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화 조선은행 창립식을 치르다.
전에 태종대왕과 태조대왕의 의제 사이에서 대화가 있었다.
— 조선_꽃미남_지란_:) : 은행 창립식에 상단의 단주들을 불러들이는 거이 낫지 않겠니?
— 킬방원 : 우의를 도모하기 위해서 말씀입니까?
— 조선_꽃미남_지란_:) : 앞으로 상단들과 힘을 합쳐서 여러 가지 것을 해보지 않겠니? 염초를 포함해서 말이다. 경사스런 날에 주요 상단의 단주들을 불러서 좋은 시간을 가져 본다면…….
— 킬방원 : 혹시 연이의 명을 어긴 상단의 단주들도 불러야 하겠습니까?
— 조선_꽃미남_지란_:) : 고거는 쫌 고민이 되는구마.
— 킬방원 : 탈곡기를 만들라고 연이가 직접 명을 내렸었는데 따르지 않았었던 단주들이 있습니다. 만약에 저였다면 명을 어긴 죄를 즉시 물어서 참수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이가 결정해야 되는 것이니 지켜보고 있습니다만 놈들까지…….
어명을 따르지 않은 상인들에 대한 처분에 관해서 태종대왕이 답답함을 토로했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세종대왕이 나서서 이야기했었다.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 어명을 따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불러야 됩니다.
— 킬방원 : 어째서 말이냐?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 그래야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자고로 상인은 장사치이기에 왕에 대한 충성심보다 상단의 이익부터 따지는 자들입니다.
— 킬방원 : …….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 분명히 어명을 따르지 않은 것은 죄이지만, 백성을 위해서 고쳐 쓸 수 있다면 고쳐 써야 됩니다. 그것이 소자의 정치였사옵니다.
— 킬방원 : 하긴, 황희도 네가 죽이지 않고 살려뒀었지. 대신 죽을 때까지 부려 먹었지만 말이다.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 연이라면 슬기롭게 죄인들을 써먹을 것입니다. 이미 왕으로서의 지혜와 위엄을 보여줬습니다. 연이를 믿는 상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온 상인들이 보았습니다. 그러니 느낀 바가 있을 겁니다.
선왕들과 이지란의 대화가 있은 후에 후원 창이 떠올랐었다.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님이 100냥을 후원합니다. ]
죄를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고쳐 쓴다면 더 좋은 일이다.
- 목표 : 조선은행 창립식 때 어명을 어겼던 상인들을 부르기.
- 보상 : 100냥.
100냥 외에는 별다른 보상 걸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역보상도 없었기에 미션을 수행하지 않아도 무방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고 성군이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의 미션이었기에 눈 감고 수행하기로 했었다.
인사하는 이문희를 보았을 때 후원 창이 떠올랐었다.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님이 100냥을 후원합니다. ]
죄를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고쳐 쓴다면 더 좋은 일이다.
- 미션 성공 : 조선은행 창립식 때 어명을 어겼던 상인들을 부르기.
후원 창을 내리고서 머릴 숙이고 있는 이문희를 보았다.
그를 보면서 이연이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하 나, 이 새끼는 진짜 부르기 싫었는데. 그렇다고 세종대왕께서 미션을 내려주셨는데 안 할 수도 없고… 정말로 어명을 개무시한 놈들을 챙겨줘야 하는 거야?’
겉으로는 웃음을 보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문희와 그를 따르는 상인들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을 창립일에 불러야 하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세종대왕의 말씀대로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인사하면서 크게 소리쳤었던 이문희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심지어 그가 직각으로 허릴 굽히고 있었으니 그의 자세를 보고 이연이 생각해보게 됐다.
‘뭐지? 왜 이리 깍듯해? 전에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말야. 혹시 입찰에 실패한 뒤로 정신을 차린 건가?’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었다.
혹은 사람은 깨우치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모순되는 두 개의 길 위에서 이연이 고민하다가 한길을 택하게 됐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게 낫지.’
믿어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켜보기로 했다.
지은 죄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하지만 그것이 곧 조선과 백성을 위한 일은 아니었다.
웃으면서 이문희의 인사를 받아주게 됐다.
“오랜만이야.”
“예! 전하!”
“이 단주가 과인보다 연로한데, 그동안 건강했지?”
“보시는 대로 강건하옵니다!”
“그래?”
“다시 상감마마를 뵐 날을 기대하면서, 소인이 의지를 가지고 일신의 강건함을 지킬 수 있었사옵니다! 모든 것이 상감마마의 은혜이옵니다! 이렇게 창립일에 불러주신 하해와 같은 은혜에 어떻게 보답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상감마마!”
감격한 말투로 이문희가 이연에게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이연이 이문희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요것 봐라? 아부를 떠네? 전에는 나에게 이러지 않았었는데. 무슨 생각이지?’
낯뜨거움을 느끼면서 이문희를 지그시 보았다.
그리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 서 있는 상인들을 보았으니, 김하얼을 비롯한 상인들이었다.
그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그리고 너희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과인도 기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와.”
“예! 상감마마!”
이연이 앞장서서 은행의 문턱을 넘게 됐다.
따라 김우선과 류전, 이이와 류성룡을 비롯한 신하들이 들어왔고, 이문희와 박대길을 비롯한 상인들이 마지막으로 문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잠시 후, 은행 안에서 축하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악공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풍류를 일으켰고, 은행 밖까지 소리가 울려 퍼지게 됐다.
금군이 지키는 은행 앞으로 백성들이 구경 나오면서 웅성거렸다.
“이야, 궁궐 악공 나으리들의 연주가 다르긴 다르구만.”
“그러게 말야.”
“이렇게 멀리서 듣는데도 감미로울 수가 있다니. 헌데, 자네 손에 들린 것은 뭔가?”
“이거? 떡이지.”
“잉? 웬 떡이야?”
“웬 떡이긴. 저길 봐. 나으리들께서 나눠주시잖아. 은행이 창립되었다고 전하께서 하사해주시는 거라고 들었어.”
“뭐……?!”
“자네도 가서 받아. 엄청 맛있어!”
“……?!”
보통의 백성들도 있었지만, 주로 종로 저잣거리에서 물건과 음식을 파는 상인들이었다.
옆 가게 친우의 이야기에 상인이 놀라면서 친우가 가리킨 방향을 보게 됐다.
그리고 떡을 받는 백성들과 그것을 나눠주는 관리가 있음을 알게 됐다.
관리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백성들을 통제하려고 했다.
“줄을 서시오! 한 사람이 하나씩 받을 수 있으니까, 급하게 받으려고 하지 않아도 되오! 줄을 서시오!”
관리들의 통제에 엉망으로 몰려 있던 백성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잎에 싸인 떡을 하나씩 받았으니, 떡을 받은 상인과 백성들이 환하게 웃었다.
떡의 단맛을 느껴보고 감탄하게 됐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어?!”
“상감마마께서도 드시는 떡이라는데,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어……!”
“그냥 달기만 한 떡이 아니야! 콩과 밤도 들어가고 깊음이 있어!”
“이걸 먹고 은행 창립을 축하해 달라 명하셨다던데, 은행이 대체 뭐야?”
“듣기로 상인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이라던데?”
“상인들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그래.”
“그러면, 상감마마께서 우릴 상대로 돈 놀음을 하시겠다는 건가…? 대금업자들처럼……?”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럼, 다른 게 있는 거야?”
“대금업자들의 이자는 원금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매우 비싸니까. 하지만 은행의 이자는 1년에 1할 정도로 매우 싸다고 들었어.”
“뭐? 진짜?”
“대급업자들이 너무 횡포를 부리니까 상감마마께서 나서 주신 거겠지. 물론 이자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신원이 확실해야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상인을 위해서 상감마마께서 힘써 주신 거야. 나는 그렇게 들었어.”
떡을 함께 먹으면서 은행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모인 백성들이 은행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했고, 모든 것이 자신들과 같은 상인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큰 상단뿐만이 아니라, 장사를 하는 어떤 이라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다만 관아에 장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등록증을 받은 뒤, 은행의 심사를 받아야 했지만 대금업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투자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으니, 이를 알게 된 백성들이 탄성을 일으키게 됐다.
“상감마마께서 우릴 위해서 내탕금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시다니……!”
“1할이면 충분히 갚을 수 있지! 상감마마 덕분에 꼴 보기 싫은 고리대금업자들이 망하게 생겼어!”
“어서 상감마마마께 감사를 표해 드리자고!”
“천세! 천세! 천세!”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상감마마!”
축하의 말이 상감을 향한 찬사로 바뀌었다.
지켜보는 종로의 대금업자들이 한숨을 쉬었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는 백성이 아닌가? 상감마마께서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
“어찌 되었건 이제 돈 놀음하기는 틀린 것 같아.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해.”
“빌어먹을…….”
돈을 갚지 않으면 장마당에서 돈을 빌린 상인에게 행패를 놓는 무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권리가 나름 관아에서도 인정받았으니, 생각지도 못한 상감의 개입으로 다른 일을 알아봐야 했다.
왕에게 맞서 봐야 돌아오는 것은 비참한 결말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금업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저 상감이 행차한 은행을 향해서 엎드려 절하는 백성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천세! 천세! 천세!”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상감마마!”
백성들의 외침이 은행의 담을 넘어서 연회가 펼쳐지는 방 안까지 들리게 됐다.
풍악을 뚫고 들어온 소리에, 상감으로부터 술을 받았었던 류전이 환하게 웃었다.
“전하! 백성들이 전하를 찬양하고 있사옵니다!”
“그렇지? 홍보가 잘 됐나 보네?”
“어제 전하께서 백성들에게 떡을 돌리시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소신은 전하께서 백성의 방식을 존중해주시는 걸로만 생각했었사옵니다!”
“…….”
“하오나, 소신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백성들이 떡을 통해서, 전하의 은혜를 깊이 감복하였사옵니다! 그리고 소신은 전하의 영명하심에 탄복하였사옵니다!”
백성들의 찬양과 류전의 찬사에 이연이 피식하면서 웃었다.
“과인이 한 게 있나. 금일 함께 일해서 은행을 세웠는데 말야. 그러니까 오늘은 백성들만이 아니라 과인과 경들에게도 경사스런 날이야.”
“예! 전하!”
“단주들과 함께 술잔을 들자고.”
“예! 전하!”
이연이 술잔을 들자 류전이 따라 술잔을 높이 들었다.
이어 이이와 류성룡과 이덕형 등이 함께 술잔을 높이 들었다.
단주들도 함께 참석하여 술잔을 높이 들었으니, 그것은 그야말로 전례에 없던 일이었다.
술을 한 모금 마시면서 그들이 함께하는 것을 보면서 이연이 미소 지었다.
‘서양이 급격하게 발전했던 이유는 정치와 상업이 함께 했었기 때문이니까. 돈을 벌기 위해서 민간에서 궁리하고 개발했던 거야. 그리고 조선은 오늘부로 시작하는 거다! 지금은 반세기 안에 서양을 뛰어넘을 수 있어!’
큰 그림을 그리면서 상인들과 함께하고자 했다.
또한, 조정과 상단을 이어주는 은행이기에 함께 우의를 도모할 수 있었다.
궁궐에서 상인을 불렀다면 신하들이 격을 따지면서 반대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은행을 설립한 취지와 상인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탈곡기를 통해서 백성들이 어떤 이로움을 얻게 되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것을 고안해낸 것은 상감이었지만, 대량으로 만들어낸 자들은 상인이었다.
상단의 역할이 매우 컸기에 신하들도 그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들의 수완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사꾼은 장사꾼으로서의 할 일이 있었다.
이연이 술잔을 내리면서 이덕형을 불렀다.
“호조참의.”
“예. 전하.”
“이제 은행이 설립되었으니, 거중기 판매에 관한 지분 배당을 받았지?”
“받았사옵니다.”
“장부는?”
“준비했사옵니다.”
“가지고 와. 살펴볼 테니까.”
연회가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미 은행의 업무가 시작된 상태였다.
호조참의이자 조선은행장을 맡고 있는 이덕형이 일어나서 은행 장부를 상감의 곁으로 가지고 가서 상신하게 됐다.
그리고 장부를 받은 이연이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종잇장이 넘겨지는 소리와 함께 상인들의 긴장이 방안을 채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