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화 오성과 한음에게 진천뢰를 선보이다.
채광을 벌일 인부들이 모집됐다.
모집된 인부들이 채광에 나서기 전에 채광 시범을 보기로 했다.
한양에서 상감이 행차했고 그것은 자원할 때에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경계를 벌이는 금군과 북병영의 군사들, 조정 중신들과 상감을 보면서 눈을 의심했다.
“아니, 삯을 넉넉히 준다고 해서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남의 밭 갈기 싫어서 왔는데, 상감마마를 뵙게 될 줄은 몰랐십니더.”
“옛날에 선조들이 채광했던 곳이라니까, 상감마마께서도 신경을 쓰시는 거겠지비. 그런데 왜 저리 막대를 꽂는 거니?”
“듣기로 저걸로 바위를 부순다 하시던데…….”
광석을 잘 깨트릴 수 있는 기물이 주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것 외에는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궁금증만 잔뜩 안은 상태에서 광산 앞에 이르렀다.
단상 위에 상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위에 이연이 앉아 있었다.
옆으로 수행하는 신하들이 함께했으니, 우의정 류전과 병조판서 이이, 북병사 이제신이 함께 하고 있었다.
또한, 공조참의 이항복과 호조판서 류성룡, 호조참의 이덕형도 함께하고 있었다.
이항복과 이덕형이 나란히 함께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절친했지만, 각각 서인과 동인이었다.
또한, 깊은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덕형이 암벽에 박힌 막대를 보면서 이항복에게 물었다.
“형님.”
“말하게.”
“저것이 저희가 들었던 바위를 쪼갤 기물입니까?”
“그런 것 같은데? 그리고 저기 도화선을 꽂는 것을 보니, 불을 붙여서 터트리는 것 같네. 왠지 화약 같은데…….”
나름의 지혜를 발휘하면서 추측했다.
기물이 무엇인지 들은 바가 없었지만, 관리들과 장인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짐작했다.
두 사람을 류성룡이 지켜보았고 조심히 답을 알려주었다.
“저거는 폭약일세.”
“폭약, 이라는 말씀입니까?”
“큰 소리와 함께 불과 바람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기물일세. 전하께서는 저것을 진천뢰로 부르시네.”
“진천뢰…….”
“전에 한양에서 큰 소리가 난 것을 기억할 것이네.”
후원에서 일어났었던 큰 소리를 기억했다.
때문에 한양의 모든 사람이 깨어나고 놀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류성룡이 두 사람에게 알려주자, 이항복과 이덕형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
“아, 그때……!”
이번에는 이이가 젊은 당상인 두 사람에게 알려줬다.
“멀리서 들은 것과 앞에서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네. 정말로 벼락같은 소리가 일어날 테니, 마음을 단단히 먹게.”
이항복이 물었다.
“암벽과의 거리만도 50보가 넘습니다. 그런데도 놀랄 정도입니까? 이 정도 거리면 아무리 소리가 커도…….”
“보면 알 것이네. 나도 보기 전에는 자네와 같은 생각을 했었으니까. 하지만 보고 나면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이 달라질 것이네.”
뭔가 득도한 것 같은 말투로 이이가 이항복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이항복이 더욱 궁금히 여겼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심히 놀랄 만한 일이라는 것이 감히 상상되지 않았다.
그저 장인들과 관리들이 일을 마무리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보고를 받고 상감에게 가는 한 관리를 보았다.
당하관 신료로서 화학청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장손이 상감에게 보고를 올렸다.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전하.”
보고를 받고 이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명했다.
“발파해. 폭발시켜서 터트리는 것은 철을 품은 광석 같지만, 우리는 미래로 향하는 큰 벽을 무너뜨리는 거야. 지금 바로 과인의 명을 전달해.”
“예! 전하!”
명을 받은 이장손이 돌아서서 크게 소리쳤다.
“진천뢰를 점화하라!”
명이 떨어지자 화학청에 속한 관리가 긴 도화선 끝에 불을 붙였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도화선이 타기 시작했고, 관리도 최대한 멀리 피하게 됐다.
그리고 타들어 가던 불꽃이 바위 사이의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치익……!
“…….”
꽈광!
“헉?!”
“세상에……!”
“이… 이럴 수가……!”
콰드득!
쿠쿵!
“……?!”
철을 함유한 붉은색 암벽이 쪼개져 버렸다.
아니, 쪼개지다 못해 산산조각 나면서 무너져 내렸다.
흙먼지가 크게 솟구쳐 올랐고,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일으키게 됐다.
특히 상감을 따라 무산에 상인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게, 대체…….”
“맙소사…….”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금군과 북병사와 그의 군사들도 경악에 찬 시선을 보였다.
또한 진천뢰의 폭발을 처음 보게 된 이항복과 이덕형이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이 진천뢰라고……?”
“저 암벽을 어떻게…….”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솟구친 먼지들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군기시의 기술을 맡고 있는 전한길도 함께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모든 사람들이 크게 충격받았다.
전에 진천뢰의 위력을 보았었던 류성룡도 매우 긴장한 상태에서 다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그야말로 천지를 뒤흔들만한 위력을 다시 경험하게 됐다.
먼지가 가라앉자 흩어진 바위 조각들이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암벽 안에 숨어 있던 붉은색 단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고 상인들과 인부들이 다시 탄성을 일으켰다.
“처… 철이다……!”
“정말로 철이야!”
“이런 곳에 저렇게나 많은 철이 있다니……!”
철을 잔뜩 머금은 광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감이 예고한 대로 철광석이 쏟아져 나왔다.
놀람이 있은 후에 기쁨이 찾아들기 시작했으니, 입 벌린 사람들의 얼굴엔 이내 함박미소가 찾아들게 됐다.
그들을 보면서 이연도 환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신하와 백성들의 기쁨이 무엇으로 연결될지를 알고 있었다.
10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
‘이제 채광 생산력 때문에 조선이 크게 발전할 거니까! 조선이 강대국이 되면, 오늘의 일을 두고 후손들이 찬양할 거야! 나의 위업을 역사에 새기는 거다!’
입이 찢어질 것 같았다.
결과는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것이었지만 목적이 전혀 달랐다.
다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연을 두고서 이성계와 이지란이 이야기했다.
— K신궁_성계 : 쟤는 꼭 잘하다가 저런 흑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 조선_꽃미남_지란_:) : 저 정도면 그래도 엉뚱한데 쓰는 것은 아니지 않슴둥? 중요한 것은 모양새임메.
이지란이 조언 차 후원글을 보냈다.
[ 조선_꽃미남_지란_:) 님이 100냥을 후원합니다. ]
진천뢰의 위력이 정말 놀랍지비. 어떤 마음을 먹건 백성과 후손들을 위한 길만을 걸어라.
그리고 다른 위인들의 후원도 이어졌다.
[ 삼봉쓰 님이 10냥을 후원합니다. ]
[ 태백산_호랭이 님이 100냥을 후원합니다. ]
[ 대마도는우리땅 님이 목재 2,000근을 후원합니다. ]
이제 진천뢰를 이용하는 무기도 만들어야 됩니다.
후원글을 읽으면서 이연이 생각했다.
‘어차피, 그렇게 할 겁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수많은 무기들이 있었다.
그걸로 나라와 백성을 단단히 지키려고 했다.
그때 다시 후원 창이 떠올랐다.
[ GOD1583 님이 100냥을 후원합니다. ]
아는 척 좀 그만하는 게 어때? ㅋㅋㅋㅋ
- 목표 : 전한길과 이장손에게 폭약을 이용한 무기 개발 지시.
- 시한 : 6개월.
- 보상 : 염초 10,000근.
- 보상 : 6개월 뒤 신형 포탄, 폭발 무기 개발.
- 역보상 : 이후로 신무기 개발 시 직접 지도해야 개발 가능.
[ 미션을 수락합니다. ]
강제로 미션이 시작되었다.
후원 미션을 확인하고 이연이 미간을 좁혔다.
‘알아서 하게끔 놔두라는 건가? 하긴, 내가 일일이 다 정해서 무기를 만들라고 한다면, 결국 나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지게 될 거야. 스스로 생각해서 뭐가 좋은 것인지 택할 수 있어야 하긴 해.’
자립을 위해서 오랜만에 역보상이 걸린 미션이 주어진 것이 아닐까 했다.
6개월이라는 시한이 이미 5개월로 바뀌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창을 내리고 다시 앞을 보았다.
그리고 이이를 비롯한 신하들이 명을 받들려고 준비를 하는 것을 봤다.
그들에게 이연이 지시했다.
“인부들을 모아. 과인이 직접 명을 내릴 거니까.”
“예. 전하.”
이이와 신하들이 명을 받들면서 머릴 숙였다.
그리고 관리들을 시켜서 광산에서 일할 인부를 불러 모으게 했다.
상감이 서 있는 단상 앞으로 삯을 받으면서 일할 인부들이 모였다.
긴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 채 상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자, 상석에서 일어난 이연이 좀 더 앞으로 나와서 인부들에게 말했다.
“조금 전에, 진천뢰라는 것을 너희들이 봤을 거야. 그래서 너희들의 생각을 과인이 듣고 싶어. 진천뢰로 철광을 머금은 암벽을 깨트리니까 어때?”
이연이 인부들에게 감상이 어땠는지 물었다.
이에 인부들이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한 명씩 나서서 말하려고 했으니, 상감의 눈짓을 받은 김우선이 먼저 말했다.
“한 명씩 손을 들면서 말하게.”
그 말에 한 명씩 손을 들면서 이야기했다.
한 인부가 목소리를 떨면서 대답했다.
“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줄 아… 알았사옵니더…….”
“경상도에서 왔나?”
“예. 상감마마… 진주에서 왔사옵니더…….”
“맞나? 알긋다. 계속 말해 봐라.”
“…….”
“괘안타~ 편안하게 말해 봐라.”
이연이 인부와 똑같은 방언을 쓰면서 물었다.
상감의 방언에 인부가 흠칫하면서 놀랐다.
하지만 이내 자신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환하게 웃었고 상감인 이연 또한 환하게 웃었다.
그에 놀란 김우선과 신하들이 보고 있었다.
인부가 편안함을 보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 감정이 다른 인부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