하게 여겼고, 어떤 사람은 막대기를 가지고 와서 옆구리를 찔러 보기도 했다.
곡성에 그토록 많은 범이 있을 줄 누구도 몰랐었다.
범을 퇴치한 군사들이 너무나 고마웠고, 특히 현감으로 군사들을 지휘했던 권율을 대단하게 여겼다.
백성들이 팔을 번쩍 높이 들면서 크게 외쳤다.
“천세! 천세! 천세!”
“현감 나으리께서 우릴 평안하게 하셨다!”
“와아아아!”
함성을 일으키면서 권율에 대한 환호를 보냈다.
그러면서 관아 앞을 지키는 군사들에게 궁금증을 보이고 있었다.
“어깨에 막대는 왜 저리 메고 있는 거여?”
“나도 몰러. 뭔가 있겠지. 손이나 들고 나으리를 위해서 소리나 외쳐.”
“천세! 천세!”
화포를 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군사들이 메고 있는 소총으로 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누구도 본 적 없는 무기였고 알 수 없었다.
백성들의 외침을 권율이 관아 문 앞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황진에게 이야기했다.
“고생했어.”
“아니어라. 나으리.”
황진에게 격려하고 이내 아전에게 지시를 내렸다.
“범을 퇴치했으니, 다시 벌채도 시작해야지. 내일부터 다시 벌목을 시작할 것이라고 이주한 백성들에게 알리게.”
“예! 나으리!”
지시를 내리고 관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이주민들과 함께 벌목지로 향했으니, 벌채하다 말았던 나무를 다시 베기 시작했고, 그들을 위한 농토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권율이 소총수들을 길러내기 전에 이연의 눈앞에서 떠올랐었던 후원 창이 있었다.
[ GOD1583 님이 염초 1,000근을 후원합니다. ]
범 내려온다~
- 미션 성공 : 소총 100정을 생산.
- 미션 성공 : 권율에게 소총부대 훈련 교본 하사.
- 권율이 소총수 100명을 훈련시켜서 지휘할 수 있게 됨.
그리고 소총수들의 훈련이 끝났다는 보고가 올라온 지 며칠 안 되었을 때였다.
[ 태백산_호랭이 님이 철 100근을 후원합니다. ]
개척만큼 좋은 구실이 없습니다.
- 미션 성공 : 권율을 현감으로 임명.
- 미션 성공 : 권율이 현감의 지위로 대호 3마리 퇴치.
- 권율에게 군 지휘의 자격이 주어짐.
후원 창이 떠오른 후에 범을 퇴치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리고 다시 벌목이 시작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으니, 이연이 대단히 만족하게 됐다.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지시한 것이 있었다.
‘역시! 황진이다! 역사 속에서도 권율과 함께 이치에서 왜군을 막았었으니까! 이순신이 한산도에서 왜군 함대를 막아도, 전주로 향하는 이치가 뚫렸다면 전란기 초반에 전라도를 잃었을 거야! 그러면 조선이 300년 일찍 망했을 수도 있으니까! 조선을 구했던 두 사람이 궁합이 잘 맞아!’
왜란기에 명성을 떨쳤던 장수들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김시민이었고, 또 한 사람이 황진이었다.
두 사람 모두 무예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지략이나 군사들의 사기를 다스리는 데에도 능한 자들이었다.
하지만 똑같이 몸을 아끼지 않아서 전사했고, 시기는 다르지만 동남의 요충지인 진주성에서 똑같이 죽었었다.
1차 전투와 2차 전투에서 전사했으니, 만약 살았었다면 왜란이 훨씬 일찍 끝났을 수도 있었다.
권율과 함께 전투를 치르고 승리하는 일이 많았기에 두 사람이 잘 맞을 것이라고 미리 예상했었다.
그런 황진이 권율과 함께 소총수들을 양성하고 호랑이들을 퇴치했다.
너무나도 좋은 그림이었다.
무릎을 탁 치면서 기뻐했다.
받은 보고문을 이이에게 보여주면서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