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조선-107화 (107/196)

107화 상업을 중시하다.

— 천세! 천세! 주상 전하 천세!

— 와아아아!

대한 상단 안에서 외침이 크게 울려 퍼졌다.

밖에서 듣고 있던 백성들이 소리를 듣고 마음이 합해졌다.

“우리들도 외쳐야 되는 거 아냐?”

“그렇게 해야 되나……?”

“다른 분도 아니고 상감마마의 상단이야! 마마께 우리가 경하드린다는 것을 알려드려야 해!”

종로 백성들도 함께 손을 들면서 크게 소리쳤다.

“천세! 천세! 상감마마 천세!”

“와아아아아!”

마음이 가는 대로 크게 소릴 질렀다.

그 중엔 한양에 와 있던 박대길과 홍주한이 있었으니, 함께 손을 높이 들면서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상감마마! 만세!”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들 중에서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하얼과 규모가 있는 상단의 단주들이 이를 물고 있었다.

그리고 주먹을 꾹 쥐었으니, 창립식이 거행되는 대한상단을 노려보다시피 했다.

단주들 사이에서 불만 가득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상감마마께서 상단을 세우시다니…….”

“아니, 왕이 상단을 차릴 수가 있는 거요……?”

“못 할 것도 없지…….”

“저렇게 상단을 차리시면, 결국 우리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 아니요? 저것들은 천지분간도 못하고 좋아라만 하고 있고…….”

상단의 단주들이 박대길과 홍주한을 노려보면서 낮잡아 보았다.

상감이 상단을 열었음에도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이 매우 어리석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문희를 보았으니,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애써서 하지 않았다.

그런 단주들의 눈치를 이문희가 알고 있었고 먼저 말을 걸었다.

“할 말이 있으면 하시오. 들어줄 수는 있으니.”

그 말에 단주들이 서로 힐끔거리면서 쳐다봤다.

내원 상단의 단주인 김하얼이 나서서 이문희에게 말했다.

“송악 상단의 단주는 크게 걱정이 없나 봄다? 상감마마를 진정으로 왕처럼 대우해드려서 말임다? 혹시나 상감마마께서 상단을 망하게 하라 하신다면 그렇게 할 검까?”

지난날에 그가 했었던 말을 비꼬면서 김하얼이 말했다.

그 말에 이문희가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물었다.

“상감마마께서 우릴 망하게 하도록 하시겠소?”

“아니라고 봄까?”

“당연히 아니오.”

“그러면 대체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보는 것인지…….”

김하얼의 물음에 그에게 이문희가 시선을 주면서 알려줬다.

“상감마마 입장에서 우리가 망하면, 이 땅에서 누가 장사하려고 들겠소? 마마의 상단을 상대로 누구든지 이길 수 없게 되는데 말이오.”

“…….”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우리가 만드는 물건들이 많소. 거중기를 비롯해서 늦게 뛰어들었지만 비노에 탈곡기도 있소. 그런 걸 마마의 상단에서만 만들게 되면 어떻게 되오?”

“생산량이 적어지게 되는 검까?”

“생산량만 적어지는 게 아니라 하늘에 닿을 정도로 값도 치솟게 되오. 그러면 그날부로 민심이 험악해지게 되는데 상삼마마께서 그렇게 하시겠소?”

“…….”

“우린 장사치에 불과하지만 상감마마께서는 아니시오. 상감마마께서는 정치를 하시는 분이시고 백성을 평안하게 하시려는 분이시오. 그런 분이 상단을 여셨는데 대감분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셨겠소?”

“기뻐하시지 않겠슴까? 그래도 상감마마께서 상단을 여셨는데…….”

“우릴 천한 존재로 여기시는데도 말이오?”

“그건…….”

“상감마마께서 하신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고 찬성하는 것은 아니요. 우리만 보더라도 이렇게 불만들을 쏟아내고 있지 않소? 그러니 마마께서는 대감분들의 반대를 무릅쓰시고 상단을 여신 거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마마께서는 우리와 같은 입장이 되신 것이오.”

“같은 입장…….”

“이제 누구도 상업을 천한 일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오.”

이문희의 말에 김하얼을 비롯한 단주들이 움찔하게 됐다.

‘이제 상업이 천한 일이 아니라고……?’

그가 한 말을 곱씹었고 상감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살피게 됐다.

상감이 상단을 세우면서 곧 상인이 되었다.

때문에 상업을 두고 천한 일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상감에게 하는 말과 같았다.

그 사실을 깨닫는 단주들을 확인하고 이문희가 뒷짐을 졌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해보게 됐다.

‘명예로운 상단을 만드실 거다. 상감마마시라면 분명히 그렇게 하실 것이다. 그렇다면 마마의 상단은 상단들의 기준이 될 터! 이제 장사치로만 남게 되면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국익과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단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문희가 상감의 의도를 미리 짐작했다.

그리고 그 길이 상인들에게는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결코 쉽게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것이 아닌,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야 했다.

그런 세상이 오게 되리라는 것을 오직 그만이 떠올리고 있었다.

* * *

백성들의 환호가 이어지고 있었다.

저잣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환호가 다시 담을 넘으면서 상단 안에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신하들이 술렁이고 있었고, 영의정 박순과 예조참판 정철이 상감을 보면서 걱정을 보이고 있었다.

같은 서인당 사람인 윤두수에게 정철이 눈짓을 주며 시선으로 말하고 있었다.

‘성군이라 불리시는 전하께서 돈놀이를 하는 놈들과 똑같이 되셨는데, 어찌 막지 않았었던 게요?’

따지듯이 희번뜩 눈빛을 쏘아 붙였다.

그리고 윤두수가 몹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전하께 그런 말씀을 드릴 수 있겠소? 전에 전하께 이앙법에 관해서 간언을 올려 드리다가 실수한 적이 있어서…….’

‘…….’

큰소리칠만한 입장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정철이 뒤늦게 깨닫게 됐다.

때문에 한숨을 크게 쉬었으니, 그것을 들은 이이가 낮은 음성으로 정철에게 말하게 됐다.

“뭣하면 예조 참판이 말씀드려보는 것이 어떻겠소? 이 상황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은데.”

이이의 이야기를 듣고 정철이 썩어가는 표정을 지었다.

“온 백성이 환호하는데 어찌 전하께 아니 된다고 말씀드리겠습니까? 그리고 애초에 병판 대감께서도 찬성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대감께서 찬성하시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마치 불만을 토로하듯 정철이 이이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이이가 차분한 말투로 상업의 정당성을 알렸다.

“상인이 천대받는 이유는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이익을 취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정말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겠소? 상인 없이 각궁의 재료인 물소 뿔을 구할 수 없고 유황도 마찬가지요.”

“…….”

“그저 물건을 옮기기만 해서 이문을 취하는 것이 아닌, 거중기까지 만들어서 나라와 백성을 위할 수 있게 되었소. 그들이 취하는 이문이 우리에게는 녹과 다를 바 없을 것이오. 이게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겠소?”

현실을 논하면서 이이가 이야기했다.

그 말을 정철이 차분히 들었고, 그럼에도 동의하지 않음을 알려줬다.

“그래도 전하께 충성을 바쳐야 된다고 봅니다. 농민들이나 우리는 전하를 위해서 일하지만, 상인들은 전하가 아닌 그들이 취할 이익을 위해서 일합니다. 그 정체성은 어떻게 꾸며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걱정하는 것입니다.”

생각이 굳어 있었다.

이이는 그런 정철을 보면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존중은 하겠소.”

상감의 장사를 두고 신하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단주가 이덕형이라는 이유로 서인에서 대체적으로 반대하고 있었다.

그저 환호하는 백성들 때문에 눈치를 보며 찬성해 줄 뿐이었다.

풍악과 함께 단원들을 격려한 상감이 단상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이덕형을 불렀다.

“호조참의.”

“예. 전하.”

“거중기를 판 수익 지분과 비노를 판 수익 지분으로 도로 정비 비용을 넉넉히 만들어 놓았으니까, 입찰로 일감을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리해서 인부들의 삯이 줄어들어서는 안 돼. 알겠지?”

“예. 전하.”

“단상 위에서 과인이 단원들에게 약조했듯이, 대한상단은 상단의 이문을 추구하면서도 결국엔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대의를 지켜야 돼. 그 점을 가슴에 단단히 새겨.”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이덕형이 상감의 당부를 받들었다.

이연이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면서 미소지었다.

어깨를 두드려 준 후에 이항복을 불렀다.

“공조참의.”

“예. 전하.”

“도로 정비 입찰을 벌일 때 대한상단이 조정에 속한 상단이라고 절대로 봐주지 마. 입찰 원칙을 철저히 지켜.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는 상단에게 수주권을 줘.”

“무리해서 입찰에 임하는 상단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옵니까?”

“그러면 당연히 불이익을 줘야지. 배상금을 요구하고 갚을 수 없다면 상단이 몰수될 수 있음을 각 상단에게 경고해.”

“…….”

“그 전에 입찰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부터 제대로 만들어야겠지. 탈세를 벌였거나 단원이나 인부에게 삯을 제대로 주지 않았던 상단들에게는 자격에서 제외시켜. 그 문제가 해결되어야 입찰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될 거야.”

“예. 전하.”

“호조참의와 이야기해서 인부들의 삯을 적절히 정하고 입찰에 임한 상단들이 지킬 수 있게 해.”

“어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전하.”

이항복이 명을 받들면서 머릴 숙였다.

그에 대한 믿음도 드러내면서 이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대한상단의 창립식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으니, 모든 행사가 끝마쳐졌을 때 눈앞에서 후원 창들이 떠오르게 됐다.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500냥을 후원합니다. ]

[ 왕도둑_문 님이 100냥을 후원합니다. ]

[ 킬방원 님이 500냥을 후원합니다. ]

[ (영실)조선_지니어스 님이 300냥을 후원합니다. ]

[ 수양대군 님이 5냥을 후원합니다. ]

[ GOD1583 님이 10,000냥을 후원합니다. ]

서인도 회사도 한번 세워 보자!

대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상단이 세상을 호령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연이 피식 웃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상단에서 나오자 백성들이 더 크게 소릴 질렀다.

“천세! 천세! 상감마마 천세!”

“와아아아아!”

감격에 겨운 백성들이 환호를 이어갔다.

이연이 다시 신하들을 이끌면서 길을 걸었으니, 그 길이 진흙길이라도 금빛처럼 빛났다.

훗날에 있을 영광을 꿈꾸면서 궁궐로 환궁하게 됐다.

궁문 앞에 이르자 신하들이 허릴 굽히면서 이연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이연이 그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면서 받아줬다.

“수고해.”

“예. 전하.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

각자의 자리로 향해서 일을 보려고 했다.

박순과 류전 등이 의정부로 향했고, 류성룡과 이덕형이 호조로 향했다.

그리고 이항복이 공조로 향하고 정철이 예조로 향했으니, 남은 사람은 오직 이이뿐이었다.

그가 남아있자 이연이 직감하면서 물었다.

“혹시, 보고할 것이 있나?”

기대 가득한 미소를 띠면서 물었다.

그리고 이이가 주위 눈치를 살폈으니, 이연이 상선과 금군대장에게 눈짓을 주면서 사람들을 물리게 했다.

“이제 됐으니까 말해 봐.”

긴히 전할 소식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리고 이이가 조용한 음성으로 상감에게 보고했다.

“금일 대한상단에 전하께서 행차하시기 직전에 들어온 소식이 있었사옵니다.”

“어떤 소식인데?”

“개성에서 전하께서 하명하신 신무기가 완성되었사옵니다. 군기시 기술장이 전하를 기다리옵니다.”

전한길이 아닌 이연이 그토록 기다렸던 보고였다.

반년 전에 폭발 무기 개발을 그와 이장손에게 명하였었다.

그 결과가 나올 시기였다.

이연이 미소가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빨리 가서 확인해야겠구만. 모레 궁궐에서 출발할 테니까, 내일 미리 가서 시연을 준비해. 신료들과 함께 신무기의 위력을 확인할 거야.”

“예. 전하.”

세상을 능가하게 되는 시점이었다.

이제 어떠한 적도 조선을 넘보지 않게 만들려고 했다.

다음 날 병조판서가 먼저 한양에서 출발했고, 다시 하루가 지났을 때 상감이 한양에서 출발하게 됐다.

모든 것은 성균관 기술원에서 학문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이의 보고를 받았을 때 눈앞에서 후원 창이 떠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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